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원투펀치의 위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입증된 시리즈의 연속이었다.
랜디 존슨(애리조나)-커트 실링(보스턴) 원투펀치는 포스트시즌에서 9승1패 방어율 1.30이라는 가공할만한 기록을 합작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애리조나의 11승 중 9승이 존슨과 실링의 손에서 비롯된 것. 특히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선발 실링-마무리 존슨의 필승계투까지 선보이며 애리조나를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 다니엘 리오스 존슨과 실링은 당당히 월드시리즈 MVP를 공동 수상, 야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원투펀치로 팬들의 기억에 남았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투수 분업화가 시작된 이후 존슨-실링 못지않은 막강 원투펀치들이 속속 등장했다. 원투펀치의 보유는 곧 한국시리즈 우승의 담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원투펀치들은 대체로 오래 가지 못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강력한 원투펀치를 형성하며 괄목할만한 시즌을 보낸 이듬해에 한 쪽 귀퉁이가 무너지기를 반복한 것.
하지만 여기, 3년째 리그를 장악하고 있는 역사상 최고 원투펀치가 있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원투펀치’ 다니엘 리오스(35)-맷 랜들(30)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가?
프로야구 투수 분업화가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원투펀치가 속속 등장한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장 강력한 원투펀치로는 10쌍을 꼽을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10쌍 중 7쌍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원투펀치라는 점이다. 2004년 레스-박명환의 두산과 2006년 류현진-문동환의 한화는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각각 3위와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
2006년 리오스-랜들의 두산은 10쌍 중 유일하게 포스트시즌에도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최고로 꼽히는 10쌍의 원투펀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합작해냈다. 지난해 객관적 전력상 열세로 평가되던 두산이 페넌트레이스 막판까지 4강 티켓을 노릴 수 있었던 것도 리오스-랜들 원투펀치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리오스-랜들 원투펀치는 2005년 후반기부터 맹위를 떨쳤다. 리오스가 전반기를 마치고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해오며 랜들과 함께 역사적인 막강 원투펀치를 형성한 것. 2005시즌 후반기에 리오스-랜들 원투펀치는 도합 160⅓이닝을 던져 14승4패 WHIP 1.05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두산이 2005시즌 후반기에 거둔 28승 중 절반이 리오스와 랜들의 손에서 나왔다.
이처럼 2005시즌 후반기부터 위력을 떨친 리오스-랜들 원투펀치는 기존 원투펀치들이 대부분 조로하거나 중간에 맥이 끊긴 것과 대조적으로 3시즌째 변함없는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리오스는 11경기에서 78⅔이닝을 소화하며 7승3패 방어율 1.83·WHIP 1.07을 기록하고 있다. 다승 공동 1위, 방어율 전체 1위, 이닝수 전체 1위, WHIP 전체 2위에 올라있다.
랜들도 만만치 않다. 10경기에서 64⅓이닝을 던져 6승1패 방어율 2.38·WHIP 0.96·탈삼진 51개를 잡아내고 있다. 다승 공동 4위, 방어율 전체 5위, 이닝수 전체 5위, WHIP 전체 1위, 탈삼진 전체 2위. 더욱이 두 선수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9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 이 부문에서 나란히 공동 1위에 랭크돼 있다. 두산이 거둔 22승 중 13승이 리오스-랜들의 선발승으로 두산 승리의 무려 59.1%를 두 선수가 책임졌다. 아직 기나긴 페넌트레이스의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역대 원투펀치 역사상 가장 높은 승리 비율이다.
▲ 원투펀치론 최상의 조합
원투펀치의 최상의 조합은 오른손 투수와 왼손 투수라고 볼 수 있다. 왼손 존슨과 오른손 실링이 원투펀치를 형성한 것처럼 말이다. 한국으로 치면 1994년 LG 김태원-이상훈, 2006년 한화 류현진-문동환이 존슨-실링과 비슷한 조합이라 할 수 있다.
◇ 맷 랜들 오른손과 왼손의 조합만큼이나 스타일의 조합도 중요하다. 1996년 해태 조계현-이대진처럼 변화구 투수와 강속구 투수의 조합, 2002년 삼성 엘비라-임창용처럼 왼손 기교파와 오른손 사이드암의 조합도 괜찮다. 원투펀치의 조합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중요도가 높은 경기에서 원투펀치는 연속 등판할 가능성이 높은데, 피칭 스타일이 다르면 아무래도 타자들에게 더 많은 혼란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전에서 더욱 중요시되는 대목이다.
