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150알

마음정리2003.06.06
조회34,179

컴퓨터가 있는 책상위에 껌통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며칠전 남편이 가져다 놓은것 같은데 오늘 무심코 점심먹고 껌을 씹으려고 열어보니 진통제가 가득 들었더군요.(약이름을 말하기가 그러네요)

그 약은 4년전쯤 남편이 먹고 자살을 시도했던 약이에요.

그때는 다행히 죽지 않고 잠만 엄청 자고 일어났다고 했지요.

왜 또 이걸 여기다 갖다 놓은걸까요....

첫째 저한테 죽으라고 산건지...

둘째 본인이 죽으려고 산건지...

 

하루하루 살아가는걸 감사하게 사는분들이 있습니다.

그냥 보내버린 오늘의 시간이 오늘을 살지 못한분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겠지요.

하지만 저도 몇달전부터 호시탐탐 죽을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제 의지로는 도저히 용기도 없고 이제 8개월 되는 아기가 있기때문에 그럴수가 없어서 천재지변,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죽을수 없을까 하구요...............

저는 너무나 큰 배신감에 세상을 살고 싶은 생각을 상실했습니다.

거의 7년을 연애를 했고 2년을 결혼생활을 한 사람입니다.

제가 아기를 가지고 힘들어할때 다른 여자와 밤을 보내리라고는 상상도 할수 없었죠.

처음 알게 되어 너무 힘들었지만 그 두 사람을 용서하기로 하고 좋게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둘의 사이가 정리되지 않았다는걸 한달뒤 알게 되었죠.

남편은 바람기가 다분한것 같습니다.

그의 친구가 그러더군요. 선천적인것 같다고...

 

처음 사귀기로 했을때 저는 극구 저의 가정사를 말하며 저는 연애도 결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죠.

아버지는 알콜중독자로 평생을 가족을 괴롭혔고 현재 정신병원에 있습니다.

엄마는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과 저를 힘들게 키우셨고 근래에 암수술까지 받으셨습니다.

남자도 물론 여자를 책임져야 하지만 전 여자 역시 남자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왜 그랬을까 싶지만 연애할때 처음 2년을 제외하고는 그사람은 이미 저에게서 마음이 멀어졌던것 같습니다.

여자문제로 저를 신경쓰이게 했던게 아마 그 때쯤이 시작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헤어질수 없는 이유도 있었고....

아무 여자나 만나면서 공부도 생활도 소홀한 그 사람를 그냥 두면 안될것 같아서 기다리고 참아주고 그랬던것 같습니다. 바보였죠. 저는 그때부터...........

실컷 놀고 방황한후에는 다시 저를 찾고 제자리로 돌아왓죠.

그럼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그 생활의 반복이었던것 같습니다.

 

결혼하면 나아지겠지...........

돌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것도 이유가 되겠죠.

결혼을 꼭 해야겠다고 결정하는데 더 공헌을 했던건...

처음 사회생활에 발을 들여놓게된 그가 사회생활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서 진통제 수십알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몇년간 사랑으로 혹은 의리로 사귄 사람이 죽는다는건 상상할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해서 내가 그 사람을 행복하게 지켜주겠다.... 그랬던거죠.

저의 아버지 얘기를 시댁에 숨기는게 결혼을 허락받기가 쉬울것 같아서 둘이 합의하에 그렇게 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아버지는 집도 없이 여기저기 거지처럼 살고 있어서 결혼한다는 연락도 할수가 없었죠.

그렇게 결혼식은 잘 넘어가고................

 

생활습관조차 제대로 잡히지 못한 남편을 저는 만삭이 될때까지 아침에 30분 넘게 깨우고 일으켜야했습니다. 거기다 워낙 잠이 많은 사람이라 퇴근후에도 차에서 자기도 하고 아무대나 머리를 대면 자는 습관이 있어서 밤에 집에 들어올때까지 전화로 계속 깨워야했구요.

새벽에 집앞 주차장을 서성거릴때도 많았죠. 차를 대놓고도 집에 안들어오고 차에서 잔적이 많아서요.

그때는 연락이 안되어 집에 안들어오면 차에서 자다가 사고라도 당한게 아닌가 가슴이 쿵쾅거리게 걱정이 된적도 많았지요..

참 바보처럼 깨우고 먹이고 입히고 출근시키고 집에 올때까지............

아기를 가진 10달 내내 먹고 싶은건 못 얻어먹으면서 꼬박꼬박 늦잠한번 못자고 새벽밥을 챙겨줬습니다.

워낙 남편이 잔소리를 싫어하기도 하고 저도 듣기 싫은 말 하는거 싫어서 싸운적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평화롭게 시간이 흘러가는줄 알았죠.

