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 있는 ‘서호 공원’은 장애인 아들을 운동 시키기 위해 아버지가 쇠줄로 아들을 묶어 산책시킨 사연이 방송에도 나왔던 제법 유명한 공원이다 호수를 가운데 두고 2km의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인근 아파트 단지만 수 십 개에 달해서 밤낮으로 할 것 없이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하도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난 가끔 밤 열두 시 이후에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공원의 전등은 대략 새벽 한 시 반 정도에 일괄적으로 꺼지기 때 문에 그 때까지는 산책로를 도는 데 크게 무섭거나 그렇진 않다. 뭐 불이 꺼져 도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서두 문제의 그 날엔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좀 늦게 끝나는 바람에 새벽 한 시가 다 되어서 공원에 나가게 되었었다. 어지간하면 시간이 늦어서 산책을 안 나가려 고 했지만 하도 축구가 날 열받게 하는 바람에 폭식을 해 버려서 (폭식엔 언제 나 핑계가 있게 마련-_-) 공원 한 바퀴라도 돌고 잘 생각으로 서둘러 나갔었다 공원에 도착해 시간을 보니 새벽 한 시 십 분이었다. 2km를 20분 잡고 돌고 있 기에 빨리 걸으면 불 꺼지기 전에 돌 수 있겠다 싶어 평소보다 조금 빠른 걸음 으로 출발지점부터 걷기 시작했다 열심히 걷고 있는데 내 뒤 쪽에서 누군가 걷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늦은 시간에 나 말고 또 누가 산책을 하나 싶어 힐끗 뒤돌아 보니 작고 날씬하게 보 이는 아가씨 한 명이 모자를 눌러 쓰고 여자들 대부분이 입는 그 검은색 스판같 이 보이는 츄리닝 바지 입고 귀에는 이어폰 꽂고 열심히 걷는게 보였다 속으로 이 늦은 시간에 여자가 겁도 없다 싶었지만 뭐 가끔 늦게까지 운동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기에 신경 안 쓰고 나 역시 열심히 걸었다 근데 이 여자가 점점 나와의 간격을 좁혀 오면서 빠른 걸음으로 쫓아 오는 것이 아닌가 뭐 여느 때의 산책 같으면 날 추월해서 가는 사람들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았 을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나도 상당히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 중이었고 날 쫓는 여자는 잘 봐 줘야 키가 160 될까말까한 여자인데 이 여자에게 추월 당한 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될 수 없어서 나 역시 이를 악물고 속도를 높여서 걷 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속도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 게 아닌가... 난 속으로 뛰어 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면서 내가 걸을 수 있는 최대의 걸음으 로 죽어라 걷기 시작했다. 이건 차라리 뛰는 게 낫겠다 싶을만큼 허벅지 팍팍 땡겨 가면서 죽도록 파워워킹을 하였다. 이래도 니가 날 쫓아올래 하는 심정으 로 죽을 힘을 다해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믿기지 않게도 이 여자가 날 기어이 추월하는 게 아닌가... 내 옆으로 날 추월하는 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날 전혀 의식하는 모습 이 아니었고 그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여자들 특유의 어퍼컷 스윙을 하면서 걷고 있을 뿐이었다 황당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내가 키가 178인데 아무리 다리가 짧다고 해도 저 여자보다는 길텐데 왜 뭐가 문제길래 추월을 당한단 말인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오기가 생긴 나는 그 여자와 똑같은 템포, 즉 발자국 수를 맞추되 다리는 찢어 질 듯 쭉쭉 뻗어서 보폭을 늘려 맞대응하며 뒤쫓았다. 