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도 괜찮아...4

로맨스2007.06.15
조회2,251

왠지 녀석에 얼굴을 보기가 그렇다.

복도를 지날때마다 자꾸 날 힐긋거리며 삼삼오오 모여 수근거리는것도 그렇고 또한 어떤 여학생은 대놓고 나를 욕까지 한다.

요즘들어 안티가 부쩍 늘어가는게...별루 신경은 안쓰지만 그래도 자꾸자꾸 그러니까 신경이 쓰인다. 더더욱 녀석을 벌써 일주일째 피해서 다니다보니 도통 피곤한게 아니다.

그것보단 그 날 이후...녀석을 볼 자신이 없다. ...난 솔직히 별로 이쁘지도 그렇다고 이제 집안도 쫄딱 망했으니까 뭐 돈을 뜯기거나 뭐...보증을 서주거나...이런일도 못하는데...

너무나 잘생긴 남자는 솔직히 부담스럽다...음...뭐랄까 아주 고급스런 그릇에 된장국을 떠놓고 먹는 기분이랄까??

하여튼 녀석은 나에게는 너무나 과분한 사람이다...수한이가 친구 녀석 하나는 정말 진품으로 뒀구나 라는 생각에...그건 기분이 좋다.

그렇게 잘 지낸다고 생각했었는데...병원비도 해결되고 남은 돈으로 월세도 해결하고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았는데...기분좋게 손을 씻고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는데...내 반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앞에 보이고 교실 문을 열려고 했었는데...어디선가 아주 천천히 하지만 아주 성큼성큼 내 앞에 다가와 내가 열려고 하는 교실문을 닫아버렸다.

나는 너무 뜻밖에 상황에 고개를 들었고 그리고 표정이 굳어있는 녀석에 얼굴을 보았다.

주위에서는 하나둘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여기저기서 별로 유쾌하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녀석을 사모하다 못해 열렬히 사랑한다는 미선이는 놀란눈을 하고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낮은 음성에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 한수현! 나 화날려고 그러는데..."

 

"..............."

 

" 왜 피하는거야? "

 

".........수...업 곧 시작되는데...."

 

" 아주 골때리는구나...얘기좀 해 "

 

" 나...들어갈래..."

 

" 한수현!  한번만 더 피해봐...그땐 정말...안참을테니까..."

 

" ............"

 

나는 바보다...정말 바보다...바보다 못해 멍청이다.

그리고 저렇게 아무 표정없이 굳어있는 녀석의 화난 얼굴은 정말 무섭기까지 했다.

내가 잘못한걸까?? 하지만 뭘?? 어차피 처음부터 나한테 어울리는녀석이 아닌데...

수업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머리가 아프다...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린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나...피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것 같다.

촉촉한 무언가가 입술 위에서 고이는듯 싶더니 이내 책상위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걸 본 미선이가 놀란 목소리로 손을 들어 선생님을 불렀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그냥 머리가 어지러울뿐인데...눈앞이 흐릴 뿐인데...

자꾸만 눈이 감긴다....

 

그렇게 한참을 잠들었을까??

따뜻한 이불에 기분좋은 감촉이 오랫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었다.

너무 힘들다....정말 힘들어...아르바이트도 힘들고 이제 얼마뒤면 수능인데...내 꿈도 사라지는것 같고...아빠는 도대체 어디에 계신걸까? 나를 두고 수근거리는 사람들에 목소리도 듣기 싫고 모두가 날 힘들게해....눈물이 날것 같아...눈물이 날것 같아...

 

" 울고 싶으면 그냥 울어...바보처럼 그렇게 참지 말고..."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촉촉히 젖은 눈가를 누군가가 닦아준다...너무나 따뜻하게...

힘겹게 눈을 떠보니 나를 바로보며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얼굴이 보인다.

걱정스럽게 나를 보고 있는...녀석이 있다.

 

"  나 보기 싫으면 그냥 나갈까?? "

 

나는 그냥 말없이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 휴우...다행이네...나가라면 하면 어쩌나...싶었네...이런 바보"

 

" 그냥 좀 어지러워서..."

 

" 오늘은 아르바이트 가지마 "

 

" 안돼...."

 

" 고집 피우지 말고...오늘은 좀 쉬어...내가 대신 말할까? "

 

" 아니..."

 

" 정말 대책이 안선다...너라는 애..."

 

" 지후야...수한이...어디있어? "

 

" 뜬끔없이 수한이는 왜? '

 

" 어디있어? 이제 알려줘...나 많이 참고 기다렸어...이야기해줄때까지...너...나 놀랄까봐...말 안하는거지? 나 걱정할까봐..."

 

" 응"

 

" 괜찮아...말해줘...수한이 어딨어? "

 

" ..............수한이 잘 있어.."

 

" 지후야..."

 

" 수한이랑 약속했어...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아...그녀석 진품이잖아...누나 동생 아주 괜찮은 남자라구..."

 

"..........."

 

" 진짠데...난 수한이 근처도 못가는데..."

 

" 너....멋져..."

