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목길 - “형님. 지금 시간이..” “그럼 어떻게 하냐? 중요한 손님인데. 은아 그 계집애도 좋아할껄? 돈 많이 주는 놈이다.” “하지만..” 뚜. 뚜. 뚜.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겨버렸다. ......아 매너 없는 새끼. 내 언젠가 너한테 발신자 전화 꼭 하마. 시계를 바라보니 오후 2시. 문제는 지금 은아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적아, 원만아.” 결국 한숨을 내쉬며 나는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는 둘을 흔들었다. 내가 전화를 하기도, 가서 데리고 오기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럴 때 이 영양가 없는 두 놈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행님 와예..” 곧 기적이가 잠에서 힘들게 깬 체 나를 바라봤다. “가서 은아 좀 데리고 와라.” “예. 알겠습니더.” 가끔씩 착한 녀석.... 아 진짜 저새끼. “기적아?” “행님 와예..” “은아 좀 데리고 오라고?” “예. 알겠습니더.” “..............” 어이없는 눈으로 기적이를 바라봤다. 여전히 잠에서 깨기 위해 눈을 비비다 다시 잠드는 기적.. .. 이새끼. 이번이 마지막이다. 또 잠들어봐라. “기적아.” “행님 와예..” “일어나는 것이 좋을 듯 싶은데?” “예. 알겠습니더.” 10초, 20초, 1분, 3분, 5분.. 나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야구 빠따가 거기 있었기에. “기적아.” “행님 와예..” 기적이는 여전히 앉은 상태에서 대답했다. “이리로 좀 와바.” 그런 기적이를 보며 난 애써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곧 기적이가 화장실로 들어왔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눈꼽을 휘날리며 달려오는 기적이. 그래.. 어서, 어서 이 형님의 품으로 와라. 곧 죽여줄테니.. “해.. 행님! 기적이 깼습니더!!” “그냥 영원히 푹자.” “해.. 행님!!” 기적이에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영원한 안식을 준 나는 곧 원만이에게 다가갔다. 이 난리에도 여유롭게 주무시고 계신 원만. 적어도 너는 기적이보다 낫겠지.. “원만아.” “.......” “원만아?” “..........” “원만아!!” “아 시발! 잠 좀 자게 해주소!!” ........... 그동안 산다고 고생했다. “해.. 행님.. 지가 자다 깨서 헛소리를..” “잠 자게 해줄게. 수고요.” “해.. 행님!!” 화장실에 피투성이가 되어 시체처럼 잠자는 둘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저렇게 맞고도 잠을 잘 수 있다니.. 어떻게 보면 내가 심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너무나 졸려서 저러는 것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미안하다.. 못난 형이라서.. 푹 자라. 잠에 빠진 둘을 웃으며 바라보던 나는.. 화장실 문을 열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새끼들. 아주 그냥 거기서 평생 살아라. #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기적이와 원만이로 인해 결국 은아를 데리로 나온 것은 나였다. 나는 학교 앞에서 은아에게 전화를 하였고 다행히 통화가 가능 하였다. “아저씨!! 지금 수업 중인거 몰라요?!!” 전화를 받자마자 소리치는 은아. .....시발.. 나 귀를 폰에 가까이 대고 통화한다고. “미안한데 나도 어쩔 수가..” “미안하면 다예요?!!” 이 계집애가 보자, 보자 하니깐.. “그런데 너는 왜 수업시간에 소리를 쳐!!” “쉬는 시간이거든요?” “아...” 거기서 감탄하면 어쩌자는거냐... “그런데 무슨 일이예요? 이 시간에.” 은아의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다 곧 사실대로 말했다. 그러자 은아는 잠시 침묵을 지켰고.. “예. 알겠어요.. 지금 나갈께요.” 그 말과 함께 전화기는 끊겼다.. ....그런데 너도 컬러링 센스가 거참.. 은아와 전화를 끊은 지 10분이나 되었을까? 담배를 피며 응가를 하는 변견과 눈싸움을 하고 있는데 은아가 헐레벌떡 뛰쳐나오며 나를 불렀다. “아저씨!!” ......젠장.. 