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 기억의 대합실***

질경이200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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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 기억의 대합실***

 

 

***아린 기억의 대합실***

 

 

새댁 아들이 맞냐며

세 번 네 번 되 묻던 남정네의 물음이

무안할 정도로

갓 돌 넘긴 녀석은 인물값을 못하고 있었다.

 

하얀 우주복에 눈물 콧물 범벅으로

얼룩을 만들어 놓고

에미 가슴에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로 남겨 놓았다.

 

명예롭지 못한 가계(家系)라도 좋으니

옳은 성씨는 찾아 줘야 한다는 순진한 늙은 새댁을

녀석은 비웃기라도 하는 듯

퍼질고 앉아 두 다리 펴고는 악을 악을 써댔다.

 

부평초같이 떠돌며 땅냄새 기억조차

까마득한

아비의 출생의 서러움을 기억하고 있었고,

결코 용서할 수 없는 할애비의 호적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 지경에 교양은 돼지목에 걸린 진주이며,

남의 이목(耳目)은

가지 끝에 억지로 남겨 둔 까치밥이었다.

 

볼기짝에 멍이 들도록 쥐어 패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이성을 잃어  손자국이 선명하도록 따귀를 때리기도 해도

녀석은 몇 시간을 울어대다

꾸벅 꾸벅

졸기 시작했다.

 

이미

백의민족의 고유혈통은 희석될대로 희석되었는데

지가 무슨 단군의 자손이라고

왕손이 어디 있고

맹수의 제왕도 꼬리 내리고 꼴돌히

푸념하는 세상,

 

이제 주인공은 무대위에 홀로 남아 막이 내려지길

반신불수의 몸으로 기다리고

증인들은 모두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한장 한장 뜯겨 져서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승차권처럼

단절의 세월을 살지는 말아야 겠으나

 

그날

새댁의 가슴에는

미혼모의 자궁에 잉태된 생명이 울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고 내릴 때마다

허리 통증으로

혀 밑으로 꾹 꾹 밀어 넣던 비명도 잊은 체

 

졸고 있는 녀석을 등에 업고는

같이 엉켜 버린

실타래속에서

헤어나려 발버둥치면 칠 수록

더욱 엉켜가는

실타래는 그냥 버려두기로 했다.  

 

 

 

글/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