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3]

코쿄200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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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9일 흐린하늘이다. 어제의 무거웠던 구름들이 아직 빗방울을 쏟아내지 못한 까닭일까? 나는 매일 매일 바라보지만 그 하늘이 항상 다르고 예뻐서 하루중에 약간의 시간은 하늘을 바라본다. 그 시간이 오전일지 오후일지 저녁일지, 아주 캄캄해진 밤이나 새벽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은 오전중에 바라본 하늘이였다. 약간 귀엽게 삐쳐있는 그 모습에 나는 재미있다. 스삭스삭, 볼펜으로 이력서를 쓴다. 누군가의 말로는 컴퓨터로 깨끗하게 뽑는것이 예의라고 했지만, 확실히 꼭 그래야할 이유가 없기때문에 천천히 조심스럽게 새하얀 이력서에 얇은 볼펜으로 적어내려간다. 사실 얼마전에 S사의 로맨스 소설 공모전에서 입상을 했다. 상금은 없었지만 그 글이 POPO라는 듣도보도 못한 잡지사 중간에 끼어서 연재되기로 했다. 전문적인 지식은 없었다. 내가 내세울수 있는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원고 역시 모두 손으로 썼고 입상한 소설과 내가 이제 막 중반정도쓴 단편소설을 챙겨두었다. 이력서를 마치고 볼품없이 허전한 이력서를 두세번씩 읽어보다가 그만 웃음이 났다. 기분좋은 느낌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막막하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할수도 없는 사실이였다. 한참을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무렵 면접볼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

" 네, 임채민씨? "

" 아, 예. 누구세요? "

" 여기 UNG출판산데요. 오늘 3시부터 면접 있는거 아시죠? "

" 네, 시간마춰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그럼 있다 뵈겠습니다. "

"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고 시간을 보니 시간은 12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둔탁하게 메아리 치듯 시계바늘은 툭, 툭, 툭, 시계바늘이 아래로 떨어졌다 위로 떨어졌다를 반복한다. 나는 가방을 둘러매고 방문턱을 나오자 작은 빗방울이 창문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볼수 있었다. 하늘은 조금씩 조심스레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고, 나는 신발을 신으면서 의식적으로 우산꼳이로 손을 뻣었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것은 우산살 한쪽이 부러진 고장난 우산밖에 없었다. 나는 급하게 카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

 

" 네 모닝 카센타 입니다. "

 

아저씨의 개그스러운 음성이 들렸다.

 

 

 

" 아저씨, 저 채민인데요. 혹시 어제 그 남자분 차 다 고치고 갔어요? "

" 응, 그렇지. 다 고치고 갔어. "

" 혹시 뭐 두고 가진 않았나요? "

" 음. 아무것도 없는것 같은데.. 왜? 무슨일 있니? "

" 아니요. 어제 그 남자분 차에 우산을 두고 내린거 같아요. "

" 어? 잠시만 지금 전화왔다. "

 

 

 

전화기 넘어로 친절한 음성이 들리고 나는 손님이 아니라서 그런지 대기중일때 나오는 익숙한 음악은 나오지 않는다. 어쨌든 아저씨는 반대쪽 수화기를 놓고,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린다.

 

 

 

 

 

 

" 채민아, 좋은 소식이다. "

" 네? 왜요? 어제 그 남자분이 사실 우리 가게에 수리비를 덜 주고 갔거든. "

" 아니, 아저씨는 단골도 아니고 첨본 사람한테 수리비를 덜받고 아무렇지도 않아요? "

 

내가 당황스럽다는 듯이 묻자, 아저씨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

 

" 그럼 어떻하니, 돈이 없다는데.. "

" 아니, 그럼 카드도 없대요? "

" 모르겠어, 묻지마라~ 그냥 낼 온다고 하니, 그 말만 믿었지. "

" 아이구, 아저씨도 참. "

" 그래도 역시 내가 사람을 잘믿었지. 지금 그 청년인지 아저씬지 그 남자 온다고 하는구나. 안그래도 우산을 발견했다고 그 이야기도 꺼내길래, 너가 찾는다고 전해줬으니까, 이쪽으로 지금 오면 되겠다. "

" 정말요? "

" 그래, 빨리와서 우산 찾아가. "

 

 

 

극적인 우산과의 만남때문인지 살이 다 부러진 우산을 쓰고 카센타로 갔다. 삐쭉삐쭉한 살끝에 대롱대롱 물방울이 달리고 이마에도 피부중에 수분이 대롱대롱 매달렸다. 카센타멀리 하얀차와 그때 그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손에 들린 무지개 우산이 보였다. 나는 그 근처 카센타 쓰레기통에 고장난 우산을 꾸깃꾸깃 접어서 정확하게 던저 버리고는, 아저씨와 그 남자를 향해 큰소리로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

 

인사를 건내자 아저씨와 그 남자는 반갑다는 듯이 동시에 내쪽으로 몸을 돌려 인사를 한다.

그 남자는 손을 뻣어 나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우산을 건내 주었다.

 

" 아니, 근데 총각은 무슨일 하길래 이렇게 정신이 없는거여? 이번엔 또 어딜가나? "

 

 

하기사 바빠보이던 남자였다. 어이없게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한 창문탓일지도 모르겠지만.

 

 

" 저 이제 종로가봐야해요. 어쨌든 어제 저 믿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얼마나 놀랬던지, "

 

 

오늘 내가 면접봐야할곳이 종로였다. 비도오고 왠지 편하게 가고 싶은 맘에 눈치 없이 껴들었다.

 

 

" 어? 저도 지금 종로가봐야하는데, "

 

그 남자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 했다.

 

" 그래요? 무슨일로.. "

" 그냥, 일때문에요.. 면접있어요. 이 우산은 제 행운에 우산이였구요. "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에 들린 무지개 우산을 들어 보였다.

 

 

" 그럼, 같이 타고가요. 어디까지 가요? "

" 아, 정말요? 바쁘신거 아니세요? "

" 그래도 뭐, 같은 방향인데요. "

" 저, 종로에 있는 영풍근처에서 아무곳이나 내리면 되요. "

" 저랑 비슷하세요, 그럼 저는 좀 급한데 출발할까요? "

" 감사합니다. "

 

 

 

아저씨는 잘됐다고 좋아하시고 나도 하얀 물방개처럼 둥글둥글한 차가 좋았다.

그 남자때문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난 그때까지도 그저 새로운 사람에 대한 느낌에 설레임이랄까?

여성과 남성이 만났을때 느끼는 묘한 심리관계의 하나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