남편의 일기장을...보았습니다.

주문을걸어2007.05.28
조회104,067

앗. 톡이 될 줄이야...아침에 확인하고 깜짝 놀랐네요.

제 마음에 동조해 주시는 분들의 말씀도 고맙고,

악플..욕은 좀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저를 질타하는 댓글도 고맙습니다.

그냥 저한테 뭐라 하시니까, 그래 내가 과민반응한거구나, 별거 아니구나..하면서 참아지게 됩니다.

군대시절 일기를 보고 결혼전 일들도 궁금했지만..그건 참았습니다.

남편이 결혼전에..여자가 꽤 많았거든요.

솔직히 상상을 하게 되긴 합니다만, 모르는 편이 나을 거 같아서요.

남편을 원망하진 않아요.

그냥 그 일기를 본 저를 원망하고

처음임을 강조하기 위해 포장했던 남편의 여러...부풀린 표현들에 서운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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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시댁엘 갔었어요.

남편이랑 시아버님은 밖에 나가시고 시어머니는 주무시고 할 일이 없더라구요.

시부모님께선 남편이 고등학교때 공부하던 책을 거실의 책장 중앙에 딱 꽂아두셨드랬죠.

그래서 심심하던 차에 거기에 있는 책에 낙서들이며 글씨들이며 보고 있었는데!

영어책만 없었고, 정말 처음엔..일기장이 영어책인 줄 알았습니당.

그렇게 꺼내들었는데..일기장이길래, 안볼까 하다가,

고3시절 무슨 고민들을 했을까..하면서 열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기장은 고등학교 시절이 아닌 군대시절에 쓴 일기더군요.

대부분 여자 얘기였어요. 주로 미래에 대한 걱정, 공부 얘기. 운동. 여자 그렇더군요.

군대시절이 그렇잖아요. 여자들이 그립고 그런 시절.

뭐 여자들이랑 있었던 얘기들..소소한 얘기들이라 웃으며 넘겼어요.

오랫동안 친구였던 탓에 여자관계를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었구요.

그런데!

 

읽는 도중에...

외박이나 잘 나갔음 좋겠다. 쫄병들이 우리더러 동물이랜다. 쫄병들이 나중엔 고참의 마음을 알까.

근무나가서 논 여자애 중에 한명이 내가 맘에 든단다. 그래서 며칠 후에 만났다. 그런데 기분이 별루다. 욕구를 채우지 못해서일까. 이런 내가 정말 싫다.

 

이 두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오면서 마음이 동요되기 시작했어요.

결혼하기 전에..결혼 한달 전엔가 처음으로 같이 자게 됐는데,

그때 저는 처음이었는데 그런 얘길 하게 됐죠.

남편도 제가 처음이라 그랬고

100% 믿진 않았지만 결혼하고 지금까지 3달 넘게 살면서 진짠가부다..했습니다.

이걸 태어나서 너한테만 쓰고 간다느니, 책임질 수 있는 여자랑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드니

그런 말들로 조금씩 믿게 됐던거 같아요.

적은 나이도 아니고 서른이 넘었는데 처음이라니...설마..했다가 믿게 된거죠.

일기장에 직접적인 문구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직감이랄까. 뭐 딱 알수 있겠드라구요.

 

전 궁금한건 못참습니다..그래서 그냥 결혼전일이니 넘어갈까 하다가

결국엔 묻게 되었습죠.

처음엔 진짜 니가 처음이라 하는데 눈이 약간 떨리더군요.

그래서 제가 사실대로 얘기했고

남편은 눈을 못쳐다보고 얘기하더라구요.

그 경험에 대한 얘기는 솔직히 서로 모르는게 낫다 생각했어.

그래서 처음이라 얘기했던 거고.

이해해달라고.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거 빼곤 너한테 거짓말 하는거 아무것도 없다고. 난 진실하게 대해 왔다고.

하지만 크게 미안해 하진 않는 것 같았어요.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하는거죠.

 

처음엔 나한테 솔직하지 못했다는게 화가 났어요.

차라리 얘기했을 때 솔직히 얘기하지..

전 어차피..그 나이에 처음은 당연히 아닐거라 생각해서 그때 얘기했담..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거에요.

근데 이제 와서,,그것도 직접 쓴 일기장을 통해..알게 되니 마음이 아프네요.

글구 지금은 다른 여자랑도..이랬겠구나..하면서 속상합니다.

 

이제와서 예전일 꺼내서 싸우는 것도 우스운 것 같고 해서

살짝 삐졌다가..그냥 풀었습니다..

제가 화를 내는게 맞을까요.

아니면 그냥 묻어둘까요.

자꾸 생각 날것 같아서...신경쓰이네요...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