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배

미시사가2003.05.23
조회2,243

제작년 여름무렵인가부터...
티비에서 한참 광고를 하던 운동기구가 있었는데..
하루에도 몇번씩..

 한번 할때마다 무려 20분인가를 광고를 하는데
처음엔 뭐 다른것들과 마찬가지로 과대광고이겟지 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몇번인가 자주 보게 되니까 마치 바로 저거만 있으면

나의 최대골칫거리(?)인 뱃살들을 모두 날려버릴수 있을거 같았다.
게다가  그 운동 기구는 별로 힘들이지도 않고 티비를 보면서 흔들의자에 앉아있는 편안 자세로
뱃살이며 등쪽에 붙은 살들도 모두 싹~~  날려보낼수 있다고

늘씬한(군살이라곤 눈 씻고 찾아도 없는) 여자와 조각을 해놓은듯한 몸을 가진 남자는 
멍하니 티비 앞에 앉은 나에게

당신의 고민 뱃살..

말끔히 해결해 드립니다..

지금 전화 하세요..
(요렿게 영어로 말한거 같음)

라고 말하는거 같아서 몇번인가 전화기를 들고
1- 800- XXX- oooo
으로 버튼을 누르고 싶었지만

가끔 티비 광고에 눈이 멀어 물건을 오다 해놓구선

어김없고 두고두고 후회를  하기에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하는 꼴 나기싫어서 나는 정말 꾸~~욱 잘 참았다..

그래,,, 저거 사는대신 하루에 20번만 윗몸 일으키기를 하면 되지...
다 낭비야.. 낭비..
(물론 난 단 한번도 윗몸 일으키기를 한적은 없음)

그렇게 몇달을 잘 넘겼는데 연말이 지나서 친구랑 WAL MART엘 갔었다.
근데 거기에 그간 티비에서 그렇게 열심히 광고하던

그 rocking chair 운동기구를 티비에서보다 15%나 싼 가격으로 나와있는게 눈에 들었다.

( 왜 그런건 내눈에 너무 잘 띄는건지 ...)

난 뭐를 시작하면 웬 준비가 그렇게 거창한지 모르겟다

전에도 한번 운동이라고  해본적이 있었는데
둘째를 낳고 몇달뒤에 잘 안빠지는 살을 좀 빼본다고
친구와 에어로빅을 했었다.
워낙이 운동이라고 하면 숨쉬기 운동,,,

큰맘 먹어야 겨우 하는 수영이 전부인  내가 그 어려운 에어로빅을 시작하면서
(물론 맨 뒤에 서서 앞의 강사의 힘찬 구령과 쩡쩡 울려대는 음악소리에 난 늘 한박자 늦게 )

한 세달인가 하다가는이핑계 저핑계..둘러대고   사실은 게을러서..

그만두고 말았다.

그런데 그 세달동안 웬 에어로빅복은 그렇게 많아졌는지

가끔 지하를 청소하다가 어쩌다 이게 무슨 박스지?

하고 박스를 열어보면 그때 사두었던 에어로빅 옷들이 켜켜로 싸여있는걸 보고는

이구~~~~ 옷만 보면 누가 내가 에어로빅 강사인줄 알겄다..  한다.

그후 난 운동이라곤 여전히 숨쉬기만 하고 살고있는 나한테

그 운동기구는 마치 운동하는데 게으른 나를 위해 만들어진 그런 기구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몇번의 망설임 끝에 사고야 말았다.
게다가결코 싼 가격이 아니라서 이걸 사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정말 열심히 할거 같았다.
 살때는  15% 나 깍아주고 있어서 그나마 돈 번거라고 위로아닌 위로까지 해가면서 집에 들여놓았다.

물론

첫날은 운동기구 사용 방법 비디오까지 보면서 정말 열심히 했다.
둘째날도...
세째날도....
..

..

..


그러더니 언제부터인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티비를 볼라치면 티비를 가리는 통에
(처음엔 티비보면서 편히 할 생각으로 앞에다 놓았음) 소파옆으로 치우고
또 거기는 장식장 앞이라서 유리를 깰지도 모른다고 구석으로 치운후부턴

그후 쭉 그자리에 변함없이 있게 되었다.

