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와 만남이 지속되어왔다. 그를 좋아하고 사랑하는건 아니였지만 순간 나는 그를 동정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연약하고 슬퍼하는 모습에 불현듯 그를 내가 도와서라도 웃게하고 싶었다. 처음엔 그를 동정하고 그를 안타까워하고, 그가 울거나 힘들때 내가 그를 잡아주게 되고 일상에서 혹은, 학창시절의 단짝친구처럼 우리는 그렇게 떨어질수 없게 함께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수시로 나에게 좋아한다고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그가 장편집의 삽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바쁜일정에도 그는 수시로 연락을 하고 전화를 걸어 말했다. " 보고싶다. " 그런식의 관계가 얼마나 지속이 된걸까? 처음엔 대수롭지 않던 마음이 사랑으로 둔갑해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그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고 그를 만나면 심장이 터질꺼같았다. 그의 일정이 너무 바빴기 때문에 간간히 통화와 문자를 주고 받는것 빼고는 직접 만난적이 없었다. 한달넘도록 길어진 그의 일이 끝나자마자 그는 기쁘게 내 사무실로 찾아왔고, 그가 퇴근시간까지 사무실을 배회하며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한달 반만에 본 그는 약간 말숙해 보였다. 그의 기뻐하는 마음이 느껴지고 반가워하는 마음까지 그의 모든 느낌들이 세포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있었다. 현정선배가 퇴근 한시간을 남겨두고 나를 불렀다.
" 채민씨. 이거랑 이거는 부장님 드리고, 이건 그때 갔던 사무실알지? 왜, 종각에 작은 회사있던데.. "
" 아, 거기요? "
" 응, 이거 거기 가져다 드리고 한 30분 기다려야할꺼야. 그분이 요즘 한참 바쁘셔서, 눈도장 찍고 와. 그분이랑 채민씨랑 잘 알아야 돼니까. "
" 네?? "
" 아냐, 가보면 알아. 그리고 바로 퇴근해. 다른분들한테 내가 이야기 해둘께. "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가방을 정리해서 나왔다. 부장님께 파일을 드리고 나는 1층에 자판기에서 커피와 쥬스를 뽑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 걸어가는데 그가 뒤에서 불렀다.
" 어이~ 아가씨. "
" 뭐예요~ 어디있었어? "
" 계속 쫒아다녔는데, 벌써 퇴근해? "
" 아. 나 종각에 있는 회사로 외근가야해. "
" 같이 가면되겠네. "
" 뭐, 나쁠껀 없지. "
나는 양손에 음료를 그에게 내밀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그와 눈을 마출수가 없었다. 그는 방긋 웃으며 커피를 집어 들었다. 나는 온 신경에 힘을 주고 있었고 그가 쥬스를 마져 집고는 잘 흔들어서 뚜껑을 따서 나에게 건냈다. 우리는 주차장까지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 고마워. "
" 뭘또.. 근데 많이 예뻐진거 같으네. 우리가 아마 한달 넘게 못봤었지? "
" 응.. "
나는 땅만 쳐다보면서 어색하게 걷고 있었다.
" 보고싶었어. 자꾸 생각나구 떠올르고 아무래도 기계를 귀에 바짝 대고 듣는것보다, 실제로 만나서 이렇게 귀기울여서 음성을 듣는게 좋긴 좋다. 채민이는? "
" 뭐, 나도.. 근데 오빠는 그때 그분, 이제 완전히 잊은거야? "
그가 대수롭지 않은듯 웃어버렸다.
" 아니. 아직 모르겠어. 잊혀진건지 잊는중인지 나 아직 그애 물건이나 그림이나 편지 아무것도 버리지도 못했거든. 손을 대는게 두렵더라구. "
" 그럼, 있잖아.. "
" 응? "
" 아냐아냐.. "
그는 피식웃었다. 주차장입구정도에 바로 그의 차가 서있었고, 나는 그의 차에 앉았다. 익숙함이 묻어나고 그만의 향이 서려있었다. 길을 모르는 그에게 나는 왼쪽 오른쪽, 그리고 그는 아~ 좌측, 우측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그곳에 도착하게 되었고, 그는 " 알아알아. " 라고 이야기 했다.
