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워쇼스키 형제는 어떻게 이런 엄청난 스토리를 생각해냈을까요? 영화의 제작 배경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세요.
말틴 :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이런 '기발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었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혹은 '얼마나 훌륭히' 영화화 해내었냐 하는 것입니다. '매트릭스'와 유사한 소재는 이전에도 많은 영화들에서 다루어졌습니다. <토탈 리콜>(왜 아니겠습니까! 워쇼스키 형제는 필립 K. 딕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야곱의 사다리>, <오픈 유어 아이즈> 등등. <매트릭스>의 공개 직전에 만들어진 <다크 시티> 역시 유사한 주제를 다룬 영화였습니다. (<다크 시티>에서 쓰였던 세트 중 하나가 <매트릭스>에서 그대로 쓰인 거 아시나요? 어떤 것인지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전의 어떤 영화도 이 영화처럼 기발한 방법으로 이런 소재를 다루진 못했으며, 이 영화와 같은 뛰어난 완성도와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는 점이 많은 관객들로 하여금 '와 정말로 놀랍고 창의적인 스토리이다'라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단기 기억 상실증'을 소재로 삼은 영화는 <메멘토>가 처음이 아니었음에도 그 정도의 성과를 거둔 영화가 없었기에 사람들에게는 (그런 영화를 전에 보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단기 기억 상실증'하면 이 영화만 기억되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매트릭스>의 스토리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처럼 워쇼스키 형제가 오랜 시간 영화화를 꿈꾸며 다듬어왔던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느 순간 '번쩍'하고 떠오른 아이디어였지요.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가 말해주듯 이 아이디어는 사실 만화책을 위한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들이 이 아이디어의 '영화화'를 '꿈'꾸기 시작했을 때, 그때까지 그들의 인생과 사상을 지배하고 있던 모든 지식과 관심사들이 이 아이디어 속에 녹아들어 하나로 뭉치게 되었습니다. 저패니메이션, 홍콩 무술 영화들, 오우삼, 필립 K. 딕의 소설, 그리고 장 보들리야르에서 장자에 이르는 동서양 철학까지. 영화의 초반부에 나오는 네오의 방에 장 보들리야르의 저서 '시뮬라크라와 시뮬라시옹'이 있는 것을 보고 저는 처음에 이렇게 생각했지요. '만화책과 저패니메이션, 홍콩 영화에 미쳐서 살고 있던 신세대 감독들이 저걸 끝까지 읽어보기나 했을까?' 하지만 이들의 뒷조사를 해본 결과는 무척 흥미로왔습니다. 그들은 이 골치 아픈 책을 마치 만화책 읽듯이 즐겨 읽었답니다! 심지어 네오의 역을 맡았던 키애누 리브스에게도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으라고 심각하게 권고했을 정도입니다. 참 재미있는 친구들이지요. 이렇게 해서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만들어진 스토리는 모두 제대로 영화화하려면 최소 3부작 정도는 되어야 할 정도로 방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영화화 된<매트릭스>분의 스크립트를 제작자에게 보여주고 영화화를 의뢰했지만,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거절되었습니다. - 관객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복잡한 내용이라는 것과 엄청난 제작비가 든다는 것 - 하지만 이 기간동안 그들은 두 가지의 커다란 수확을 거둡니다. 하나는 이들이 직접 각본을 써 주었던 영화 <어쌔신>에서의 경험입니다. '거장'이라 부르기는 약간 미흡한 면이 있습니다만, 적어도 훌륭한 테크니션임에는 틀림없는 리차드 도너에 의해 연출된 이 영화에는 오우삼의 이른 바 쌍권총 슬로우 액션에 헐리우드식의 멋진 편집과 촬영기법을 결합한 황홀한 액션 장면이 나옵니다. 워쇼스키는 이 장면들이 연출되는 과정을 직접 보고 경험했으며, 이 경험은 물론 <매트릭스>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되었지요. 두 번째는 물론 이들이 감독으로 데뷔한 저예산 영화 <바운드>의 비평적 성공입니다.
Q : 아주 원초적인 질문입니다. 매트릭스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생겨났죠?
