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내려오는 2층 계단 끝쯤에서 무현은 부엌에서 마침 나오는 아주머니와 마주하게 되었다. "채현이.. 채현이 나갔어요?" "무슨 일인지 아침일찍 나가데? 나도 평소 아침 준비할 시간보다 일찍 일어난 참이라 일러서 자세히 물어보지 못했는데..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됐어요." 무현은 다시 2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손에 들렸던 종이를 다시 펴 보았다. [오빠.. 어젠 미안했어. 내가 너무 버릇없이 굴었던 거.. 진심으로 사과할게.난생처음으로 오빠한테 맞았는데..나보단 오빠가 더 속상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미안해.. 정말. 그리고 오빠 결혼에 관한 일들에 대해선.. 다신 다신.. 오빠보다 더 아파하지 않을거야. 내가 가슴아픈 것보단 오빠가 참는 그 무엇인가가 오빨 더 힘들게 했을 테니까.. 그리고.지나언니.. 좋은 사람이야. 사랑하도록 노력해.. 막연하게 사랑을 기다리는게 얼마나 힘든지 난 아직 모르지만 그 말을 하던 사람의 얼굴이 너무나 슬펐던 것 같애. 오빠...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어제 일은 우리 서로 잊자... - 말썽쟁이.. 울보덩어리.. 채현이가.. 사랑하는 오빠에게 용서를 빌며..- ] 무현은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 "어..? 채현이 아니야?" 채현은 뒤에서 불려지는 이름이 고개를 돌렸다. "오..빠." * 민은 양손으로 음료 캔을 들며 벤치에 앉은 채현을 향해 걸어왔다. "자. " "고마워요, 오빠." 채현은 받아든 음료수를 잡고, 다시 앞을 응시했다. 민은 아무말없이 잠시동안 그대로 채현과 함께 했다. "고등학교때도 이렇게 일찍 학교에 와 본 적 없었는데.. 이렇게 좋은 줄 알았으면.. 일찍 좀 다닐걸 그랬네요.." 채현이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채현이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그래요? 제가 다른때는 어땠는데요?" "어.. 아니.. 그런뜻이 아니라.." 민은 갑작스럽게 쳐다보는 채현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자, 순간 당황했다. "긴장한 것 봐.. 오빠 장난한거에요." 채현은 치아가 보일 정도로 활짝 웃으며 음료수를 들고 있는 손을 살짝 건드렸다. 민은 그제야 장난친 채현의 태도를 받아들이며 함께 미소지을 수 있었다. "전 무작정 일찍 집에서 나오다보니 막상 갈곳이 없는게 화가 나서 학교로 왔지만, 오빤 왜..이렇게 일찍? 방학인데." "방학이라고 몇일 좀 풀어졌더니 게을러진 몸이 머리를 지배하려고 해서 말야. 다시 좀 조여주려고 좀 일찍 왔어. " 민의 말이 끝나자 마자, 채현이 또 한번 크게 웃었다. "내 말이 웃겼어?" 민은 꽤 진지하게 물었다. 그러자 채현은 다시 한번 웃었다. "오빠.. 그만 좀 웃겨요.. 지금 표정은 정말 예술이야.." 민은 채현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푸르게 그늘을 만드는 나무들로 시선을 돌렸다. * 나란히 민과 함게 걷던 채현은 점점 말이 없어졌다. 민은 오늘 왠지 지금까지 보아 오던 모습과 다른 채현이가 신경 쓰였지만, 더 이상은 관심을 두는 말은 그만두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말없이 따라 걸었다. "됐어요.. 오빠." 채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자 민은 그제야 시선을 채현에게로 향했다. "첨엔 오빠가 나랑 같은 방향인가 보다 하고 걸었는데.. 