" 응? 뭐를 알아? "
" 이곳 알아. "
" 정말? "
" 응, 근데 이거 심부름 누가 시킨거야? "
" 아.. 현정선배. "
" 그렇군.. 그럴줄 알았어. "
" 응? "
" 아냐.. 아무것도. 일단 나도 같이 올라가자. "
" 왜? "
" 나도 아는 분이야. "
나는 머쓱하게 끄떡이고 그와 같이 사무실을 찾았다. 문앞에는 약간 통통하고 긴머리를 잘근 동여맨 여자분이 계셨다.
" 무슨일로 오셨나요? "
" 아, 여욱환이라고 사장님한테 전해주세요. 아, 그리고 UNG회사에서 임채민씨도. "
" 아. 예. "
그녀는 퉁명스럽게 나를 훑고는 수화기를 들어 사장실에 연결한다.
[삐.]
" 사장님, 여욱환씨랑 UNG회사에서 오신 임채민씨 입니다. "
그녀가 전화기를 내려놓자마자 퉁명스럽게 이야기 한다.
" 저기 끝에 보이는 문이 사장실입니다. 저쪽으로 가보세요. "
나와 그는 킥킥 대며 그녀를 지나 웃으며 사장실로 향했다.
[똑똑]
" 들어오세요. "
칼칼한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순간 바짝 움츠려 들었다. 그는 내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열고 사장실로 들어간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나는 조용히 고개만 숙였다.
" 아이쿠, 사장님 잘계셨습니까~? "
" 욱환이 많이 컸구나. "
" 욱환이라뇨. 그래도 업무상 방문했으면 예의라도 가추어 주셔야죠~ "
" 하하, 이놈. 말버릇하고는. 그래, 현정이도 잘 있구? "
" 현정누님도 뭐, 잘 계시지요. 그래도 한결 편해진것 같은데요? "
" 그래, 이제 그래야할 시기지. "
그와 사장님은 서로 절친한 사이인것 같았다. 그리고 현정선배까지도, 그들의 관계를 모두 알순 없었지만 다들 각별한 사이 같았다. 그리고 그가 나를 소개했다.
" 이쪽은, UNG회사에서 온 임채민씨라고 해요. "
나는 현정선배에게 받아온 파일뭉치를 사장님께 건내드리면서 인사를 했다.
" 임채민이라고 합니다. 이건, 현정선배가 파일 드리면 사장님께서 알꺼라고 하셔서. "
" 아, 그렇군. 임채민.. 채민씨 이름 참 예쁘네요. 그리고 많이 닮았어. 현정이 말대로. "
사장은 잠시지만 커다란 감정이 실린듯, 슬프게 이야기 했다.
그러자 욱환씨가 장난스럽게 파일을 억지로 펼쳐 보였다.
" 에이, 그만하시고 일단 파일부터 확인하시죠. "
" 아, 그래. 그래야지. 아, 이글이 현정이가 말하던 글이구만. 일단 모두 앉지."
" 음, 현정씨가 그렇죠. 저도 그렇고, 저도 같이 본거에요. "
나는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리고 아까 그 비서인지 싶었던 퉁명스러운 여자가 커피 세잔을 타가지고 들어왔다. 욱환씨와 사장님 둘다 쇼파에 앉아 그 파일을 열심히 보고있었고, 나는 커피잔을 여러번 들었다 놨다, 커피 한잔을 다 마셔갈쯔음 사장님이 말했다.
" 이거참, 미안하게 됐네. 계속 혼자 두어서, 아무래도 글이 단편보다는 중 단편에 가까워서 금방 읽을순 없을꺼 같고 따로 내가 현정이한테 이야기 해두겠네. "
" 아, 네.. "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몰랐다. 나는 그저 물어볼 타이밍을 미쳐 찾지 못한 까닭에 네, 라는 대답만 해댔고, 그와 나는 사장실에서 빠져나왔다. 다들 퇴근준비로 바뻤고 그녀 역시 퉁명스럽게 고개를 까딱인다. 원래 성향이 퉁명스러운 여자 같다. 어쨌든 나는 궁금함에 물어보았다.
