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수염] 사랑 밀어내기 (25)

말글눈2003.06.01
조회760

25. 춤추는 누드

 


그 시간에 문영은 토굴에서 신애의 두 번째 누드를 그리고 있었다.
누드를 완성할 때까지만 같이 있다가 신애를 보내 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언젠가 경찰이 들이닥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신애 아버지 정도의 재력이 있는 사람이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리가 없다. 어떻게든지 경찰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좋은 것이다. 시간이 없었다. 경찰이 들이닥치기 전에 누드를 끝내고 당분간 몸을 피해야 한다. 신애가 약속을 어기고 납치당한 사실을 불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망칠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은 걸 보면 약속을 지킬 것도 같다. 그러나 변덕이 죽끓듯 하는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베개를 겨드랑이에 끼고 한 손으로 턱을 고인 채 포즈를 잡고 있던 신애가 몸을 꿈틀거린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
팔이 저려서 쥐가 날 것만 같아요. 좀 쉬었다 해요.
하루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으면 참아야지.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아요. 그 대신 여기가 점점 더 좋아지구요.
그러면서 일어나 앉는다.
문영도 하는 수 없이 캔버스를 치우고 위스키를 한 잔 따른다. 신애를 납치한 다음부터 잠잘 때를 빼놓고는 줄곧 술을 마시고 있다. 맨정신으로 있으면 초조하고 불안해서 금방이라도 미칠 것만 같다. 신애가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오더니 온더록스 두 잔을 만든다. 그리고는 잔 하나를 든 채 정면으로 마주 앉는다.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기는 신애도 마찬가지다. 그러지 않겠다고 수없이 맹세를 했건만 문영의 시선은 끌리듯 신애의 허벅지 사이에 머문다. 그러다가 문득 창피한 생각이 들어 시선을 돌리자 신애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지 말고 보고 싶으면 마음껏 보세요. 아직도 무슨 수줍음 같은 게 남아 있어요?
그러면서 두 다리를 활짝 벌린다. 숙경이 하던 것과 너무나도 똑같다. 여자는 어쩌면 저렇게 다 똑같단 말인가.
그래, 니 말이 맞다. 서로 몸도 섞은 사인데.
문영은 호기를 부리면서 그곳을 똑바로 바라본다. 여자들의 그것은 생긴 것도 똑같다. 크고 작은 차이만 있지 불두덩을 덮고 있는 음모와 돈지갑처럼 생긴 질구,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클리토리스의 생김새가 다 비슷비슷하다. 신애가 웃으면서 묻는다.
아무리 보아도 안 질리죠?
그렇긴 한데, 니 말에 질린다. 넌 이제 못할 소리가 없어.
선생님 말씀대로 서로 벌거벗고 몸을 섞은 사인데 못할 말이 뭐가 있어요?
그래도 니가 그렇게 노골적으로 나올 때마다 난 당황하게 돼.
선생님이 아직 순진해서 그런 거예요. 아직도 소년이 떠나지 않은 40대 노총각… 무슨 영화 제목같지 않아요?
소년이 떠나지 않아? 무슨 시 같다.
그리고 말예요, 섹스라는 게 꼭 육체적 결합만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녜요. 선생님, 관음증이라고 들어 봤어요?
관음증?
섹스 그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남들의 섹스 장면을 몰래 훔쳐보거나 여자의 나체를 훔쳐보면서 엑스터시를 느끼는 정신질환이죠. 또 여자 팬티만 수집을 해다가 그 속에다 코를 박고 냄새를 맡으면서 엑스터시를 느끼는 사람도 있대요.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는 거야?
말로 즐기는 섹스에 관해서요.
말로 즐기다니, 어떻게?
지금 저처럼요. 선생님은 제 말에 질린다고 하셨는데 전 그런 노골적인 말을 할 때마다 묘한 쾌감을 느끼거든요.
문영은 멍하니 신애의 얼굴을 바라본다. 아이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예전의 신애가 아니다. 타락할 대로 타락한 아이 같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를 타락하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도 든다. 신애만 타락하게 만든 게 아니고 자신까지도 엄청나게 타락해 버렸다. 미안하고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아무리 타락을 했어도 신애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가냘픈 몸매도 여전히 엽기적인 성적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선생님 지금 무슨 생각하고 계신지 알아요.