발자국 수를 맞춘 이유는 내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종종걸음으로 쫓아 승리하겠다는 생각이 아닌 순수 한 보폭 길이로 승부하겠다는 싸나이의 갑빠였다 이를 악 물은 덕분인지 그녀와의 거리는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 리 이를 악 물어도 그녀와의 거리 역시 좁혀지지 않았다.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분명 발자국 수를 똑같게 가져가고 있는데 왜 저 여자를 따라잡지 못하 는 것일까. 내가 태어나서 다리 짧다는 소리 들어본 적이 없는데 왜 160도 안 되어 보이는 저 여자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걸까 어느 덧 공원을 한 바퀴 다 돌아가고 있었다. 골인지점이 다가올수록 난 미친듯 이 초조해졌다. 만약 그녀가 나보다 먼저 골인하면 난 부정할 수 없는 숏다리가 분명할 것이기에 아니 숏다리를 떠나 지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에 난 급기야 스스로의 약속, 즉 그녀와의 발자국 수를 맞추겠다는 약속을 깨고 거의 경보 수준으로 미친듯한 종종걸음으로 그녀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노력한 보람이 있었든지 드디어 그녀와의 거리는 거의 한발자국 정도로 좁혀져 있었다. 그녀는 뒤쫓는 날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처음과 똑같은 자세로 걷고 있었고 난 미친듯이 헐떡거리면서 춤이라도 추는 듯 허리를 흔들어 가며 히쁘 를 씰룩거려가며 바싹 뒤쫓아 가고 있었다. 근데도 그 한발자국 차이는 더 이상 좁혀지지 않았고 드디어 저 앞에 골인지점이 보이고 있었다 30미터... 20미터... 10미터... 5미터... 드디어 골인지점을 눈 앞에 두고 거의 반발자국까지 따라온 시점에서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눈 앞에 벌어졌으니... 내 손이 나도 모르게 그녀의 어깨를 잡아서 뒤로 확 댕겨버린 것이 아닌가-_- 갑자기 어깨를 잡힌 그녀는 정말 기겁을 하고 놀라면서 날 쳐다보았다 사실 그녀만 놀란 건 아니었다 나도 내 손이 한 짓을 보면서 놀라고 있었으니-_- 찰라의 시간 동안 우린 서로를 마주 보면서 그렇게 놀라고 있었다. 그녀가 놀란 것은 당연하고 뭐 나도 놀란 것도 당연할 수도 있었지만 일단 뭐라고 변명을 하 긴 해야 헸다. 아는 사람인줄 알고 착각했다는 말이라도 하든 아니면 너무 빨리 걸으셔서 뒤쫓다가 나도 모르게 잡았다고 하여튼 어떠한 변명이라도 했어야 했 다. 근데 막상 나도 너무 놀라서 뭐라고 말도 못하고 잠시 멍하게 서 있어 버렸 던 것이다 그 때였다 갑자기 공원에 불이 나갔다 (새벽 한 시 반이 되었기에 불이 나간 거였다) 순간적으로 불이 나간 그 순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그 여자가 비명을 질러대는 게 아닌가-_-... 뭐 지금 생각해 보면 왜 비명을 질렀는지 이해는 간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새벽 한 시 넘은 시간에 자기 어깨를 잡은 것도 놀랐을 테고 갑자기 불이 꺼지니 더 놀랐을 테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 여자만 놀란 게 아니라 나도 놀랬다는 것인데-_-... “으악!!! 으악!!! 으악!!!” 나도 역시 놀라서 그 여자를 향해 비명을 질러댔고-_-... 결국 우리는 서로를 향해 비명을 지르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뒤도 안 돌아보 고 도망치게 되었으니-_-...... 도망치다 보니 더 무서워져서 계속 비명 지르고 진짜 뒤에서 누가 쫓아오기라 도 하는 것처럼 완전 공포였다는... 다행인 점은 그 날 이후 그녀를 더 이상 공원에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고 (그 게 다행이냐 이눔아!) 경찰에 신고는 안 했는지 나의 몽타쥬가 공원에 붙어 있 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_- 나도 그 날 이후로는 사람 많을 때만 골라서 공원에 가고 있다는... 쿨럭!; - 오늘의 교훈 - 1. 키 크면 아무래도 다리도 길겠지 라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 2. 남자놈들은 파워워킹에 익숙한 여자하고 걷기 승부하지 말 것 3. 미친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집착하는 그 순간 너도나도 미친놈년처럼 보 일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말 것-_-... * 출처 : 싸이월드/harang2006