" 저기, 다들 어떤 사이..? "
" 하하, 가면서 이야기 해줄께. 일단 타. "
차 안에서 어느정도 퇴근길의 복작복작한 거리를 지나서 달리고서야 그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차안의 음악볼륨을 나추고 조금은 즐겁고 조금은 안탑갑게 이야기 했다.
" 아마 채민이 입사하기 육개월정도 전이였던가, 현정씨 동생이 사고가 났어. 그 동생이 이벤트 회사쪽 근무를 했었거든, 행사가 청주쪽에 있었는데, 행사를 무사히 끝마치고 서울로 올라오고 있었을꺼야. 그날이 현정씨 아버지 생신이셨지. 아, 사장님이 그러니까 현정씨 아버님이셔. 다른 팀원들은 조금 마무리 짓는다고 청주에 있었고, 생신이라고 조금 급하게 서울로 올라오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비가 왔었거든. 빗길에 빠르게 달리다가 빗길에 바퀴가 미끄러져서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차가 돌았나봐. 뒤에서 그리고 옆에서 오던차가 그 차하나를 박았어. 여동생이였는데, 운적석으로 바로 차 하나가 박히고 그 옆차선에서 박고 나도 어렸을때부터 알던 사이였는데 끔찍했어. 회사에서도 가끔 이벤트 쪽으로 업무가 진행될때 동생이 많이 와서 도우고 해서 다들 동생을 알고 있었지. 근데, 끔찍할만큼 채민이랑 그 죽은 동생이랑 닮았던거야. 다들 사정 알고 있는 회사 사람들은 자꾸 슬퍼하던 현정씨가 이제 막 맘을 한결 놓았는데 또 슬퍼할까봐 구석자리로 아무도 보이지 않는쪽에 자리 마련해주고 조금 채민이한테 매몰찼던거지. 다른 직원들도 어쩔수 없었나봐. 그렇다고 그 사정을 알려주면서 신입사원한테 이해를 부탁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지 않겠어? .. 그리고 아버님도 출판쪽에서 오래도록 사업중이신데, 이번에 단편드라마 원고를 뽑고 계셨던거야. 채민이 최근에 단편쓴거, 현정씨도 아버님도 맘에 들어하셔서 지금 채민이랑 또 몇개 원고를 추가해서 누가 썼는지 모르는 상태로 보여드린거야. 현정씨는 자꾸 죽은 동생이랑 닮은 채민씨가 눈에 밟히고 해서 한마디로 아버님의 감각에 맞기는 거지. 나도 미리 이야기 할수 없었어. 미안해. "
" 괜찮아요.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다행이다. 난 내가 미운오리 새낀줄 알았어. 항상 미움만 받는다고 생각했거든. "
" 아냐, 결국 아름다운 백조가 되잖아. 미운오리새끼도 채민이도 모두 조금만더 이겨내면 곧 좋아 질꺼야. "
" 고마워. "
조금씩 해가 져가는 모습이 보였다. 8시정도는 되어야 어두워 지는 듯 했다.
그리고 그가 너무 고마워졌다. 나는 불현듯 우리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 근데 물어볼꺼 있어. 나, 근데 자꾸 오해해서 그래. "
" 응? 뭔데? "
" 있잖아, 오빠는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 "
" 그냥, 잘맞는거 같아. 성격도 마음도 동생이 있었음 좋겠어. 난.. "
" 아, 그랬구나. 헤헤.. "
" 하하. 뭐야. 그게 질문이였어? "
" 아니.. 뭐, 그냥.. "
그가 머쓱하게 웃었다. 나는 그냥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다.
