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놀 친구가 없어요..."

농부2007.07.30
조회1,372

저는 지방에서 전문 농업인으로 살고 있는 한마디로 농사꾼입니다.

그리고 이 농사꾼에겐 두명의 자식이 있죠.

고1된 딸과 중2의 아들입니다.

 

한마디로 저는 귀농한 사람입니다.

저와 제 아내가 살았었고 또 저희가 만났던 고향으로 귀향을 했습니다.

전에는 서울에서 살았었지요.

자영업 하며 그래도 입에 풀칠할만큼은 먹고 살았습니다만...

둘째 아이의 심해지는 아토피와 당시 초등학생이던 큰딸의 교육때문에 지방으로 내려왔습니다.

 

저희 부부 초등학생시절은 그야말로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노는"것이 전부였던 반면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인 제 딸은 속셈학원에 영어학원, 피아노학원까지..

9시까지 학원만 다녀댔습니다....

그 동네 대부분 초등학생들의 일과가 학교와 학원으로 얼룩져있었고..

그나마 주말에는 어린이 주말체육 보내달라고 해서 가족들과 함께있을 시간이 거의 없었지요..

 

하던 가게도 사정이 여의치 않고 해서 다 팔고 결국 귀향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엄청난 심사숙고 끝에 한 결심이었지만.. 지금껏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산과 들을 뛰어놀던 제 아내와 저도 대학공부까지 잘 마쳤고..

그리고 지금부터 인생의 어려움을 아이들에게 지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돌아온 고향은 예전 저희가 살던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아파트단지도 들어서고 도로도 아스팔트로 잘 닦여 있었고 서울과 많이 유사해졌습니다.

하지만 머지 않은 곳에 늘 자연을 접할 수 있었으며..

그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정말 밝고 건강하게 잘 자랐습니다.

작은 아이의 아토피도 약간의 흔적이 남긴 했지만 역시 자연이 좋나봅니다..

지금은 심각하던 아토피의 악몽도 옛일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얼마전 아이들이 방학을 맞았습니다.

중,고생이 되었지만은 아이들을 인간답게 키우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온 저였기에..

아이들더러 많이 놀라고 독려했는데, 아이들은 집을 벗어나질 않습니다..

"여름방학인데 나가서 놀고 영화도 보고 바다구경도 하고 그러지 왜 집에만 있어~"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이 뜻밖이었고 충격까지 받았습니다..

"아빠! 나도 서울 보내줘.. 놀 친구 없단말이야~"

중2 아들녀석은 저에게 저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무슨말인지 몰라서 다시 물었더니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친한 친구들이 서울에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은아이 또래인 중학생들이 학원에 다니기 위해 서울에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대학때문에 스무살이 되어서야 서울땅을 처음 밟아봤는데..

지금 중학생들은 고등학교 좋은 곳 가기위해 학원 다니려고 서울에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큰아이의 경우는 아무래도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더 심했습니다.

 

학원에 가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다....

놀랍기도 했고.. 충격이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했습니다.....

결국 학원에 가는 것은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기 위함이고..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부모들이 저 난리를 부리는 것은..

결국 아이의 인생이 좀 더 윤택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의 삶을 위해 지금부터 인생의 짐을 지우는 것은..

저희 부부의 교육방침과는 사뭇 거리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울에 보내달랍니다.. 놀 친구도 없을뿐더러 차라리 공부를 하겠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나오니 저희 부부가 잘못한것인가 싶기도 하고..

요즘 참 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같이 놀 친구가 없다...

친구들은 방학동안 학원다니기 위해 서울로... 서울로 떠나버렸다........

물론 서울 가야 좋은 선생에 괜찮은 학원들 있어서 공부여건 좋다는 것은..

말 안해도 잘 알고 있고 뻔한것이죠....

하지만, 어쩌면 그런 입시열풍에서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주고 싶어 선택한 이 길이..

아이들을 망치는 길로 가고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긴 친구들이 그렇게 열심히 하니 저희 자식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위기의식 느끼고 서울 가겠다는 아이들 보니 맘이 아프더군요...

 

오늘 뉴스를 보니 심지어는 지방 학생이 아버지와 함께 서울에 올라와서..

아버지는 아이 뒷바라지 해주며 아이는 아버지가 알아놓은 명문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더군요..

그나마 그런 케이스가 많이 있어서 이미 고시텔이나 하숙등에 빈방이 없을 정도로 하니...

씁쓸한 마음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뭐가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없네요...

여전히 마음이 참 심란합니다......

지금은 올해 농사만 마치고 다시 상경할까....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연락해서 아이들을 서울로 보내볼까..

여러 생각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