공원에서의 사투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 있는 ‘서호 공원’은 장애인 아들을 운동 시키기 위해
아버지가 쇠줄로 아들을 묶어 산책시킨 사연이 방송에도 나왔던 제법 유명한
공원이다
호수를 가운데 두고 2km의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인근 아파트 단지만 수
십 개에 달해서 밤낮으로 할 것 없이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하도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난 가끔 밤 열두 시 이후에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공원의 전등은 대략 새벽 한 시 반 정도에 일괄적으로 꺼지기 때
문에 그 때까지는 산책로를 도는 데 크게 무섭거나 그렇진 않다. 뭐 불이 꺼져
도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서두
문제의 그 날엔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좀 늦게 끝나는 바람에 새벽 한 시가 다
되어서 공원에 나가게 되었었다. 어지간하면 시간이 늦어서 산책을 안 나가려
고 했지만 하도 축구가 날 열받게 하는 바람에 폭식을 해 버려서 (폭식엔 언제
나 핑계가 있게 마련-_-) 공원 한 바퀴라도 돌고 잘 생각으로 서둘러 나갔었다
공원에 도착해 시간을 보니 새벽 한 시 십 분이었다. 2km를 20분 잡고 돌고 있
기에 빨리 걸으면 불 꺼지기 전에 돌 수 있겠다 싶어 평소보다 조금 빠른 걸음
으로 출발지점부터 걷기 시작했다
열심히 걷고 있는데 내 뒤 쪽에서 누군가 걷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늦은
시간에 나 말고 또 누가 산책을 하나 싶어 힐끗 뒤돌아 보니 작고 날씬하게 보
이는 아가씨 한 명이 모자를 눌러 쓰고 여자들 대부분이 입는 그 검은색 스판같
이 보이는 츄리닝 바지 입고 귀에는 이어폰 꽂고 열심히 걷는게 보였다
속으로 이 늦은 시간에 여자가 겁도 없다 싶었지만 뭐 가끔 늦게까지 운동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기에 신경 안 쓰고 나 역시 열심히 걸었다
근데 이 여자가 점점 나와의 간격을 좁혀 오면서 빠른 걸음으로 쫓아 오는 것이
아닌가
뭐 여느 때의 산책 같으면 날 추월해서 가는 사람들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았
을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나도 상당히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 중이었고 날
쫓는 여자는 잘 봐 줘야 키가 160 될까말까한 여자인데 이 여자에게 추월 당한
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될 수 없어서 나 역시 이를 악물고 속도를 높여서 걷
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속도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
게 아닌가...
난 속으로 뛰어 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면서 내가 걸을 수 있는 최대의 걸음으
로 죽어라 걷기 시작했다. 이건 차라리 뛰는 게 낫겠다 싶을만큼 허벅지 팍팍
땡겨 가면서 죽도록 파워워킹을 하였다. 이래도 니가 날 쫓아올래 하는 심정으
로 죽을 힘을 다해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믿기지 않게도 이 여자가 날 기어이 추월하는 게 아닌가...