눈싸움 졌다.. “너 때문에 놀라서 눈 감아버렸잖아!” “..예?” “에이씨.” “아저씨?..” 나의 갑작스런 발언에 황당해 하는 은아. 그렇다고 변견이랑 눈싸움 하는 중이였다며 말하기도 뭐하기에 나는 괜히 혼자 짜증을 내며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아니, 어쩌면 은아의 얼굴을 똑바로 볼 자신이 없는 것인지도.. 다음에는 꼭 저 강아지한테 이겨야지. # 은아를 사무실에 데려다주고 황급히 빠져나온 나는 담배를 한 개피 물었다. “어?” 나는 흠칫 놀라며 상대를 바라봤다. 그러자 상대 역시 흠칫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단 말인가? 조금 전 변견을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이야. 반갑다. 그치?” 나름 정이 들었다고 나는 웃으며 변견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피식.. 거리는 얼굴로 무시하며 걸어가는 변..견. ..........아 이 개자식이 진짜? “어이 변견. 지금 나 무시하냐?” 나는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변견을 향해 소리쳤고, 그때 나를 뒤돌아 본 변견은 어깨를 으쓱 하더니 걸어간다.. .......시발.. 저게 개야 사람이야? 변견을 보며 어이없어 하는 그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엄마.. 저 아저씨 이상해. 개랑 얘기해.” “보지마. 저런 새끼 보면 너도 미쳐!!” ........이봐 아줌마.. 저런 새끼라니.. 자기들 할 말만 끝내고 순식간에 멀어지는 아줌마와 초딩. 그들은 마치 축지법을 쓰듯,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 아줌마와 초딩으로 인해 심한 상처를 받은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형님이 오늘 일이 있을 것이라며 동생들을 데리고 있으라 했기 때문에 기적이와 원만이를 감금에서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지이잉. 키로 손잡이를 연 나는 곧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기적이와 원만이가 갇힌 것을 증명하듯 잠금 장치는 해제되어 있었고, 화장실로 향하려는 그 순간 들리는 목소리. “행님 오셨습니꺼?” 기적이 네가 어떻게 주방에서 라면을 드시고 계시니.. “행님 어디갔었어예?” 원만 넌 어찌 카트를 하고 있냐.. 나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화장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공사를 해도 저렇게 처참하게 부수지 않겠다.. 완전 산산조각이 나 있는 화장실 문. “저거 누가 그랬냐?” 조용히 화장실 문을 가리키며 말하자 기적이가 냉큼 대답한다. “행님! 저거 원만이가 했어예! 저는 하지 말자는데 원만이가!” 나는 어깨를 풀며 화장실 옆 컴퓨터에 있는 원만이에게 다가갔다. 원만이는 기적이를 보며 입술로 온갖 욕을 다하고.. 그때 나의 코를 자극하는 향기. “........누가 쌌냐.” “행님! 저거 기적이가 쌌어예! 저 새끼가 싸지르니 변기가 몸살 난겁니더! 안 내려가예!” “시.. 시발 치사한 놈! 니도 전에 쌌다가 구멍 막았다 아이가!” ...... 결론은 둘 다 죽일놈. “하나.” “개념아!” “둘.” “돌아와!” “그만.” 나의 말에 원만이와 기적이는 곧 벌떡 일어났고 “행님. 지가 곧 똥 풀께예!” 원만이가 나의 눈치를 보며 말하더니 곧 화장실로 달려갔다. “지는 라면마저 먹을께예!” ................. “기적이만 하나.” “개념아!” “둘.” “돌아와!” 한참 기적이에게 기합을 주고 있는데 해맑은 얼굴로 나오는 원만. “행님. 다 펐어예! 아 맞다.. 행님. 제가 어제 새벽에 사온 것이 있는디..” 원만이는 곧 냉장고를 열더니 아이스 볼 같은 것을 꺼내고 “이기 아이스크림인데 진짜 맛있습니더.” 작은 공같이 생긴 아이스크림을 손으로 집어 내미는 원만. 나는 실소를 흘리며 입을 벌렸고 곧 원만은 아이스크림을 내 입에 넣어 주었다. .....고맙게 손가락도 깊숙이............ “해, 행님 괜찮습니꺼?” 살해당할 뻔한 목구멍으로 인해 켁켁 거리던 나는 바싹 긴장한 원만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괜찮아. 그런데 똥은 다 펐냐?” “예. 행님! 제가 이 두 손으로 다 펐습니더!” ......................... “원만이 혼자 기적이 업고 하나.” “손으로!” “둘.” “똥 퍼지말자!” “셋.” “그 손을!” “넷.” “행님 입에 넣지 말자!” 