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일기-하나..

새댁이라불러줘~2003.05.20
조회26,938

5월 11일 오후 2시..

결혼행진곡이 울리며 울랑이랑 난 그렇게 인생의 새로운 시작.. 결혼을 했다..

신부화장실..(신부대기실)이라고 씌여져 있는 곳에 시간대별로 신부들이 앉아 화장과 머리손질을 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내 동생은 사진 찍으라며 변천사를 그려야 한다나 어쩐다나 ..

변신전..변신후를 외치며 그 많은 사람들 있는데서 연신 사진기를 눌러댔다..

에구..창피해라..>.<

그래도 쭉 지켜본 바에 의하면 신부는 내가 최고로 예쁘고 신랑은 형부가 최고로 멋지다며..ㅋㅋㅋ

그렇게 안심(?) 시켜준 동생...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갖은 심부름에 여러개의 가방을 열심히 짊어지곤 도와준 동생이다..

 

신부대기실에 있으면서도.. 행진을 하려고 아빠의 손을 잡고 식장 입구에 서 있는데도 하나도 떨리지 않았으며..오히려 신부입장을 외치는 소리에 아빠보다 먼저 들어가려다 보이지 않는 아빠의 제지에 받기까지 했당...

정말 실감 않났다..나만 그런가?

식 내내 주례사님의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그냥 멀뚱하니 서있고.. 부케를 든 손이 무거웠다는 생각밖엔.... 정말 실감 나지 않았다...

사진을 찍을때 그땐 좀 실감 나더만... 그래도 남는건 사진이라고.. 온 친구들이며 직장 동료들까지 죄다 손짓..해가며 부르고 부르며.. 오라구..오라구..해서 사진 찍게 만들고...ㅎㅎ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사진 찍을때 그 사람의 인간관계를 알수 있다고.. ㅎㅎ

 

식을 끝내고 폐백실로 들어갈때.. 울 시아버님은 이북분에 외동아들이라서 친척들이 없겠지 싶었는데..

왠걸 줄줄이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어디서 다 모이셨는지..

절 하는 내내 좋아 죽는줄 알았다..물론 속내를 아시겠지만..

폐백을 드리는 절값을 받는 다는 말에 허리 부러져도 좋다... 내내 절하는게 즐겁기만 했으니...

 

근데 이거 왠일 내 철부지 동생 그 폐백의 절값이며 신부대기실에 있었을때 받았던 축의금을 엄마 갔다준다고 내 가방이 아닌 자기 가방에 넣고 있는게 아닌가..

저것이... 예쁘게 차려입고 난 온갖 인상을 찌뿌리며 내 동생에게 연신 째림을 날렸다..

거기다 넣으면 둑는다는 입모양을 하며 다른 어른들 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ㅎㅎ

결국엔 그 결과... 두둑한 봉투를 보면 호텔에서의 첫날밤을 보낼수 있었다...

 

생전 첨 타보는 비행기에 티내지 않으려고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힐끔 힐끔... ㅋㅋㅋ 곁눈질 해가며 신기해하며 연신 좋아했고..울 신랑 그런 눈치 챘는지 어쨌는지 내내 입이 귀에 걸릴만큼 웃기만 했다..

 

첫날밤...

도착했다는 인사를 드리러 전화를 걸었고.. 아빠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몇마디 못하고 목이 메어버렸다...

난 어려서부터' 아빠가 좋니 엄마가 좋니 하고 다른 사람들이 물어볼때면 망설임없이 아빠요' 했었다..

그런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니 흑흑.... 코끝이 찡해지며 가슴의 명치를 송곳으로 찌르듯이 찌릿했다..

 

첫날밤 울어버렸고..

거대한 일도 못 치룬채 지쳐 잠이 들어버렸다..

조식은 꽁짜니 꼭 먹어야 한다는 일념하에 피곤함을 무릅쓰고 일어나서리..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왠걸 내 눈은 어디로 간겨? 퉁퉁 부어서리...허걱..큰일이네..

오빠 깨워 모자 푹 눌러쓰고 아침은 먹는둥 마는둥...

내 머리속엔 내내 쌍커플테이프를 사러가야 한다는 생각만 들곤..

그걸 사러 시내를 돌아다녔다.. 호텔앞에 있는 마트엔 10시부터 개장이라 9시 30분 밖에 되지 않아 밖에서 30분 기다려 점원들의 90도 각도의 인사를 받으면 일등으로 입장해 화장품 코너로 달려갔다..

그게 왠일이야... 그것만 없다는 것이였다..에구..

다시 시내를 여기저기..아직 이른시간이기에 문을 연곳은 보이지도 않고...

이런 눈으로 오늘 하루 내내 돌아다녀야 하는데 오호...

편의점이 보이는게 아닌가... 정말 전력질주해서 그 토록 찾았던 쌍커플테이프를 사들곤 룰루랄라...

호텔로 들어와 노래를 부르며 붙였다..