난 당신이 동생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니였음 좋겠어. 그게 사실이 아니였음 좋겠어, 라고 말이다. 나는 창문을 활짝 열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하늘도 화려한 조명도 꺼져버리면 초라해져 버리는데, 나는 일찍이 마음의 불이 꺼진듯 초라해져있었다. 동생이란 말이 사랑을 깨우치고 나서 처음으로 알게된 사실이 되버린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시나브로[9]
그렇게 그와 만남이 지속되어왔다. 그를 좋아하고 사랑하는건 아니였지만 순간 나는 그를 동정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연약하고 슬퍼하는 모습에 불현듯 그를 내가 도와서라도 웃게하고 싶었다. 처음엔 그를 동정하고 그를 안타까워하고, 그가 울거나 힘들때 내가 그를 잡아주게 되고 일상에서 혹은, 학창시절의 단짝친구처럼 우리는 그렇게 떨어질수 없게 함께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수시로 나에게 좋아한다고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그가 장편집의 삽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바쁜일정에도 그는 수시로 연락을 하고 전화를 걸어 말했다. " 보고싶다. " 그런식의 관계가 얼마나 지속이 된걸까? 처음엔 대수롭지 않던 마음이 사랑으로 둔갑해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그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고 그를 만나면 심장이 터질꺼같았다. 그의 일정이 너무 바빴기 때문에 간간히 통화와 문자를 주고 받는것 빼고는 직접 만난적이 없었다. 한달넘도록 길어진 그의 일이 끝나자마자 그는 기쁘게 내 사무실로 찾아왔고, 그가 퇴근시간까지 사무실을 배회하며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한달 반만에 본 그는 약간 말숙해 보였다. 그의 기뻐하는 마음이 느껴지고 반가워하는 마음까지 그의 모든 느낌들이 세포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있었다. 현정선배가 퇴근 한시간을 남겨두고 나를 불렀다.
" 채민씨. 이거랑 이거는 부장님 드리고, 이건 그때 갔던 사무실알지? 왜, 종각에 작은 회사있던데.. "
" 아, 거기요? "
" 응, 이거 거기 가져다 드리고 한 30분 기다려야할꺼야. 그분이 요즘 한참 바쁘셔서, 눈도장 찍고 와. 그분이랑 채민씨랑 잘 알아야 돼니까. "
" 네?? "
" 아냐, 가보면 알아. 그리고 바로 퇴근해. 다른분들한테 내가 이야기 해둘께. "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가방을 정리해서 나왔다. 부장님께 파일을 드리고 나는 1층에 자판기에서 커피와 쥬스를 뽑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 걸어가는데 그가 뒤에서 불렀다.
" 어이~ 아가씨. "
" 뭐예요~ 어디있었어? "
" 계속 쫒아다녔는데, 벌써 퇴근해? "
" 아. 나 종각에 있는 회사로 외근가야해. "
" 같이 가면되겠네. "
" 뭐, 나쁠껀 없지. "
나는 양손에 음료를 그에게 내밀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그와 눈을 마출수가 없었다. 그는 방긋 웃으며 커피를 집어 들었다. 나는 온 신경에 힘을 주고 있었고 그가 쥬스를 마져 집고는 잘 흔들어서 뚜껑을 따서 나에게 건냈다. 우리는 주차장까지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 고마워. "
" 뭘또.. 근데 많이 예뻐진거 같으네. 우리가 아마 한달 넘게 못봤었지? "
" 응.. "
나는 땅만 쳐다보면서 어색하게 걷고 있었다.
" 보고싶었어. 자꾸 생각나구 떠올르고 아무래도 기계를 귀에 바짝 대고 듣는것보다, 실제로 만나서 이렇게 귀기울여서 음성을 듣는게 좋긴 좋다. 채민이는? "
" 뭐, 나도.. 근데 오빠는 그때 그분, 이제 완전히 잊은거야? "
그가 대수롭지 않은듯 웃어버렸다.
" 아니. 아직 모르겠어. 잊혀진건지 잊는중인지 나 아직 그애 물건이나 그림이나 편지 아무것도 버리지도 못했거든. 손을 대는게 두렵더라구. "
" 그럼, 있잖아.. "
" 응? "
" 아냐아냐.. "
그는 피식웃었다. 주차장입구정도에 바로 그의 차가 서있었고, 나는 그의 차에 앉았다. 익숙함이 묻어나고 그만의 향이 서려있었다. 길을 모르는 그에게 나는 왼쪽 오른쪽, 그리고 그는 아~ 좌측, 우측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그곳에 도착하게 되었고, 그는 " 알아알아. " 라고 이야기 했다.