말틴 : 영화를 여러 번 열심히 보신 분들이라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당연히 줄줄 꿰고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을 위하여 영화에서 자세히 설명되지 않은 것들을 약간 포함하여 연대기 순으로 간단하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21세기초, 인류는 드디어 AI(인공지능)를 탄생시킵니다. 인류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AI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며, '생존 본능'에 따라 스스로 많은 '기계족'들을 탄생시키게 됩니다.
2. AI의 세력 확장은 은밀하게, 그러나 급속도로 이루어졌습니다. 자신들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인류와 AI 사이에 오로지 생존을 위한 '전쟁'이 발발합니다.
3. 인간들은 당시 AI가 전력원으로 의지하고 있던 태양 빛을 인공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기계족들의 작동을 중단시키려 합니다. 그러나 AI는 이미 전 인류를 압도할만한 세력으로 커져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대체 동력원을 찾아내게 됩니다. 바로 그것은 자신을 탄생시켰으며, 자신을 다시 파괴시키려고 하던 장본인인 인간들이죠.
4. AI는 태양빛의 대체 전력원으로 많은 다른 것들을 생각해 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AI가 전력원으로써는 그다지 효율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인간을 굳이 선택한 이유는 인간이 오랫동안 기계를 노예로 삼아왔듯 그들을 자신의 완전한 노예로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결국, 인간이 오랫동안 기계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며 기계와 더불어 '공존'했듯, AI도 인간의 도움을 받아 생명(?)을 유지하며 인간과 더불어 '공존'하게 되는 묘한 상황이 펼쳐지게 됩니다.
5. AI에 의해 완전히 유린된 인간들은 이제 '고치' 속에 갇힌 채 기계들의 전력원이 되고 맙니다. 인간들의 죽은 시체는 액화되어 살아 있는 다른 인간들의 영양분으로 '재활용'됩니다.
6. 이제 인간들은 더 이상 '태어'나지 못하고 기계족들에 의해 '재배' 될 뿐입니다. 이 질서를 유지함에 있어 AI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들이 '깨어나서'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도록 계속 '잠재우는' 것이었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매트릭스'입니다.
7. 첫 번째 매트릭스는 지나치게 완벽한 것이었습니다. 인간 사회가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결점들이 전혀 없었던 탓이 인간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의심하게 됩니다. 결국 첫 번째 매트릭스는 실패로 끝나고, 기계족들의 '수확물들'은 종말을 고하고 맙니다.
8. AI는 인류가 AI를 탄생시키기 직전의 상황, 문명이 최고도로 발달하여 인류가 자만심으로 가득 차있던 20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하여 새로운 매트릭스를 탄생시킵니다. 이 매트릭스는 이전 버전과는 달리 인간 세상의 법칙을 그대로 반영한 '불완전(?)'한 것으로써, 이때서야 비로소 인간들은 가상 세계를 '현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9. 인간들은 이 가상공간 - '불완전'하기 때문에 '완벽'한 - 을 이제 절대로 거역할 수 없게 됩니다. 가끔씩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잠에서 깨어나는 이들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깨어나는 즉시 기계족들의 '전력원'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죄로 매트릭스와의 연결에서 제외됨과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10. 매트릭스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 속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매트릭스를 거역하고 변형할 수 있는 '그(The one)'가 탄생합니다. 그는 여러 사람들을 깨운 뒤 자신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가르쳐주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 반란군'의 탄생이지요.
11. 인간 반란군들은 기계족들의 눈을 피해 땅 속 깊은 곳에 그들만의 도시 '자이온(Zion)'을 건설하여 세력을 키워 나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인간의 도시 역시 '컴퓨터'가 있어야만 제대로 운영되는 도시지요. 지구의 중심에서 가까운 곳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 이곳에서는 '지열'이 주된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자이온에서는 임무를 띤 여러 척의 호버크래프트들을 현실 세계의 여기 저기에 침투시킵니다. 그 중 하나가 모르피어스 일행이 탄 '네버캐네자'지요.