아닌걸요? 이 앞을 지금 몇 번째 돌고 있는건지 알고는 있는거에요? " 민은 채현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거봐.. 몰랐잖아. 얼른 들어가요." 민은 그제야 도서관 앞에 둘이 서있단 걸 알았다. "장난쳐야지 해서 한번은 그냥 지나쳤는데 내가 멈추지 않으면 오빠 계속해서 따라 걸을 것 같아서 이쯤해서 그만 두는거에요. " "그랬어.. 내가?" 민은 멋쩍은 표정을 지여 보였다. "들어가서 열심히 게으름 피는 머리 혼 내주구요." "그래. 그럼 다른 말 안하고 들어갈게. 오늘 아침 아주 특별했다." "저두요." 서로에게 인사를 한뒤에 채현이가 먼저 걸음을 뒤로했고, 민도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빠! 웃게 해줘서 고마워요. 담엔 내가 웃음 줄게요." 채현은 큰 소리로 민을 향해 소리쳤고, 민은 오른손의 새끼손가락을 들여 보이며 약속했음을 의미하는 손짓을 했다. * '똑' "네." 짧게 끝나는 대답소리에 문을 열고 지나가 들어왔다. "회장님께서 오늘 이사회의는 조찬으로 대신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요? 알겠어요." "네, 그럼." "아, 지나씨." 지나가 돌아서 나가려할 때, 무현이 불렀다. "네." "우리 채현이 만난 적 있어요?" "......" "아.., 채현이 본지도 오래 됐을 텐데 같이 자리를 마련해 보려구요." 다시 물어보는 대신 이유를 묻는 지나의 눈빛을 보자, 무현은 말을 돌렸다. "네에.. 얼마전에 채현씨.. 만났습니다." "그랬군요.. 알겠어요. 셋이 같이 한번 봐요." 지나는 짧은 목례를 한 뒤 조용히 무현의 방을 나갔다. 방문을 나온 지나는 손잡이를 잡은 체로 문에 기대어 잠시 서있었다. 몇일 전의 채현이와의 만남.. 채현에게 말했던 무현과의 결혼에 대한 쉽지 만은 않았던 자신의 생각을 전했던 말들이 다시 떠올려 지는 것 같았다. 지나는 자연스레 나오는 호흡을 밖으로 뱉으며 닫혀진 문 뒤로 있을 무현을 바라보듯 그렇게 문을 바라보았다. * 어느새 아침의 풍경이 사라져 버린 교정 한쪽 나무 사이에서 나란히 앉은 현주와 채현의 모습이 서로 너무나도 다르게 보였다. "기집애.. 혼자 부산 다녀온 게 미안은 했는가 보다?" "...." "으이구. 늦잠꾸리기가 이렇게 일찍 만나러 오구.. 내가 감동해야 하는 거니?" "....." "이채현!" 갑작스럽게도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채현이에게 장난스레 심술부리는 말투를 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채현을 현주는 이상하게 쳐다봤다. "왜 그래..?" 현주가 채현의 무릎을 살짝 건드렸다. " 휴 ...."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꺼내져 나오는 듯한 채현의 한숨에 현주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혼자 부산 갔다와서 삐쳐있었어?" 이번엔 채현의 얼굴표정이 조금전과는 다르게 바뀌며 애교스런 말투를 냈다. "야~아... 너 왜 이랬다 저랬다 그래? 사람 헷갈리게." "일부러!" "뭐어?" "그래야 너한테 덜 미안하잖어." 채현이 웃었다. "아주.. 못됐어. 깜짝 놀랬잖아. 너 괜히 분위기 잡는 통해 내가 화내야할 상황에서 역전되버렸잖어. 못된 기집애." 현주의 입이 뾰루퉁 내밀어졌다. "놀랄 일 하나 더 말해줄까.. 말까?" "....?" 현주는 순간이지만, 채현의 얼굴표정이 웃고는 있지만 눈빛은 그렇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현주야." 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현주를 뒤로하고 섰다. "결혼해.. 우리 오빠.... 흠, 결혼한데.. 오빠가.."