나는 양치질이 끝날 때 까지 반복을 시켰다. ....아 목에 똥독 오르는거 아냐? 양치를 끝내고 나온 나는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고, 곧 기적이와 원만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그런 원만이의 손에는 장갑이 껴져 있었다. # 원만이와 기적이를 데리고 온 것은 명동의 한 나이트였다. 형님의 부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온 것이었고 “행님 괜찮겠습니꺼?” 기적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했다. 사이가 좋지도 않는 구역에 단 셋만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셋만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형님의 확답 때문이었다. “걱정마! 내가 다 얘기 해놨으니. 내 말에 쫄아서 대답도 못하더라. 으하하. 너희들은 가서 물건만 받아오면 돼.” 물론 그동안 형님의 행동으로 볼 때 그다지 믿음이 가진 않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형님이 시키면 해야지. “만약 뭔일 생기면 튀어라.” 나는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원만이와 기적이에게 당부를 했는데.. ........이 새끼들아.. 누가 지금 튀라했어?.. 나는 곧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나이트 입구로 향했다. 살다 살다 단 세 명으로 상대 조직에 협박하러 온 것은 처음이다. “대갈 형님 심부름 왔습니다만.” 난 곧 입구에서 길을 지키고 있는 한 건달에게 말을 건넸고, 곧 건달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행님. 진짜 아무 일 없겠지예?” 기적이가 불안한지 재차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만 믿어.” “..행님 같으면 솔직히 행님이 믿음이 갑니꺼..” “......이 자식이 진짜..” “어이. 대갈이 심부름 왔다고?” 기적이와 티격태격 하는 사이 어느새 우리 앞에는 8명의 어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 가운데에 서 있는 호리호리한 대머리 남자가 말을 꺼낸 것이었고..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대갈이라지만 대갈이라니? 듣는 대갈이는 내 형님인데 대갈이라니? 대가리에 머리카락도 없는 새끼가!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주먹 세계에는 서열과 예의란 것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그 예의란 것을 무시하고 있었다. “말이 심하십니다?” 나는 대머리에게 적의를 드러내며 말했다. 그런 내 모습에 기적이와 원만이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시발.. 지들만 튀려고 하다니.. “형님 말로는 얘기가 끝났다고 했는데 아닙니까?” “얘기가 끝나? 푸하하하.” 대머리는 나의 말을 비꼬듯 오버해서 웃었고. “지 혼자 얘기하고 뭐라 말하기도 전에 끊더니 이젠 애들을 보내? 이것들이 진짜 장난하나?” .........아 시발 형님!! 이봐. 어쩐지 너무 어이없게 이 구역 먹는다고 했어! 대머리의 말에 드디어 상황 파악을 한 나. 속으로 형님에게 온갖 욕을 다 하며 애써 얼굴로 웃는다. 긴장하면 안 된다. 당황해서도 안 된다. 빈틈을 노리다.. ... 한 번에 도망쳐야한다. “시발 튀어!” 곧 나는 뒤로 돌아서며 외쳤고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미 달리고 있던 기적이와 원만이 저 앞에서 외치고.. “행님! 빨리 오소!” “저희들은 아까부터 달렸어예!” 매정한 새끼들. 나는 이를 악물며 뛰었다. 잡히면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당연했다. 그러자.. 나보다 속도가 떨어지는 기적이와 원만이를 어느새 따라 잡을 수 있었고 그런 우리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어깨들. 그때 기적이가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껴서인지 헐떡 거리며 외쳤다. “해.. 행님!” “허억, 허억. 왜?” “이.. 이러다 잡히겠습니더!” “젠장. 말할 시간에 뛰어.” “아닙니더.. 행님! 