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중간 수준 정도다. 무역투자진흥공사가 조사한 '2006년 세계 주요도시 생활여건'이라는 자료를 보면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세계 16위로 조사됐다.
그러나 소득수준을 감안한 상대적인 휘발유 가격은 비싸다.
석유협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으로 1인당 GNI(국민총소득)를 감안한 휘발유 가격은 우리나라를 100으로 놓았을 때 일본이 31.7, 미국이 17.0 독일이 46.6 뉴질랜드가 40.9로 조사됐다.
국민들이 주유소 휘발유 가격에서 느끼는 저항감이 엄살은 아닌 셈이다.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다소 높은 편이긴 하지만 세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은 캐나다, 미국 등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세금비중은 '보통' 수준이다.
▲ 출처 : Energy Détente (2007. 4), 호주 뉴질랜드는 세금자료 미비로 판매가격만 기록. 환율은 940.03원 기준
2. 휘발유 값이 오르면 세금도 따라 오르나?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휘발유 값의 몇%' 식으로 붙이는 게 아니라 '휘발유 1리터당 얼마'식으로 붙이는 정액제다. 말하자면 종가제가 아니라 종량제인 것이다.
휘발유 값이 현재의 반값이 되건 두 배가 되건 유류세는 같다. 기름값이 올라 유류세를 내리라는 소비자들의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정부가 "소비를 줄이면 세금을 덜 물지 않느냐" 또는 "기름값이 오를수록 기름값에서 차지하는 세금비중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는 ℓ당 535원이다. 교육세와 주행세가 각각 교통세의 15%, 24%가 붙는다. 교통세는 80.5원, 주행세는 128.4원이다. 결국 모두 합해 743.9원은 휘발유 값이 얼마가 되든 무조건 정액으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여기에 판매가격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낸다. 리터당 1600원에 주유를 했다면 160원이 더 붙어서 세금 총액은 903.9원이다.
만약 휘발유 값이 리터당 1000원으로 떨어졌다고 하자. 그 중에 유류세금은 743.9원이 되고, 여기에다 부가가치세(판매가 1000원의 10%)가 100원이 더 붙어 세금총액은 결과적으로 843.9원이 되는 것이다.
만약 휘발유값이 3000원이 된다면 유류세금은 743.9원으로 변화가 없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판매가 3000원의 10%인 300원이 더 붙기 때문에 세금총액은 1043.9원이 된다.
결론적으로 휘발유 값이 변해도 유류세는 변화가 없다. 다만 휘발유 판매가에 연동되는 부가세가 다소 오르긴 하지만, 앞의 사례에서처럼 세금의 변동폭은 휘발유 판매가의 10% 수준이어서 가격영향이 크지 않은 편이다.
이렇게 본다면 휘발유 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세금이 오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정유사에서 공급하는 휘발유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3. 국제유가는 찔끔 오르는데 왜 휘발유 값은 크게 오르나?
SK(003600) GS칼텍스 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가격(공장도가격)은 두바이유 등 국제 원유가격에 따라 오르내리는 게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 휘발유 상품가격에 따라 오르내린다.
국제 원유가격이 조금 올라도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제품값이 크게 오르면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도 크게 오르는 것이다. 반대로 국제유가가 많이 올라도 싱가포르 국제시장의 휘발유 값이 오르지 않으면 정유사의 휘발유 가격도 오르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국제 휘발유 제품가격은 국제 원유가격과 방향성은 같지만 상승 기울기는 더 가파르게 올랐다. 그러다보니 국제 제품가격에 연동되는 국내 휘발유 값 상승폭도 가팔라진 것.
쉽게 말해 밀가루(국제원유)값은 밀가루 수급에 따라, 빵값은 빵의 수급상황에 따라 각각 가격 변동폭이 달라지기 때문에 밀가루값이 10% 오른다고 해서 빵값도 10%만큼 올라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국제 원유가는 10% 올랐는데, 국내 휘발유 가격은 20% 올랐으니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은 현재 휘발유 값 책정기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휘발유값 책정기준을 국제제품값으로 하지말고 원유가격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하다.
4. 정유회사가 '국제 원유가'를 기준으로 기름값을 정하면 안되나?
정유회사가 원유가격이 아닌 국제제품가격으로 주유소 휘발유값을 조절하는 방식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 그 이전에는 원유가격을 기준으로 정했다. 당시 싱가포르국제시장은 남는 휘발유를 처분하는 용도의 시장이어서 싱가포르 국제시장 가격이 더 쌌다.
