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시원~하다.

독립녀.2003.05.30
조회698

마음 다잡고 갈길 가야지 결심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또 게시판에 들어와버렸다.-_-;;

나도 무지 외로운가부다...

 

일주일 열심히 살아낸 나한테는 말고 -_-;

내게 계속해서 손짓하는 이 게시판 탓을 해야지.

자학은 정신건강에 안좋으니까.-_-''

 

다시 쓰려니 부끄러워서 뒷통수가 다 찌릿찌릿 하네..

아무도 내 앞글을 읽지 않았기를...

(헉...조회수가 900이 넘었네...-_-;;;)

에라 모르겠다.-_-

 

 

 

그럼 게시판엘 다시 오게 만든 그 사건 이야기나 해볼까..

 

 

어제 교수님과 약속이 있어 학교엘 갔다.

그 더운날  목에 스카프도 두르고 (미쳤지...-_-)

젤루 좋아하는 바지도 꺼내입고 룰루랄라 집을 나섰다.

 

 

거의 도착한 학교 근처에서

쫑끗 튀어나온 보도블럭 모서리에 그만 힐이 걸려 풀썩 넘어지고 말았다.

 

장소가 지하철 입구 앞이라 근처에는

때맞춰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벌떡 일어나려 하는데 넘어지면서 손목에 충격이 갔는지

힘을 줄수가 없는 것이다.속 시원~하다.

 

(한번쯤 넘어져 본 시림은 알지싶다.

손을 앞으로 짚고 허리를 세우면서 일어나야 하는 그 자세..)

 

손에 힘이 안실리니 넘어진것보다 엉거주춤 앉아있어야 하는 그 상태가 더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언제까지 우리집 안방마냥 퍼질러 앉아있을 수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나좀 일으켜주세요" 할만한 뻔뻔함도 없는 터라

손목의 아릿한 통증을 꾹 참으며 땅을 번쩍 찍어누르는 순간

 

저벅!                  -_-;

 

 

나이키 운동화 한짝이 내손을 사뿐히 즈려밟고 지나간다.

손등에 선명하게 찍히는 밑창무늬....

 

"아얏!"

쨍하는 내 비명과 함께

뭔가 물컹한걸 밟았다 싶었는지 멈칫 돌아보는 한 남자.

 

갑자기

지나쳐가는 많은 사람들 속을

키에누리브스처럼 휘리릭 스치듯 날아와 내 앞에 우뚝 선다.

 

넘어지고, 밟히고, 한남자가 날아와 앞에서고 하기까지 걸린시간 1분.(아마도..)

 

 

 

"괜찮으세요?"

 

"네...."

 

손이 아픈거보다 이제 일어날 수 있겠구나 하는 반가움이 그순간 더 컸다.

 

"죄송합니다."

 

"...네..."

 

 

멀뚱멀뚱 서로 쳐다만 보는 민망한 시간이, 사건시간과 거의 맞먹을 만큼 경과했을때

 

그 남자.

 

"저기 이제 그만 일어나시죠?"

 

"네?"

 

"그렇게 앉아있으니 밟히고 그러죠"

 

 

하..하... -_-;;;;

 

난들 좋아서 이러고 있나.

내가 18세기 귀족처녀 기분내느라 남자가 손 내밀어줄때까지

우아떨며 앉아 있는걸로 보이냐고..

 

 

"신경쓰지 마시고 갈길 가시죠?!" 속 시원~하다.

 

"아~예~"

 

입끝이 요상하게 올라가면서 슬무시 즐거운 듯한 인상으로 바뀌는 남자...

 

"그럼 계속 수고하십쇼~근데 찬 바닥에 오래 앉아있으면 치질 걸린답디다~"

 

옆으로 비켜서며 어깨 한번 으쓱.  속 시원~하다.

 

 

 

이젠 손목이 부러져도 좋다 온 힘을 다 쏟아부어 벌떡 일어나

저려오는 손으로 바지를 탈탈 털고, 웃옷 바로 잡고

15도 각도로 고개 꼿꼿이 치켜들고

또각또각 앞을 향해 걸었다.

 

 

챙피하고 자존심 상하고 화나고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돌아가서 백으로 머리나 한방 갈겨줄까?

힐로 발을 한번 꽉 찍어주고 올까

아니다 무시하는게 상책이다.암~

 

 

사람들 무리에 섞여들어 걷고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커다랗게 들려오는 목소리.

 

"저기요....요앞에서 넘어지신 분. 거기거기  하얀바지 입으신분"

 

-_-;;;

 

싱글싱글 웃으며 다가온 그 남자 손에 내 스카프가 들려있다.

 

"이거 그쪽꺼 맞죠?"

 

나뭇잎 부스러기가 묻어있는 처참한 내 스카프...

스카프보다 더더 처참한 내 자존심

 

"아닌데요"  

(왜그랬을까... -_-)

 

"아~ 그래요? 아니에요?"

 

"네. 왜그러시죠?"

 

"아~~~ 아뇨.저기 굴러다니길래.그쪽껀가 해서요~"

 

 

베시시 웃는 얼굴을 한대 확 갈겨주고싶은 욕구를 참으며 몸을 홱 돌려 걸었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화장실 거울에 얼굴을 비춰봤더니

내가 봐도 무서울 정도로 벌겋다.속 시원~하다.

 

 

 

 

괴테가 악연은 질기다고 했던가..(믿진 마시길..)

 

 

점심시간이 되서 교수님과 밥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딱 마주친 그.남.자.

 

싱글싱글....... 목례까지 한다.....  

-_-;; 

자리를 잡고 밥을 먹었다.

내생에 처음으로 식은땀이 다 났다.

 

 

 

밥 다 먹고 밖으로 나왔더니

친구로 보이는 무리들과 서있는 그 남자가 보였다.

그 곁에서 빙빙 허공을 돌고있는 내 하늘빛 스카프...속 시원~하다.

 

 

이남자 걸어가는 내내 뒤 따라 오면서

목청 돋구어 스카프의 내력을 간장 식초 다 쳐가며 얘길한다.

 

 

"그 여자가 말이야....어쩌구 저쩌구...내 생각에는 어쩌구  덜떨어진....저쩌구..."

 

..반술 더 뜨는 친구..

"있어. 그런 칠칠 맞은 ..어쩌구...나도 전에 저쩌구..."

 

 

뭐.시.라.?속 시원~하다.

 

이젠 더는 못참는다.

내 여기서 못들은 척 넘어가면 울아빠 딸이 아니다.

 

 

잠시 기합넣고..........(흐읍)  

홱 돌아서서 

조금 놀란듯, 하지만 여전히 싱글거리는 그남자에게

 

"야 그래 이거 내꺼야.어쩔래? 내가 그 덜떨어진 여잔데 뭘 어쩔거니"

 

빙긋 웃어주며 나즈막히 얘기하며 ....   동시에    있는 힘을 다해,   파박속 시원~하다.   쪼인트를 까버렸다.-_-;

 

 

 

눈깜짝 할 사이에 일어난 행동'내역'

 

 

1. 그남자 푹 꼬꾸라진다.

 

2. 나 유유히 스카프를 회수한다.

 

3. 발 뒷꿈치 살짝 들고 빙글 돌아선다.

 

4. 놀란 교수님께 쌩~끗 웃어드린다.

 

5. 말한다.

 

"가시죠"  

 

 

 

 

 

 

(나..오늘 한껀 했다.....-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