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me

여향2007.06.09
조회321

 

 

 

상처는 물에 닿으면 아프다.

그래서 비가오면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은 아프다.

 

 

 

 

언젠가 잠시 서로 기간을 정해서 만나자.

라는 일종의 계약 연애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부산 아가씨였고, 저는 서울에 있었죠.

서로가 외롭고, 서로가 아프지만, 상처받음이 두려워서

쉽게 다가가지 못함을 뼈저리게 공감한 어느날,

그녀가 용기내서 제게 말을 했던것이죠.

 

계약연애.

 

4글자 속에서,

그 4글자가 주는 자유와 책임과 그 후의 아픔은,

사랑한 후에 오는 상처들과 같거나 더 큰 것일수도 있다는것을 모른 체,

그녀와 저는 그 속으로 가파르게 달려갔었습니다.

 

매주 그녀는 서울로 왔고,

나는 매주 그녀를 위해 주말을 비우고, 시간을 비웠습니다.

그녀와 만나는 그 순간부터는 휴대폰조차 꺼둘정도로.

그녀 에게로만 시선을 고정시켰었지요.

그녀 역시..

 

딱3번의 만남.

매일 매일 메신져와 메일로 만났지만,

실상 만난것은 3주동안의 주말 - 6일 - 뿐이었지요.

 

그 3주.

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몇백통의 문자와 전화와 메일.

그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이야기했고,

지난 시간 아파했던 상처를 서로가 보듬었고,

연인 이라는 모습으로 서로에게 지극히 충실했었답니다.

 

정말 서로에게 가까워지던 3주째 마지막 날,

우리는 헤어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말 영화처럼 그렇게 돌아서서 아닌 척, 몰랐던 척,

마치 처음부터 그 시간과 그곳에는 우리가 없었다는 것처럼 돌아서 버렸습니다.

 

하지만 추억은 너무나 잔인하더군요.

그녀와 걸었던 풍경과, 그녀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우연히 혹은 의도하여 접하면,

겨우 3주뿐이었는데도 아릿한, 발끝 저리는 감정이 되살아나와,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들어버리니까...

 

고작 3주뿐이었는데,

이젠 얼굴도 희미한데,

이렇게나 생각이 나다니...

 

오늘 아침.

책장을 정리하다가,

그녀가 제게 건넨 책을 무심히 뽑아들고,

책장을 펴는데,

비행기 발권표가 떨어지더군요..

아프기 싫어서 멀리 두었던 책인데,

그 속에서 우연히 추억과 조우를 하게 되었네요.

잔인한 사람.

그렇게 나에게는 잊겠노라 말을 했으면서,

정작 그녀는 제게서 잊혀지기 싫었나봅니다.

그 발권표 아래 쓰인 한마디.

Remember me .

 

이래저래 오늘은 아픈 주말이 될듯 하네요.

삼공방님들은 즐거운 주말이 되세요. :)

 

 

더하는 글.

 

비가 왔으면 좋겠어요.

그냥...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