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67년 12월

불효자2007.07.23
조회195

그냥  너무 기쁜 마음으로 이글을 씁니다.

뇌경색으로 갑자기 의식을 잃으신지 꼭 20일 째 되는 저희 아버지께서

오늘 퇴원을 하셨습니다.

의사들도 놀랄정도로 오랜 의식불명상태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신체와 기억력, 언어등 대부분의기능을 회복하신 상태입니다.

자식된입장으로 너무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물론 사람이름을 기억하거나 자연스러운 대화는 힘들지만,

이렇게 라도 우리곁으로 돌아오신 아버지한테 고개숙여 감사드릴 뿐입니다.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쓰러져 계신 동안 뒤늦은 후회때문에

많이 괴로웠습니다. 이제 좀 살만해지셨는데, 이렇게 가실 수 있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구요.  특히나 가족들을 몰라보시고 전혀 알수 없는 말만

하실때는 너무 괴로웠습니다.

 

특히나 올해년도와 몇월인지를 물었을 때는

한결같이 67년이고, 지금이 12월이라고 말씀하셨죠. 놀라운 기억력으로 자식들도

기억 못하는 일들까지 곧잘 기억해내셨던 분이셨는데 기가 막혔습니다.

 

수술이 들어가고 어머니와 형제들이 모두 대기실에서 기다릴때

엄마의 뜻모를 미소를 봤습니다. 엄마도 이젠 정신을 놓나 싶어

삼남매는 기겁을 했지만, 어머니는 나직이 얘기하셨었죠.

67년 12월에 두분은 결혼하셨다고.... 얼굴한번 못보고 올린 결혼식이었고

사는 것도 어려운때라 날짜는 잊어버리셨답니다.

쓰러지시기 전에 올 12월이면 결혼 40주년이되니 근사한 선물 준비하겠다고

어머니한테 약속하셨더랍니다. 아마도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어머니에 대한 마음은

다 놓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가족들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지만

일말의 희망도 갖게 되었습니다. 저렇게 의지가 있으신데 이리 허망하게

가시지는 않을 거라는 희망이었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어떤 1주일보다 길었던 무의식의 기간이 지나, 아버지가

의식을 찾으셨을때. 어머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미안하다는 비슷한 말을 하셨죠

 

사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싫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바람한번 펴 본적이

없건만 재미없는 경상도남자에 노랭이라 싫다고 늘 말씀하셨죠.

그리고는 황혼이혼감이라고 협박도 서슴치않았습니다. (그럴때마다 이혼하면

넌 누구랑 살거냐고 꼭 물어보더군요. 참고로 저는 34입니다. 독립을 해도

시원찮을 나인데....)

그러나 저는 압니다. 오래 봐온 결과 두분은 서로 사랑하는 방식이 좀

다르고 그 실체를 몰라서 그렇지 누구보다 아끼는 그 마음만으로도

사랑하고 있는게 맞다고 확신합니다.

이제 어머니께서 나설 차례시겠죠. 그리되면 회복도 빨라지실 거고.

두분의 늦은 애정행각을 조용히 지켜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두분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오늘 은 기분이 너무 좋아 악플 허용합니다. 단 저에 한해서요.

부모님을 글 올린줄도 모르시고, 욕먹을 만한 짓도 안했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