국제 휘발유 값은 싼데, 국제 원유값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보니 국제 원유값에 연동되는 국내 휘발유 값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정유사 관계자는 "당시 시민단체와 언론들이 싼 국제제품가격을 기준으로 주유소 공급가격을 정하라고 요구해왔다"며 "석유제품의 수입이 자유화된 상황에서 원유가격보다는 원유가격과 시장상황이 함께 반영된 국제 제품시세에 연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해서 그렇게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원유가를 기준으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정하면 '원유가가 조금 올랐는데 휘발유 값은 많이 오른다'거나 '원유값은 내렸는데 휘발유값은 왜 안내리느냐'는 논란은 피할 수 있다.
최근처럼 국제시장에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라면 가격책정 기준을 원유가 기준으로 바꿀 경우 단기적으로 휘발유 가격이 싸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마진을 유지한다면 결국 휘발유 가격을 좀 더 올린 상태에서 국제 유가에 연동시키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이를테면 휘발유 가격을 2000원으로 올리고 그 뒤부터 두바이유 움직임에 따라 공장도가격을 조정하는 식이다. 어떤 방식으로 가격을 정하든 정유사들의 마진이 일정하다면 휘발유 가격도 중장기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또 석유제품 가격기준을 '정유사의 이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그때그때 바꾸는 것은 국민정서에는 부합할지 몰라도 시장원리에는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요즘처럼 국제 휘발유가격이 가파르게 오를때는 전체적으로 마진이 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익은 늘 변동되는 것인데 마진이 높을때마다 깎아서 기름값 낮추는 데 쓰라면 나중에 시장상황이 안좋아지면 그때는 어떻게 하냐"고 항변했다. '휘발유 값이 어딘가 새는 곳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비쌀 리가 있는가'
이런 의문을 품는 소비자들은 주로 정유회사들 쪽으로 의혹의 시선을 던진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얄밉긴 하지만 1원 단위까지 똑부러지게 정확하기 때문에, 돈이 샌다면 정유사나 주유소쪽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서다.
5. 별로 안남는다는 정유사들, 이익은 왜 사상최대?
SK(003600)(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678억원. 올해 1분기에는 4760억원으로 분기실적 기준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7%를 넘었다. 마진이 별로 남지 않는다면 이런 영업이익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는 게 '정유사 폭리론'의 핵심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다시 가공해서 에틸렌, 파라자일렌, 합성수지 등을 만든다. 나프타를 가공하는 사업을 석유화학사업으로 부르는 데 이익은 대부분 여기서 올린다는 설명이다.
주유소에 휘발유를 파는, 즉 정유사업에서 번 돈이 아니라는 뜻이다.
매출의 95%를 석유제품 판매에서 올리는 '순수 정유사'에 가까운 현대오일뱅크는 작년에 9조원 매출에 137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372억원이 작은 돈은 아니지만 현대오일뱅크의 자본금이 1조20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자본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다.
현대오일뱅크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1.5%로 작년 SK(주) 정유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 1.9%와 유사한 수준이다. 기름 팔아 별로 안 남는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은 셈이다.
다만 1조원 남짓 투자해서 은행이자의 두 배에 가까운 1000억원대의 이익을 꾸준히 안정적으로 올린다면 그것도 그리 엄살을 피울만한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그 1000억원대의 이익을 포기한다해도 휘발유 값 인하폭은 리터당 10원 남짓이라는 것이 고민이다.
한편 현대오일뱅크와 유사하게 석유화학사업의 비중이 작아 '순수 정유사'에 가까운 S-Oil(010950)은 작년에 4조5559억원의 매출에 92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6.3%나 된다.
S오일이 이렇게 빼어난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벙커C유 등 중질유를 다시 정제해서 휘발유나 경유로 바꾸는 '고도화설비'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정유회사들이 고도화설비에 더 투자해서 휘발유를 더 많이 뽑아내면 기름값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것. 그러나 이렇게 높은 영업이익을 모두 휘발유값 인하로 돌려봐야 리터당 30원 정도라는 건 여전히 문제다. 소비자들이 체감할만한 수준이 못되기 때문이다.
6. 화학사업에서 남기고 정유사업에서 또 남기나?
정유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을 함께 갖고 있는 SK(주)와 GS칼텍스에 주로 돌려지는 화살이다.
