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영원한 아름다움이며 따듯한 이웃입니다.^^*

은하철도 2003.06.06
조회452

가끔 글을 올리다 보면 아줌마라는 표현을 합니다. 

대충은 삼 십대 중반부터 오 십대 초반 까지의 여성을 지칭하는 것이고,  평범하고 서민적인 계층에 친숙한 용어이며 적당히 부르기 편한 이름 같습니다.

 

아줌마~ 어디 가세요?

어머나...... 아저씨~ 오랜 만이네요~~

 

옆집 아줌마, 앞집 아줌마, 보험 아줌마, 식당집 아줌마, 등등...... 일반적인 주부나 전업주부, 또한 자식을 거느리고 혼자 사는 여성분들을 부르는 대명사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친숙하고 부르기 좋은 아줌마라는 대명사의 뉘앙스에 대하여서는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저는 무척 아줌마라는 대명사를 좋아합니다.  그 뉘앙스도 무척 좋습니다.

 

새침한 신혼을 벗어난 아내가 슬슬 세파에 시달려 갑니다.

애물단지같은 자식 새끼들을 양 쪽으로 거느리고 밤낮으로 쉴 틈이 없습니다.  처녀 때에는 레스토랑에서 깔끔을 떨던 아내인데,  이제는 자식 새끼가 먹다 남긴 짜장면도 아깝다고 냉큼 집어 먹습니다.

 

사실 저도 좀 자식새끼들이 성가셔서 야단을 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눈칫껏 잘 해야지...... 아내에게 점수 깎이기 일쑤입니다.

나의 책망에 잉잉 울면서 자식들이 아내의 치맛자락에 매달리면,  아내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오릅니다.

 

아빠 말을 잘 들어야지..... 착한 아이란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내는 허연 눈을 뜨고는 저를 힐끗 쳐다봅니다.

 

얼른 물러납니다.  더 까불다가는 이것 저것 슬슬 트집 잡다가, 급기야는 과거에 있었다는 생각 나지도 않던 일들을 다 꺼내서 저를 몰아칠 수도 있습니다.

힝~~ 자식 새끼라면 사족을 못 쓰는구먼~  ...... 하고는 얼른 도망가야죠.

 

도대체 남편이라는 작자가 답답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이웃집 아저씨는 공휴일이면 시원시원하게 가족을 데리고 잘도 놀러 다닙니다.  가끔은 희희덕 거리면서 외식도 하고 즐겁게 삽니다.  그런데 소위 우리 아빠라는 작자는 잠만 쿨쿨 자려고 폼 잡습니다.

 

어쩌다가 야외로 놀러 나가면 좀 낳은 줄 알았더니,  뭐가 그리도 귀찮고 성가신지 표정이 즐거워 보이지 않습니다.

남편은 억지 춘향격으로 끌려다니는 표정을 하고는 시쿤둥합니다.

에구~~ 치사하다...... 애들하고나 놀아야지~....... 흥~

 

그렇지만 남편이 남들하고 다투다가 코너에 몰리면 가만히 있지 않는 용기도 보입니다.

데데 거리면서 위기로 몰리는 남편을 보고는 두 팔을 걷어붙인 아내가 썩 나섭니다.  목청을 돋구고는 말이 되는 말이건, 안 되는 말이건, 상관없이 막 밀어 붙이는 괴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듯 거칠어 보이던 아내가 어느날은 이상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퇴근준비를 하는데, 사무실 근처에 와 있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은 친구를 만나서 회식이나 하고,  김마담이 운영하는 단골술집에서 한잔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사무실 근처까지 왔으니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취소하고는 아내에게 비실거리며 갔습니다.

 

어쭈.....?

처음에는 못 알아 보겠더군요.

 

파마머리를 곱슬곱슬하게 하였고,  살짝살짝 감칠맛 나게 화장도 한 아내였습니다.

미니스커트도 입었더군요.  아직은 무우다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쭉 뻗어내린 하얀 다리가 보였습니다.

위에는 연한 연두색 브라우스를 걸쳤는데......

 

얼래........이 아줌마가.........?

야~~~ 한~~~ 데............

 

동창모임에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했습니다.  모처럼 둘이서 저녁이나 먹자고 하더군요.

"우리 연애할 때에 잘 가던 레스토랑에 가 볼까요?"

 

알고보니깐 저는 미인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좀 처럼 내색을 안하는 저의 표정에서 그 아줌마는 기똥차게 간파해 냈습니다.

"호호~~  내가 멋을 좀 부리니깐...... 이 아저씨가 맛이 뿅 갔군~~"

 

.........

 

제가 글쓰는 재미를 붙인지가 벌써 이년이 넘었습니다.

오십 가까이 되니깐,  술도 마시기 귀찮고 돌아 다니는 것도 싫어졌습니다.  잘 두던 바둑도 시들했습니다. 밤에는 잠도 잘 안 오더군요.

 

그래서 처음으로 마련한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다 보니,  주절거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단편소설(사실은 소설이랄 것은 없고 그냥 낙서 정도입니다.)을 썼습니다.

 

제가 스므살 때에 하숙하던 하숙집 아줌마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지금도 머릿속에는 그 아줌마의 정이 느껴집니다.  자식을 셋이나 거느리고 혼자 사시는 아줌마였었는데,  거친 세파를 혼자서 이겨 나가던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풍부한 인정이었습니다. 

내 가슴이 아프면 남의 가슴도 아프다는 헤아림이 있었고,  나만 배고픈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배가 고플 것이라는 넓은 아량도 있었습니다.

어리석은 듯 하면서도 현명했으며,  거칠은 듯 하면서도 정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아줌마라는 호칭을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하숙집 아줌마~

오십이 넘은 지금의 나이에는 그토록 좋았던 아줌마들이 모두 제 동생뻘이 되었습니다.

세월 무상입니다.

 

별안간 아줌마라는 호칭이 슬퍼 보입니다.

제가 아저씨를 넘어서는 나이에서는.......

 

란님이 댓글을 다시면서 아줌마라고 그러니깐, 제 글을 추천도 안 할 거예욤~~ 그러시더군요.

저는 배꼽을 쥐고 웃었습니다.

 

안 하면 어떻습니까?

이렇듯 제 가슴속에는 아름다운 아줌마가 가득 들어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