 

작년 12월부터 평화는가고 폭풍이 밀려왔습니다.

시아버님이 저의 친정아버지가 엄마랑 같이 안살고 정신병원에 있다는걸 유도심문으로 알게 되신거죠.

그때 제 아기는 100일도 안되었을때입니다..

어떻하라구... 이제와서 어떻하라고 그러시는건지.

그 일로 저희편을 드시는 시어머니와 크게 싸우셔서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가출을 하셨습니다.

아직도 혼자 살고 계십니다.

시누이들에게 시아주버님에게 형님에게 제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아실것 같습니다.

온통 저를 공격하고 못살게 굴더군요.

100일도 안된애를 보면서 하루하루 얼마나 괴로왔는지 어린아기 얼굴에 눈물은 얼마나 떨어뜨렸는지 모릅니다.

그때 남편은 제 3자처럼 방관하고 있었지요. 위로요.. 그런거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항상 남편에게 말했던건....

우리친정일로 당신이 힘들게 되면 내가 알아서 물러나주겠다.. 그랬거든요.

남편은 한번도 저희 아버지 병원에 찾아간일이 없습니다. 한번도 소식을 궁금해한적도 없죠.

하지만 물러날수가 없더군요. 아이가 있는데 어떻게 물러날수가 있겟어요.

힘들었던 1월이 가고...

 

2월초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여자..

같이 근무하는 여자더군요.

너무너무 떨렸지만 좋게 말했습니다.

유부남이고 애 있는거 알테니까 정신차리라고...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다시는 안그런다고....

저희 남편은 처음부터 아니라고 발뺌하고.......

나중에 그 여자랑 통화한걸 알고는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때도 죽고 싶도록 힘들었습니다.

아줌마들이 말하는 자식때문에 할수 없이 살았다....

그 말을 제가 하고 있었으니까요...

우리 아이가 20살이 될때까지만 그때가 되어 우리 애가 자기 갈  길을 스스로 갈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때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 때까지는 좋은 부모의 모습으로 살자고........

그로부터 한달뒤.........

계속 연락하고 있다는걸 알았어요.

화를 냈죠. 아마 그렇게 심하게 낸건 처음일꺼에요.

남편은 2박3일간 직장도 나가지 않고 그날도 행방불명이 되었어요.

직장에선 올것이 왔다는식으로 다 그 여자의 존재를 집에서 알게되어 그런가보다고 소문이 났죠.

이미 직장에선 그 여자(아가씨)와 유부남이 사귄다더라 하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더군요...

그런지도 모르고 남편 잘 부탁한다고 그 직장에 백일떡을 돌리고 했죠.. 제가.......

행방불명 되었을때 그 여자가 저희집에 제 친구의 손에 이끌려서 왔어요.

죄송하다고 때릴려면 때리라고 하더군요.. 맞을만큼 잘못한게 있긴 한건지.

너무도 당당하고 차분하더군요. 이런일을 많이 겪어본건지. 나이도 어린것이......

그냥 손가락하나 건들지 않고 욕만 좀 해서 보냈습니다.

거기가 무슨죄겠냐. 둘이 다 잘못한거지. 나는 우리 남편이 더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랬어요...

남편이 돌아왔을때 그 여자한테 먼저 전화를 했더군요. 그 여자가 알려줬죠.

그래도 남편이 행방불명일땐 어떻게 될지 몰라서 저 자세로 나오던 그 여자는 남편이 돌아오자마자 저한테 남편단속을 잘하라는둥 집에서 어떻게 하면 밖으로 도냐고 대들더군요.....

한마디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맞는말인가 싶어서요...

하지만 어린그 여자가 어떻게 그런말을 그렇게 쉽게 할수가 있는지.......

직장을 그만둔다는 남편을 말려서 나를 위해 다니라고 했습니다.

그 여자가 자기는 잘못한게 없어서 못그만둔다고 하길래 그럼 당신만 그만두면 당신이 잘못한게 되지 않느냐고... 나 그건 너무 억울하다고 이번에 그냥 다니고 다음에 힘든일 생기면 그때는 그만둬도 나 아무말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안그래도 직장을 그만둔다는말을 수십번 했거든요.

그여자랑 가까워진것도 그만두는걸 저한테 말하면 당시 만삭이어서 충격 받을까봐 그 여자한테 상의하다가 그랬다고 하더군요..... 다 핑게겠지만..........

그래서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둘이 같이.............

헤어졌다는거...... 믿을수 있나요.

매일 같이 보는데 말이죠. 정이 그렇게 쉽게 떨어지는게 아니죠.. 그죠?