석유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물질을 가공해서 화학제품을 만드는 것이 석유화학사업이라는 점에서 두 사업부문에서 모두 이익을 남기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정유회사들의 이익을 줄여서 기름값을 낮춰야 한다는 맥락이다.
석유화학사업에서 이익이 남는다면 정유사업에서는 손실이 나더라도 감내해야 한다, 정유사업은 석유화학사업의 원료 추출과정 개념 정도로 보고 이익을 뽑아내려면 안된다는 식의 다소 강경한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두 회사가 화학부문과 정유부문의 이익을 구별하는 과정에서 감가상각비 등을 정유사업쪽으로 몰아서 고의로 정유사업 이익을 낮춘다고 하지만 이 역시 뚜렷한 근거를 찾기는 어려운 주장이다.
실제로 SK(주)의 감가상각비는 연간 300억원 가량으로 어느쪽으로 몰든지 큰 차이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설비가 정유설비인지 화학사업 설비인지 구별하는게 당연하며 애매한 공유설비들은 매출비율에 따라 감가상각비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7. 주유소 광고라도 줄이면 기름값 좀 싸지지 않을까?
정유사들이 광고비용을 아끼면 마진을 유지하면서도 기름값을 내릴 수 있지 않느냐는 게 일부의 주장이다. 어차피 제품의 차별성이 거의 없고 GS칼텍스 공장에서 만든 휘발유를 SK주유소에서 섞어 파는 마당에 광고비라도 줄이라는 것. 그러나 이 역시 그리 현실적이지는 않다.
내수 매출이 5조원이 넘는 S오일의 작년 광고선전비는 242억원. 0.5%에 불과하다. 광고를 하지 않고 기름값 인하에 썼다고 해도 인하폭은 리터당 2원에 불과하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석유정제부문에서 이익을 모두 포기하더라도 실제 휘발유값 인하폭은 리터당 15원이 채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주)의 지난해 석유정제부문 영업이익률은 2%로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세전 공장도가격 500원 가운데 2%인 10원이 정유사 영업이익이라는 뜻이다.
8. 수출용 휘발유는 내수용보다 왜 더 싼가?
정유회사들이 만드는 휘발유는 수출도 하고 주유소로 보내기도 하는데 주유소로 보내는 가격이 더 비싸다.
지난 4월 국내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한 세전 휘발유 공장도가격은 리터당 579원53전. 반면 싱가포르국제시장에서 거래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83.55달러, 환산하면 리터당 489원49전이었다.
내수용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90원 가량 비싼 셈이다.
▲ 휘발유 내수가격과 수출가격의 차이 추이
이 90원의 차이는 어디서 생길까. 정유사들은 수출용 휘발유는 원유수입부과금(리터당 15원)과 관세(원유가격의 1%)를 환급받아 약 15~20원이 더 싸지고 내수용 휘발유는 저유소 운영비와 주유소까지 실어나르는 유통비용, 각종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더 비싸다고 설명한다.
거기다 실제로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은 발표된 공장도가격보다 싸다. 주유소들이 서로 다른 정유사들의 기름을 섞어팔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경쟁을 하려면 보다 싸게 줘야 한다는 게 이유다.
지난 4월 SK(주)가 실제 주유소에 공급한 휘발유 세전 평균가격은 540원36전이었다. 발표된 공장도가격보다 40원 가량싸게 공급했던 셈. 이 가격차이도 '내수가격과 수출가격의 90원 차이'를 설명하는 큰 부분이다.
물론 이런 비용들이 90원의 차이를 모두 설명하지는 않는다. 정유사들도 내수가격과 수출가격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만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는다. 제품원가와 관련된 자료여서 영업상 공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유사들이 수출용 제품에서 더 많이 남기는지, 내수용 제품에서 더 많이 남기는지의 문제는 휘발유 내수 가격을 얼마나 더 내릴 여지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사안 중 하나다.
그러나 그 답은 정유사들만 안다. 다만 '구체적으로 따져보기는 어렵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출이 많이 남는다면 휘발유의 대부분을 내수시장에 풀고 있는 SK(주)가 바보인 셈이고 내수가 많이 남는다면 휘발유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S오일의 전략을 이해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휘발유값 2천원돌파 정유회사들의 폭리 서민만 죽는다....