 

화장을 하려 파우치 가방을 여는 순간..툭... 떨어지는건...

그토록 아침부터 찾아당겼던 그 쌍커플테이프....

오빠 볼까 무서워서..언능 숨겼고... 휴...

혼자 실실 웃기만 했다..(어의없어서)...

 

난 예쁜 원피스로 갈아입고 화장도 곱게하고 있는데

신랑은 침대에 누워...텔레비전만 보는게 아닌가...

아니 어쩔려고 저러나 싶었지만 내 치장에 바빠...신경쓸 틈도 없었고..

다 치장하고 나가려고 하니..허거걱...

울 신랑 그 입고 잤던 곤색 추리닝 입고 나가겠다고 하는게 아닌가...

내가 미텨..정말.....

그래도 신혼여행인데......

참...내가 할말을 잃은사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렇게 호텔 로비에 내려왔더니..

 

내 눈을 더 핑핑돌게 하는 것들이.....

바로 신혼부부들의 온갖 패션들....

커플티에 커플신발에..모자에...가방에....

난리도 아닌게 아닌가...

날씨 화창하겠다...신혼여행 첫날이겠다...

다들 그렇게 티를 내며 나왔는데... 참..... 오빠랑 나의 모습을 보니 한심하기 짝이없었다..

난 정말 내 입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줄 그날 첨 알았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내 어디 가고 싶겠나..

그래도 오빤 아무렇지 않게 나를 태우고 용두암으로 갔고..

난 가는 내내 퉁퉁거려서 입만 무거웠다..

그런 기분에 무신 사진을 찍자고... 내내 웃으라 하는데 어찌 그럴수 있는지..

괜히 서러워서 눈물만 흘리고... 바닷바람에 눈물흘리니..더 쌔한게 서럽고...또 서럽고..

겨우 내 모양새를 보고 눈치챈 오빤 들어가자 한다..

자기도 왠지 모르게 화가난듯한 모습으로 무슨 사진이냐며..

가자 잠이나 자잔다.. 참..기 막혀서...

호텔로 그렇게 들어와서..난 정말 엄마..아빠 찾아가며 울었고..

오빤 맥주한캔을 쭉 들이키더니 이불 푹 덮고 코 드르렁 골며 잠만 자는게 아닌가..

내 기막혀서.....

가뜩이나 부은눈 간신히 가라앉혔는데..더 부어버리고...

잠만 자는 오빠 모습에 내 모습도 한심해 보이고..

짐 싸들고 집에 가버릴까 싶었지만...

사실... 비행기 표도 그렇고.. 혼자 가방들고 나가기고 그렇고... 용기가 없었다..

내가 한번 참아주는거다 혼자 생색내며 바람이나 쐬러가야겠다 싶어 나갔다..

 

그래도 신랑 깨고 나 없음 찾겠지 싶어.. 두시간 정도 나가있었는데..

핸드폰은 울리지도 않고.. 바람이 넘 불고.. 혼자 돌아다니기도 그렇고...

그냥 들어오려고 맘 먹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서있는 뭐..패스트푸드점이 눈에 보였다..

시간을 보니 3시가 넘었고.. 왠지 배도 고픈것 같고..

울 신랑 그래도 자고 나면 늘 배고파하던데... 그 와중에 그래도 신랑 생각한다고 난 닭까지 싸들고 그렇게 호텔로 들어갔다.. 그눔이 사랑이 뭔지.......

한번더 내가 참자 싶어 들어갔는데 여태 자고 있는게 아닌가..

그냥 확...닭 집어 던져버리려다..또 참고...

신랑 엉덩이 살짝 때렸는데..울 신랑 .. 앗.... 내가 잘 못 때렸는지... 불안정한 자세로 누워있던 신랑.. 홱 돌며..소리를 치는게 아닌가...

 

앗..허리야...~ 윽.. 난 그럴려고 그런게 아닌데....

신랑 깨며 왜 깨워? 약간 볼멘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게 아닌가..

치..... 에구... 그래도 한번 더 참고.. 닭먹으라구... 난 살짝 꼬리를 내려...조용히 신랑에게 말했다..

울 신랑 대충 눈치 챘는지... 일어나더니.. 씩 웃으며 미안해 하는게 아닌가..

에휴... 내가 참아야지.... 이런날 여기까지 와서 싸우면 못하겠어 싶어.. 나도 씩 웃고...

그렇게 둘이 신나게 닭을 먹었다..

울 신랑 다 먹더니 트렁크에서 옷을 꺼내고 주섬주섬 꺼내 입는게 아닌가..

난 못 본척 텔레비전만 보고.. 신랑 내 손 꼭 쥐더니 나가자... 하는게 아닌가..

 

ㅎㅎ 그렇게 신혼 첫날의 싸움을 끝내고 우린 제주 시내를 마구 휘젓고 다니며 열심히 사진도찍고..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여행의 첫날을 보냈다...

신혼여행일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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