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개봉 영화들을 돌아 볼 때, 가장 무서운 건 선입견인 듯하다. <백만장자의 첫사랑>은 제목은 물론 드라마에서 재벌 2세 캐릭터를 연기 했던 현빈의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 ‘백만장자와 사랑하기’나 이를 원형으로 한 외화 시리즈 등에서 익히 보았던 재벌 2세와 백치미의 순수함을 가진 여자 주인공의 뻔한 사랑의 이야기 쯤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벌 3세 재경(현빈) 앞에 당돌하게 등장한 여주인공 은환(이연희)의 등장으로 인해 이러한 우려는 일시에 무너진다. 은환은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동안 잠시 잊고 있던 소중한 것을 찾아주고, 모든 것을 포기해도 지키고 싶은 것을 갖게 하니 말이다.
이 영화는 거액의 유산 상속을 앞둔 재경이 할아버지가 남긴 유언에 따라 뜻하지 않게 강원도 산골의 보람고등학교(아마도, 영화사의 이름을 딴 듯하다)로 전학 오게 되면서 시한부 삶을 사는 소녀 은환과 재회하고, 그녀의 주변인물과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살면서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깨닫게 된다는 로맨스물이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휴대폰 CF 등을 통해 2~30대 여성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현빈은 스크린에서 ‘아일랜드’ ‘내 이름은 김삼순’의 캐릭터를 벗고 거만하면서도 순수한 첫사랑에 눈물짓는 연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전작의 캐릭터들이 너무 큰 탓인지 그의 눈시울은 다소 건조해 보인다. 영화 속 고교생을 단골 캐릭터로 채용하던 김태균 감독은 전작 <늑대의 유혹>을 잇기라도 한 듯 영화 초반부에 싸움을 벌이고 고급 외제차는 물론 오른쪽 입 꼬리를 치켜 올린 채 오토바이를 몰고 학교 복도를 거만하게 질주하는 현빈을 문제의 고교생으로 그리고 있다. 주민등록증만 나오면 백만장자의 상속자가 될 기대감에 거만한 이 소년에겐 귀여니의 소설에서 봄직한 볼품없어 보이는 평범한 소녀 은환이 나타난다. 그럼 그렇지, 그렇고 그런 하이틴 로맨스하곤, 이란 생각이 들 때쯤, 재벌 3세 앞에서도 개의치 않고 왼쪽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미소 짓는 당돌한 은환의 존재감은 앞으로 재경에게 일어날 사건을 암시한다.
이연희는 2004년 말 드라마 ‘해신’의 초반부, 장보고의 어린 시절 연인 정화 역으로 출연해 우아한 고전미를 선보였다. 앳된 모습의 이연희가 스크린 나들이에 나서 어느덧 맑고 따스한 백만장자의 첫사랑 소녀로 변신했다. 최근 ‘제2의 장진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지민에 이어 <국화꽃 향기>의 재희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이연희는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올해 분당 중앙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녀는 지난 2001년 SM엔터테인먼트의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를 통해 발굴한 신인이다. 청초하고 순수하면서도 털털하고 보이시한 양면적인 이미지로 자신의 첫 영화에서 현빈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올해 또 하나의 스타 탄생을 예고한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은환에게 가장 치명적인 건 재경 자신임을 알게 되면서 속마음과 다른 말로 상처를 주게 되는 멜로 특유의 ‘엇갈림’은 두 인물 간의 갈등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다른 영화들과 달리 두 인물간의 로맨스를 받쳐주는 조연들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못한 것 또한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소설 ‘소나기’를 원형으로 하고 있는 <국화꽃 향기> <연애소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 시한부 여주인공의 눈물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영화들을 떠올린다면 다소 평이해 보이지만, <웰컴 투 동막골>을 통해 관객들에게 친근해진 영화 속 배경 강원도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어우러진 두 남녀의 달콤 짭조름한 로맨스를 감각적으로 그리고 있다.
좌충우돌 마을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고 겉돌던 재경. 이 때 마치 수호천사처럼 재경의 주변에 존재감을 가득 드러내는 은환과 교감을 시작하면서 재경도 변해간다. 돈만 있으면 안 될 것이 없던 그가 한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길 때 쯤, 그녀가 시한부 인생이란 사실을 알게 되며 둘 사이의 로맨스는 가슴 아픈 결말을 향해 간다. <오버 더 레인보우> <선물>에서처럼 빛바랜 사진첩에서 과거의 기억을 더듬듯, 재경은 비오는 날 알록달록한 우산을 쓴 남자 아이와 여자아이가 은혜원이란 이름의 고아원을 발견하는 과거의 기억을 되살린다. 뿐만 아니라 은혜원에 들른 어느 날, 학교의 교장 선생님(정욱)을 아빠라고 부르는 은환을 통해 그녀가 고아란 사실을 알게 된다. 밝고 씩씩하게 지내는 은환과의 로맨스는 마치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맞추듯 재경의 ‘추억의 사진첩’ 속에서 접점을 찾는다. 왜 그녀가 영화 초반부에 재경의 앞에 당돌하게 나타났는지, 그리고 마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결말부에 은채가 가는 곳마다 지키고 선 무혁처럼 그가 잠시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은환이 하나씩 찾아주는 길잡이가 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백만장자의 첫사랑>에서 김태균 감독은 고전적인 플롯과 달리 두 사람의 필연적인 만남의 과정을 최소화하고 이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전혀 다른 세계의 두 남녀가 아름다운 자연의 감각적인 영상 속에 한 폭의 동화책을 그려가듯 차분한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다. 다만, 기자 간담회에서 감독이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 순진한 영화가 사람들을 울릴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한다”라고 우려한 것처럼, 최근 폭 넓어진 관객들의 연령층으로 인해 신인 배우들의 풋풋한 소녀 적 감성이 묻어나는 멜로 연기가 영화에 대한 안목이 높아진 국내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으로 보인다.