정부는 세금(유류세)를 걷어야 하고, 민간기업인 정유회사는 이문을 남겨야 하고, 소비자들은 타던 자동차 안 탈 수가 없고, 원유가격과 국제 석유제품(휘발유 등)은 계속 오르니, 도무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게 아니냐는 하소연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팔리는 휘발유 값이 리터당 어느새 2000원에 근접하면서 '아무래도 뭔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름값을 둘러싼 계속되는 의문과 의혹들. 과연 누구 말이 맞는걸까.
1.우리나라만 이렇게 비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들의 휘발유 판매가격을 보면 다음 표와 같다.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중간 수준 정도다. 무역투자진흥공사가 조사한 '2006년 세계 주요도시 생활여건'이라는 자료를 보면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세계 16위로 조사됐다.
그러나 소득수준을 감안한 상대적인 휘발유 가격은 비싸다.
석유협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으로 1인당 GNI(국민총소득)를 감안한 휘발유 가격은 우리나라를 100으로 놓았을 때 일본이 31.7, 미국이 17.0 독일이 46.6 뉴질랜드가 40.9로 조사됐다.
국민들이 주유소 휘발유 가격에서 느끼는 저항감이 엄살은 아닌 셈이다.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다소 높은 편이긴 하지만 세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은 캐나다, 미국 등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세금비중은 '보통' 수준이다.
2. 휘발유 값이 오르면 세금도 따라 오르나?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휘발유 값의 몇%' 식으로 붙이는 게 아니라 '휘발유 1리터당 얼마'식으로 붙이는 정액제다. 말하자면 종가제가 아니라 종량제인 것이다.
휘발유 값이 현재의 반값이 되건 두 배가 되건 유류세는 같다. 기름값이 올라 유류세를 내리라는 소비자들의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정부가 "소비를 줄이면 세금을 덜 물지 않느냐" 또는 "기름값이 오를수록 기름값에서 차지하는 세금비중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는 ℓ당 535원이다. 교육세와 주행세가 각각 교통세의 15%, 24%가 붙는다. 교통세는 80.5원, 주행세는 128.4원이다. 결국 모두 합해 743.9원은 휘발유 값이 얼마가 되든 무조건 정액으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여기에 판매가격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낸다. 리터당 1600원에 주유를 했다면 160원이 더 붙어서 세금 총액은 903.9원이다.
만약 휘발유 값이 리터당 1000원으로 떨어졌다고 하자. 그 중에 유류세금은 743.9원이 되고, 여기에다 부가가치세(판매가 1000원의 10%)가 100원이 더 붙어 세금총액은 결과적으로 843.9원이 되는 것이다.
만약 휘발유값이 3000원이 된다면 유류세금은 743.9원으로 변화가 없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판매가 3000원의 10%인 300원이 더 붙기 때문에 세금총액은 1043.9원이 된다.
결론적으로 휘발유 값이 변해도 유류세는 변화가 없다. 다만 휘발유 판매가에 연동되는 부가세가 다소 오르긴 하지만, 앞의 사례에서처럼 세금의 변동폭은 휘발유 판매가의 10% 수준이어서 가격영향이 크지 않은 편이다.
이렇게 본다면 휘발유 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세금이 오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정유사에서 공급하는 휘발유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3. 국제유가는 찔끔 오르는데 왜 휘발유 값은 크게 오르나?
SK(003600) GS칼텍스 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가격(공장도가격)은 두바이유 등 국제 원유가격에 따라 오르내리는 게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 휘발유 상품가격에 따라 오르내린다.
국제 원유가격이 조금 올라도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제품값이 크게 오르면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도 크게 오르는 것이다. 반대로 국제유가가 많이 올라도 싱가포르 국제시장의 휘발유 값이 오르지 않으면 정유사의 휘발유 가격도 오르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국제 휘발유 제품가격은 국제 원유가격과 방향성은 같지만 상승 기울기는 더 가파르게 올랐다. 그러다보니 국제 제품가격에 연동되는 국내 휘발유 값 상승폭도 가팔라진 것.
쉽게 말해 밀가루(국제원유)값은 밀가루 수급에 따라, 빵값은 빵의 수급상황에 따라 각각 가격 변동폭이 달라지기 때문에 밀가루값이 10% 오른다고 해서 빵값도 10%만큼 올라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국제 원유가는 10% 올랐는데, 국내 휘발유 가격은 20% 올랐으니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은 현재 휘발유 값 책정기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휘발유값 책정기준을 국제제품값으로 하지말고 원유가격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하다.