제가 총대 매겠습니더!” “뭐?”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기적이를 바라봤다. 지금 저 말은 우리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뜻. ...이 새끼 마약 처먹었나.. 왜 안 하던 짓을.. 나를 보며 씁쓸하게 웃는 기적. “행님.. 허억, 허억. 그동안 감사했습니더.” “기.. 기적아. 안돼 임마! 뛰어!” “행님.. 무사히 살아서 돌아 와야합니더.” “그래. 살아 돌아갈.. 뭐?” 기적아 왜 지금 네 주먹이 내 배를 때리니...? 열심히 달리던 나는 배에 충격을 느끼며 허공에 붕.. 떴고 인간은 날 수 없다는 법칙과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런 나를 슬픈 듯 바라보며 외치는 기적. “행님! 제가 총대 메고 행님을 깐 것은 .. 행님을 믿기 때문입니더! 꼭 살아 오이소!” .......고마운 새끼.. 내 죽어서도 넌 꼭 죽여주마. 그때 나의 등 바로 뒤에 일제히 멈추는 발소리들. 어색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보자 8명이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동생이 지 선배를 패고 도망가네?” 대머리가 황당한 표정으로 말하자 모두 큭큭 거리며 비웃었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대머리에게 외쳤다. 감히 내 동생을 비웃어?!! “.. 저 놈 잡아 올 테니 봐주세요.” 개 패듯 때리는 것을 보니 싫은가보다. # “밟아.” 그 말과 함께 시작이었다. 온 몸에 쏟아지는 발길질과 고통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쪼그리고 방어를 하는 것뿐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도 아니고 내가 8명의 건달을 상대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내 실력이면 상대가 8명이 아닌.. 6명만 됐더라면.. .......튈 수는 있었을텐데.. 몇 분이나 지났을까? 다시 대머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끌고 가자.” 그러자 피에 젖은 나의 육체를 일으키는 어깨들. 그리고 그때 들리는 경찰들의 호루라기 소리. 주위서 보고 있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신고를 해준 것인가? 어찌되었던 나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젠장.. 가자.” 대머리는 곧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경찰들의 등장과 함께 내가 최후의 힘을 짜내며 일어나지 않으려고 버텼기 때문에 나를 포기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곧 어깨들 역시 우르르 사라졌고.. 그러자 구경을 하던 이들이 내 곁으로 몰려들었다. 시발.. 쪽팔리게.. 그때 경찰 두명이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애써 손을 뿌리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작성할 이유가 없었다. 나 역시 경찰서에 가봐야 좋지 않기 때문에.. “하아.. 쿨럭.” 힘들게 경찰들을 뿌리친 나는 한 골목길에 들어서서 주저앉았다. 그런데 골목길에 왠 모텔들이.... ......좋은 동네군. 더 이상 서 있을 힘도 존재하지 않았고 시야가 흐릿했다. 세상이 회전목마처럼 돌기 시작했고 나는 거친 호흡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 내 머릿속에 동생들이 떠오르고.. 개념은 없지만 착했던 원만.. 개념은 더 없지만 의리하나는 최고였던 기적.. ......잡히면 죽인다. 그리고... 그때 내 귀로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 “아.. 아저씨?!” 나는 힘겹게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은아가 떠오르는 순간에.. 은아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내 귀가 미쳤구나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 나의 눈에.. 모텔 뒷문에서 나온 놀란 표정의 은아가 보였다. 출처: http://cafe.daum.net/siniistears『시니is눈물』 글쓴이: 시니is
걸레소녀 4.
- 골목길 -
“형님. 지금 시간이..”
