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싦아주신 백숙

하얀고양이2007.07.17
조회34,619

안녕하세요? ㅎㅎ

저는 대학 2년차 새내기(?) 여학생이랍니다...;;;

 

음...제게 너무 가슴아프고 따듯한 평생 잊지 못할...

 

잊어서는 안될 에피소드가 있어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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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외조부모님이 살아계십니다

 

친할아버지가 고등학교 입학때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혈육이 한분밖에 안계세요

 

저의 외할아버지는제가 어려서 밥을 하도 안먹어 삐쩍 골아가니까

 

어떻게해서든 영양보충 해주시고자 우유에 설탕 + 날계란을 타서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이시곤 했었습니다 ㅎㅎㅎㅎ

 

(생각해보면 구역질 날지도 모르겠습니다만...어렸을땐 참 맛있게 먹었어요)

 

그거 먹고싶어서 일부러 밥 안먹고 그거 만들어달라고 떼쓰기도 했었어요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하도 많아서 잠시 주저리겠습니다 ㅎㅎㅎ)

 

제가 밥을 안먹을때 특효 처방이 바로 "우리 강아지 키 얼마나 컸나 보자~"

하시면서 제 키를 재보시고는

 

"어이구~밥먹으면 더자라겠네~~"하면서 밥을 먹이시던 분이예요~

 

제가 할아버지 손에 자란건 아니지만 외가에 갈때마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해주시니...ㅎㅎ

 

가끔 고향에 내려갈라치면 제가 백숙을 딥따 좋아하는거 아시고

 

제가 올때마다 꼭 백숙을 삶아 놓으시고는 밥 다 먹고 난 후에 (다른 손자들 있어도)

 

저에게만 백숙을 먹으라고 솥에서 꺼내오셔요

 

그럼 아무리 배부르고 배 터질것 같아도 한마리 다 먹어치워버린답니다

 

(그덕에 제 살이....살아 살아 내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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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요.....

 

그런 저희 외할아버지가...폐암이래요...

 

담배 끊으신지도 10년이 넘으셨는데...정기검진도 꼬박 꼬박 받으셨는데....

 

3기 정도 진행이 되었다네요...

 

정말 하늘이 노래지더군요

 

사랑하는 외할아버지가 ... 날 이뻐해주셨던 외할아버지가...얼마나 고통스러운 나날을 헤쳐나가실까..

 

눈물부터 났습니다...

 

암판정을 받으시고 한달여 동안 입원해 계시던 할아버지가 서울에 올라오셨습니다

 

그날도 늦게까지 친구들이랑 술판 벌이다가 귀가했는데...

 

저 보시려구 아픈 몸에도 안주무시고 계시다가 12시 다되어서 귀가하는 손녀를 보시고

한번 안아보자고 하십니다

 

방에 들어가시는 할아버지의 두 다리가 그렇게 앙상한줄 미처 몰랐습니다...

 

 

지지난주가 할아버지 생신이셨어요

 

계절학기 시험이 있다고 핑계 대고 시골에 내려가지 않았어요

 

그 다음주에 찾아뵐거라고 큰소리 빵 치면서 말이죠

 

그리고 그 다다음 날에 바로 고향에 내려갔어요

 

엄마한텐 외할아버지 보러 간다고 하면서 용돈까지 타갖구요...

 

제 속셈은 제보단 젯밥에 있었어요

 

고향 내려간 참에 친구들이나 보고 오자...할아버지 집에는 하루정도 얼굴 비추고 한 사나흘 놀다와야지

 

전 나쁜 손녀입니다

 

그렇게 고향 도착하자마자 할아버지 집에는 들리지도 않고 먼저 친구들 만나고 수다 떨다가

 

저녁 8시쯤 케익 하나 달랑 들고 외가로 향했어요

 

이미 친구들과 밥도 먹은 상태였죠 하하하 .....

 

그런데...저 온다는 소리에 할아버지는 식사도 안하시고...저랑 밥먹으려구...

 

상 다 차려 놓으시구... 한켠에는 어김없이 백숙이 올라와 있었구요...

 

늦게 기어들어온 손녀를 한번 나무라시지도 않으시고..."배 많이 고프지? 밥먹자"

 

하시면서 백숙의 다리를 쭉 찢어서 제앞에 가져다 놓으십니다

 

참 저는 이기적이고 못돼 쳐먹은 손녀입니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늘 인자한 할아버지 였기에...

 

챙길줄도 모르고 싸가지 없이 자란 손녀 꾸중 한번 안하시고 그렇게 손녀 밥걱정만 하십니다

 

"우리 강아지는 어려서 밥을 하도 안먹어서 밥먹이는게 제일 힘들었어"

 

라며 먹기 좋게 손수 닭을 찢어주시는 앞에서...

 

차마 밥 먹고 왔다고.. 친구들이랑 놀다 왔다고...말 할 수 없었습니다..

 

꾸역꾸역 배가 터지게 아파와도 한그릇 다 비우고 백숙까지 먹었습니다

 

왜그렇게 자려고 누웠는데 눈물이 나오던지...

 

 

할아버지 집을 나오는데...차비 보태 쓰라고 이제 앞으로 용돈 못주면 어쩌냐면서

 

세벳돈보다 많은 돈을 주십니다

 

흰 봉투에 제 이름 적으셔서 주시더라구요

 

그 돈의 액수는 많고 적고가 중요한게 아니었습니다...

 

전 그 돈을 쓸 수 없습니다

 

차비가 노느라 탕진한 나머지 없어서 모자랐는데 그냥 친구한테 나중에 부쳐준다고 하고 빌려왔어요

 

서울 올라오는 내내 눈물이 났어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생일에 참석도 못하고...

 

이렇게 민폐만 끼치고 가는 손녀 뭐 이쁘다고....

 

앞으로 더 문안인사 자주 드리고 고향에 틈나는 대로 내려가야겠어요

 

다음에 내려갈때는 할아버지 잠옷이라도 이쁜걸로 사가야 겠어요

 

ㅎㅎ 긴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스크롤 박이 좀 심했죠?????;;;;죄송...)

 

시원한 여름 나시고~여름감기 조심하시고 식중독및 각종 질병 조심하세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