 

행방불명후 돌아와서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직장도 다시 다니고.......

하지만 전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집에서 애랑 있으면 문득문득 화가 났습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왜 돌아와서도 나한테 별 말이 없는건지...........

그래서 붙들고 몇가지 가족을 위해서 해달라고 했습니다.

아주 간단한것들이죠. 말하기도 참 그런거... 맘이 동하지 않아서 안 한다고 하더군요.

다른 여자랑은 그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가족을 위해서 몇가지 해달라는건 맘이 동하지 않는다고.......?

그날 이후로 한달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덩달아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말도 물론 안걸더군요.

아침에 집에와서 옷만 갈아입더군요. 2-3일에 한번씩...

 5개월 된 자식이 눈을 맞추려고 옹알이를 해도 한번 바라보지도 않고 안아주지도 않더군요.

한달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전 제가 희생하고 잘한것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데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하는건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결국엔 애를 데리고 엄마한테 갔습니다.

시댁엔 말도 안했죠. 금쪽같은 자식이 동생이 바람을 피웠다고 하면 가지나 별로 달갑게 대하지 않는 저한테 잘 됐다고 할것 같았습니다.(아버지 일이 있기전 시댁과는 잘 지냈습니다.시부모님들도 형님보다는 저를 좋아하셨구요..)

엄마한테 안산다고 하러 갔는데 엄마가 많이 아프셨습니다.

저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탓이려니 했는데 내과가서 검진결과 암이었습니다.

벌 받을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엄마가.........

애 낳고서 2달 가까이를 뼈가 빠지도록 산후조리를 해주던 엄마.......

엄마랑 저랑 아가가 힘들어할때 저 사람은 데이트를 하느라 밤이면 밤마다 들어오지 않았죠.

엄마한테 더이상 걱정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 여동생도 4살된 딸을 버리고 가출해서 떠돌다가 지금 짐처럼 엄마한테 빌붙어있거든요.

두딸이 다 이혼하고 혼자사는꼴을 엄마가 어떻게 견딜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 사람한테 매달렸습니다.

나랑 살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 아기 20살때까지 아니 우리 엄마가 죽을때까지만 같이 살아달라고.....

그때는 엄마가 암인줄 몰랐을때인데.... 검사하고 결과를 기다릴때였거든요.

말이 씨가 된걸까요... 엄마는 암이랍니다...................................................................

엄마때문에 억지춘향으로 저는 어렵게 말을 걸고 저 사람은 말을 아끼고 아주 뻣뻣합니다.

엄마왈  제가 잘못한것 처럼 보일정도로 제가 쩔쩔매는것 같다고 합니다.

엄마때문에 자식때문에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하루하루 인데..............

그래도 예전처럼 사는게 재미있거나 따뜻한거 같지 않습니다.

항상 든든하게 나를 받혀줄것 같은 사람이 없는 자리........

가족이란 울타리를 저혼자 힘겹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요즘도 밤에 안들어옵니다.

저는 이제 8개월이 된 아이와 가끔 무서움을 느끼면서 밤에 잠을 자지요.

하루종일 아이랑 놀고 밥도 혼자 먹고 ..

힘든일이 계속 있어서인지 정신도 없고 아주 우울하고 불안한 상태입니다.

시댁도 정리되지 않고 있고 엄마도 치료중이십니다.

아버지와 여동생은 제가 평생 지고 나가야할 짐이겠지요.

거기다 저만 바라보는 아이...............

삶의 무게가 너무나 힘든데.

저 인간은 도움이 되지는못할망정 저를 힘들게 합니다.

저는 저 사람에게 뭐를 어떻게 해달라고 요구한적이 없습니다.

무조건 받아주고 이해해주고 기다려주고 그런게 저의 죄인가요?

 

왜 진통제를 저렇게 모았을까요? 150알정도......

본인이 먹으려고?

왜 뭐가 힘들어서......?

그 여자랑 헤어진게...억울해서.......

가족이고 뭐고 다 귀찮아서...........

정말 죽고 싶도록 힘든건 저라는걸 저 인간은 죽을때까지 알수 있을까요?

차라리 저렇게 나약한 인간이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인간이라면 언젠가 죽을생각을 하는 인간이라면 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겟다고까지 생각이 듭니다.

그럼 전 자살방조죄로 경찰서로 가나요...

그럼 우리 아가는........불쌍한 우리아가.......

100일이 되기 전부터 엄마 눈물을 먹고 자란 아이...............

어렸을때부터 제게 꿈이 있다면 아버지 같은 남자말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거였죠.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마음을 정리해야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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