4. 정유회사가 '국제 원유가'를 기준으로 기름값을 정하면 안되나?
정유회사가 원유가격이 아닌 국제제품가격으로 주유소 휘발유값을 조절하는 방식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 그 이전에는 원유가격을 기준으로 정했다. 당시 싱가포르국제시장은 남는 휘발유를 처분하는 용도의 시장이어서 싱가포르 국제시장 가격이 더 쌌다.
국제 휘발유 값은 싼데, 국제 원유값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보니 국제 원유값에 연동되는 국내 휘발유 값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정유사 관계자는 "당시 시민단체와 언론들이 싼 국제제품가격을 기준으로 주유소 공급가격을 정하라고 요구해왔다"며 "석유제품의 수입이 자유화된 상황에서 원유가격보다는 원유가격과 시장상황이 함께 반영된 국제 제품시세에 연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해서 그렇게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원유가를 기준으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정하면 '원유가가 조금 올랐는데 휘발유 값은 많이 오른다'거나 '원유값은 내렸는데 휘발유값은 왜 안내리느냐'는 논란은 피할 수 있다.
최근처럼 국제시장에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라면 가격책정 기준을 원유가 기준으로 바꿀 경우 단기적으로 휘발유 가격이 싸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마진을 유지한다면 결국 휘발유 가격을 좀 더 올린 상태에서 국제 유가에 연동시키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이를테면 휘발유 가격을 2000원으로 올리고 그 뒤부터 두바이유 움직임에 따라 공장도가격을 조정하는 식이다. 어떤 방식으로 가격을 정하든 정유사들의 마진이 일정하다면 휘발유 가격도 중장기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또 석유제품 가격기준을 '정유사의 이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그때그때 바꾸는 것은 국민정서에는 부합할지 몰라도 시장원리에는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요즘처럼 국제 휘발유가격이 가파르게 오를때는 전체적으로 마진이 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익은 늘 변동되는 것인데 마진이 높을때마다 깎아서 기름값 낮추는 데 쓰라면 나중에 시장상황이 안좋아지면 그때는 어떻게 하냐"고 항변했다. '휘발유 값이 어딘가 새는 곳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비쌀 리가 있는가'
이런 의문을 품는 소비자들은 주로 정유회사들 쪽으로 의혹의 시선을 던진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얄밉긴 하지만 1원 단위까지 똑부러지게 정확하기 때문에, 돈이 샌다면 정유사나 주유소쪽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서다.
5. 별로 안남는다는 정유사들, 이익은 왜 사상최대?
SK(003600)(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678억원. 올해 1분기에는 4760억원으로 분기실적 기준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7%를 넘었다. 마진이 별로 남지 않는다면 이런 영업이익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는 게 '정유사 폭리론'의 핵심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다시 가공해서 에틸렌, 파라자일렌, 합성수지 등을 만든다. 나프타를 가공하는 사업을 석유화학사업으로 부르는 데 이익은 대부분 여기서 올린다는 설명이다.
주유소에 휘발유를 파는, 즉 정유사업에서 번 돈이 아니라는 뜻이다.
매출의 95%를 석유제품 판매에서 올리는 '순수 정유사'에 가까운 현대오일뱅크는 작년에 9조원 매출에 137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372억원이 작은 돈은 아니지만 현대오일뱅크의 자본금이 1조20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자본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다.
현대오일뱅크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1.5%로 작년 SK(주) 정유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 1.9%와 유사한 수준이다. 기름 팔아 별로 안 남는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은 셈이다.
다만 1조원 남짓 투자해서 은행이자의 두 배에 가까운 1000억원대의 이익을 꾸준히 안정적으로 올린다면 그것도 그리 엄살을 피울만한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그 1000억원대의 이익을 포기한다해도 휘발유 값 인하폭은 리터당 10원 남짓이라는 것이 고민이다.
한편 현대오일뱅크와 유사하게 석유화학사업의 비중이 작아 '순수 정유사'에 가까운 S-Oil(010950)은 작년에 4조5559억원의 매출에 92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6.3%나 된다.
S오일이 이렇게 빼어난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벙커C유 등 중질유를 다시 정제해서 휘발유나 경유로 바꾸는 '고도화설비'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정유회사들이 고도화설비에 더 투자해서 휘발유를 더 많이 뽑아내면 기름값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것. 그러나 이렇게 높은 영업이익을 모두 휘발유값 인하로 돌려봐야 리터당 30원 정도라는 건 여전히 문제다. 소비자들이 체감할만한 수준이 못되기 때문이다.