“그럼 어떻게 하냐? 중요한 손님인데. 은아 그 계집애도 좋아할껄? 돈 많이 주는 놈이다.”
“하지만..”
뚜. 뚜. 뚜.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겨버렸다.
......아 매너 없는 새끼. 내 언젠가 너한테 발신자 전화 꼭 하마.
시계를 바라보니 오후 2시.
문제는 지금 은아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적아, 원만아.”
결국 한숨을 내쉬며 나는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는 둘을 흔들었다.
내가 전화를 하기도, 가서 데리고 오기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럴 때 이 영양가 없는 두 놈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행님 와예..”
곧 기적이가 잠에서 힘들게 깬 체 나를 바라봤다.
“가서 은아 좀 데리고 와라.”
“예. 알겠습니더.”
가끔씩 착한 녀석.... 아 진짜 저새끼.
“기적아?”
“행님 와예..”
“은아 좀 데리고 오라고?”
“예. 알겠습니더.”
“..............”
어이없는 눈으로 기적이를 바라봤다.
여전히 잠에서 깨기 위해 눈을 비비다 다시 잠드는 기적..
.. 이새끼. 이번이 마지막이다. 또 잠들어봐라.
“기적아.”
“행님 와예..”
“일어나는 것이 좋을 듯 싶은데?”
“예. 알겠습니더.”
10초, 20초, 1분, 3분, 5분..
나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야구 빠따가 거기 있었기에.
“기적아.”
“행님 와예..”
기적이는 여전히 앉은 상태에서 대답했다.
“이리로 좀 와바.”
그런 기적이를 보며 난 애써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곧 기적이가 화장실로 들어왔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눈꼽을 휘날리며 달려오는 기적이.
그래.. 어서, 어서 이 형님의 품으로 와라.
곧 죽여줄테니..
“해.. 행님! 기적이 깼습니더!!”
“그냥 영원히 푹자.”
“해.. 행님!!”
기적이에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영원한 안식을 준 나는 곧 원만이에게 다가갔다.
이 난리에도 여유롭게 주무시고 계신 원만.
적어도 너는 기적이보다 낫겠지..
“원만아.”
“.......”
“원만아?”
“..........”
“원만아!!”
“아 시발! 잠 좀 자게 해주소!!”
........... 그동안 산다고 고생했다.
“해.. 행님.. 지가 자다 깨서 헛소리를..”
“잠 자게 해줄게. 수고요.”
“해.. 행님!!”
화장실에 피투성이가 되어 시체처럼 잠자는 둘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저렇게 맞고도 잠을 잘 수 있다니..
어떻게 보면 내가 심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너무나 졸려서 저러는 것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미안하다.. 못난 형이라서.. 푹 자라.
잠에 빠진 둘을 웃으며 바라보던 나는..
화장실 문을 열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새끼들. 아주 그냥 거기서 평생 살아라.
#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기적이와 원만이로 인해
결국 은아를 데리로 나온 것은 나였다.
나는 학교 앞에서 은아에게 전화를 하였고 다행히 통화가 가능 하였다.
“아저씨!! 지금 수업 중인거 몰라요?!!”
전화를 받자마자 소리치는 은아.
.....시발.. 나 귀를 폰에 가까이 대고 통화한다고.
“미안한데 나도 어쩔 수가..”
“미안하면 다예요?!!”
이 계집애가 보자, 보자 하니깐..
“그런데 너는 왜 수업시간에 소리를 쳐!!”
“쉬는 시간이거든요?”
“아...”
거기서 감탄하면 어쩌자는거냐...
“그런데 무슨 일이예요? 이 시간에.”
은아의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다 곧 사실대로 말했다.
그러자 은아는 잠시 침묵을 지켰고..
“예. 알겠어요.. 지금 나갈께요.”
그 말과 함께 전화기는 끊겼다..
....그런데 너도 컬러링 센스가 거참..
은아와 전화를 끊은 지 10분이나 되었을까?
담배를 피며 응가를 하는 변견과 눈싸움을 하고 있는데
은아가 헐레벌떡 뛰쳐나오며 나를 불렀다.