12. 인간 반란군들은 가상 세계를 부정하고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이들을 하나 둘씩 깨워 자신들의 편으로 포섭하게 됩니다. 이들의 중심에서 오랫동안 충실한 조언자 역을 해왔던 사람은 특별한 지각 능력을 가진 오라클(예언자)이었죠. 그녀는 오래 전 숨을 거두었던 '그(The one)'가 돌아올 것을 예언하게 되고, 모르피어스와 동료들은 오랫동안 '그'를 찾게 됩니다. 매트릭스의 시간으로 1999년, 실제 시간으로 2199년 무렵, 그들은 드디어 '그'라고 여겨지는 사람을 찾아내고 그와의 접촉에 성공합니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이러한 기본적인 설정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재미있는 장치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Q : 어떤 것들이 있나요?
말틴 : 우선 주인공들의 이름이죠. 사실 전 끼워 맞추기식의 이런 해석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는 사람입니다만, 이 영화의 이름들은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나 재미있어서 무시할 수가 없더군요. 주인공의 이름 'neo'가 희랍어로 'new'를 뜻하는 말이라는 것은 다들 아실테고, 이것이 'one'의 애너그램이라는 사실과 '예수'의 암시라는 것, 'Morpheus'의 의미도 영화 공개시부터 여기 저기서 수없이 다루어진 너무나 진부한 것들이라 여기선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하지만 이런 것은 생각해보셨나요?
1. 주인공 네오의 매트릭스 속의 이름인 '토마스 앤더슨(Thomas Anderson)'의 의미입니다. Anderson은 외형적으로 앤더스의 아들(Son of Anders)를 뜻합니다만, 더 깊이 들어가면 앤더스(Anders)는 앤드류(Andrew)를 뜻하기도 하고, 이것은 'man'을 뜻합니다. 결국 'anderson'은 '사람의 아들'(Son of man)이라는 묘한 의미를 띄게 되죠. (기계의 아들이 아닌? 역시 '예수'에 관련된 암시일까요?) 더 재미있는 것은 'Thomas'입니다. 이것은 '쌍둥이(twin)'을 뜻하는 이름입니다. 그럼 토마스 앤더슨은? 즉, 구원자는 부활을 거친 두 개의 삶을 산다는 뜻일까요?
2. '배신자' 사이퍼(Cypher)의 이름이 '루시퍼(Lucifer)'의 변형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3. 매트릭스 안에서 네오가 거주하는 방은 101호입니다. 네오(neo)가 'one'의 애너그램임을 생각하면 뭔가 의미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이것이죠. 101은 바로 컴퓨터의 이진법에서 쓰이는 두 개의 숫자 0과 1의 조합이라는 사실. 즉 네오는 컴퓨터가 창조한 매트릭스 내에서 조차 '컴퓨터의 세계'에 갖혀서 살고 있었던 셈입니다. 또 흥미로운 사실은, 영화 첫 장면에서 트리니티가 갖혀있던 호텔 방의 번호가 303호였다는 사실. 트리니티(Trinity)가 '3'을 뜻한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역시 흥미롭지요.
4. 모르피어스가 지휘하는 호버크레프트 네버캐네자에는 'Mark Ⅲ. No. 11'이라는 표식이 붙어있습니다. 성서가 있으신 분은 Mark 3:11(마가복음 3장 11절)에 어떤 말이 있는지를 찾아보세요. 역시 'neo'와 연관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5. 오라클의 등장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흐르던 곡은 듀크 앨링턴의 'I'm beginning to see the light'입니다. 역시 암시성이 강한 제목이지요? -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오라클의 역을 맡았던 배우 글로리아 포스터가 갑자기 사망함에 따라 그녀가 출연하기로 예정되어있던 후속작(특히 3편에 해당하는 Matrix revolution)의 내용이 다소 바뀌게 되었는데요. 이야기 구조상 그녀의 활약은 후속편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확실시되었기에 감독들이 어떤 식으로 그녀의 공백을 채워 나갈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아무래도 뭔가 허전하겠지요?
6. 영화속에서 '매트릭스'로 투영되는 공간은 '가상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촬영감독 빌 포프에 의해 의도적으로 '녹색 톤'으로 촬영되었습니다. 이것은 워쇼스키 형제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한 것인데요, 극장에서 볼 때는 그렇게 효과적으로 보이던 색감이 DVD로 보니 영 '아니올시다'더군요. - 실제로 DVD 출시시 많은 사람들이 화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불평을 해대곤 했습니다. -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보아야 제 맛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경험이었지요. '가상 공간'인 매트릭스 안의 사람들이나 사물이 사람의 마음속에 투영된 이미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 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반사'이미지가 사용됩니다. 모르피어스의 안경에 비친 네오의 모습, 영화속에 수없이 등장하는 거울에 반사되는 사람들, 유리창이 빽빽히 박힌 건물에 반사되어 비치는 헬리콥터의 모습 등등..