" 응? 뭐를 알아? "
" 이곳 알아. "
" 정말? "
" 응, 근데 이거 심부름 누가 시킨거야? "
" 아.. 현정선배. "
" 그렇군.. 그럴줄 알았어. "
" 응? "
" 아냐.. 아무것도. 일단 나도 같이 올라가자. "
" 왜? "
" 나도 아는 분이야. "
나는 머쓱하게 끄떡이고 그와 같이 사무실을 찾았다. 문앞에는 약간 통통하고 긴머리를 잘근 동여맨 여자분이 계셨다.
" 무슨일로 오셨나요? "
" 아, 여욱환이라고 사장님한테 전해주세요. 아, 그리고 UNG회사에서 임채민씨도. "
" 아. 예. "
그녀는 퉁명스럽게 나를 훑고는 수화기를 들어 사장실에 연결한다.
[삐.]
" 사장님, 여욱환씨랑 UNG회사에서 오신 임채민씨 입니다. "
그녀가 전화기를 내려놓자마자 퉁명스럽게 이야기 한다.
" 저기 끝에 보이는 문이 사장실입니다. 저쪽으로 가보세요. "
나와 그는 킥킥 대며 그녀를 지나 웃으며 사장실로 향했다.
[똑똑]
" 들어오세요. "
칼칼한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순간 바짝 움츠려 들었다. 그는 내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열고 사장실로 들어간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나는 조용히 고개만 숙였다.
" 아이쿠, 사장님 잘계셨습니까~? "
" 욱환이 많이 컸구나. "
" 욱환이라뇨. 그래도 업무상 방문했으면 예의라도 가추어 주셔야죠~ "
" 하하, 이놈. 말버릇하고는. 그래, 현정이도 잘 있구? "
" 현정누님도 뭐, 잘 계시지요. 그래도 한결 편해진것 같은데요? "
" 그래, 이제 그래야할 시기지. "
그와 사장님은 서로 절친한 사이인것 같았다. 그리고 현정선배까지도, 그들의 관계를 모두 알순 없었지만 다들 각별한 사이 같았다. 그리고 그가 나를 소개했다.
" 이쪽은, UNG회사에서 온 임채민씨라고 해요. "
나는 현정선배에게 받아온 파일뭉치를 사장님께 건내드리면서 인사를 했다.
" 임채민이라고 합니다. 이건, 현정선배가 파일 드리면 사장님께서 알꺼라고 하셔서. "
" 아, 그렇군. 임채민.. 채민씨 이름 참 예쁘네요. 그리고 많이 닮았어. 현정이 말대로. "
사장은 잠시지만 커다란 감정이 실린듯, 슬프게 이야기 했다.
그러자 욱환씨가 장난스럽게 파일을 억지로 펼쳐 보였다.
" 에이, 그만하시고 일단 파일부터 확인하시죠. "
" 아, 그래. 그래야지. 아, 이글이 현정이가 말하던 글이구만. 일단 모두 앉지."
" 음, 현정씨가 그렇죠. 저도 그렇고, 저도 같이 본거에요. "
나는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리고 아까 그 비서인지 싶었던 퉁명스러운 여자가 커피 세잔을 타가지고 들어왔다. 욱환씨와 사장님 둘다 쇼파에 앉아 그 파일을 열심히 보고있었고, 나는 커피잔을 여러번 들었다 놨다, 커피 한잔을 다 마셔갈쯔음 사장님이 말했다.
" 이거참, 미안하게 됐네. 계속 혼자 두어서, 아무래도 글이 단편보다는 중 단편에 가까워서 금방 읽을순 없을꺼 같고 따로 내가 현정이한테 이야기 해두겠네. "
" 아, 네.. "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몰랐다. 나는 그저 물어볼 타이밍을 미쳐 찾지 못한 까닭에 네, 라는 대답만 해댔고, 그와 나는 사장실에서 빠져나왔다. 다들 퇴근준비로 바뻤고 그녀 역시 퉁명스럽게 고개를 까딱인다. 원래 성향이 퉁명스러운 여자 같다. 어쨌든 나는 궁금함에 물어보았다.
