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2]

코쿄2007.07.26
조회784

 

 

시나브로[2]시나브로[2]시나브로[2]시나브로[2]시나브로[2]

 

 

 

 

 

 

 

 

 

무지개우산

 

2005년 6월의 어느 날 이였다.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여름기운에 온몸이 흐믈흐믈하게 녹아 내리는 기분이였다. 오전에는 추웠고, 오후에는 덥고, 밤에는 또 추운, 이상한 기온의 연속이였다.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요즘은 귀찮아 질만큼 수시로 비가 내리곤 했다. 그날도 나는 여전히 학교갈 준비와 수업내용을 정리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온몸이 등교를 거부하는 느낌이다. 사실, 나는 디자인과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 이제 한학기만 더 하면 졸업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수시로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했다. 모든것은 돈을 버리는 일이고, 부질없는 짓이라고, 오늘이 그날인것만 같았다. 나는 현관문턱에 시위라도 하듯, 쪼그리고 앉았다. 핸드폰을 꺼내서 아버지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버튼에 손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오랫동안 앉아있는 탓에 뒤뚱거리다가 통화버튼이 눌렸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 역시 안되겠어. ' 라는 말과 함께 폴더를 닫았다. 그리고 일어나자 마자, 바로 전화가 울렸다.

 

[♬]

 

나는 순간 놀랬다. 그리고 천천히 발신자번호를 확인하자 [아버지]라고 이모티콘도 없는 무뚝뚝한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

 

" 네? 아빠~ 왠일이세요. "

" 무슨 왠일이야? 너가 먼저 전화걸어서 뭐라하고 끊었잖아. "

" 네? "

" 왜? 아빠한테 할말있어? "

" 아니, 그게.. "

" 그럼 지금은 아빠 일하는 중이니까, 있다가 저녁에 다시 전화할께. "

" 아.. 네.. "

 

차분하고 약간의 웃음이 묻어나는, 그런 목소리였다. 나는 한결 마음이 나아졌다. 나는 현관문턱에서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리고 한달전부터 준비하던, S사의 로맨스소설 공모전에 쓸 글을 적는다. 언제부턴가, 나는 글이 없으면 안될것만 같았다. 가끔은 담배처럼, 가끔은 친구처럼, 내맘을 헤어려주는 존재감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여러가지를 글 안에서 하고 있었다. 마음이 쓰리자, 더욱더 마음을 다해 아무 생각없이 주절주절 키보드를 눌르기 시작했고, 또각또각 소리만은 매우 유쾌했다. 점심에 나는 밥도 먹지 않았다. 핸드폰은 문자가 오는지 울림소리가 간간히 들리지만, 나를 방해할건 아무것도 없었다. 5시 쯔음, 빈속이라 꾸루꾸루, 울었다. 핸드폰을 확인하고, 작은방에 침대에 누웠다. 배가 고픈것쯔음은 괜찮았다. 아버지를 만나 무슨이야기를 먼저 깨내야할까? 고민을 시작하려 하는데, 벌써 시계 바늘은 6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정확하게 아버지께 오는 전화벨이 울린다. 나는 울리자 마자 전화를 받았다.

 

" 어이쿠, 무슨 전화를 그렇게 빨리 받아? "

" 아. 아뇨.. 어디세요? "

" 지금 퇴근해서 갈꺼야. "

" 네.. "

" 진짜 아빠한테 할말이 있는거지? "

" 아.. 그니까, 그게.. "

" 그럼 있다가, 집앞에 있는 호프집에서 오랫만에 아빠랑 술 한잔 하자. "

" 늘 가던데요? "

" 응, 너 먹고싶은 안주랑 맥주먹자. 딸래미랑 아빠랑 둘이서만. "

" 네. 거기서 뵈여. "

" 6시 반이면 도착할꺼야. 먼저 가있어. "

" 있다뵈요. "

 

 

자꾸만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무엇이 두려운건지, 아니면 아버지의 따뜻한 음성을 그리워 했던 것인지는 사실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르고 있는 기분이였고, 나는 다급하게 나갔다. 안주가 항상 느께 나오는게 그곳의 특징이라 호프집에 들어가 안주부터 시켰다. ' 6시 30분쯤까지 해주실수 있나요? ' 라고 물었고 어쨌든, 아버지가 오고 안주로 튀겨진 닭한마리가 나왔다. 우리는 맥주 500cc를 시키고 어두운 조명아래 아버지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부산스러운 음악도 시끄러운 사람도 없는 그런 호프집이지만, 조용해서 찾는 곳이기도 했다. 나는 맥주를 한잔 마시고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계속 통닭에만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포크로 꾹 찔러서 다리 한개를 주었다.

