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서 벗어나기.

시간이 지나면 잊겠지, 200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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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항상 타이밍이 안 좋았어.

 

내가 뭘 하고 싶을 땐, 넌 항상 바빴고,

 

니가 시간이 나면 내가 바빠졌고,

 

공대생, 바쁜 건 알지만, 그래도 우선 순위는 나이길 바랬어.

 

그래서 처음엔 연락도 없다고  짜증도 냈고,

 

그러다 이해한답시고 하루종일, 문자 한 번 오기 힘든 상황을 견뎌냈지.

 

점점 그랬던 것 같아.

 

처음엔 니가 좋아서 날 많이 따라다녔잖아...

 

난 사실, 니가 좋은 것 보다 내가 많이 외로워서,

 

그리고 날 이렇게 아껴주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믿어보고 싶어서

 

그래서 만남을 시작했고, 얼떨결에 사귀고, 그렇게 시작된 우리 사이.

 

어느새, 난 너에게 빠져버린 거야...

 

그닥 큰 키도 아닌데다, 크게 호남형도 아니었지만,

 

사귀고 난 다음 날, 내 손을 잡을 용기가 없어서 소주를 두 잔이나 마시고 와서,

 

하루종일 땀나는데도, 손을 놓지 않았던 너...

 

매운 것 못먹으면서도, 내가 무심코 말한, "이거 다 먹으세요~" 요 한마디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끝까지 먹는 너의 모습에 반해버렸지.

 

사귀고 두 달 만엔가, 뽀뽀도 하기 전에 처음으로, 키스를 해봤고,

 

어떻게 하는 지도 몰랐었는데, 니가 가르쳐줘서,

 

언젠가 해질 무렵 해운대 바다 옆에 공원에서,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그렇게 하곤 했지.

 

오해도 많아서 많이 싸웠고,

 

술도 못마시면서 니 친구들 만났을 때, 같이 속도 맞추다가,

 

혼자 쓰러져서 니 무릎을 베고 잠시 잠든 적도 있었지.

 

100일이 지났을 무렵, 니가 그렇게 우기고 우겨서 한 커플반지.

 

난 하기 싫었어.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반지를 할 만큼,

 

오래 함께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없었거든...

 

그렇게 니가 우겨서 했던 반지.

 

지금은 고이, 숨겨뒀어.

 

며칠 전부터 반지에 냄새가 심하게 나서, 깨끗하게 씻어서 말려놨었는데,

 

이런게 운명인 걸까? 이제 다신 낄 일이 없어졌으니까...

 

우리 시험 기간.. 오빤 많이 바빴어.

 

얼마나 바빴을지 이해가 되기도 해.

 

하지만 난 오빠의 연인인데...

 

하루에 한 번, 전화도 힘든 상황, 문자도 무조건 "열공"이라는 말 뿐인 그 문자..

 

1학기 내도록, 갑자기 바빠져 버린 오빠 모습에 힘들었는데,

 

더 견디기 힘들었어.

 

우리의 마지막 한 달은, 더더욱 힘들어서, 나에게 끝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였겠지.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걸 지겨워했고,

 

날 귀찮아했고,

 

날 멀리했고...

 

하루에 한 번 쯤은, 밥먹고, 시험 마치고, 아님 공부하다 잠시 쉬는 시간에라도

 

연락해주길 바랬어.

 

내가 필요했던 건 딴 게 아니라, 사랑이었어.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내 사람이 날 생각해 준다는 그 느낌.

 

하지만 오빤 오빠 일을 이해해줄 사람이 필요했겠지....

 

그러기엔 난 너무 어렸어. 지금도 마찬가지고...

 

어쩌면 오빤 더 오래 전부터 이별을 생각해왔을지도 모르겠어.

 

내 시험 마지막 날, 우리 만나기로 했던 날.

 

그 전 날도 내가 피곤에 찌들려 자는 오빠를 억지로 깨웠지.

 

우리 만나잔 말도 안하냐구, 신경질을 냈어.

 

그랬으면 안되는 건데, 난 너무 불안했어.

 

연락도 잘 없어서 오빠가 끝내자고 할까봐 불안했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현실이 될까바 불안했고,

 

내 주변 사람들 중 아주 짓궂은 사람 하나가,

 

언제 헤어질 거냐고 자꾸자꾸, 날 괴롭혔거든.

 

그 모든 게 너무 불안해서, 그동안 널 더 쪼았을지도 몰라.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아님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았어.

 

그런데 결국 현실이 됐더라고,

 

우리가 만나기로 한 날, 오빠가 피곤해서 안된다고 했을 때.

 

난 정말 이렇게 끝날까봐 두려워서,

 

화를 냈어. 왜 이런 식이냐고, 그렇게 보기 싫음  치우자고.

 

그런데 거기서 그래. 알겠다. 우리 헤어지자. 안녕. 이렇게 끝내버리다니...

 

그래도 400일이나 지난 우리 사이, 제대로 정리하고 싶었어.

 

얼굴 보고, 서로 힘들었던 것 얘기도 하고, 얼굴 보며 미안하다고도 하고 싶었고,

 

마지막 모습 담아두고 싶었는데, 그럼 마음이 덜 아프게 잊을 수 있을 텐데...

 

넌 그런 내가 다신 보고 싶지 않다며,

 

마음 약해지기도 싫으니까, 이렇게 헤어지자고 했지.

 

난 내가 할 말도 다 못했는데, 그렇게 전화가 두번이나 끊어졌어..........

 

왜 그렇게, 잔인하게 했어야 하는 걸까...?

 

 

그래. 나 폰 번호도 바꿨어.

 

죽어도,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을게.

 

내가 필요한 관심, 애정, 사랑. 이런 것 조차 주지 못한다는 건...

 

우리 서로 맞지 않는 걸거야.

 

미칠듯이 괴로운 이 시간들은

 

그동안 너와 내가 함께했었던, 그 관성을 이기지 못하는 것 뿐이야.

 

니 말대로 난 잘 살게.

 

하지만 난 이기적인가봐, 니가 말했던것처럼...

 

니가 잘 사는 건 아직 바라지 않아.

 

안 그래도 너와 많이 힘들었던 나에게...

 

이런식으로 인사를 한 너에게...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난 잘 살테니, 넌 그러지 말아 달라고...

 

널 잊기 힘들겠지만, 이제 연락할 곳도 없으니까.

 

서로 어쩔 수 없이 잊어지게 될거야.

 

괴로움에 미칠듯이 몸부림쳐도,

 

이젠 서로 나타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잖아......

 

이제 정말 잊을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