“아저씨!!”
......젠장.. 눈싸움 졌다..
“너 때문에 놀라서 눈 감아버렸잖아!”
“..예?”
“에이씨.”
“아저씨?..”
나의 갑작스런 발언에 황당해 하는 은아.
그렇다고 변견이랑 눈싸움 하는 중이였다며 말하기도 뭐하기에
나는 괜히 혼자 짜증을 내며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아니, 어쩌면 은아의 얼굴을 똑바로 볼 자신이 없는 것인지도..
다음에는 꼭 저 강아지한테 이겨야지.
#
은아를 사무실에 데려다주고 황급히 빠져나온 나는 담배를 한 개피 물었다.
“어?”
나는 흠칫 놀라며 상대를 바라봤다.
그러자 상대 역시 흠칫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단 말인가?
조금 전 변견을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이야. 반갑다. 그치?”
나름 정이 들었다고 나는 웃으며 변견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피식.. 거리는 얼굴로 무시하며 걸어가는 변..견.
..........아 이 개자식이 진짜?
“어이 변견. 지금 나 무시하냐?”
나는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변견을 향해 소리쳤고,
그때 나를 뒤돌아 본 변견은 어깨를 으쓱 하더니 걸어간다..
.......시발.. 저게 개야 사람이야?
변견을 보며 어이없어 하는 그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엄마.. 저 아저씨 이상해. 개랑 얘기해.”
“보지마. 저런 새끼 보면 너도 미쳐!!”
........이봐 아줌마.. 저런 새끼라니..
자기들 할 말만 끝내고 순식간에 멀어지는 아줌마와 초딩.
그들은 마치 축지법을 쓰듯,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
아줌마와 초딩으로 인해 심한 상처를 받은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형님이 오늘 일이 있을 것이라며 동생들을 데리고 있으라 했기 때문에
기적이와 원만이를 감금에서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지이잉.
키로 손잡이를 연 나는 곧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기적이와 원만이가 갇힌 것을 증명하듯 잠금 장치는 해제되어 있었고,
화장실로 향하려는 그 순간 들리는 목소리.
“행님 오셨습니꺼?”
기적이 네가 어떻게 주방에서 라면을 드시고 계시니..
“행님 어디갔었어예?”
원만 넌 어찌 카트를 하고 있냐..
나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화장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공사를 해도 저렇게 처참하게 부수지 않겠다..
완전 산산조각이 나 있는 화장실 문.
“저거 누가 그랬냐?”
조용히 화장실 문을 가리키며 말하자 기적이가 냉큼 대답한다.
“행님! 저거 원만이가 했어예! 저는 하지 말자는데 원만이가!”
나는 어깨를 풀며 화장실 옆 컴퓨터에 있는 원만이에게 다가갔다.
원만이는 기적이를 보며 입술로 온갖 욕을 다하고..
그때 나의 코를 자극하는 향기.
“........누가 쌌냐.”
“행님! 저거 기적이가 쌌어예! 저 새끼가 싸지르니 변기가 몸살 난겁니더! 안 내려가예!”
“시.. 시발 치사한 놈! 니도 전에 쌌다가 구멍 막았다 아이가!”
...... 결론은 둘 다 죽일놈.
“하나.”
“개념아!”
“둘.”
“돌아와!”
“그만.”
나의 말에 원만이와 기적이는 곧 벌떡 일어났고
“행님. 지가 곧 똥 풀께예!”
원만이가 나의 눈치를 보며 말하더니 곧 화장실로 달려갔다.
“지는 라면마저 먹을께예!”
.................
“기적이만 하나.”
“개념아!”
“둘.”
“돌아와!”
한참 기적이에게 기합을 주고 있는데 해맑은 얼굴로 나오는 원만.
“행님. 다 펐어예! 아 맞다.. 행님. 제가 어제 새벽에 사온 것이 있는디..”
원만이는 곧 냉장고를 열더니 아이스 볼 같은 것을 꺼내고
“이기 아이스크림인데 진짜 맛있습니더.”