너한테 그런 초능력이 있어?
이 아이를 괜히 납치했다, 더 이상 데리고 있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겠다, 빨리 집으로 돌려 보내야겠다, 제 말이 맞죠?
도사가 다 됐구나.
갈 때 가더라도 여기 있는 동안에는 철저히 즐겨야겠어요.
이 산중에서 즐길 일이 뭐가 있어?
섹스요. 인생에서 그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요.
문영은 할말이 없다.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이럴 작정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자신이 신애한테 납치를 당한 기분이다.
이제 그만 누워라, 빨리 끝내야지.
바쁠 거 뭐 있어요. 천천히 그리세요. 그리고 이거는 마셔야잖아요?
빨리 집에 가고 싶지 않아?
슬슬 마음이 변해 가고 있어요. 학교구 뭐구 다 때려치우고 여기서 선생님하고 같이 있고 싶어요.
니 애인은 어떡하고?
같이 있는 동안만 애인이지 떨어져 있으면 애인이 부슨 의미가 있어요.
너, 참 무서운 애구나.
그런 저를 납치한 선생님은 무섭지 않구요?
그러면서 살짝 눈을 흘긴다. 무섭도록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문영은 그만 고개를 돌린다.
숙경이 언니하고는 어땠어요?
뭐가 어때?
왜 이러세요, 어떤 뜻인지 빤히 아시면서?
숙경이 얘기라면 아무것도 할말이 없어. 그저 헤어지게 돼서 천만다행이다 하는 것밖엔.
이러지 마세요, 언니한테 다 들은 얘기가 있다구요.
그럼, 다 알면서 왜 물어?
전 섹스를 말로 즐긴다고 그랬잖아요? 이것도 일종의 정신질환이지만 아직 걱정할 정돈 아녜요. 그러니까 얘기 좀 해 주세요. 숙경이 언니하고 할 때 좋았어요?
좋았지 그럼.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문영은 자신도 모르게 말려들고 있다.
어떻게 좋았어요? 자세하게 얘기 좀 해 주세요. 전 상상만 해도 벌써 흥분이 된다구요.
너무나 뻔한 얘기 아니냐? 너하고 나하고 하는 것과 똑같지, 뭐.
좋아요. 그럼, 맨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얘기만 해 주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요.
황당한 일이다. 아직 젖가슴도 부풀어 오르지 않은 어린아이가 홀랑 벗은 채 다리를 벌리고 앉아 다른 여자와의 정사 얘기를 해 달라고 한다. 이보다 더 엽기적인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피해 갈 도리가 없다. 이 아이를 납치한 죄가 있다. 얘기를 해 주지 않으면 또 무슨 변덕을 부릴지 모른다.
숙경이한테 화진포에 갔었다는 얘긴 들었니?
화진포에 갔었어요? 선생님도 되게 감상적이시네요. 어쩔 수 없이 제 생각을 하셨겠네요?
그야 물론이지. 방을 잡고 나서 튜브를 타고 바다에 들어갔는데 여자라는 게 말이다. 수영복을 입고 물에 젖으면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어.
특히 숙경이 언니처럼 볼륨이 있고 살결이 하얀 여잔 더 하죠.
그런데 튜브를 끌고다니다 보니까 숙경이 발… 엄지발가락에 빨갛게 페디큐어를 칠한 발 말이다… 그걸 만지게 됐지. 그 순간 거의 숨이 넘어갈 지경으로 흥분이 되더라.
흥분이 된 건 현재의 문영도 마찬가지다. 문영은 스스로 당시의 기분에 도취하여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상대방이 신애라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내가 옷도 벗지 않은 채 밀고 들어갔더니 숙경이가 야단을 치더라. 무드를 잡을 줄 모른다는 거지.
그래서 어떻게 무드를 잡았어요?
뻔한 거 아니냐? 키스를 하고 옷을 벗기고 여기저기 애무를 하고 두 다리를 벌린 다음에 시작하는 거지.
애무를 어떻게 했는데요?
너한테 한 것하고 따 똑같은 거지, 뭐.
