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처음 길에서 헌팅당한 날

평범남2007.06.15
조회2,904

 

 

엄한데 글썼다가 이리 옮겨왔네요 ㅋㅋㅋ

톡 읽다가 저랑 비슷한 경험 보고 그때 생각나서 글 써봅니다~

 

 

 

 

전 서울사는 졸업때 다된 남자대학생입니다.

작년 한 5월 경이었어요.

(확실치가 않네요... 반팔을 입었었던 것 밖에 ㅋㅋ 9월이었는지도?)

전 학교 교재를 사러 광화문 교보문고에 친구랑 갔었더랬죠.

교재를 사고 나와서,  길 건너편에 있는 커피빈에 들어가서 공부 좀 하다 가기로 했어요.

광화문 커피빈엔 도서관 책상처럼 큰 테이블이 두갠가 있거든요.

 

그래서 횡단보도에서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서있는데...

누가 와서 말을 거는 거에요.

 

"저기요..."

 

목소리가 하도 모기만해서,

저는 절 부르는 건지 몰랐어요.

어디 멀리서 들리는 소린 줄 알았거든요 -_-;;

 

다시 한번 이번엔 절 살짝 건드리면서 부르길래 놀라서 쳐다봤죠.

거기엔 얼굴 하얗고 눈이 큰 여자분이 수줍게 서있는 거에요.

물론 저는 헌팅일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죠 -_-;

평생 겪어본 적 없는 일이니.

 

그리고는 다시 한번 여자분이 말했어요.

 

"저기........"

-  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목소리가 정말 작았어요.

입이 안움직였더라면 말하는 건지도 몰랐을 거에요.

다시 한번 네?? 하고 물으면서 귀를 가까이 대고서야

겨우 무슨 말인줄 알아들었죠.

 

 

이 여자가 왜 나이를 물어보지... 하면서 여자분을 보니까

대학원서같이 두꺼운 책을 네댓권을 안고 있는 거에요.

 

대충 뭐 토익문제집이나 그 비슷한 책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순간 "아 이 여자 책 외판원인갑다..." 하고 생각해버렸어요 -_-;;;;

저희 학교앞에 그런 사람들 많거든요..

대학생한테 말빨로 "너 영어 못해서 큰일났다!" 하는 불안감을 불어넣고 책 파는 외판원들...

목소리가 너무 작긴 했지만

오늘 처음이거나 일 시작한지 얼마 안됐나보다.. 했지요 그냥 ㅋㅋㅋ

 

 

아무튼 그런 성급한 판단을 해버리고 나서 전 26살이라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그 여자분이 아... 하고 또다시 모기소리를 내면서

살짝 끄덕끄덕 하시더라구요.

그러더니 또 물어보시기를,

 

 

"여자친구 있으세요?"

- 네...??? 잘 안들리는데...

 

".....여자친구 있으세요..?"

 

 

 

..........

저는 이 상황에서 생각하기를.

 

"아... 여자친구 있으면 책살때 뭐 커플 사은품이라도 주나보다...."

 

라고 생각했어요 -_-;;;;;;

 

 

저는 키 175에 그냥 보통 체형입니다.

약간 살이 있지만 남들은 잘 모르는 정도? ㅋㅋ

근육같은 건 절대 없는 평화로운 몸매입니다.

그렇다고 얼굴이 뭐 특출나냐 하면 그것도 아니구요.

잘생겼단 말은 후배 밥사줄 때나 가끔 들어요 -_-;;

 

옷은 그냥 남들 입는 청바지에

남들 신는 신발에

남들 입는 반팔티 입어요.

특이한 점이라면 비니를 좋아해서 한여름에도 쓰고다닌다는 정도?

 

한마디로 얼굴도 키도 몸매도 옷입는 것도,

그냥 길에 지나다니는 남자처럼 생겼어요.

 

헌팅같은 건 당연히 한번도 겪어본 적 없습니다 ㅋㅋ

남자한테 여자가 말거는 건

그냥 만화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여자친구 있냐는 물음을 받고도

아주 태연하게 저런 기발한 생각을 했어요 -_-;;;

 

저는 여자친구가 있는 터라 끄덕이면서

"네 여자친구 있는데요?"