작은 공같이 생긴 아이스크림을 손으로 집어 내미는 원만.
나는 실소를 흘리며 입을 벌렸고 곧 원만은 아이스크림을 내 입에 넣어 주었다.
.....고맙게 손가락도 깊숙이............
“해, 행님 괜찮습니꺼?”
살해당할 뻔한 목구멍으로 인해 켁켁 거리던 나는
바싹 긴장한 원만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괜찮아. 그런데 똥은 다 펐냐?”
“예. 행님! 제가 이 두 손으로 다 펐습니더!”
.........................
“원만이 혼자 기적이 업고 하나.”
“손으로!”
“둘.”
“똥 퍼지말자!”
“셋.”
“그 손을!”
“넷.”
“행님 입에 넣지 말자!”
나는 양치질이 끝날 때 까지 반복을 시켰다.
....아 목에 똥독 오르는거 아냐?
양치를 끝내고 나온 나는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고,
곧 기적이와 원만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그런 원만이의 손에는 장갑이 껴져 있었다.
#
원만이와 기적이를 데리고 온 것은 명동의 한 나이트였다.
형님의 부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온 것이었고
“행님 괜찮겠습니꺼?”
기적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했다. 사이가 좋지도 않는 구역에 단 셋만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셋만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형님의 확답 때문이었다.
“걱정마! 내가 다 얘기 해놨으니. 내 말에 쫄아서 대답도 못하더라. 으하하. 너희들은 가서 물건만 받아오면 돼.”
물론 그동안 형님의 행동으로 볼 때 그다지 믿음이 가진 않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형님이 시키면 해야지.
“만약 뭔일 생기면 튀어라.”
나는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원만이와 기적이에게 당부를 했는데..
........이 새끼들아.. 누가 지금 튀라했어?..
나는 곧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나이트 입구로 향했다.
살다 살다 단 세 명으로 상대 조직에 협박하러 온 것은 처음이다.
“대갈 형님 심부름 왔습니다만.”
난 곧 입구에서 길을 지키고 있는 한 건달에게 말을 건넸고,
곧 건달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행님. 진짜 아무 일 없겠지예?”
기적이가 불안한지 재차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만 믿어.”
“..행님 같으면 솔직히 행님이 믿음이 갑니꺼..”
“......이 자식이 진짜..”
“어이. 대갈이 심부름 왔다고?”
기적이와 티격태격 하는 사이 어느새 우리 앞에는 8명의 어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 가운데에 서 있는 호리호리한 대머리 남자가 말을 꺼낸 것이었고..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대갈이라지만 대갈이라니? 듣는 대갈이는 내 형님인데 대갈이라니? 대가리에 머리카락도 없는 새끼가!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주먹 세계에는 서열과 예의란 것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그 예의란 것을 무시하고 있었다.
“말이 심하십니다?”
나는 대머리에게 적의를 드러내며 말했다.
그런 내 모습에 기적이와 원만이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시발.. 지들만 튀려고 하다니..
“형님 말로는 얘기가 끝났다고 했는데 아닙니까?”
“얘기가 끝나? 푸하하하.”
대머리는 나의 말을 비꼬듯 오버해서 웃었고.
“지 혼자 얘기하고 뭐라 말하기도 전에 끊더니 이젠 애들을 보내? 이것들이 진짜 장난하나?”
.........아 시발 형님!!
이봐. 어쩐지 너무 어이없게 이 구역 먹는다고 했어!
대머리의 말에 드디어 상황 파악을 한 나.
속으로 형님에게 온갖 욕을 다 하며 애써 얼굴로 웃는다.
긴장하면 안 된다. 당황해서도 안 된다. 빈틈을 노리다..
... 한 번에 도망쳐야한다.
“시발 튀어!”
곧 나는 뒤로 돌아서며 외쳤고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미 달리고 있던 기적이와 원만이 저 앞에서 외치고..
“행님! 빨리 오소!”
“저희들은 아까부터 달렸어예!”