(연재) 투데이.... 34
급하게 내려오는 2층 계단 끝쯤에서 무현은 부엌에서 마침 나오는 아주머니와 마주하게 되었다.
"채현이.. 채현이 나갔어요?"
"무슨 일인지 아침일찍 나가데? 나도 평소 아침 준비할 시간보다 일찍 일어난 참이라 일러서 자세히 물어보지 못했는데..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됐어요."
무현은 다시 2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손에 들렸던 종이를 다시 펴 보았다.
[오빠.. 어젠 미안했어. 내가 너무 버릇없이 굴었던 거.. 진심으로 사과할게.
난생처음으로 오빠한테 맞았는데..나보단 오빠가 더 속상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미안해.. 정말.
그리고 오빠 결혼에 관한 일들에 대해선.. 다신 다신.. 오빠보다 더 아파하지 않을거야.
내가 가슴아픈 것보단 오빠가 참는 그 무엇인가가 오빨 더 힘들게 했을 테니까.. 그리고.
지나언니.. 좋은 사람이야. 사랑하도록 노력해..
막연하게 사랑을 기다리는게 얼마나 힘든지 난 아직 모르지만 그 말을 하던 사람의 얼굴이 너무나 슬펐던 것 같애.
오빠...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어제 일은 우리 서로 잊자...
- 말썽쟁이.. 울보덩어리.. 채현이가.. 사랑하는 오빠에게 용서를 빌며..- ]
무현은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
"어..? 채현이 아니야?"
채현은 뒤에서 불려지는 이름이 고개를 돌렸다.
"오..빠."
*
민은 양손으로 음료 캔을 들며 벤치에 앉은 채현을 향해 걸어왔다.
"자. "
"고마워요, 오빠."
채현은 받아든 음료수를 잡고, 다시 앞을 응시했다.
민은 아무말없이 잠시동안 그대로 채현과 함께 했다.
"고등학교때도 이렇게 일찍 학교에 와 본 적 없었는데.. 이렇게 좋은 줄 알았으면..
일찍 좀 다닐걸 그랬네요.."
채현이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채현이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그래요? 제가 다른때는 어땠는데요?"
"어.. 아니.. 그런뜻이 아니라.."
민은 갑작스럽게 쳐다보는 채현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자, 순간 당황했다.
"긴장한 것 봐.. 오빠 장난한거에요."
채현은 치아가 보일 정도로 활짝 웃으며 음료수를 들고 있는 손을 살짝 건드렸다.
민은 그제야 장난친 채현의 태도를 받아들이며 함께 미소지을 수 있었다.
"전 무작정 일찍 집에서 나오다보니 막상 갈곳이 없는게 화가 나서 학교로 왔지만,
오빤 왜..이렇게 일찍? 방학인데."
"방학이라고 몇일 좀 풀어졌더니 게을러진 몸이 머리를 지배하려고 해서 말야.
다시 좀 조여주려고 좀 일찍 왔어. "
민의 말이 끝나자 마자, 채현이 또 한번 크게 웃었다.
"내 말이 웃겼어?"
민은 꽤 진지하게 물었다.
그러자 채현은 다시 한번 웃었다.
"오빠.. 그만 좀 웃겨요.. 지금 표정은 정말 예술이야.."
민은 채현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푸르게 그늘을 만드는 나무들로 시선을 돌렸다.
*
나란히 민과 함게 걷던 채현은 점점 말이 없어졌다.
민은 오늘 왠지 지금까지 보아 오던 모습과 다른 채현이가 신경 쓰였지만, 더 이상은 관심을 두는 말은 그만두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말없이 따라 걸었다.
"됐어요.. 오빠."
채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자 민은 그제야 시선을 채현에게로 향했다.
"첨엔 오빠가 나랑 같은 방향인가 보다 하고 걸었는데.. 아닌걸요?
이 앞을 지금 몇 번째 돌고 있는건지 알고는 있는거에요? "
민은 채현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거봐.. 몰랐잖아. 얼른 들어가요."
