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무엇인지...

바이올렛2003.05.28
조회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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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아빠!!!  이건 반칙이예요, 반칙... "


" 어허~~~ 아들아!!! 그건 분명히 뭔가를 니가 잘못 본 거여... "

 


아고야~~~

어쩜 좋을꼬???

또 시작인가 보다...

 


오늘저녁 낭군님의 생일밥상은 일식집에서 소박하게 해결하고...(낭군님의 요청으로 ^^)

뒤설겆이가 없는 간만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너긋이 즐겨보는 커피 한 잔의 운치속에서도...

돌아앉은 거실 한켠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 점의 그림같은 풍경이 또 나의 예민한 레이다에 꼼짝없이 걸려들고 있다.

결혼생활 10년을 넘기면서 터득한... 가끔씩은 소름돋을 정도로 나날이 밝아져오는 정확한 상황판단의 불길한 어떤 조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낡은 통키타랑 이웃해 머리통을 맞대고있는 벽시계를 흘끔 올려다 본다.

음~~

아직은 그래도 20여 분 정도의 여유는 있겠다....

 

우유병 물고 만화영화에 푹 빠진 딸내미를 얼른 쇼파 한쪽으로 단단히 붙잡아두고는...

마치 민방위훈련 경계경보가 내려진 그런 상황 마냥... 나의 발걸음은 목욕탕으로... 아들넘 방으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혼자서 바쁘게 들락날락 거려보는데...

 


아궁~~~

정말이지...

저 이... 한잔되면 시작하는 아들놈 잡는 그 넘의 장기...

난 싫다!! 정말 싫다~~~~

 


할 수 없다...

결국에는 오늘도 내가 나서야 적군(?)의 진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소리없는 고문(?)의 무장해제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을...

 

멀찌감치 떨어진 거리지만 아들놈의 아빠를 향한 항의성 투정에는... 왠지 색깔을 알 수 없는 그런 메세지가... 구원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담아 내 귓가로 쏙 쏙 날아든다.

 

곧 들이닥칠 공습경보를 직감한 채... 아직 반 밖에 차지 않은 욕조의 수도꼭지를 다시 힘껏 잡아당겨 점검을 해 보건만... 자꾸만 마음만 더욱 바쁘게 앞서고...

 

마악 욕실문을 나서는 순간...

 

드디어... 그 공습경보가 울리기 시작한다.

다시 한번 눈으로 급하게 읽어보는 시계바늘이 정확하게... 내 계산속의 오차에서... 오늘은 1분 정도 모자라는 싯점에서 기어이 그렇게 예상했던 일이 터져버리고 만다.

 

 

" 아들~~~ 니가 생각해도 도대체 이게 울 일이나 되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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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레파토리 하나 바뀌지 않는 부자간의 장기판의 후유증이 저렇듯... 4,5년을 질리지도 않게 매번 저렇게 똑같이도 재현이 되는 건지...

 

저럴때의 울 신랑... 진짜 곱지않은 나의 눈길이 저절로 날아가 팍팍 꽃힌다.

아고~~

불쌍(?)한 우리집 꽃돼지...

덩치나 작나.. 소같이 큰 눈... 껌뻑껌뻑... 말 한마디 안하고 앉아서는...

돌아앉은 펑퍼짐한 등판 사이로 석달열흘 물 한모금 못 얻어먹은 그런 빌빌(?)한 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그만... 참았던 울화가 울컥...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다.

 

" 오늘의 주제는 또 뭔디유??? "

 

속으로는 바들바들 떨려오는 분노(?)를 억지로 꿀꺽 삼키면서...

딴에는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과장된 제스처를 지으며... 은근슬쩍 그들 부자간의 사이로 들어가... 맘에도 없는 웃음을 연신 또 이렇게 흘려본다.

주책스러울 만치...

 

" 도대체가 장기만 두면 꼭 애를 울리는데... 왜 그런데요? 맨날... "

 

낭군님께는 특별한 날이기에 그래도 오늘만은 더이상 따지지않고... 속은 상하지만 그냥 웃음으로 때우고 대충 넘어가려 했는데...

어렵쇼~~~

보자보자 하니까...

아까부터 식탁에 미리 준비해놓은 수박을 가지러 일어서는 내 뒷통수를 향해 한방의 큰 충격이 되어 날아든 총구없는 실탄 한 발...

 

" 우리집안에는 저렇게 눈물 많고 유약한 놈이 없는데... 좋은 것만 좀 닮지... 쯔쯔쯔... "

 

아~니~~~

이건 또 뭐냐???

마누라의 치유불가 판정이 내려진 고질병인... 친정을 들먹이는 나의 아킬레스를 저리 겁도 없이 또 함부로 건드리다니...

(그럼... 아들놈 맘에 안드는 행동은 그게 모두다 나를 닮아서 그렇다는 말??? )

살기를 느낄만한 파르르한 눈길을 함께담아 거실바닥에 내려놓는 수박이담긴 쟁반이 어느새 눈에 보일만큼 발발발 떨려온다.

 

" 아들~~ 얼른 수박먹고... 목욕물 받아놓았으니까... 씻고 자렴! "

 

도대체가 한번씩은 저의를 알 수 없는... 울 신랑의 생각없는 한 마디, 한마디...

갑자기 가슴으로 밀려드는 싸아~한 느낌의 찬기운에...  서늘한 한기가 그렇게 덥석 마음으로 급하게 달려든다.

아무리 애를 써 표정관리을 잘 하려 하는데도... 오늘은 왠지... 더욱 그렇게... 쉽지가 않은게...