다만, 영화 전제의 분위기와 달리 액자 형식으로 구성된 재경의 졸업을 위한 연극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나, 봉숭아물을 들인 은환을 쫓아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고 갈래 머리를 한 현빈의 변신, 그리고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김은숙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대사들은 10대부터 20대의 여성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은환이 생각하는 ‘넓은 창마다 노을 지는 집’을 짓고 첫 눈이 오는 것을 보는 꿈은 비록 시한부 삶이 아니라도 사랑에 빠지고 싶거나 현재 연인을 둔 20대 여성 관객들에게 한 폭의 그림 같은 판타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나타날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듯.
백만장자의 첫사랑. 현빈멋져
최근 국내 개봉 영화들을 돌아 볼 때, 가장 무서운 건 선입견인 듯하다. <백만장자의 첫사랑>은 제목은 물론 드라마에서 재벌 2세 캐릭터를 연기 했던 현빈의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 ‘백만장자와 사랑하기’나 이를 원형으로 한 외화 시리즈 등에서 익히 보았던 재벌 2세와 백치미의 순수함을 가진 여자 주인공의 뻔한 사랑의 이야기 쯤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벌 3세 재경(현빈) 앞에 당돌하게 등장한 여주인공 은환(이연희)의 등장으로 인해 이러한 우려는 일시에 무너진다. 은환은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동안 잠시 잊고 있던 소중한 것을 찾아주고, 모든 것을 포기해도 지키고 싶은 것을 갖게 하니 말이다.
이 영화는 거액의 유산 상속을 앞둔 재경이 할아버지가 남긴 유언에 따라 뜻하지 않게 강원도 산골의 보람고등학교(아마도, 영화사의 이름을 딴 듯하다)로 전학 오게 되면서 시한부 삶을 사는 소녀 은환과 재회하고, 그녀의 주변인물과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살면서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깨닫게 된다는 로맨스물이다.
이연희는 2004년 말 드라마 ‘해신’의 초반부, 장보고의 어린 시절 연인 정화 역으로 출연해 우아한 고전미를 선보였다. 앳된 모습의 이연희가 스크린 나들이에 나서 어느덧 맑고 따스한 백만장자의 첫사랑 소녀로 변신했다. 최근 ‘제2의 장진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지민에 이어 <국화꽃 향기>의 재희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이연희는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올해 분당 중앙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녀는 지난 2001년 SM엔터테인먼트의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를 통해 발굴한 신인이다. 청초하고 순수하면서도 털털하고 보이시한 양면적인 이미지로 자신의 첫 영화에서 현빈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올해 또 하나의 스타 탄생을 예고한다.
좌충우돌 마을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고 겉돌던 재경. 이 때 마치 수호천사처럼 재경의 주변에 존재감을 가득 드러내는 은환과 교감을 시작하면서 재경도 변해간다. 돈만 있으면 안 될 것이 없던 그가 한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길 때 쯤, 그녀가 시한부 인생이란 사실을 알게 되며 둘 사이의 로맨스는 가슴 아픈 결말을 향해 간다. <오버 더 레인보우> <선물>에서처럼 빛바랜 사진첩에서 과거의 기억을 더듬듯, 재경은 비오는 날 알록달록한 우산을 쓴 남자 아이와 여자아이가 은혜원이란 이름의 고아원을 발견하는 과거의 기억을 되살린다. 뿐만 아니라 은혜원에 들른 어느 날, 학교의 교장 선생님(정욱)을 아빠라고 부르는 은환을 통해 그녀가 고아란 사실을 알게 된다. 밝고 씩씩하게 지내는 은환과의 로맨스는 마치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맞추듯 재경의 ‘추억의 사진첩’ 속에서 접점을 찾는다. 왜 그녀가 영화 초반부에 재경의 앞에 당돌하게 나타났는지, 그리고 마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결말부에 은채가 가는 곳마다 지키고 선 무혁처럼 그가 잠시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은환이 하나씩 찾아주는 길잡이가 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영화 전제의 분위기와 달리 액자 형식으로 구성된 재경의 졸업을 위한 연극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나, 봉숭아물을 들인 은환을 쫓아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고 갈래 머리를 한 현빈의 변신, 그리고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김은숙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대사들은 10대부터 20대의 여성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은환이 생각하는 ‘넓은 창마다 노을 지는 집’을 짓고 첫 눈이 오는 것을 보는 꿈은 비록 시한부 삶이 아니라도 사랑에 빠지고 싶거나 현재 연인을 둔 20대 여성 관객들에게 한 폭의 그림 같은 판타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나타날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