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채로 죽음을 결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벼랑 끝에서200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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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임신 4개월째입니다.

그러나 날마다 죽음을 생각합니다. 시도하려 할 때마다 뱃속에 있는 아가가 신호를 보냅니다.

심하게 구토가 나면서 아직 자기가 살아있다고 살고 싶다고 소리치는 것 같아 매번 포기하게 됩니다.

 

남편과 결혼하기 전까지 제 인생 그런대로 잘 풀리고 있었습니다. 튼튼한 직장에서 남보다 빨리 승진도 했고 경력도 차차 인정받는 중이었고 나를 끔찍이도 위하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부모님을 통해 선자리가 쇄도했습니다.

 

집에서 결혼말이 나오면서 저는 당연히 사귀던 사람을 선택했습니다. 조건은 별로였지만 우리의 젊음과 사랑과 그 사람을 믿었거든요. 부모님도 처음엔 탐탁치 않아 하시다가 제가 워낙 강경하고 한번도 부모님 실망시켜 드린적 없는지라 제 결정을 믿어 주셨습니다.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날짜를 잡고 결혼준비를 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집을 보러 가야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시댁에서도 아무 말이 없는 것입니다. 시댁이야 워낙 가진 게 없으니까 못 도와주시리라고 예상은 했었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너무나 자신있게 집은 자기가 구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에 믿었죠. 부모님께 가능한 손벌리지 말자고 제가 먼저 제안했기 때문에 큰집 바라지도 않았고 방하나 구할 정도면 족하다고 했죠.

 

그러나 아무 말 없는 남친이 이상해서 작정하고 따져 물었습니다. 어떻게 되가는 건지. 그랬더니 남친왈 신용카드 연체에 도박에 빠져 신용불량자였던 겁니다. 어디서 돈 빌려서 방은 구해보려 했는데 잘 안된다고.연체대금과 빚은 다 갚았는데 대출받을 수가 없답니다. 가진것도 하나도 없고.

너무 놀라서 결혼을 좀 미루던지 다시 생각해 보자 했습니다. 그랬더니 처음엔 미안하다고 사정을 나중에는 협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살아오면서 한번도 못들어본 상스러운 욕에 칼까지 들고 협박을 하더군요. 5년 넘게 연애하면서 한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라 너무 놀랐습니다. 일단 진정시키고 나니 다시 애원하더군요. 자길 버리면 죽을 수 밖에 없다면서 울며 매달렸습니다. 몇날며칠을 고민하다가 돈보다는 사람이 먼저다 싶어 그 사람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우선은 제가 살던 방 전세금과 모아놓은 돈으로 집을 구하고 제 능력에서 가능한 대출을 받아 결혼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시댁에선 이런 절 고마워했고 결혼 후 돈 나올 데가 있다며 제 방갑은 돌려주마 했구요.

 

그런데 결혼식이 끝나고 첫날부터 불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결혼식 다음날 새벽 비행기로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했는데 결혼 당일 제가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일찍 집에가 쉬고 싶었고 그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동생 커플과 사촌형 커플이 와서 밖에서 저녁을 먹자더군요. 너무 힘든데 어쩔 수 없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밤늦게 돌아왔고 싸움이 시작됬죠. 전 아파서 그런거였는데 자기 가족들 앞에서 제 표정이 거슬렸다고. 가벼운 말다툼이었는데 어느결에 그가 욕을 하기 시작하고 손이 올라오더군요. 밖으로 나갔더니 저를 질질 끌고 다시 들어왔습니다. 시동생과 여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맞다가 시동생이 말려서 일단락 되었습니다. 결혼 전 다시는 안그러겠단 사람이 결혼하자마자 다시 그런 모습을 보여 정말 당황하고 난감했습니다. 이번에도 남편은 다 저질르고 난 후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한번 더 참았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폭력은 고쳐지는 게 아니었더군요. 도박 경력도..