7. 가상공간 '매트릭스'안에서는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납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죠. 영화 초반부 네오가 요원들에게 붙잡혀 갈 때 트리니티가 그 광경을 오토바이의 거울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장면이 뭔가 '이상하다'라고 느끼신 분이 과연 몇 분이나 될까요? 거울 속의 사건은 '슬로우 모션'으로 일어나고 있는 반면 거울 밖의 사건은 정상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들이 매트릭스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기를 거부합니다. 이것은 영화 '매트릭스'가 아닌 우리들이 사는 실제 세상에서 사람들이 도저히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실들을 적당히 합리화하고 넘어가려는 습성과 너무나 흡사해 소름이 끼치기도 합니다!
Q : 요원(Agent)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설명해 주세요.
말틴 : 요원들은 매트릭스 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AI에 의해 탄생된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닌 AI안의 또 다른 AI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1. 이들은 한 눈에 보아도 '정부 요원'임을 알 수 있는 복장(검은 옷, 넥타이와 선글라스)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항상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매트릭스 안의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세 명의 이들 요원 중 우두머리는 아시다 시피 '스미스' 요원입니다.
2. 이들은 - 정확히 말해 이 프로그램은 - 매트릭스 안에 구속되어 있는 인간들의 몸 - 이것도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의 '잉여 자기 이미지(Residual self-image)' -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습니다.
3. 이들은 매트릭스 안에서는 죽일 수가 없습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주인공들이 힘들게 이들을 향해 권총을 쏘느냐고요? 그것은 이들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이 기생하고 있는 '몸'을 죽이기 위해서입니다. 일단 그 몸이 죽고 나면 이들은 다른 살아있는 몸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4. 이들은 매트릭스 안에서 인간들이 상상하기 힘든 스피드와 괴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인간들의 몸 사이를 옮겨 다니고 괴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가급적 인간에게 보이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들은 트리니티와 같은 특수범(?)을 잡을 때와 같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그 위력을 발휘하곤 합니다.
5. 이들은 항상 권총을 가지고 다닙니다. 왜 기관총이나 M-16이 아니냐고요? 말씀드렸다시피 '정부 요원'으로써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광선총을 안겨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매트릭스 속의 시대는 1999년이니 그럴 수는 없잖아요?
6. 재미있는 것은 이들은 마치 컴퓨터 게임의 캐릭터와 같은 특성을 지녔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싸움 도중 썬글라스가 부러지기도 하고 권총의 총알이 바닥나기도 합니다만, 다른 몸으로 이동하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복귀합니다. 마치 게임에서 주인공 캐릭터가 죽고 나서 다시 등장할 때에는 본래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아이템들을 모두 가지고 다시 등장하는 것과 같지요. 이들이 컴퓨터가 탄생시킨 캐릭터임을 생각한다면 정말 재미있는 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7. 그럼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 또 하나. 요원은 '네오'의 몸 속으로 침입할 수 없는가? 물론 가능합니다. 모르피어스가 설명하듯, 매트릭스 내의 모든 사람들은 요원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 차 안에서 스위치가 네오에게 총을 겨눈 것도 바로 이런 위험성 때문이었습니다. 요원이 네오의 몸 속으로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그를 통해 '모르피어스'를 찾기 위함이었지요. 매트릭스의 구속에서 벗어난 네오는 네버캐네자의 다른 사람들처럼 더 이상 기계에 연결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요원이 침입할 수가 없었죠.
<매트릭스>에 대해 알고 싶은 두 세가지 것들 ①
<매트릭스>에 대해 알고 싶은 두 세가지 것들 ①
김정대(영화 칼럼니스트) 출처 http://www.nkino.com/
Jean Baudrillard, 『Simulacres et Simulation』중.
Q : 워쇼스키 형제는 어떻게 이런 엄청난 스토리를 생각해냈을까요? 영화의 제작 배경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세요.
