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신랑(마지막회) - 나의사랑, 나의신랑

태풍엄마2003.06.12
조회2,573

(4탄)

결혼을 하고보니, 새록새록 신랑의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

정말 "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다.

막내아들 티를 내는건지, 아님 나이 어린신랑 유세를 떠는건지 온통 어지르고 다니는덴 도사다.

욕실을 보면 우리 식구들은 모두 방금전 누가 욕실을 사용했는지 다 안다.

샤워기는 십리 밖으로 던져져 있고, 물장구를 쳤는지 타일이며 거울엔 온통 물벼락이다.

물도 안잠그고 나와 세면기에 물이 넘쳐나고, 욕실화는 한짝만 있고 한짝은 십여분 찾아야 어디선가

나온다.

 

결혼전,

청결제일을 원칙으로 아시는 친정엄마 영향으로 나는 취미가 청소였다.

직장에서 돌아와서 젤먼저 방청소를 하는걸로 알았으니까........

매일매일 쓸고 닦고, 옷빨고, 다리고, 삶고........

울 엄마는 그런나를 이쁘다고, 잘한다고 하셨고, 울언니는 날더러  파출부 나가면 딱이라고 했다.

그런 내가 어지럼쟁이 신랑을 만난것이다.

신랑이 한번 훓고 지나가면 침실, 옷방, 욕실 모두 회오리가 지나간것처럼 뒤집어지곤 한다.

나는 그런 신랑을 졸졸 따라다니며 청소를 하고, 신랑은 점점 신나서 더 어지르고 다닌다.

그러다 한번 크게 혼나는 수가 있음을 나는 아직 말하여 주지 않았다.

.

.

어느날 저녁, 신랑은 화상 고스톱을 치고 있다.

나는 쓸고 ,닦고 열심히 방청소를 하는데 신랑은 과자를 냠냠 먹으면서 캠으로 보이는 여자들과

신나서 고스톱을 친다.

죄다 여자들에다 남자는 저만혼자 껴서 뭐가 그리 즐거울까?

그리구 그 밤에, 그것도 방안에서, 왠 선그라스를 썼다 벗었다 그러는지 정말 혼자보긴 아까운

장면이였다.

신랑이 앉아있는 곳도 청소를 해야 했기에  잠깐만 옆으로 비켜 달라고 했더니만,

글쎄 한쪽 궁둥이를 삐쭉 들더니 닦으란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하는짓이 깜찍해서

그냥  쓱~ 걸레로 바닦을 닦았더니 남은 한쪽 궁둥이도 드는것이다.

 

신랑- " 야! 요기도 빨랑 닦어. 힘들어 죽겠다 야...."

하하하!!!!!!

힘들어 죽겠어?  나는 기가차서 죽겠습니다.........

 

(화상 캠으로 보이는 상대편 고스톱 선수를  가리키며.....)

신랑 - 자기야! 일루와봐. 저여자 코 세운거지? 코 무지하게 높다. 봐봐!

나    - (떨떠름해서 ) 음~ 세운거네.  

신랑 - 와!  조기 여자는 좀 뚱뚱하다. 배나온것좀봐 아줌만가봐. 응?

나    - (더 떨떠름해서) 그러네. 배가 좀 있네.

신랑 - 하하하! 집이 부산이래. 디게 멀지?

나    -  @@

조용히 고스톱만 치는줄 알았더니 이게 겁도 없이 대화까지 해 ?

허나, 이해심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나.

"그래, 피곤한 직장생활 끝나고 집에와서 재밌는거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그럼 좋지 뭐.

아직 언내라 뭘 몰라 그러니, 잘 가르켜서 델꾸 살아야 겠다."  이렇게 이쁘게 맘을먹고 있는데...

 

신랑  - 야!  너 뒤에서 자꾸 돌아댕기지 마!  여기 자꾸 나오잖아.

 

내가 신랑뒤로 왔다갔다 하는게 캠으로 보였나보다.

 

나     - 왜? 여자들이 뭐라 그래?

신랑  - 엉 . 누구냐구..... 그래서 요긴 피씨방이구 넌 피씨방 아줌마라 그랬어.

나     - @@ 깩!!!!!!!!!!!!!

 

이 우라질놈의 인간이 있나? 뭐? 피씨방 아줌마?

나는 잠시 토라져서,  먼저 이불 뒤집어쓰고  자는 척을 하고 누웠다.

내 각본 대로라면 신랑이 얼른 컴을 끄고 곁에 와서 " 자기야 . 삐졌어? 미안~~~~" 이거다.

각본을 다 짜놓고 기달리는데....... 10분, ....20분......30분........... 

나는 나이먹은 티를 못숨기고, 그만 어처구니 없이 잠이들어버린 것이다.

노인네 초저녁잠을 누가 말리랴~~~~~

그래서 그날밤의 피씨방아줌마 푸대접 사건은 따져보지도 못하고 막을 내렸다.

 

 

식탁에서 둘이 오붓하게 밥을 먹는데,

참고로 울 시부모님은 우리가 퇴근 하기전에 일찍 식사를 하시고 다 치워 놓으신다.

