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겐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

supporter2007.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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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의외 아닌 의외´…매년 기대이상 저력

매년 기대이상의 저력…그 힘은?


 
동서를 막론하고 프로스포츠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는 각종 분석이 쏟아진다. 그 중에서 단연 주목을 끄는 것은 전문가들의 시즌 전망. 전문가들은 전 시즌 성적과 오프시즌 그리고 동계훈련·스프링캠프·시범경기를 종합해 시즌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요즘 팬들은 더 이상 전문가들의 시즌 전망을 믿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매번 보기 좋게 빗나갔기 때문. 물론 프로스포츠의 매력은 이 같은 의외성에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을 매번 바보로 만들어버리며 의외를 연출하지만 결코 의외가 아닌 팀들은 우리가 모르는 그 무언가가 있다. 프로야구에는 두산 베어스가 가장 대표적인 팀이다.


▲ 감독이 생각해도 신기한 팀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감독은 절대적인 권위자다. 해외 프로스포츠에서 단장의 역할이 막중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전문적인 단장들이 전무하다. 감독의 선택 하나하나에 팀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런데 감독조차 신기하게 생각하는 팀이 바로 두산이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소속팀을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팀’으로 규정지었다. 전문가들과 팬들은 물론 감독조차 이 정도 성적을 내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 올 시즌 하위권으로 분류된 두산은 시즌 초반 극심한 침체에 빠졌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9일 현재, 당당히 리그 전체 2위(28승1무22패)에 올라있다. 최근 12경기에서 무려 10승을 쓸어 담았다.

감독조차 신기하게 여길 정도라면 그 팀에는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는 바로 ‘전통’이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감독 교체가 적었고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았다. 도마 위의 생선마냥 감독 자리를 파리 목숨처럼 여기고 계약기간을 그저 서류상의 명목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팀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팀을 지켜보는 것이 구단 고위층과 프런트의 암묵적인 관행이었고 자연스레 코칭스태프나 선수들 모두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는 여유와 안목을 갖게 됐다. 당장 눈앞의 이익과 손해에 휘둘리지 않는 구단 정책이 코칭스태프에게 맡기고 선수들을 믿는 전통을 만든 것.

두산 감독들이 전통적으로 ‘믿음의 야구’를 펼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두산 전신인 OB 시절부터 선수들을 믿고 맡겼다. 일견 무책임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두산의 곰 같은 뚝심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사실 김인식 감독은 OB 및 두산에서 9시즌을 보내며 한국시리즈 2회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성적 자체가 꾸준한 건 아니었다.

1995년 부임 첫 해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1996년 최하위 포함 3년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하는 등 성적 급락이 잦은 편이었다. 하지만 두산 프런트 쪽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두산은 2000년 이후 새로운 분기점을 마련하며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일궈냈다.

두산 구단이 막대한 선수지원은 없었을지라도 현장 코칭스태프에는 확실한 믿음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물질적으로는 뒷받침해주지 못했을지라도 정신적 믿음을 선수단에 주었다. 1승, 1패에 환희와 절망이 엇갈리는 현장 선수단에는 물질적 지원보다도 더 확실한 지원이 아닐 수 없다. 구단 고위층과 프런트에서 이어진 믿음은 감독과 선수들에게 전이되어 구단은 물론 팬들에게까지 믿음과 신뢰의 화학효과를 일으켰다.


▲ 프로구단의 진정한 롤-모델

먼저 감독의 능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야구경기에서 감독의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타순을 짜고 투수를 교체하는 감독의 능력이 곧 승패를 좌우한다는 시각이 있는가하면, 선수들이 하는 야구에 감독이 개입하는 영향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공통점은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선수들이 어느 정도 기량을 갖춰야 야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두산은 선수가 대체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선수부족 현상을 겪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꽃피우지 못한 무명들과 한 물간 노장들의 가치를 재발견해 중용했으며, 새얼굴을 등용하고 트레이드를 통해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 김인식 감독이 전자이고, 김경문 감독이 후자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선수 보는 안목과 굳은 심지가 선수들의 숨은 기량을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체계적인 팜-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다. 김인식 감독 시절 주로 타 팀에서 버림받은 노장선수들을 바탕으로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면, 김경문 감독 체제 이후에는 젊은 선수들을 대량으로 길러냈다.

마운드에는 정재훈·이재우·김승회 등이 대표적이며, 야수로는 손시헌·고영민·민병헌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중 정재훈과 손시헌은 각 포지션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선수로 성장했고, 나머지 선수들도 주력멤버로 성장했다. 올 시즌에도 마운드에는 김상현, 야수에는 김현수가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다. 팜-시스템 아래 체계적인 코스를 밟아온 선수들이 1군에서도 중용을 받으며 성장가도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

6년째 1차 지명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화수분처럼 1군 선수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대 못지않게 두산의 팜-시스템도 인정받아 마땅하다. 이 같은 신진세력의 줄기찬 등장은 베테랑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제가 되어 팀 전체에 경쟁의식을 불어넣는 이중효과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과감한 트레이드도 두산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유 중 하나. 2005년 다니엘 리오스, 2006년 최준석, 2007년 이대수는 그 중에서도 단연 잭팟을 터뜨린 경우다.

리오스는 2005시즌 후반기에 두산이 2위 자리를 쟁취하는데 일등공신이었으며, 2006시즌 최준석은 심각한 장타 부재에 시달리던 두산 타선에 단비를 선사했다. 올해 이대수의 경우에도 손시헌의 군입대 공백으로 생긴 유격수 자리를 공수 양면에서 완벽하게 메워주며 팀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다수 구단들이 후폭풍을 두려워한 나머지 트레이드를 꺼리고 있으나, 카드만 맞는다면 트레이드를 단행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는 두산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만들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비단 트레이드뿐만 아니라 이종욱과 같은 방출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두산에게는 전력상승에 굉장한 보탬이 되고 있다. 지금 이종욱은 두산에서 부동의 톱타자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