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사랑

바람2003.05.31
조회13,946
세기의 사랑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얼마후면 그친구가 세상을 버린지도 1년이 됩니다...

그친구는 이런게 진짜 사랑이구나 하는걸 실천해 보인 사람입니다.

제가 그친구를 알게된건 2000년 봄이었으니까 이제 겨우 3년 됬네요.

사회에서 만난 친구라 그냥 그렇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았습니다.

근데 어느날 자기가 사랑하고픈 여자라면서 소개를 해주더군요...

참고로 저희 집은 인천입니다.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그여자는 키도 작고, 얼굴도 못 생겼고...

정말로 그친구와는 어느 한구석도 어울리는 곳이 없어 보이는 그런 여자였습니다.

제 친구는 운동도 많이했고, 키도 크고, 아이큐가 173이나 되는 대단한 친구였거든요... 

근데 이친구는 전혀 안어울리는 그런 그녀를 너무도 사랑하는것 같았습니다.

친구들과 인천에서 술을 마시며 놀다가도 그녀한테서 전화가 와서 보고싶다고 하면 새벽에도 택시를 타고 서울까지 달려가곤 했었죠...

자신은 회사가 어려워서 거의 부도 직전까지 몰려도, 그여자가 원하는것은 뭐든지 해줬죠...

같이 식사를 할때도, 생선의가시를 하나하나 다 발려서 먹일정도로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을 했었죠...

그래서 우리 친구들이나 친구 부인들, 애인들 모두가 그녀가 공주병(암) 말기 환자가 될까봐도 걱정을 많이 했었구요...

근데...

2001년 7월말에 이친구가 어쩔수없이 부도를 내게됬고, 형사처벌을 받게됬습니다.

이건 제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한건데...

그친구가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미고 있는데, 그녀가 울면서 왔더군요.

그러자 그친구는 이젠 뭣하러 왔느냐면서, 이젠 다시 오지말라구 화를 내더군요.

그러자 그여자는 사랑한다며 제발 떠나란 말만은 하지 말라구...

거의 무릎을 꿇다싶이 하면서 애원을 하더군요...

그친구는 아무말도 못하고 멍하니 불도 안붙인 담배만 물고 있었구요...

왜 담배에 불을 안붙였냐구요?

그친구는 담배를 안피우거든요...

암튼 그렇게 그친구는 구속이되서 재판을 받게됬고, 그녀도 두달정도는 정말로 열심히 면회도 가고, 영치금도 넣어주고 하면서 뒷바라지를 하더군요...

하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어찌 그리도 명언인지...

그친구가 구속된지 4개월이 지나자 그녀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얘기가 들리더군요...

그리고 두달이 더 지나자 그녀는 그친구를 찿아가서

 이젠 자기를 잊어달라구...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냥 보내 달라구 했다더군요.

암튼 시간이 흘러 2002년 6월에 이친구는 법의 심판을 종료하고, 다시 세상속으로 들어왔답니다.

며칠후 이친구가 술을 먹으면서 그러더군요.

그녀가 돈 때문에 너무 많이 힘들어 하는것 같다구...

도와줄수가 있으면 좋겠는데, 능력이 없는게 한이라구...

우린 모두 이넘이 살짝 맛이 갔다고 욕을 했구요...

근데 이친구가 결국엔 사고를 또 치고 말았답니다.

다른 친구가 재기에 보태라면서 빌려준 돈천만원을 몽땅  그여자한테 줘버린거죠...^^

우리가 모두 욕과 비난을 하자 그친구는 "난 남자다.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수가 있지만, 걔가 뭘해서 돈을 벌겠냐? 얼마 안있으면 결혼도 한다는데..." 하면서 눈가에 이슬이 맺히더군요..

근데 8월30일날 그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서울에 와서술이나 한잔 하자구...

갔더니 나보구 자기 장례식을 좀 치뤄 달라구 하더군요.

그여자를 만났는데 그여자가 제친구보구 "네가 살아있으면 내가 도저히 행복할것 같지가 않다구 차라리 네가 죽었음 좋겠다고" 했다더군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돌아버리겠는데...

이친구는 아주 담담해 보이더라구요...

암튼 그렇게 2002년 8월 30일날 그친구의 장례식을 치뤄줬습니다.

물론 그여자도 와서 한 30분정도를 우는척 하다가 갔구요...

어찌나 가증스러워 보이던지...

 

그런데 어제밤에 그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난 죽은놈이 어떻게 전화를 다 했느냐구 놀렸구요.

그친구가 지금 중국에 있다구 하더군요.

홍콩에서 다시 재기를 할려구 준비중이었는데, 싸스 때문에 일의 진행이 어려워 지금은 쎈양에서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구요...

언제 한번 놀러 오라구 하더군요...

제가 아직도 그여자를 못 잊었냐구 물었더니...

그친구 왈

" 그 세월을 어찌 잊을수가 있겠냐...

그냥 가슴속 저편에 묻어두는거지... 

그래야 못견디게 그리울때 한번씩 꺼내볼꺼 아니냐..."

 

그러면서 이말도 하더군요.

"남자는 지금 서 있는곳이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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