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그 이상이어야 합니다.

유경험자2007.06.28
조회258

 

얼마 전 미녀들의 수다에서 준코라는 분으로 인해 대학 교수들의 학생에 대한 성추행 실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죠.
그리고 오늘 우연히 직장 후배가 분노하며 저에게 보여준 네이트 오늘의 톡 게시판에 올라온 한 여성분의 경험담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달린 수많은 여성분들의 경험담도 보았습니다. 저 역시 저의 경험담을 적게 되더군요...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런 글을 읽으면 여성분들은 같은 여성으로서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남성분들은 어쩐지 본인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보기도 하고 혹시.. 피해여성이 뭔가 올바르지 않은 태도를 보였기에 그런일이 생긴건 아닐까.. 의심하시는 분도 계시고 인간으로서 도리를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그러나 대부분의 답글은 분노였습니다. 그런데 여성분들..!!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것이 '분노' 일까요? 가해자에게 분노하고 피해자에게 힘내라는 말을 한다고 해서 비슷한 피해자가 줄어드는것은 아닙니다.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또 해야하는것이 있습니다.  
지금은 졸업한지 4년이 지났지만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대학 4년을 다니며 전임교수, 전공교수, 시간강사등의 추태를 여러번 당해봤습니다. 한 시간강사는 ‘나는 너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라는 말을 면죄부로 내세우며 술에 약을 타 저를 납치까지 했었습니다. 물론 극적으로 빠져나왔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전공교수는 종강파티에서 “오빠라고 불러봐~” 라고 이야기하며 결국은 제 볼에 키스를 하는 만행을 저질렀죠. 그리고 또 다른 시간강사는 제가 장학금을 타아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 “내가 A+안주면 장학금 못타는거네?” 라며 여러가지 추태를 보였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일을 당할때마다 학교당국에 신고를 했었습니다. (당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막 설립되었던 터라 잘 알지도 못하였고  1,2학년때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있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금전적인 보상이 아닌 제 2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학교 당국에게서 들었던 답변은 언제나 “우리도 당신편이다. 하지만 당신이 주장하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2명의 진술이 필요하다.” 는 것 이었습니다.   증인2명.. 아무것도 아니어 보이지만.. 실제로 성범죄로 인해 법정싸움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증인이 없다는것… 저 역시 언제나 현장에 2명 이상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증인을 하겠다 나서는 이들은 없었습니다. 설사 그들이 그날밤 저와 함께 교수를 욕하며 분노하며 술잔을 기울였어도.. 증인이 되어달라는 부탁에는 쉽게 응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본인들도 학생인지라 성적이… 그리고 다른 학생들의 이목이 두려웠던거죠…     가해 남성들은 알고 있습니다. 본인들의 행동이 떳떳하지 않다는것을.. 하지만 가해 남성들은 역시 알고 있습니다. 본인들의 행동이 이슈화되기 어렵다는것을…     여성분들… 함께 분노하는 것 대신 증인이 되어주세요. 내가 본것을 그대로 진술한 진술서 한장이 자기의 힘과 지위를 이용한 파렴치한 가해자를 몰아낼 수 있습니다.     얼마전 저의 동생은 영어캠프에 선생님으로 일을하다 외국인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인권위원회에 이 일을 정식으로 제출하고 성추행이 맞다는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판결 결과로 그 외국인 교사와의 법정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뉴스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성추행 판결이 난것은 최초라고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 동생은 이 일을 진행하는 도중 2명의 친구를 잃었습니다. 역시나 같은 피해자이기도 했던 동료 교사 2명이 증인이 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끈질긴 설득과 부탁으로 겨우 그들에게서 진술서를 받아냈고 그것이 큰 증거가 되어 성추행 판결을 받아넸습니다. 그러나 두명의 동료교사들은 제 동생으로인해 본인들까지 인권위원회의 전화를 받게되고 출두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등등으로 불편했다고 하며 제 동생과 멀어진 사이가 되었습니다.     여성분들.. 그리고 남성분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노가 다가 아닙니다. 분노 그 이상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네티즌일때 굉장한 힘을 가진 존재가 되어 누구와도 대적할 듯 하지만  실제 현실로 돌아오면 사회에 두려워하는 작은 존재가 되어 아무말 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곳은 웹상의 세계가 아닌 실존하는 현실이기에.. 현실에서 피해여성들에게 필요한것은 분노가 아닌 분노 그 이상의 용기입니다. 그들에게 용기를 나눠주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쓰다보니 굉장히 긴 글이 되었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단 한분이라도 이 글을 읽고 “맞아..” 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마음이 다른분들께도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