Q : 아주 원초적인 질문입니다. 매트릭스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생겨났죠?
말틴 : 영화를 여러 번 열심히 보신 분들이라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당연히 줄줄 꿰고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을 위하여 영화에서 자세히 설명되지 않은 것들을 약간 포함하여 연대기 순으로 간단하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21세기초, 인류는 드디어 AI(인공지능)를 탄생시킵니다. 인류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AI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며, '생존 본능'에 따라 스스로 많은 '기계족'들을 탄생시키게 됩니다.
2. AI의 세력 확장은 은밀하게, 그러나 급속도로 이루어졌습니다. 자신들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인류와 AI 사이에 오로지 생존을 위한 '전쟁'이 발발합니다.
3. 인간들은 당시 AI가 전력원으로 의지하고 있던 태양 빛을 인공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기계족들의 작동을 중단시키려 합니다. 그러나 AI는 이미 전 인류를 압도할만한 세력으로 커져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대체 동력원을 찾아내게 됩니다. 바로 그것은 자신을 탄생시켰으며, 자신을 다시 파괴시키려고 하던 장본인인 인간들이죠.
5. AI에 의해 완전히 유린된 인간들은 이제 '고치' 속에 갇힌 채 기계들의 전력원이 되고 맙니다. 인간들의 죽은 시체는 액화되어 살아 있는 다른 인간들의 영양분으로 '재활용'됩니다.
6. 이제 인간들은 더 이상 '태어'나지 못하고 기계족들에 의해 '재배' 될 뿐입니다. 이 질서를 유지함에 있어 AI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들이 '깨어나서'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도록 계속 '잠재우는' 것이었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매트릭스'입니다.
7. 첫 번째 매트릭스는 지나치게 완벽한 것이었습니다. 인간 사회가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결점들이 전혀 없었던 탓이 인간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의심하게 됩니다. 결국 첫 번째 매트릭스는 실패로 끝나고, 기계족들의 '수확물들'은 종말을 고하고 맙니다.
8. AI는 인류가 AI를 탄생시키기 직전의 상황, 문명이 최고도로 발달하여 인류가 자만심으로 가득 차있던 20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하여 새로운 매트릭스를 탄생시킵니다. 이 매트릭스는 이전 버전과는 달리 인간 세상의 법칙을 그대로 반영한 '불완전(?)'한 것으로써, 이때서야 비로소 인간들은 가상 세계를 '현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9. 인간들은 이 가상공간 - '불완전'하기 때문에 '완벽'한 - 을 이제 절대로 거역할 수 없게 됩니다. 가끔씩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잠에서 깨어나는 이들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깨어나는 즉시 기계족들의 '전력원'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죄로 매트릭스와의 연결에서 제외됨과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10. 매트릭스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 속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매트릭스를 거역하고 변형할 수 있는 '그(The one)'가 탄생합니다. 그는 여러 사람들을 깨운 뒤 자신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가르쳐주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 반란군'의 탄생이지요.
11. 인간 반란군들은 기계족들의 눈을 피해 땅 속 깊은 곳에 그들만의 도시 '자이온(Zion)'을 건설하여 세력을 키워 나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인간의 도시 역시 '컴퓨터'가 있어야만 제대로 운영되는 도시지요. 지구의 중심에서 가까운 곳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 이곳에서는 '지열'이 주된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자이온에서는 임무를 띤 여러 척의 호버크래프트들을 현실 세계의 여기 저기에 침투시킵니다. 그 중 하나가 모르피어스 일행이 탄 '네버캐네자'지요.
12. 인간 반란군들은 가상 세계를 부정하고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이들을 하나 둘씩 깨워 자신들의 편으로 포섭하게 됩니다. 이들의 중심에서 오랫동안 충실한 조언자 역을 해왔던 사람은 특별한 지각 능력을 가진 오라클(예언자)이었죠. 그녀는 오래 전 숨을 거두었던 '그(The one)'가 돌아올 것을 예언하게 되고, 모르피어스와 동료들은 오랫동안 '그'를 찾게 됩니다. 매트릭스의 시간으로 1999년, 실제 시간으로 2199년 무렵, 그들은 드디어 '그'라고 여겨지는 사람을 찾아내고 그와의 접촉에 성공합니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이러한 기본적인 설정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재미있는 장치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Q : 어떤 것들이 있나요?