매정한 새끼들.
나는 이를 악물며 뛰었다.
잡히면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당연했다.
그러자.. 나보다 속도가 떨어지는 기적이와 원만이를 어느새 따라 잡을 수 있었고
그런 우리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어깨들.
그때 기적이가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껴서인지 헐떡 거리며 외쳤다.
“해.. 행님!”
“허억, 허억. 왜?”
“이.. 이러다 잡히겠습니더!”
“젠장. 말할 시간에 뛰어.”
“아닙니더.. 행님! 제가 총대 매겠습니더!”
“뭐?”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기적이를 바라봤다.
지금 저 말은 우리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뜻.
...이 새끼 마약 처먹었나.. 왜 안 하던 짓을..
나를 보며 씁쓸하게 웃는 기적.
“행님.. 허억, 허억. 그동안 감사했습니더.”
“기.. 기적아. 안돼 임마! 뛰어!”
“행님.. 무사히 살아서 돌아 와야합니더.”
“그래. 살아 돌아갈.. 뭐?”
기적아 왜 지금 네 주먹이 내 배를 때리니...?
열심히 달리던 나는 배에 충격을 느끼며 허공에 붕.. 떴고
인간은 날 수 없다는 법칙과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런 나를 슬픈 듯 바라보며 외치는 기적.
“행님! 제가 총대 메고 행님을 깐 것은 .. 행님을 믿기 때문입니더! 꼭 살아 오이소!”
.......고마운 새끼.. 내 죽어서도 넌 꼭 죽여주마.
그때 나의 등 바로 뒤에 일제히 멈추는 발소리들.
어색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보자 8명이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동생이 지 선배를 패고 도망가네?”
대머리가 황당한 표정으로 말하자 모두 큭큭 거리며 비웃었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대머리에게 외쳤다.
감히 내 동생을 비웃어?!!
“.. 저 놈 잡아 올 테니 봐주세요.”
개 패듯 때리는 것을 보니 싫은가보다.
#
“밟아.”
그 말과 함께 시작이었다.
온 몸에 쏟아지는 발길질과 고통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쪼그리고 방어를 하는 것뿐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도 아니고 내가 8명의 건달을 상대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내 실력이면 상대가 8명이 아닌.. 6명만 됐더라면..
.......튈 수는 있었을텐데..
몇 분이나 지났을까?
다시 대머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끌고 가자.”
그러자 피에 젖은 나의 육체를 일으키는 어깨들.
그리고 그때 들리는 경찰들의 호루라기 소리.
주위서 보고 있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신고를 해준 것인가?
어찌되었던 나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젠장.. 가자.”
대머리는 곧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경찰들의 등장과 함께 내가 최후의 힘을 짜내며
일어나지 않으려고 버텼기 때문에 나를 포기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곧 어깨들 역시 우르르 사라졌고.. 그러자 구경을 하던 이들이 내 곁으로 몰려들었다.
시발.. 쪽팔리게..
그때 경찰 두명이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애써 손을 뿌리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작성할 이유가 없었다.
나 역시 경찰서에 가봐야 좋지 않기 때문에..
“하아.. 쿨럭.”
힘들게 경찰들을 뿌리친 나는 한 골목길에 들어서서 주저앉았다.
그런데 골목길에 왠 모텔들이....
......좋은 동네군.
더 이상 서 있을 힘도 존재하지 않았고 시야가 흐릿했다.
세상이 회전목마처럼 돌기 시작했고 나는 거친 호흡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 내 머릿속에 동생들이 떠오르고..
개념은 없지만 착했던 원만.. 개념은 더 없지만 의리하나는 최고였던 기적..
......잡히면 죽인다.
그리고...
그때 내 귀로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
“아.. 아저씨?!”
나는 힘겹게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은아가 떠오르는 순간에.. 은아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내 귀가 미쳤구나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 나의 눈에..
모텔 뒷문에서 나온 놀란 표정의 은아가 보였다.
출처: http://cafe.daum.net/siniistears『시니is눈물』
글쓴이: 시니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