 

" 근데...왜 날 피해? 그날 내가 잘못한거야?? 나 솔직히 한숨도 못잤어...내가 무슨 큰 죄라도 지은것처럼...괜히 그렇더라고"

 

" 아니야..."

 

" 근데 정말 장난 아니거든...난 장난 진짜 안 좋아해...물론 그날 그럴려고 그런건 아니지만..."

 

" 미안해...."

 

" 그런말은 그만하고...좀 먹고 다녀...뭐야 이게...도통 뼈밖에 없잖아...나 이러면 수한이한테 진짜 맞는다고...알았어?? 누나 "

 

" 누나?? 그래...나 ....누나 맞지? "

 

" 강조하지마...당분간만...너 기운 차릴때까지만이야 "

 

" 알았어...아.........기분 좋다 '

 

" 난 기분 별룬데..."

 

나를 부축하며 녀석이 양호실 문을 열자  녀석을 보기 위해서 몰래 양호실 문을 열고 보고 있던 후배들이 그대로 중심을 잃고 앞으로 쏠려 넘어졌다.

난 그냥 고개를 숙이고 녀석이 잡은 손을 몰래 빼고는 빠른 걸음으로 교실로 향해 버렸다.

그리고 코너에 돌아 몰래 바라본 풍경은 어이없는 듯이 내가 간 복도를 바라보며 웃어버리는 녀석이 있었고 그리고는 이내 넘어진 아이들을 하나둘 일으켜 주는 녀석이 있었다.

정말 괜찮은 녀석인데...아쉽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성적이 무려 전체 50등이 떨어졌다.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그래도 반에서 5등안에는 들었었는데....선생님은 걱정스럽게 대학을 포기한거냐며 물으셨고 나는 그저 말없이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는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장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다행이도 내 사정을 어느정도 알고 있기에 그리고 그동안 아주 성실히 한 이력때문인지 아쉽지만 힘을 내라며 나를 위로해주셨다.

그리고 그동안 일한거에 십만원을 병원비에 보태라고 넣어 주셨다.

이런 사장님 요즘 흔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래도 나는 꽤나 복이 있는 사람인것 같다.

하지만 내가 그만둔다고 말을 꺼내고 마지막을 정리하려고 하자 아까부터 굳은 표정으로 나를 보는 같이 일하는 오빠가 신경이 쓰였다.

그동안은 지후가 매일 기다려서 함께 가곤 했지만 요즘들어 미안해서 오지 말라고 약속을 해서 녀석이 보이지 않는 날은 조금만 불안한 맘이 들곤 하다.

그리고 그 불안한 맘은 언제나 꿈틀거리며 나에게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는것 같았는데...

모두에게 허리숙여 정중히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며 주유소를 빠져나와 5분쯤 걸어나오고 있을때쯤...문자가 왔다.

 

( 조심히 들어가 ... )

 

나는 기분이 좋아져 답장을 했다.

 

( 응....고마워! 얼릉 자 )

 

( 따뜻하게 입고 다녀...춥다 )

 

어쩐지 춥다 했더니 그렇구나...

 

( 나 지금 엄청 따뜻하게 입었어...얼릉 자)

 

참 답장도 빠르게 온다...

 

( 거짓말....)

 

이녀석 날 마치 보고 있는것처럼 말하고 있네...웃기는 녀석이야

 

( 진짜야....얼릉 자)

 

가방안에 든 그동안 일한 돈이 든 하얀 봉투가 만져지자 기분이 좋아졌다.

대학은 못 가더라도 수능은 봐야지...그래...그래야 후회는 없을것 같은 생각에 내린 결론이다.

발걸음도 가볍고 밤공기가 약간 춥긴 했지만 기분만은 최고였다.

그렇게 또 몇분을 걸어갔을까?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물체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순간 정말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깜짝 놀란 맘을 진정시키고 눈을 뜨고 보니 주유소 일하는 민수오빠였다.

 

" 오빠....깜짝 놀랬잖아요....어디서 온거에요...?"

 

"  놀랬니? 미안...오늘 좀 일찍 간다고 했어..."

 

" 왜...무슨 일 있어요?? "

 

" 아니...너 오늘 마지막 이잖아..."

 

" 녜...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서 조금 걱정이 돼서요..."

 

" 오늘은 그 남자 안보이네? "

 

" 아...지후요? 동생 친구에요..."

 

" 그래? 그냥 동생? "

 

" 음....그냥 동생보단 조금 더..."

 

" 사귀니? "

 

" 아니요....좀 과분해요...근데 왜요? "

 

" 아니...그냥..."

 

" 오빤 집이 어디에요? "

 

" 어?? 그냥...너 바래다 주려고..."

 

" 저 괜찮아요...피곤할텐데..."

 

" 아니야...아..저기 공원에서 잠깐 이야기좀 할수 있어?? "

 

공원? 아파트를 끼고 가로등 하나가 아슬하게 비추고 있는 공원은 별로 내키지가 않았다.

 

" 무슨..."

 

" 그냥...조금...요즘...힘들어서...니가..좀 들어줬음 해서..."