 

" 아니, 먹지 왜 처다 보기만해.  "

" 아.. 네. "

" 고민있어? 무슨할말이 있으면.. 이야기 해봐. "

" 아. 그게 그러니까.. "

" 응.. "

 

차분한 음성과 조용한 호프집 분위기,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와 나는 순간순간 눈물이 찔끔찔끔 나올것만 같았다. 그 눈물은 아마도 지난날, 계속 스스로에게 받아왔던 스트레스와 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의 덩어리와 같았다. 나는 어색하게 눈을 흠치고 흠치고, 펑펑 쏟아지는 눈물도 아닌데 자꾸 눈을 흠치는 바람에 눈 아래 피부가 붉게 올랐다. 나는 너무 작고 연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 저, 학교 그만두고 싶어요. "

" 이유는 뭔데? "

" 적성에 맞지 않아요. 미리부터 그만두고 싶었는데, 그러니까.. "

" 음.. "

" 저는 다른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이래저래 핑계갖지만, 부모님이 원하는데로 갈수 밖에 없었어요. 내 편은 아무도 없었으니깐요. 그리고 공부하면서도 다른생각이 떠올라 공부를 할수도 없고, 그러고.. "

 

나는 봇물터지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바보처럼 타고 내리는 눈물을 컨트롤하기 위해 입을 씰룩거리며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바늘로 살짝 찌르면 펑 터질, 고무풍선처럼 나는 겨우 겨우 눈물을 참고 있었다. 그러자 아버지의 그 툭박한 손으로 티슈한장을 꺼내서 나에게 내밀었다. 쳐저있던 아버지의 어깨가 펴지고, 손을 내 어깨로 향하셨다. 토닥토닥, 어깨를 두둘기셨다. 나는 그렁그렁 이미 눈물을 가득 눈안에 담아 손으로 얼굴을 어루만지며 참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보다 더, 연약한 목소리로 ' 미안하다. 채민아' 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나는 참을수 없을만큼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소리내어 울고 싶었다. 어쩌면 모든것은 부모님탓이 아니라 내 스스로의 문제일수도 있었는데, 지금까지 스스로를 위해 핑계만 대고 아버지를 아프게 한 죄스러움이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만두라고 말하셨다. 말을 다 밷었는데 나는 왜, 기쁘지 않은걸까? 내가 원하는 데로 괜찮아졌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내가 표정이 자꾸 울상이 되자, 아버지는 조금 나아진 음성으로 '빨리 이거 먹자.' 라고 말하셨다. 처음으로 들은 미안하단 아버지의 음성이 떠올라 마음이 너무 아프다. 억지로 웃으면서 아버지가 쥐어준 닭다리를 뜯었다. 눈물이 떨어지는데로 흐르는데로 눈물이 범벅이 되어가는 닭다리를 보면서 나는 한없이 슬퍼지고 있었다.

 

 

" 그래서 지금 너가 너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니? "

 

 

나는 울다가 닭다리 하나를 들고는 사래가 걸려서 켁켁 거리고 있었다. 앞에 놓인 맥주를 한잔 마시고는 대답했다.

 

" 저 지금, S사에서 성인부분 로맨스소설 공모전에 낼 원고 쓰고 있어요. "

" 그래 무엇이든 열심히 해. "

" 네.. "

" 그리고 혼자라는 생각은 하지마라. 여기 옆에 지금 내가 있고, 가족이 있잖니. 그런생각은 어리석은거야. "

" 네.. 알겠어요. "

" 그만울고, 기운내. "

 

나는 떨어지는 눈물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아래위로 끄떡였다. 티슈를 뽑아 눈물을 닦고 코도 풀고, 그리고 어색한듯 하지만 고개를 들어 힘껏 웃어보였다. 하지만, 어디에도 아버지는 없었다. 나는 황급히 주인아줌마를 불렀다.

 

" 아줌마, 혹시 저희 아버지 어디가신지 아세요? "

" 아니, 몰르겠는데, "

 

화장실가셨나 싶어서 나는 앉아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3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도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마침, 갑자기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마음이 불안해져서 화장실에 가서 아버지를 찾았고, 아무곳에도 아버지는 없었다.

 

[딸랑딸랑.]

 

 

손님이 들어옴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어느새 흠뻑 젓어버린 아버지가 눈앞에 보였다.

아버지는 즐거운 표정으로 물기를 손으로 툴툴 털어내시고는 티슈로 남은 물기를 닦으셨다.

 

" 어디다녀오신거에요? 갑자기 비도 내리고.. "

 

아버지는 작은 선물상자 하나와 포장된 길다란 무언가를 건내 주었다.

 

" 풀어보렴. "

 

 

나는 아무말도 더 하지 못한체 작은 선물상자를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작고 구슬들이 길게 늘어져있는 귀거리가 보였다. 나는 너무 이쁘다고 연실 감탄을 하면서 귀에 걸어보였다. 아버지는 흐믓하게 웃으시면서 좋아하시고 남은 포장을 풀었을때는 알록달록한 무지개 우산이였다.

 

 

" 우리채민이, 비오는날 좋아하고, 길게 늘어지는 귀거리 좋아하고, 보라색 좋아하고, ... "

 

" 감사해요. 모두다.. "

 

" 내가 너 되는일 모두 좋은일 되라고 선물하는거야. 말을 안해서 그렇지 우린 가족이니까 다 알수 있는거야. 언제든지 힘이들땐 이렇게 엄마몰래 동생몰래 만나도록 하자. "

 

 

금방 눈물을 흠치면 다시 흘리고, 우린 호프집에서 다 식어가는 통닭과 미지근해지는 맥주를 들이키며, 술도 취하고 가족과 정에 취해서 조금이나마 행복한 기분이 들수 있었다. 쏟아지는 빗방울은 여기저기 각기 다른곳에 떨어져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나는 다행이라 여겨지고 마음이 뭉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