지금은 그 위에 잡다한 잡지책들이 놓여져 있다.


두번째..

 아령이다..

나이가 들면서 팔뚝에 너덜 너덜 붙어있는 살들이 신경쓰여서 어느날인가 아령을 하나 샀다.
그것 역시 티비를 보면서 할거라고 해서는 리모콘 박스에 넣어서 소파 옆에도 두었는데
아령이 리모콘을 담아두는 바스켓보다 무거워 걸핏하면 자빠져있기가 일쑤이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바닥에 놓아둔걸 못보고서

그 아령에  발이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괜히 애꿎은 아이들한테만 신경질을 부린다.

거봐.. 물건 쓰고 제자리에 놓아두라고 해찌!!!!
아무대나 두니까 다치자너...

이구,,,
한번 말을 해서 듣는 법이 없어...
엄마가 니들때문에 못살아...


결국 그 분홍색 아령은 자꾸 발에 결린다는 이유로 소파옆 사이드테이블 밑 구석에 숨어있다..

세번째..

한국엘 갔을때 친정집에 아주 요상그런 운동기구가 하나 있었다..
그냥 걸레질하듯 제자리에서 뭔가를 밀었다 당겼다하면
그 흉한 뱃살이 빠진다고 한국 홈쇼핑에서 열심히 광고를 하던거엿다.

한달뒤쯤 캐나다로 돌아올때

한국에서 가져올 물건들로 가방은 이미 꽉 차있었다.

물론 그안엔 그 운동기구도 ..

 

그걸 본 엄마는 그런걸 왜 가지고 가냐구  그거 넣은 자리 있으면 다른걸 더 가지고 가라고

성화셨지만


아니야...
이거 거기가면 없어.. (사실은 있는데 집에서 가져오면 공짜니까)
멸치나 미역은 거기서도 사먹을수 있다니까~~~~

하고는 그 운동기구를 가방에 꾸역꾸역 넣어가지고 왔는데..


막상 며칠 하다보니 배가 땡기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어구구~~

소리를 내야지 일어날수 있게 되니까  아무래도  며칠은  쉬어야 겠다 했던것이

이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쉬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한국처럼 마루 바닥이 아니라 카펫트라서 제대로 밀리지도 않는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구석 저구석 쫒겨 다니다가
지금은 결국 책상밑에 고이 모셔두었다..

운동은 뭐...
나중에 시간나면,. 그때하지...
아직은 그래도 말랐다는 소리는 들으니까..
나중에 해도 될거야...

요새는 마음속으로 늘 이렇게 자위아닌 자위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이랑 한국 비디오를 보다가

그만 난 마치 심마니가 산삼을 찾은거처럼 아주 대단한걸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때 내 심정은 심마니보다 더 기뻣으니까..
기쁜 마음으로 같이 비디오를 보던 동생에게 소리쳣다..

야!!! 봐봐...
너두 봤지???응? 응???

머얼~???

아닌밤중에 홍두깨라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동생에게

황신혜 똥배나온거.. 너두 봤지????
와~~~ 쟤네들도 나오는구나..
운동도 디게 열심히하고 다이어트도 할텐데...그래도 나오자너,,,
황신혜도 똥배가 나온다.. 야~~~~~~


나한텐 정말 대단한 위로이고 발견이었다..
아무것도 안하는 나나 열심히 운동하고 가꾸는 황신혜나 다 똑같이

나이먹으면 나오는게 똥배구나...정말 대단한 발견이였다.

어찌나 흐믓하던지..

난 얼른 전화기를 들었다.

원래 기쁜소식은 나누면 두배가 된다지.. 아마


어디다 전화하려구???

어엉~~~ 샐리네...

왜??

황신혜 똥배 나왔다고 말해야쥐~~~~~~~~~~~
이렇게 기쁜 소식을 나만 알고 있으면 안돼쥐~~~~~

그건 은닉죄야..

비디오를 보다말고 전화기를 드는 나에게 동생이 한마디 했다..


근데..

누나...
똑같이 똥배가 나와도 말이지..
이쁜거는 다 용서가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