리오스와 랜들 역시 같은 오른손 투수이지만 피칭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리오스는 강속구를 자신 있게 뿌리는 전형적인 파워피처다. 평균 구속 145km 내외의 직구를 타자 몸쪽으로 붙이길 즐긴다. 힘과 자신감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타입.
반면 랜들은 리오스처럼 볼 끝에 힘이 실린 강속구는 던지지 못하지만 대신 제구력이 안정적이고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외모에서부터 의욕이 가득한 리오스가 마운드에서 피 끓는 열정으로 공을 던진다면, 랜들은 새하얀 피부처럼 마운드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신중하게 피칭한다. 각기 다른 피칭 스타일로 승부하니 상대하는 타자들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피칭 스타일이 다른 두 선수도 공통점이 하나있다. 바로 꾸준함이다. 지난 2002년 KIA 유니폼을 입고 한국무대에 데뷔한 리오스는 외국인 투수로는 사상 첫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으며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3시즌 연속 200이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리그 최고의 철완이라는 평가대로 철저한 자기관리로 큰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있다. 2005시즌 두산에서 생애 첫 선발투수가 된 랜들 역시 2005시즌 불펜에서 3경기 등판한 것을 빼면 3년째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192⅓이닝을 던지며 리오스 못지않은 고무팔을 자랑하기도 했다.
리오스와 랜들이 꾸준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 투수 모두 경제적인 투구를 한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리오스는 경기당 평균 102.5구를 던졌다. 랜들은 경기당 평균 102.0구를 기록했다. 리오스는 특유의 시원시원하게 빠른 투구 템포에 서클체인지업·슬라이더·싱커 등 결정구가 빛을 발했다. 특히 서클체인지업은 리오스 같은 파워피처에게 최고의 결정구.
랜들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정확한 제구력과 허를 찌르는 볼 배합으로 투구수를 줄이는데 힘썼다. 올 시즌의 경우 리오스는 경기당 평균 투구수가 110.1구로 다소 늘어났는데 시즌 초반 바뀐 스트라이크존에 적응되지 못한 탓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라는 점도 감안해야한다. 랜들은 선발 등판한 10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91.8구밖에 던지지 않았다.
▲ 진정한 한국형 원투펀치
리오스는 지난해 9월12일 마산 롯데전에서 프로야구 역대 19번째 선발타자 전원 탈삼진 기록을 세우는 등 8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12승째를 챙겼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고향인 미국 마이애미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폐암으로 투병 중인 부친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급히 고향으로 돌아간 것. 떠나기 전까지 구단에 미안함을 감추지 못한 리오스는 약속을 하고 떠났다. 다음 등판일인 9월17일 잠실 KIA와의 더블헤더 2차전을 위해 등판 전날인 16일까지 돌아오겠다는 것.