 

신혼 여행 후 어떻게 바로 아기가 생겼습니다. 직장 일도 너무 힘들었고 입덧도 너무 심해 쉬려고 했지만 시댁에서 준다던 돈은 감감 무소식이고 빨리 빚갚을 욕심에 견뎠습니다. 주말부부여서 직장일에 집안일에 모두 제 몫인지라 감당하기 어려웠죠. 남편에게 힘들다고 말하면 화내기 일쑤였습니다. 연애시절 제 얘기라면 열일 제쳐두고 들어주던 사람이 더이상 아니엇습니다.

때맞춰 시부모님도 편찮으셔서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입원하시는 바람에 저는 더 힘들어졌습니다. 매일 출퇴근길에 병원에 들러야했고 퇴원하신 후엔 집안행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거의 매주 3시간 거리의 시댁에 내려갔습니다. 그러다 결국 무리가 되어 5개월에 아기를 유산했습니다.

 

큰 불행이 이때부터 줄줄이 닥쳤습니다. 남편이 성인 오락실에 빠져 회사돈을 유용하고 그걸 갚기 위해 여기 저기 빚을 지고 빚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되어서야 제 귀에 들어온 것입니다. 그 즈음엔 싸우면 자연스레 폭력을 휘두르는 게 다반사여서 미련없이 이혼을 맘먹었습니다. 서류까지 마치고 나니 다시 남편이 매달리기 시작합니다. 그 때라도 뿌리쳤다면..

너무 어이없게 다시 한번 용서하고 다시 대출을 받아 빚을 막아줬습니다. 남편은 여전히 대출이 안되는 상태였고 결혼 후 1년 새에 제 빚은 두배가 되엇습니다.

 

그리고 나서 2년이 더 지났고 그 사이에도 남편은 카지노에 손을 대 또 회사돈을 유용하고 빚을 지기 시작했습니다. 폭력도 나아지긴커녕 칼까지 휘두르는 건 다반사에 제 동생 앞에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알고보니 남편은 습성은 부모님을 그대로 뺀 것이었습니다. 아버님은 도박을 어머님은 폭력과 욕설을 물려주신 거였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다 생각햇는데 나만 모르고 시댁 식구 모두가 쉬쉬했습니다. 그러다 감당 못할 지경이 되어서야 또 저에게 손을 벌립니다. 저도 이젠 신용도가 너무 떨어져 대출도 안되고 돈 구할 데가 없다 했더니 처가에 가서 해오랍니다. 더군다나 첫 아이를 그렇게 보내고 아이를 두번이나 지웠습니다. 돈 때문에.거의 갚아나가는 시점에서 다시 임신이 되어 이번에는 꼭 지키려고 했는데 다시 이런일이 터진 겁니다.

 

갈수록 더 큰 빚을 만드는 남편..폭력을 이유삼아 몇 번을 헤어지려 했지만 몸에 흔적을 남기지 않아 증거를 마련할 수도 없습니다. 너무 답답한 건 저희 집에선 이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결혼자금부터 집까지 처음부터 부모님께 거짓말로 둘러댓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남편이 세상에 없이 착실하고 자상한 사람인줄로만 압니다. 장녀로서 여지껏 속썩여드린 적 없는 착한 딸이 되고자 했지만 그렇게 덮다보니 제가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끝내 아무한테도 이런 얘길 하지 못했습니다. TV에서나 보던 일이 나한테 일어난 게 아직 믿기지 않고 가족들을 실망시키는 것도 남편과 헤어지는 것도 다시 일어서는 것도 자신이 없습니다.

그냥 조용히 흔적없이 증발해버리고 싶습니다.

아기한텐 너무나도 미안하지만 이젠 정말 희망이 없어 마지막 용기를 냅니다.

너무 길지만 이렇게라도 털어놓으니 조금 후련합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이렇게까지 꼬일 줄 몰랐습니다.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지금에 와서야 처음에 용기 내어 옳은 판단을 못한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