하고 그게 어쨌냐는 식의 반문조로 말꼬리를 올리며 대답을 했어요.

 

 

 

 

근데 그랬더니 이 여자분이...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눈을 내리깔더니

인사를 꾸벅 하고는 그대로 뒤돌아서 가버리시더라구요?

걸음도 엄청 빨랐어요...

 

게다가 무슨 투명망토라도 뒤집어 쓰셨는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시더라구요.

 

 

전 멍해서 뒤에서 쳐다보고 있었죠.

진짜 농담아니고

?????? -> 이런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역시 ?????? 이런 얼굴을 하고 친구를 돌아보니까

"저거 혹시 헌팅 아니냐...?"

라고 친구가 말하는 거에요.

 

 

 

 

그제서야 저는 헉!!! 했죠.

내 인생에 이런 경험이...? 하고 ㅋㅋ

 

하지만 저와 친구는 곧 이성을 되찾고...

어디 카메라가 없나 하고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_-;;;

이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었거든요...

 

근데 카메라를 못찾겠드라구요.

그래서 저희는 그다음에

유리창이 달린 2층이상의 음식점이나 커피숍을 찾아봤어요.

 

게임 벌칙으로 시켜놓고 어디서 보고있나 해서요 -_-;;;;;;

 

근데 누가 딱히 저희를 쳐다보고 있지도 않드라구요...?

 

 

 

그제서야 저는 조심스럽게

이거 믿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속에 행복의 파도가 밀려오더니

곧 행복의 폭풍으로 변하더군요 -_-;; ㅋㅋㅋㅋ

 

 

그날 원래 커피빈 들어가서

아무것도 안사먹고 공부만 하려고 했는데

친구한테 케익이랑 무슨 이름 긴 커피까지 쐈습니다 ㅋㅋㅋ

 

공부도 하나도 안됐죠 당연히.

마음이 들떠서... ㅋㅋㅋㅋ

친구랑 그게 과연 헌팅일까 아닐까 토론하느라...

 

친구랑 얘기해볼수록 그 여자분한테 너무 죄송스럽더라구요.

네 여자친구 있는데요??? 이 말이 얼마나 까칠하게 들렸을까요.

그런 의도로 말 걸어주신 것만도 황송한데 -_-;;

더 부드럽게 말씀드리진 못할 망정...

정말 민망하셨을 거 같아요.

 

아마 집에 가시면서

"나 진짜 살다살다 그런놈한테까지 이런 취급 받을 줄 몰랐어..."

이러셨을 지도 -_-;;

 

 

 

 

 

 

그때 그 여자분 혹시 이거 보고 계신가요?

그거 정말 게임 벌칙이나 시티헌터 아니고 진심이셨나요? ㅋㅋ

그랬더라도 상관없어요~

그날 하루, 아니 한 한달동안 ㅋㅋㅋ 기분 정말 좋았거든요.

여자친구한테도 막 자랑했어요.

하도 좋아하니까 여자친구도 그냥 피식 웃고 말더군요 ㅋㅋㅋㅋㅋ

 

 

게임이든 뭐든 간에

정말 평생 못해볼 경험 해본 거 같아서 감사해요 ㅋㅋ

물론 그 이후로도 그런 일은 다시 없었답니다.

분수에 안맞는 일인 거죠 ㅋㅋㅋ

 

혹시 이 글 보시거든 답글 하나 달아주세요.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해요~

 

 

 

 

 

예상리플:

 

- 우리가 원하는 건 단 하나 너의 사진

  (잘생겼으면 진작 사진부터 깠겠죠 ㅋㅋㅋ)

 

- 이런 글 쓰고있는 거 여자친구도 아냐?

  (아니요 ㅋㅋㅋㅋ 알면 혼날테니 말 안하겠지만 전 다른의도 없으니 떳떳해요~)

 

- 이런 놈도 헌팅 당해보는데 난 왜...

  (원래 복권도 돈없는 사람이 당첨되잖아요 꼭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