민은 그제야 도서관 앞에 둘이 서있단 걸 알았다.
"장난쳐야지 해서 한번은 그냥 지나쳤는데 내가 멈추지 않으면 오빠 계속해서 따라 걸을 것 같아서 이쯤해서 그만 두는거에요. "
"그랬어.. 내가?"
민은 멋쩍은 표정을 지여 보였다.
"들어가서 열심히 게으름 피는 머리 혼 내주구요."
"그래. 그럼 다른 말 안하고 들어갈게. 오늘 아침 아주 특별했다."
"저두요."
서로에게 인사를 한뒤에 채현이가 먼저 걸음을 뒤로했고, 민도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빠! 웃게 해줘서 고마워요. 담엔 내가 웃음 줄게요."
채현은 큰 소리로 민을 향해 소리쳤고, 민은 오른손의 새끼손가락을 들여 보이며 약속했음을 의미하는 손짓을 했다.
*
'똑'
"네."
짧게 끝나는 대답소리에 문을 열고 지나가 들어왔다.
"회장님께서 오늘 이사회의는 조찬으로 대신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요? 알겠어요."
"네, 그럼."
"아, 지나씨."
지나가 돌아서 나가려할 때, 무현이 불렀다.
"네."
"우리 채현이 만난 적 있어요?"
"......"
"아.., 채현이 본지도 오래 됐을 텐데 같이 자리를 마련해 보려구요."
다시 물어보는 대신 이유를 묻는 지나의 눈빛을 보자, 무현은 말을 돌렸다.
"네에.. 얼마전에 채현씨.. 만났습니다."
"그랬군요.. 알겠어요. 셋이 같이 한번 봐요."
지나는 짧은 목례를 한 뒤 조용히 무현의 방을 나갔다.
방문을 나온 지나는 손잡이를 잡은 체로 문에 기대어 잠시 서있었다.
몇일 전의 채현이와의 만남..
채현에게 말했던 무현과의 결혼에 대한 쉽지 만은 않았던 자신의 생각을 전했던 말들이 다시 떠올려 지는 것 같았다.
지나는 자연스레 나오는 호흡을 밖으로 뱉으며 닫혀진 문 뒤로 있을 무현을 바라보듯 그렇게 문을 바라보았다.
*
어느새 아침의 풍경이 사라져 버린 교정 한쪽 나무 사이에서 나란히 앉은 현주와 채현의 모습이 서로 너무나도 다르게 보였다.
"기집애.. 혼자 부산 다녀온 게 미안은 했는가 보다?"
"...."
"으이구. 늦잠꾸리기가 이렇게 일찍 만나러 오구.. 내가 감동해야 하는 거니?"
"....."
"이채현!"
갑작스럽게도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채현이에게 장난스레 심술부리는 말투를 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채현을 현주는 이상하게 쳐다봤다.
"왜 그래..?"
현주가 채현의 무릎을 살짝 건드렸다.
" 휴 ...."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꺼내져 나오는 듯한 채현의 한숨에 현주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혼자 부산 갔다와서 삐쳐있었어?"
이번엔 채현의 얼굴표정이 조금전과는 다르게 바뀌며 애교스런 말투를 냈다.
"야~아... 너 왜 이랬다 저랬다 그래? 사람 헷갈리게."
"일부러!"
"뭐어?"
"그래야 너한테 덜 미안하잖어."
채현이 웃었다.
"아주.. 못됐어. 깜짝 놀랬잖아.
너 괜히 분위기 잡는 통해 내가 화내야할 상황에서 역전되버렸잖어. 못된 기집애."
현주의 입이 뾰루퉁 내밀어졌다.
"놀랄 일 하나 더 말해줄까.. 말까?"
"....?"
현주는 순간이지만, 채현의 얼굴표정이 웃고는 있지만 눈빛은 그렇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현주야."
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현주를 뒤로하고 섰다.
"결혼해.. 우리 오빠.... 흠, 결혼한데.. 오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