리오스는 예정대로 16일 입국했고, 곧장 선수단에 합류했다. 더욱 놀라운 건 리오스가 미국에서도 한국시간에 맞춰 잠을 자는 등 다음 등판을 위해 철저하게 컨디션 관리를 관리했다는 점이었다. 리오스는 KIA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8이닝 3실점(2자책)으로 호투하고도 팀 타선의 부진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으나 모두에게 찬사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진정한 프로정신과 신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랜들도 여타 외국인선수와는 달랐다. 2005년 한국 땅을 밟은 랜들은 그해 6월 말부터 슬럼프에 빠졌다. 7월 초에는 2차례나 불펜에서 등판하기도 했다. 그 때 윤석환 투수코치가 슬럼프에 빠진 랜들에게 조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다수 외국인선수들은 콧대가 높고 독단적인 편이다. 국내 코치들의 지적을 그냥 넘겨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랜들은 달랐다. 윤 코치의 충고와 지시에 귀를 기울이며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고 덕분에 투구 폼이 안정되고 제구력까지 좋아지며 후반기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리오스와 랜들에게는 이방인보다는 한국인의 정이 듬뿍 묻어난다. 두 선수 모두 팀을 위한 마음이 각별하고 코칭스태프 및 팀 동료들과도 허물없이 잘 어울린다. 게다가 한국 리그에 대한 존경심도 남다르다. 많은 외국인선수들이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리그에 대한 존경심 부족으로 방황한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리오스와 랜들이 진정한 한국형 원투펀치로 평가받는 진짜 이유도 어쩌면 여기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리오스-랜들 진정한 한국형 원투펀치
랜디 존슨(애리조나)-커트 실링(보스턴) 원투펀치는 포스트시즌에서 9승1패 방어율 1.30이라는 가공할만한 기록을 합작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애리조나의 11승 중 9승이 존슨과 실링의 손에서 비롯된 것. 특히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선발 실링-마무리 존슨의 필승계투까지 선보이며 애리조나를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존슨과 실링은 당당히 월드시리즈 MVP를 공동 수상, 야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원투펀치로 팬들의 기억에 남았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투수 분업화가 시작된 이후 존슨-실링 못지않은 막강 원투펀치들이 속속 등장했다. 원투펀치의 보유는 곧 한국시리즈 우승의 담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원투펀치들은 대체로 오래 가지 못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강력한 원투펀치를 형성하며 괄목할만한 시즌을 보낸 이듬해에 한 쪽 귀퉁이가 무너지기를 반복한 것.
하지만 여기, 3년째 리그를 장악하고 있는 역사상 최고 원투펀치가 있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원투펀치’ 다니엘 리오스(35)-맷 랜들(30)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가?
프로야구 투수 분업화가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원투펀치가 속속 등장한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장 강력한 원투펀치로는 10쌍을 꼽을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10쌍 중 7쌍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원투펀치라는 점이다. 2004년 레스-박명환의 두산과 2006년 류현진-문동환의 한화는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각각 3위와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
2006년 리오스-랜들의 두산은 10쌍 중 유일하게 포스트시즌에도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최고로 꼽히는 10쌍의 원투펀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합작해냈다. 지난해 객관적 전력상 열세로 평가되던 두산이 페넌트레이스 막판까지 4강 티켓을 노릴 수 있었던 것도 리오스-랜들 원투펀치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리오스-랜들 원투펀치는 2005년 후반기부터 맹위를 떨쳤다. 리오스가 전반기를 마치고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해오며 랜들과 함께 역사적인 막강 원투펀치를 형성한 것. 2005시즌 후반기에 리오스-랜들 원투펀치는 도합 160⅓이닝을 던져 14승4패 WHIP 1.05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두산이 2005시즌 후반기에 거둔 28승 중 절반이 리오스와 랜들의 손에서 나왔다.
이처럼 2005시즌 후반기부터 위력을 떨친 리오스-랜들 원투펀치는 기존 원투펀치들이 대부분 조로하거나 중간에 맥이 끊긴 것과 대조적으로 3시즌째 변함없는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리오스는 11경기에서 78⅔이닝을 소화하며 7승3패 방어율 1.83·WHIP 1.07을 기록하고 있다. 다승 공동 1위, 방어율 전체 1위, 이닝수 전체 1위, WHIP 전체 2위에 올라있다.
랜들도 만만치 않다. 10경기에서 64⅓이닝을 던져 6승1패 방어율 2.38·WHIP 0.96·탈삼진 51개를 잡아내고 있다. 다승 공동 4위, 방어율 전체 5위, 이닝수 전체 5위, WHIP 전체 1위, 탈삼진 전체 2위. 더욱이 두 선수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9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 이 부문에서 나란히 공동 1위에 랭크돼 있다. 두산이 거둔 22승 중 13승이 리오스-랜들의 선발승으로 두산 승리의 무려 59.1%를 두 선수가 책임졌다. 아직 기나긴 페넌트레이스의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역대 원투펀치 역사상 가장 높은 승리 비율이다.
▲ 원투펀치론 최상의 조합
원투펀치의 최상의 조합은 오른손 투수와 왼손 투수라고 볼 수 있다. 왼손 존슨과 오른손 실링이 원투펀치를 형성한 것처럼 말이다. 한국으로 치면 1994년 LG 김태원-이상훈, 2006년 한화 류현진-문동환이 존슨-실링과 비슷한 조합이라 할 수 있다.
