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결말 -_-

flower2003.06.11
조회907

울 아빠는 사랑이 무척 많으 신 분이다

길에서 다쳐 죽어 가는 강아지를 극진히 간호해 살린 것도 한 두번이 아니고
우리 간식보다 개껌이나 육포를 더 챙기시는 분이다

 

하지만 개고기도 드신다 -_-

 

가족이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강아지는 기본이고 고양이 토끼도 키웠는데
나 고딩때 하루는 아빠가 시장에서 오리한쌍을 사오셨다

 

숫놈 암놈인데 귀여운 오리새끼가 태어나면
작은 연못도 만들 거라고 꿈에 부풀어 계셨다 -_-

 

아빤 시간날때마다 우릴 잡고 자랑스럽게 설명 하셨다

 

아빠 : 저 부리가 크고 살찌고 큰놈이 숫놈이란다(이름 : 숫놈)
         암놈 봐라 작고 아담하지 저게 암놈이지(이름 : 암놈)
우리 : 근데 숫놈 암놈을 어떻게 구별해요?
아빠 : 아빠는 다 알아
우리 : 우와 역시 아빠는 대단해요 -_-

 

자두만 하던 녀석들이 사과만 해지고 수박만해지던날 -_-

 

밖에서 여동생의 소란 스런 소리가 들렸다

 

동생 : 우와~~ 알 낳았어요 알~ 알~
         헉 -_- 아빠 근데 오리알이 두갠 데요

 

진짜로 동생 양손에는 갓 낳아 따끈따끈한 오리알이 하나씩 쥐어져 있었다

 

아빠 : 그럴 리가 (오리알을 확인하시곤) 아무래도 암놈이 건강해서 쌍둥이를 낳았나보다 -_-
         허허~ 그놈 내일부터는 하나씩 낳을 거야

우리 : -_- 뭔가 이상해

 

그 담날

 

또 동생의 호들갑 스런 목소리가 들렸다

 

동생 :  알이 또 두 개야 아~~~~아아
아빠 :  -_- 그럴 리가 없어 너무 잘 먹여서 오늘까지 두 개 낳았나보다 내일부터는 정말 하나 낳을 거야

 

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한 달이 지나서도
일 년이 지나서도

 

내 동생의 양손에는 오리알이 두 개씩 쥐어져 있었다 -_-

 

그렇다 역시 두놈다 암놈이었던 것이다

(아빠는 지금도 숫놈이 분명 돌연변이 였을거라는 우기곤 하신다 -_- )

 

그렇게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때문에 혼자 객지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하루는

 

대학에 다니는 동생이 울 집 진돌이(진돗개)에게 오리 암놈이 물려 죽었다며 전화가 왔다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어줬노라고
그런데 숫놈이 암놈이랑 몇 년을 한시도 떨어지지도 않고 같이 생활한지라
한 놈이 죽고나니 동네방네 떠나가도록 울어대는 통에 (나도 들어봤는데 이백미터 밖에서도 들리더라 -_- )
여기 저기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친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
동생이 다급한 전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생 : 숫놈이 안보이기에 어디 놀러갔나 생각하고 뭐 먹을 거 없나
        주방에 가서 그릇을 들췄는데 숫놈이 털이 죄다 뽑혀져 배를 보이며 벌러덩 누워 있었어 -_-

 

부모님께 숫놈의 털을 왜 뽑았냐고 -_- 했더니
마땅히 숫놈을 넘겨줄 사람도 마땅히 없고
울지 못하게 주둥이를 실로 묶어놨더니 사료도 못 먹더란다 -_-
그리고 여기 저기 항의가 장난이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단다

 

그래서 죽인 숫놈을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니 냉동실에 얼려놨다고 한다 -_-

 

동생과 나는 묻어주자고 난리를 폈지만

 

엄마의 나중에 인삼 넣고 삶아 먹을 거다라는 확고한 말씀에
여전히 차가운 영안실에 냉동되어 있다 -_-

조만간 묻어줘야지

 

부디 저 세상에 가서는
개울에서 물고기도 잡고 수영도 하고 멋진 오리 만나 -_- 알 두개씩 낳고 잘 살아라

 

오리야 정말 미안하다

 

p. s :  첨 사올때부터 나중에 때가되면 잡아먹을 거란 생각으로 키웠기 때문에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