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렇게 결혼했어요

음...2007.06.05
조회3,653

여친이 어학연수차 멀리 떠난사이

새 남자친구가 생겼댔어요

그 바람에 이런저런일들이 생겼었구요

제 생활은 태풍을 만난 조각배마냥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죠

깊은 상실감에 몸서리쳐가며 밤낮으로 알콜의 힘에 기대고

술친구들의 위로로 간신히 버텨가던 중

이렇게 사는 것조차 지처가고 있었죠

 

그 와중에 다시 내 생활을 바로 잡고 싶단 생각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그 때 이미 졸업한 동아리 후배를 만났어요

친구와의 다이어트 내기로 인해서

싸이월드에서 일촌맺게되고

미니홈피를 왕래하다가

네이트온으로 친구등록까지 했죠

 

그랬더니 먼저 인사를 하더군요

그 인사가 시작이 되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답니다.

친구들과 함께 대천으로 짧은 일일여행도 다녀오구요

매주 월요일이 되면 함께 영화를 보기도 했지요

 

술없이 멀쩡한 정신으로

건강한 웃음을 나눌수 있다는것이

오히려 더 큰 위로가 되었죠

그치만 여전히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이 더욱 컸죠

 

이렇게 만난지 한 달 반 정도 지났을까

 

손이 시렵던지 문질러대던 손이 눈에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손을 잡았어요

전 손이 늘 따뜻하거든요

잡힌 손을 뿌리치지 않더군요

 

몇일 후 이 성격급한 후배가

제 입에서 사랑한단 말을 듣고 싶어하더군요

 

입이 안떨어졌어요

 

하지만 후배의 표정이 무척 심각했어요

 

저 또한 어찌해야 할 바를 정하지 못했죠

불과 얼마전 까지만해도

깊은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내모습에 대한 기억과

사랑이란 단어를 가볍게 얘기하기엔 그 말이 가진 의미가 너무나 무거워서

긴 침묵이 흘렀죠

 

그치만 이미 사랑한단 말을 요구하기 전에

내가 가진 상실감, 고통, 그 모든 것을 자기가 고쳐주겠다고 했던 그 후배의 말이

귀에 맴돌았죠. 거절하면 내게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더군요

 

어렵게 내 입에서

사랑한단 말이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후배는

눈물을 글썽이더군요

 

그리고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말을 입에서 내뱉는 순간

제게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삶의 기초를 다시 세운 느낌이랄까요?

그 토대위에 다시 행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사랑하는 맘이 샘솟듯 하더군요

 

그 후배가 먼저 올해안에 결혼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 덕분에 교제 조건은 2006년 안에 결혼한다가 되어버렸어요

이렇게 손 잡은지 3개월만에 상견례를 하고

상견례한지 2개월만에 결혼식을 했습니다.

 

근데 결혼 후 친구가 귀띔을 해주더군요

그 후배가 진작부터 절 좋아해서

잘 부탁한다고 도와달라고 했다고 ....

 

미니홈피로 일촌맺기 전에

제가 여친이랑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좋아했다더군요

그리곤 일촌을 맺고

네이트온으로 친구가 되고 난 다음에도

하루 종일 일이 엄청 많은데도

열심히 대화했다더군요

 

영화를 보여달라는 것 대천에 놀러간 것들 서울투어 등

친해지고 싶은 의도로 적극적으로 임했고

사랑한다고 말을 하게 한 것도 모두가

소위 말하는 계획적인 작업이었다더군요

 

그동안 우연이었다 싶었던 모든게

다 그녀의 계획아래 있었다니 좀 어안이 벙벙하긴 했지만

그 모든 사실을 알고 나니 더욱 사랑스럽더군요

 

작년 11월에 결혼해서

이제 뱃속 아기가 10주가 되었습니다.

임신하고서 부쩍 잠이 더 는 그 후배, 제 아내가

초저녁부터 벌써 잠자리들더니 지금도 쌕쌕거리면서 귀엽게 잘 잡니다. ㅎㅎ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