" 저기, 다들 어떤 사이..? "
" 하하, 가면서 이야기 해줄께. 일단 타. "
차 안에서 어느정도 퇴근길의 복작복작한 거리를 지나서 달리고서야 그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차안의 음악볼륨을 나추고 조금은 즐겁고 조금은 안탑갑게 이야기 했다.
" 아마 채민이 입사하기 육개월정도 전이였던가, 현정씨 동생이 사고가 났어. 그 동생이 이벤트 회사쪽 근무를 했었거든, 행사가 청주쪽에 있었는데, 행사를 무사히 끝마치고 서울로 올라오고 있었을꺼야. 그날이 현정씨 아버지 생신이셨지. 아, 사장님이 그러니까 현정씨 아버님이셔. 다른 팀원들은 조금 마무리 짓는다고 청주에 있었고, 생신이라고 조금 급하게 서울로 올라오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비가 왔었거든. 빗길에 빠르게 달리다가 빗길에 바퀴가 미끄러져서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차가 돌았나봐. 뒤에서 그리고 옆에서 오던차가 그 차하나를 박았어. 여동생이였는데, 운적석으로 바로 차 하나가 박히고 그 옆차선에서 박고 나도 어렸을때부터 알던 사이였는데 끔찍했어. 회사에서도 가끔 이벤트 쪽으로 업무가 진행될때 동생이 많이 와서 도우고 해서 다들 동생을 알고 있었지. 근데, 끔찍할만큼 채민이랑 그 죽은 동생이랑 닮았던거야. 다들 사정 알고 있는 회사 사람들은 자꾸 슬퍼하던 현정씨가 이제 막 맘을 한결 놓았는데 또 슬퍼할까봐 구석자리로 아무도 보이지 않는쪽에 자리 마련해주고 조금 채민이한테 매몰찼던거지. 다른 직원들도 어쩔수 없었나봐. 그렇다고 그 사정을 알려주면서 신입사원한테 이해를 부탁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지 않겠어? .. 그리고 아버님도 출판쪽에서 오래도록 사업중이신데, 이번에 단편드라마 원고를 뽑고 계셨던거야. 채민이 최근에 단편쓴거, 현정씨도 아버님도 맘에 들어하셔서 지금 채민이랑 또 몇개 원고를 추가해서 누가 썼는지 모르는 상태로 보여드린거야. 현정씨는 자꾸 죽은 동생이랑 닮은 채민씨가 눈에 밟히고 해서 한마디로 아버님의 감각에 맞기는 거지. 나도 미리 이야기 할수 없었어. 미안해. "
" 괜찮아요.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다행이다. 난 내가 미운오리 새낀줄 알았어. 항상 미움만 받는다고 생각했거든. "
" 아냐, 결국 아름다운 백조가 되잖아. 미운오리새끼도 채민이도 모두 조금만더 이겨내면 곧 좋아 질꺼야. "
" 고마워. "
조금씩 해가 져가는 모습이 보였다. 8시정도는 되어야 어두워 지는 듯 했다.
그리고 그가 너무 고마워졌다. 나는 불현듯 우리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 근데 물어볼꺼 있어. 나, 근데 자꾸 오해해서 그래. "
" 응? 뭔데? "
" 있잖아, 오빠는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 "
" 그냥, 잘맞는거 같아. 성격도 마음도 동생이 있었음 좋겠어. 난.. "
" 아, 그랬구나. 헤헤.. "
" 하하. 뭐야. 그게 질문이였어? "
" 아니.. 뭐, 그냥.. "
그가 머쓱하게 웃었다. 나는 그냥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다.
난 당신이 동생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니였음 좋겠어. 그게 사실이 아니였음 좋겠어, 라고 말이다. 나는 창문을 활짝 열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하늘도 화려한 조명도 꺼져버리면 초라해져 버리는데, 나는 일찍이 마음의 불이 꺼진듯 초라해져있었다. 동생이란 말이 사랑을 깨우치고 나서 처음으로 알게된 사실이 되버린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