6. 화학사업에서 남기고 정유사업에서 또 남기나?
정유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을 함께 갖고 있는 SK(주)와 GS칼텍스에 주로 돌려지는 화살이다.
석유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물질을 가공해서 화학제품을 만드는 것이 석유화학사업이라는 점에서 두 사업부문에서 모두 이익을 남기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정유회사들의 이익을 줄여서 기름값을 낮춰야 한다는 맥락이다.
석유화학사업에서 이익이 남는다면 정유사업에서는 손실이 나더라도 감내해야 한다, 정유사업은 석유화학사업의 원료 추출과정 개념 정도로 보고 이익을 뽑아내려면 안된다는 식의 다소 강경한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두 회사가 화학부문과 정유부문의 이익을 구별하는 과정에서 감가상각비 등을 정유사업쪽으로 몰아서 고의로 정유사업 이익을 낮춘다고 하지만 이 역시 뚜렷한 근거를 찾기는 어려운 주장이다.
실제로 SK(주)의 감가상각비는 연간 300억원 가량으로 어느쪽으로 몰든지 큰 차이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설비가 정유설비인지 화학사업 설비인지 구별하는게 당연하며 애매한 공유설비들은 매출비율에 따라 감가상각비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7. 주유소 광고라도 줄이면 기름값 좀 싸지지 않을까?
정유사들이 광고비용을 아끼면 마진을 유지하면서도 기름값을 내릴 수 있지 않느냐는 게 일부의 주장이다. 어차피 제품의 차별성이 거의 없고 GS칼텍스 공장에서 만든 휘발유를 SK주유소에서 섞어 파는 마당에 광고비라도 줄이라는 것. 그러나 이 역시 그리 현실적이지는 않다.
내수 매출이 5조원이 넘는 S오일의 작년 광고선전비는 242억원. 0.5%에 불과하다. 광고를 하지 않고 기름값 인하에 썼다고 해도 인하폭은 리터당 2원에 불과하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석유정제부문에서 이익을 모두 포기하더라도 실제 휘발유값 인하폭은 리터당 15원이 채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주)의 지난해 석유정제부문 영업이익률은 2%로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세전 공장도가격 500원 가운데 2%인 10원이 정유사 영업이익이라는 뜻이다.
8. 수출용 휘발유는 내수용보다 왜 더 싼가?
정유회사들이 만드는 휘발유는 수출도 하고 주유소로 보내기도 하는데 주유소로 보내는 가격이 더 비싸다.
지난 4월 국내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한 세전 휘발유 공장도가격은 리터당 579원53전. 반면 싱가포르국제시장에서 거래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83.55달러, 환산하면 리터당 489원49전이었다.
내수용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90원 가량 비싼 셈이다.
이 90원의 차이는 어디서 생길까. 정유사들은 수출용 휘발유는 원유수입부과금(리터당 15원)과 관세(원유가격의 1%)를 환급받아 약 15~20원이 더 싸지고 내수용 휘발유는 저유소 운영비와 주유소까지 실어나르는 유통비용, 각종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더 비싸다고 설명한다.
거기다 실제로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은 발표된 공장도가격보다 싸다. 주유소들이 서로 다른 정유사들의 기름을 섞어팔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경쟁을 하려면 보다 싸게 줘야 한다는 게 이유다.
지난 4월 SK(주)가 실제 주유소에 공급한 휘발유 세전 평균가격은 540원36전이었다. 발표된 공장도가격보다 40원 가량싸게 공급했던 셈. 이 가격차이도 '내수가격과 수출가격의 90원 차이'를 설명하는 큰 부분이다.
물론 이런 비용들이 90원의 차이를 모두 설명하지는 않는다. 정유사들도 내수가격과 수출가격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만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는다. 제품원가와 관련된 자료여서 영업상 공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유사들이 수출용 제품에서 더 많이 남기는지, 내수용 제품에서 더 많이 남기는지의 문제는 휘발유 내수 가격을 얼마나 더 내릴 여지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사안 중 하나다.
그러나 그 답은 정유사들만 안다. 다만 '구체적으로 따져보기는 어렵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출이 많이 남는다면 휘발유의 대부분을 내수시장에 풀고 있는 SK(주)가 바보인 셈이고 내수가 많이 남는다면 휘발유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S오일의 전략을 이해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