그래도 듣고 싶어요. 어떻게 했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문영은 뻔한 이야기를 되풀이한다. 오럴 섹스에 대해서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그것은 어른들의 기교에 관한 이야기다. 아직 어린애한테 거기까지 가르쳐 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중단해야 할 일이 벌어진다. 신애의 입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신애는 이미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았다. 눈을 감은 채 손가락으로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리고는 스르르 뒤로 눕더니 맹렬하게 자위행위를 시작한다. 문영은 숨을 죽인 채 신애의 손가락을 지켜본다. 저러다가 상처라도 나면 어떡하나 싶을 정도로 격렬한 손놀림이다.
선생님, 이리 와요. 들어와 주세요, 빨리요. 아아, 죽을 것 같아요.
신애가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소리로 외친다. 그러나 문영은 꼼짝도 할 수가 없다. 갈 데까지 갔구나, 성욕이라는 게 이렇게 추악할 수도 있구나 하는 혐오감 때문에 흥분은커녕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다. 신애는 계속 외친다.
선생님, 뭐 해요. 빨리 들어와요, 빨리요.
문영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뚫어지게 신애의 손놀림만 지켜본다. 이 아이를 너무 짧은 시간 동안에 너무 심하게 타락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게 자신의 성급한 욕심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러자 한편으로는 이번에 헤어지면 다시는 못 만날 텐데 어떠랴 싶기도 하다. 신애한테 절정이 왔나 보다. 아아 소리를 지르면서 몸을 비틀더니 두 다리를 쭉 뻗고는 그대로 굳어 버린다. 옆에서 구경한 입장에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윽고 신애가 몸을 일으키더니 눈을 흘긴다.
왜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렇게 애원을 했는데.
문영은 거짓말을 한다.
미안하다. 들어가는 것보다 구경하는 게 더 좋았어. 여자가 자위행위하는 건 난생 처음 구경했거든.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앞으로도 구경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부탁하세요. 오나니는 실제 성행위하고는 전혀 다른 자극이 있거든요.
니 남자친구한테도 보여 줬니?
보여 줬을 것 같아요, 안 보여 줬을 것 같아요?
글쎄, 친할수록 예의를 지킨다고 너무 노골적이라서 안 보여 줬을 것 같은데.
아녜요, 보여 줬어요. 그쪽에서 먼저 보고 싶다고 그래서요. 그리고 자기가 하는 자위행위도 보여 줬어요.
징그럽지 않든?
징그럽긴요,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묘하게 흥분되던데요. 선생님도 한번 보여 줘요.
글쎄, 난 아무래도 못할 것 같다.
왜요? 창피한 생각 때문에요?
창피하지 그럼. 너하고 나하고 나이 차이를 한번 생각해 봐.
나이 차이를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못하는 거죠, 뭐. 하지만 선생님하고 저는 지금까지 하고 싶은 거 다 해 봤잖아요?
우리 그런 얘기 그만 하고 기분전환도 할 겸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쏘이는 게 어떻겠니?
그럴까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바람결은 아직도 쌀쌀하지만 산수유는 벌써 노란 꽃망울을 내밀고 산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문영과 신애는 손을 잡고 오솔길을 따라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갑자기 발밑으로 시퍼런 호수가 펼쳐진다.
어머, 멋져요. 이게 무슨 강이에요?
강이 아니고 대청호라는 댐이다.
이런 게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올라와 볼 걸. 정말 경치 좋은데요?
진작에는 쇠사슬에 묶여 있어서 올라와 볼 기회가 없었지.
아유, 그 얘긴 이제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얼마나 끔찍했는지 아세요?
알고도 남지. 끔찍하라고 일부러 그런 거니까.
미워요, 정말 미워.
그러면서 문영의 팔을 꼬집는다.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거릴낄 게 없는 연인이나 부부 사이 같다. 그러나 문영의 심기는 그런 오붓함을 느낄 만큼 한가하지가 않다. 경찰이 언제 들이닥칠지, 신애가 정말 약속한 대로 제 발로 걸어왔다고 얘기해 줄지, 누드는 언제 끝내야 할지 머리 속이 복잡하다.
아아, 속이 확 트이는 것 같아요. 바다 생각이 나는데요. 우리 이 길로 화진포에 갈까요?
화진포에 가면 관리인이 당장 집에다 연락을 할 걸?
화진포에 우리 별장뿐인가요, 뭐. 다른 호텔이나 콘도에 들어가면 되잖아요?
집에 가고 싶지 않아?