"들어와서 너네 둘이 오붓하게 먹어라. " 하시면서......

별일도 아니지만 그런 시부모님의 배려가 고맙고 감사하다.

냠냠 짭짭~~~~~~ 먹구 있는데, 갑자기

 

" 뿌~~~웅"

나     -  헥!!!!!! 뭐야? 이소리는?

신랑  -  내가 방구 꿨어. 밥 먹어. 왜 안먹어?

 

얼굴이 퍼렇게 질린나, 정말 상상치도 못했던 상황이다.

 

나     -  너!  너무하는거 아냐? 어떻게 식탁에서 그런짓을해? 혼자먹는것두 아니구....

신랑  -  속이 안좋아서 그래.  원래는 잘 안꿔. 걱정마. 냠냠~~~

나     -  와!  비위도 좋다. 방구꾸고 바로  밥이 넘어가냐?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자, 나는 견디지 못하고 거실로 뛰어 나왔다.

이런상황은 초기에 대처가 중요할것 같았고, 아무리 먹구 사는게 중요하다지만, 그래도 신혼초인데

방구 냄새를 맡아가면서 밥을 먹는다는건 내 자존심이 허락치를 않았기에.........

오~ 이런. 저 독가스 실에서도 맛있게 밥을 먹구 있는 저 사람이 과연 나의 신랑이 맞는단 말인가?

올것이 너무 일찍온건 아닐까?

결혼 한달을 갓 넘기고 방구면, 한 일년살면 똥싸놓고도 치우라고 할것만 같았다.

첨으로 신랑하고 심각하게 대화를 했다.

최소한 미안한 표정정도는 지어야 옳지 않느냐?  가까운 사람일수록 예의를 지키며 살자..........둥둥

신랑은 날더러 너무 과민반응 이라며, 왜려 넌 방구 안꾸고 사냐고 묻는다.

방구꾸는거 한번 틀켰다간 , 잔소리한거 옴팡 뒤집어쓰고 개망신 당하기 딱좋게 생겼다. 조심해야겠다.

 

 

아침출근길........

조용한 시골길을 은은한 음악을 들으며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이사람 나더러 "미얀" 이런다.

뜬금없이 운전하다 말고 뭔 미안??????

미처 말뜻을 이해하기도 전에, 나의 후각을 마비시킬듯한 강렬한 그 무엇에 순간 현기증이 느껴진다.

자동차라는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저 혼자만의 이기적인 행위를 서슴치않고 저지르는 저사람.

정말 몹쓸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며 창문을 확 열었다.

창밖으로 스치는 들판의 풍경은 이런 나의 맘을 모르는지, 곱고 푸르기만하다.

방독면을 하나 사던가 아님 마스크라도 사야겠다고 죽는소릴 했더니,

신랑 그래도 쫌은 미안한지

 

"자기야~~~~ 그래서 먼저 미안하다구 했잖아.  또 화났어? 자기 있는데서 안꿀라고 그랬는데

 모르게 나왔어. 미안. 응? "

 

하하하 어이가 없다. 미안하다면 단줄아나?

허나, 자기도 모르게 나왔다는데 뭘 더 따지고, 뭘 더 화를 내랴!

그냥 사람좋은 내가 오늘도 참는다.

 

 

 

어린 신랑이랑 결혼을 하니까 웃을일이 많아서 좋다.

버럭 화가 날때도,  서운할때도 얼굴을 보면 웃음이 먼저나서 제데로 따져보지도 못한다.

쫑알쫑알 잔소리를 하는 나를 향해, 사랑의 화살을 날리고, 머리위로 하트를 만들어 보내고,

윙크를 해대는 사람앞에선 도무지 화를 낼수가 없는것이다.

그래, 어차피 한번뿐인 인생, 그리고 하나뿐인 내 신랑.

사랑만 하면서 살기도 모자른 세상. 이사람과 결혼을 하면서 다짐한게 하나 있다.

비록 나보다 어리고, 때로는 철이 없어 날 속상하게 하더라도 절대 후회하지않고, 미워하지

않고 한평생 사랑하며 살겠노라고.........

때론는 연인처럼 때로는 누나처럼 곁에서 살펴주고 도와주고 하면서 말이다.

살다보면 화나고 열받는일도 부지기로 많겠지만,  이 험한 세상에 마지막까지 내편이 되어줄

이남자를 믿고 착하고 현명하게 살아야 겠다.

이렇게 어린 동생 돌보듯 아끼고 살피고 이뻐해주면, 언젠가 우리신랑 철들면 날 금쪽같이 아껴줄라나?

하기사, 울엄마 말씀이 남자는 철들자 망령 이라고 하긴하더만..........

 

 

지금까지, 저의 못난 글솜씨로 주저리 주저리 올린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칭찬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웃긴 사연은 아직도 이박삼일 꼬박 새워도 모자랄만큼 많으니깐, 게시판 지루해 질때쯤에

또 봐서 올릴께요. 분위기 다운되면 다시돌아온다!

비도 오는데 감기조심하시구, 아릅답구 이쁜사랑 하세요.    ^^//

          

                                                                                                  - 촌동네서 테풍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