 


" 오~호~~  이제보니... 우리 마누라 또 삐지셨다 이거네~~ "

" 아들~~  엄마 눈길 좀 봐라, 싸늘한 저 눈길...  아이고~~ 추워라!!! "

 


뒤늦게야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듯한 남편의 애교(?)가... 팔랑팔랑 분위기에 어울리지도 않는 얼굴로 이리저리...  삐진 내맘을 뚫고 들어오려고 딴에는 애를쓰고 있긴 하구만은...

사실은 아들놈을 울린 역정이 먼저 가슴에 깔려있던 터라 더욱 그렇게 오늘따라 남편에 대한 나의 서운함이 앞서는 것도 같다.

 


아들놈 4학년 때 였던가?

학년을 넘기며 새학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날 아들놈의 일기를 일부러 본 적이 꼭 한 번 있었다.

세상에나...

우리 아들놈...

글쎄... 한잔되어 들어오는날 예의상 응해주는 아빠의 장기 파트너에 대해서...

생각보다는 훨씬 많은 스트레스를 혼자서 삭히고 있었던 거였다.

 

경상도 남자들의 특징이란게... 설령 그 대부분은 아닐지라도... 특유의 " 머스마"의 역활에 대한 기대치가 만만치가 않음을 몇년의 결혼생활을 통해 자주 느끼며 살았던게 사실이다.

우리 아들놈 어릴때도 예외는 아니었던 터라...

소소한 일로 속 뒤집어 놓았던 남편의 그 '머스마가 말야' 라는 논리는...

어떤 면으로는 지금도 제대로 적응이 안되는... 우리 부부의 맘에 담긴 서로의 다른 얼굴중에 유일한 꼭 하나가 되고 있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편한 아빠니깐... 때로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응석을 아직은 부릴수도 있을 터이고....

그 응석 제대로 받아지지 않을때면 솔직한 감정의 표현으로 눈물도 가끔은 보일때가 있고 하는거지... 원...

유독... 남자다움을 가리는 듯한 그 전부가 '머스마'가 흘리는 눈물에 있다고만 믿고사는 사람인지라...

어휴~~~

아들놈 어린시절의 속상했던 일로 떠오르는 나의 기억에는... 거진 절반이 더 넘는 것이... 이런 일로 마음을 다치고 살았던 일이 대부분 이었던 듯도 싶다.

새삼스레 지금에와서 이렇게 되돌아보는 중에서도...

 


ㅎㅎㅎ

앞으로는 적어도 우리집에 관한일에 대해서는 이제는 아파트 주차장 한 켠에 돗자리를 깔아도 되리란 확신이 감히 선다.

우찌 그리 맨날... 나의 예상치를 벗어나는 오차가 그렇게도 조금의 빈 틈이 없는지...

음~~~~

아니나 다를까...

오늘의 일도 결국은 내가 예상했던 그 시간대 그대로...  이렇게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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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러리~요~~~"

 

나만 요즘 간간히 증세를 느껴보는 치매기(?)가 있나보다 했더니...

오늘은 허를 찌르며 나타난 또 다른 복병이 이제보니 한집에... 것도 둘이나 더 숨어있었나 보다.

 


재활용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니... 눈앞에 떡 벌어진 거실 풍경이 참 가관도 아닌 것이...

쟁반 가득 널려있는 수박껍질은 그렇다치고라도...

목욕탕까지 이어지는 점점이 흩어진 저 정체모를 주인공의 내용인즉슨...

티셔츠부터 시작되어 하나 하나 거실에 한점씩 널려있는 주인잃은 옷가지들이 목욕탕 앞에까지 길게 그 꼬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안봐도 뻔한 두 남자만의 야한(?) 스포츠... (꼭 내가 없을 때만...)

ㅎㅎㅎ

아들놈은 그렇다하더라도...

40 이 넘은 낭군님이 아들놈과 함께하는 그 스포츠는 좀 모양새가 안 그런감~~~

보나마자 거실에서부터 시작된...

'누가 먼저 누드가 되어 욕조 먼저 차지하는가' 하는 그 게임...

후~~~ ㅋㅋㅋ...

말은 안 했지만 이젠 나이도 좀 적당히 생각하며 사시라유~~~

내가 아는 '머스마' 기준에는 그 스포츠는 엄청 자격미달이 될 듯도 싶구먼은... ^^

 

그나저나

"에그머니나~~"  

우리 아들놈...

옛말에도 울다가 웃으면 안된다 그랬는디...

갑자기... 뭐땀시도... 저렇게 즐거운 일이 생겨버렸을꼬???

밤늦게 미안한 맘으로 돌려보는 청소기의 소음만큼이나 높은 웃음이...

욕실 전체가 비좁을 만큼... 두 남자의 즐거운 비명(?)만 그득하게 차고 넘쳐나는게 아닌가, 글씨... (울 때는 언제고...^^ )

 


잠이든 이쁜 딸내미... 고 여리디 여린 볼살에다...

오늘은 세상에서 제일로 따뜻한 입맞춤을 오래도록 해보고싶다.

 


목욕탕 문앞에 갈아입을 옷가지 몇 점 얌전히 내려놓고는...

 

가로등 조명 아래... 울타리를 따라 흐드러지게 핀 5월의 빨간 줄장미를 한참동안이나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이제 채 한 달도 남지않은 마흔두살의 내 생일이 돌아올 때 까지

지금같이 환하고 예쁜 자태로...

진하디 진한 저 장미향들...

잊지않고 아침마다 열어놓은 베란다를 타고 날아드는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 되길 가만히 빌어보면서...

 

오늘은 밤하늘의 별이 너무 밝고 참으로 이쁘기만 하다.

 

내 마음이 그래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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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올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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