왜 안 가고 싶겠어요, 언젠간 가야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녜요.
왜?
잘 아시잖아요? 선생님하고 이렇게 지내는 게 재미있어요. 스릴도 있구요. 하지만 한없이 이런 생활을 할 수는 없겠죠.
문영은 쓸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가슴속으로 찬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이 아이를 붙들어 둘 명분이 없다. 집에 가고 싶다면 보내 줘야 한다. 일이 잘못되면 유괴범으로 징역을 살 수도 있다. 용케 그 위기를 모면한다 해도 두 번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또다시 곁에 얼씬거리거나 전화를 걸고 그러다가는 정말 교도소 신세를 져야 할 것이다.
선생님, 지금 무슨 생각하고 계셔요? 저하고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까 가슴이 아프세요?
넌 언제 독심술을 배웠니? 사람 심정을 어쩌면 그렇게 족집게처럼 잘 집어내?
선생님이 거짓말을 못하시는 분이라 그래요. 선생님은 얼굴에 다 씌어 있거든요.
꿈보다 해몽이 좋구나.
문영은 신애의 어깨를 가만히 안아 준다. 신애가 문영의 가슴에 고개를 기대며 한 팔을 허리에 두른다. 지금까지 한번도 안 해 보던 짓이다. 허리에 느껴지는 감촉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정겹다. 마치 10년도 넘게 사귀어 온 애인 같다. 이 아이를 놓치고 싶지 않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망이 없는 노릇이다. 공연히 심술궂은 소리가 나온다.
여기서 뛰어 내리면 저 물속으로 풍덩 떨어질까?
너무 멀어서 중간에 떨어지겠는데요.
바위에 떨어지면 정신을 잃겠지? 그리고 데굴데굴 굴러서 물속에 풍덩 빠지면 그길로 익사하는 거고.
무섭게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세요?
넌 지금까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니?
초등학교 때 딱 한 번요.
왜?
몸이 너무 작고 약해서 다른 애들한테 항상 구박을 받았거든요. 요즘 말로 하면 왕따라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견뎌냈어?
악발이가 된 거죠. 절 괴롭히는 애가 있으면 덤벼들어서 아무 데나 물어뜯었어요. 살점이 뚝 떨어지도록 말예요. 그랬더니 다시는 까부는 애가 없더라구요. 선생님은요?
난 수도 없이 많았지. 그렇지만 생각만 있었지 실천에 옮겨 본 일은 한번도 없었는데… 저 시퍼런 물을 보니까 갑자기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신애가 허리에 둘렀던 팔을 푼다.
저하고 헤어질 것을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아니야, 그런 것하고는 차원이 달라. 뭐랄까… 인생이 추악하고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하고 관계를 가진 것 때문에 자책을 하시는군요?
너 때문만이 아니야. 옛날부터 그랬어. 정숙이라는 여자, 화영이라는 여자, 숙경이라는 여자… 나하고 관계를 가졌던 모든 여자들이 심한 혐오감만 남겨 주었지. 거기다 삼촌이라는 인간, 어머니라는 인간도 마찬가지였어. 그런데 그 사람들보다도 더 싫은 건 나 자신이야. 오로지 성욕의 노예가 되어 기회만 생기면 마치 발정난 개처럼 앞뒤 생각 안 하고 덤벼들었단 말이야. 그런 인간이 앞으로 무슨 훌륭한 일을 하겠니? 일찍 죽어 주는 게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지 않겠어?
신애가 피식 웃는다.
선생님, 갑자기 왜 그렇게 센치해지셨어요? 성욕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없어요? 성욕이 없으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어떻게 종족을 유지해요? 성욕이 없으면 이성간에 어떻게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이루어요? 성욕이 없으면 어떻게 생의 의욕을 느끼고 인생의 즐거움을 느껴요? 성욕이야말로 인생 바로 그 자체란 말예요. 자신의 감정에 매달리지 말고 좀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없어요?
넌 너무나 긍정적인 게 탈이야.
아이, 재미없어 정말. 그만 내려가요. 내려가서 빨리 누드나 완성시켜요.
문영은 자신이 신애의 기분을 잡쳐 놓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차마 그것이 그녀의 자위행위 때문이라고 털어놓을 수는 없다. 어쨌든 그냥 죽어 버리고 싶을 만큼 기분이 엉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