말틴 : 우선 주인공들의 이름이죠. 사실 전 끼워 맞추기식의 이런 해석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는 사람입니다만, 이 영화의 이름들은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나 재미있어서 무시할 수가 없더군요. 주인공의 이름 'neo'가 희랍어로 'new'를 뜻하는 말이라는 것은 다들 아실테고, 이것이 'one'의 애너그램이라는 사실과 '예수'의 암시라는 것, 'Morpheus'의 의미도 영화 공개시부터 여기 저기서 수없이 다루어진 너무나 진부한 것들이라 여기선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하지만 이런 것은 생각해보셨나요?
2. '배신자' 사이퍼(Cypher)의 이름이 '루시퍼(Lucifer)'의 변형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4. 모르피어스가 지휘하는 호버크레프트 네버캐네자에는 'Mark Ⅲ. No. 11'이라는 표식이 붙어있습니다. 성서가 있으신 분은 Mark 3:11(마가복음 3장 11절)에 어떤 말이 있는지를 찾아보세요. 역시 'neo'와 연관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5. 오라클의 등장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흐르던 곡은 듀크 앨링턴의 'I'm beginning to see the light'입니다. 역시 암시성이 강한 제목이지요? -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오라클의 역을 맡았던 배우 글로리아 포스터가 갑자기 사망함에 따라 그녀가 출연하기로 예정되어있던 후속작(특히 3편에 해당하는 Matrix revolution)의 내용이 다소 바뀌게 되었는데요. 이야기 구조상 그녀의 활약은 후속편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확실시되었기에 감독들이 어떤 식으로 그녀의 공백을 채워 나갈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아무래도 뭔가 허전하겠지요?
Q : 요원(Agent)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설명해 주세요.
말틴 : 요원들은 매트릭스 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AI에 의해 탄생된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닌 AI안의 또 다른 AI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2. 이들은 - 정확히 말해 이 프로그램은 - 매트릭스 안에 구속되어 있는 인간들의 몸 - 이것도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의 '잉여 자기 이미지(Residual self-image)' -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습니다.
3. 이들은 매트릭스 안에서는 죽일 수가 없습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주인공들이 힘들게 이들을 향해 권총을 쏘느냐고요? 그것은 이들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이 기생하고 있는 '몸'을 죽이기 위해서입니다. 일단 그 몸이 죽고 나면 이들은 다른 살아있는 몸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4. 이들은 매트릭스 안에서 인간들이 상상하기 힘든 스피드와 괴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인간들의 몸 사이를 옮겨 다니고 괴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가급적 인간에게 보이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들은 트리니티와 같은 특수범(?)을 잡을 때와 같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그 위력을 발휘하곤 합니다.
5. 이들은 항상 권총을 가지고 다닙니다. 왜 기관총이나 M-16이 아니냐고요? 말씀드렸다시피 '정부 요원'으로써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광선총을 안겨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매트릭스 속의 시대는 1999년이니 그럴 수는 없잖아요?
6. 재미있는 것은 이들은 마치 컴퓨터 게임의 캐릭터와 같은 특성을 지녔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싸움 도중 썬글라스가 부러지기도 하고 권총의 총알이 바닥나기도 합니다만, 다른 몸으로 이동하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복귀합니다. 마치 게임에서 주인공 캐릭터가 죽고 나서 다시 등장할 때에는 본래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아이템들을 모두 가지고 다시 등장하는 것과 같지요. 이들이 컴퓨터가 탄생시킨 캐릭터임을 생각한다면 정말 재미있는 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7. 그럼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 또 하나. 요원은 '네오'의 몸 속으로 침입할 수 없는가? 물론 가능합니다. 모르피어스가 설명하듯, 매트릭스 내의 모든 사람들은 요원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 차 안에서 스위치가 네오에게 총을 겨눈 것도 바로 이런 위험성 때문이었습니다. 요원이 네오의 몸 속으로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그를 통해 '모르피어스'를 찾기 위함이었지요. 매트릭스의 구속에서 벗어난 네오는 네버캐네자의 다른 사람들처럼 더 이상 기계에 연결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요원이 침입할 수가 없었죠.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