리오스와 랜들 역시 같은 오른손 투수이지만 피칭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리오스는 강속구를 자신 있게 뿌리는 전형적인 파워피처다. 평균 구속 145km 내외의 직구를 타자 몸쪽으로 붙이길 즐긴다. 힘과 자신감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타입.
반면 랜들은 리오스처럼 볼 끝에 힘이 실린 강속구는 던지지 못하지만 대신 제구력이 안정적이고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외모에서부터 의욕이 가득한 리오스가 마운드에서 피 끓는 열정으로 공을 던진다면, 랜들은 새하얀 피부처럼 마운드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신중하게 피칭한다. 각기 다른 피칭 스타일로 승부하니 상대하는 타자들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피칭 스타일이 다른 두 선수도 공통점이 하나있다. 바로 꾸준함이다. 지난 2002년 KIA 유니폼을 입고 한국무대에 데뷔한 리오스는 외국인 투수로는 사상 첫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으며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3시즌 연속 200이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리그 최고의 철완이라는 평가대로 철저한 자기관리로 큰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있다. 2005시즌 두산에서 생애 첫 선발투수가 된 랜들 역시 2005시즌 불펜에서 3경기 등판한 것을 빼면 3년째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192⅓이닝을 던지며 리오스 못지않은 고무팔을 자랑하기도 했다.
리오스와 랜들이 꾸준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 투수 모두 경제적인 투구를 한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리오스는 경기당 평균 102.5구를 던졌다. 랜들은 경기당 평균 102.0구를 기록했다. 리오스는 특유의 시원시원하게 빠른 투구 템포에 서클체인지업·슬라이더·싱커 등 결정구가 빛을 발했다. 특히 서클체인지업은 리오스 같은 파워피처에게 최고의 결정구.
랜들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정확한 제구력과 허를 찌르는 볼 배합으로 투구수를 줄이는데 힘썼다. 올 시즌의 경우 리오스는 경기당 평균 투구수가 110.1구로 다소 늘어났는데 시즌 초반 바뀐 스트라이크존에 적응되지 못한 탓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라는 점도 감안해야한다. 랜들은 선발 등판한 10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91.8구밖에 던지지 않았다.
▲ 진정한 한국형 원투펀치
리오스는 지난해 9월12일 마산 롯데전에서 프로야구 역대 19번째 선발타자 전원 탈삼진 기록을 세우는 등 8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12승째를 챙겼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고향인 미국 마이애미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폐암으로 투병 중인 부친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급히 고향으로 돌아간 것. 떠나기 전까지 구단에 미안함을 감추지 못한 리오스는 약속을 하고 떠났다. 다음 등판일인 9월17일 잠실 KIA와의 더블헤더 2차전을 위해 등판 전날인 16일까지 돌아오겠다는 것.
리오스는 예정대로 16일 입국했고, 곧장 선수단에 합류했다. 더욱 놀라운 건 리오스가 미국에서도 한국시간에 맞춰 잠을 자는 등 다음 등판을 위해 철저하게 컨디션 관리를 관리했다는 점이었다. 리오스는 KIA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8이닝 3실점(2자책)으로 호투하고도 팀 타선의 부진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으나 모두에게 찬사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진정한 프로정신과 신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랜들도 여타 외국인선수와는 달랐다. 2005년 한국 땅을 밟은 랜들은 그해 6월 말부터 슬럼프에 빠졌다. 7월 초에는 2차례나 불펜에서 등판하기도 했다. 그 때 윤석환 투수코치가 슬럼프에 빠진 랜들에게 조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다수 외국인선수들은 콧대가 높고 독단적인 편이다. 국내 코치들의 지적을 그냥 넘겨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랜들은 달랐다. 윤 코치의 충고와 지시에 귀를 기울이며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고 덕분에 투구 폼이 안정되고 제구력까지 좋아지며 후반기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리오스와 랜들에게는 이방인보다는 한국인의 정이 듬뿍 묻어난다. 두 선수 모두 팀을 위한 마음이 각별하고 코칭스태프 및 팀 동료들과도 허물없이 잘 어울린다. 게다가 한국 리그에 대한 존경심도 남다르다. 많은 외국인선수들이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리그에 대한 존경심 부족으로 방황한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리오스와 랜들이 진정한 한국형 원투펀치로 평가받는 진짜 이유도 어쩌면 여기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