 

" 많이...힘들어요?? "

 

" 조금...잠깐만 들어줄래? "

 

하지만 저 공원은 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오빠에 심각한 얼굴은 자꾸만 내 마음을 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 그냥 여기서 이야기 하면 안돼요?? "

 

" 조금 심각해서....너도 이제 마지막인데...너는 이야기 잘 들어줄것 같아서...."

 

" ............녜...잠깐만 이야기해요..."

 

어색한 분위기가 둘사이를 한없이 맴돌고 있었다.

최대한 가로등이 비추는 벤취에 앉았다.

 

" 무슨 일인데요?? "

 

" 그게....실은..........수현아..."

 

" 녜??"

 

어느덧 내 옆으로 다가온 오빠에 표정이 가로등 아래 조금은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리고는 나에 그런 불안한 예감이 그대로 현실이 되어 버렸다.

내 얼굴 가까이에 다가온 남자는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것 같았다.

갑자기 내 어깨를 잡고 내 입술을 덮쳤다.

나는 손으로 뿌리치며 소리를 내려 했지만 그럴수록 나를 더욱더 죄어오는 남자의 힘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벤취에 나를 넘어뜨리고 내 위에 올라타 내 상의를 벗기려는 남자에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헝클어진 머리와 속옷이 보일듯  상의 단추가 세개쯤 풀러지고 있을때쯤 갑자기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남자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거의 실신 직전까지 상태였고 떨고 있는 몸은 누군가에 옷에 의해 가려지고 있었다.

눈가에 눈물이 멈추지 않고 있었고 강제로 입술을 덮치는 남자에 저항하다 터진 입술에 피가 흐른듯 입속으로 쓴 비린맛이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에 난 그만 눈을 감아 버렸다.

 

" 이 개자식 죽여버릴꺼야...미친자식...죽여버릴꺼야..."

 

그렇게 한참을 남자에게 격한 소리가 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칠게 쉬며 어딘가로 도망치듯 사라지는 남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하지만 난 그 자리에서 일어설수가 없었다. 아직도 손은 떨리고 입술이 떨리고 가슴이 뛰었다.

남자에 깊은 한숨이 들려왔다.

 

" 미안해......잠깐 한눈을 팔았어...너 잠깐 잃어버렸는데...너무 늦게 찾은것 같다...미안해"

 

니가...왜 미안해...니가...왜...바보같이 따라온 내가 바보지...그냥 그래도 두달넘게 일한 사람이니까...괜찮을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지...

 

" ...저 개자식 진짜...죽여버려야 되는데........"

 

" ............."

 

말을 하는 녀석의 입술이 떨고 있었다. 아니...온몸이 분노하고 있는듯 했다...나보다 더...

떨리는 손으로 머릿카락을 정리하고 터진 입술을 자신의 옷으로 닦고 있었다.  눈물을 닦아주고 말없이 나를 안아주는 녀석이다...더이상 녀석이 어려보이지가 않을만큼 너무나 듬직했다.

 

" 괜찮아...이제 괜찮아...아무 일도 없었어...봐...니 눈앞에 내가 있잖아...그러니까 괜찮아...울지마...괜찮아....괜찮아질거야..."

 

갑자기 내 입술이 너무나 불결해보였다. 아픈것도 느껴지지 않을만큼 너무나 불결해서 힘겹게 손으로 닦고 또 닦아도...지워지지가 않는것 같았다..

 

" 더러워...."

 

떨리는 입술로 말하는 나를 힘겹게 보고 있는 녀석에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잡고 있는 녀석에 손이 내 양볼을 조심스럽게 감싸더니 이내 부드러운 입술이 내 입술위로 포개어졌다.

아직도 떨고 있는 내 심장을 마치 조용히 진정시키려는듯 비린맛나는 내 피가 흐르는 입술를 조심스럽게 달래주고 있었다.

 

" 어쩌니...너...자꾸 이렇게 내 맘에 쳐들어면 나혼자 어떡하라고...넌 바보같고...넌 눈치없고...넌 정말 대책없는데...나 혼자만 맘 고생해야 될것 같은데...나...진짜...그런거 잘 못하는데...

나...좀 좋아해주면 안되냐? 한수현....한수현....이 바보야...넌 지금 내가 뭔 말 하는지도 모르지? 또 날 피할거야?? 이제는 어쩌니...나 너 이제 안보면 미치겠는데...불안해서...궁금해서...

...보고 싶어서...이렇게 여린데...혼자 강한척이나 하는 니가...나 진짜 너무 좋은데...나 혼자 또 이렇게 혼잣말이나 하고 있다..."

 

듣고...있어...그냥 못들은척 하는거야...나 진짜 이제 너 어떻게 보니...이런 모습까지 보이고...나...니가 좋아질까봐...아니...좋은데...정말 좋은데...내가 바보같이 그래도 괜찮겠냐고 물어보게 될까봐..겁이나...나...오늘...이 없었음 좋겠어...이제는 너 진짜 못볼것 같아...

이상하게 니가 옆에 있음 나 잠이 와....너무나 편하게...잠이 와...나...잠깐만 잠들어 있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