내 옆으로 날 추월하는 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날 전혀 의식하는 모습
이 아니었고 그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여자들 특유의 어퍼컷 스윙을
하면서 걷고 있을 뿐이었다
황당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내가 키가 178인데 아무리 다리가 짧다고 해도 저
여자보다는 길텐데 왜 뭐가 문제길래 추월을 당한단 말인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오기가 생긴 나는 그 여자와 똑같은 템포, 즉 발자국 수를 맞추되 다리는 찢어
질 듯 쭉쭉 뻗어서 보폭을 늘려 맞대응하며 뒤쫓았다. 발자국 수를 맞춘 이유는
내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종종걸음으로 쫓아 승리하겠다는 생각이 아닌 순수
한 보폭 길이로 승부하겠다는 싸나이의 갑빠였다
이를 악 물은 덕분인지 그녀와의 거리는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
리 이를 악 물어도 그녀와의 거리 역시 좁혀지지 않았다.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분명 발자국 수를 똑같게 가져가고 있는데 왜 저 여자를 따라잡지 못하
는 것일까. 내가 태어나서 다리 짧다는 소리 들어본 적이 없는데 왜 160도 안
되어 보이는 저 여자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걸까
어느 덧 공원을 한 바퀴 다 돌아가고 있었다. 골인지점이 다가올수록 난 미친듯
이 초조해졌다. 만약 그녀가 나보다 먼저 골인하면 난 부정할 수 없는 숏다리가
분명할 것이기에 아니 숏다리를 떠나 지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에 난
급기야 스스로의 약속, 즉 그녀와의 발자국 수를 맞추겠다는 약속을 깨고 거의
경보 수준으로 미친듯한 종종걸음으로 그녀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노력한 보람이 있었든지 드디어 그녀와의 거리는 거의 한발자국 정도로 좁혀져
있었다. 그녀는 뒤쫓는 날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처음과 똑같은 자세로 걷고
있었고 난 미친듯이 헐떡거리면서 춤이라도 추는 듯 허리를 흔들어 가며 히쁘
를 씰룩거려가며 바싹 뒤쫓아 가고 있었다. 근데도 그 한발자국 차이는 더 이상
좁혀지지 않았고 드디어 저 앞에 골인지점이 보이고 있었다
30미터...
20미터...
10미터...
5미터...
드디어 골인지점을 눈 앞에 두고 거의 반발자국까지 따라온 시점에서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눈 앞에 벌어졌으니...
내 손이 나도 모르게 그녀의 어깨를 잡아서 뒤로 확 댕겨버린 것이 아닌가-_-
갑자기 어깨를 잡힌 그녀는 정말 기겁을 하고 놀라면서 날 쳐다보았다
사실 그녀만 놀란 건 아니었다
나도 내 손이 한 짓을 보면서 놀라고 있었으니-_-
찰라의 시간 동안 우린 서로를 마주 보면서 그렇게 놀라고 있었다. 그녀가 놀란
것은 당연하고 뭐 나도 놀란 것도 당연할 수도 있었지만 일단 뭐라고 변명을 하
긴 해야 헸다. 아는 사람인줄 알고 착각했다는 말이라도 하든 아니면 너무 빨리
걸으셔서 뒤쫓다가 나도 모르게 잡았다고 하여튼 어떠한 변명이라도 했어야 했
다. 근데 막상 나도 너무 놀라서 뭐라고 말도 못하고 잠시 멍하게 서 있어 버렸
던 것이다
그 때였다
갑자기 공원에 불이 나갔다
(새벽 한 시 반이 되었기에 불이 나간 거였다)
순간적으로 불이 나간 그 순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그 여자가 비명을 질러대는 게 아닌가-_-...
뭐 지금 생각해 보면 왜 비명을 질렀는지 이해는 간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새벽 한 시 넘은 시간에 자기 어깨를 잡은 것도 놀랐을
테고 갑자기 불이 꺼지니 더 놀랐을 테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 여자만 놀란 게 아니라 나도 놀랬다는 것인데-_-...
“으악!!! 으악!!! 으악!!!”
나도 역시 놀라서 그 여자를 향해 비명을 질러댔고-_-...
결국 우리는 서로를 향해 비명을 지르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뒤도 안 돌아보
고 도망치게 되었으니-_-......
도망치다 보니 더 무서워져서 계속 비명 지르고 진짜 뒤에서 누가 쫓아오기라
도 하는 것처럼 완전 공포였다는...
다행인 점은 그 날 이후 그녀를 더 이상 공원에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고 (그
게 다행이냐 이눔아!) 경찰에 신고는 안 했는지 나의 몽타쥬가 공원에 붙어 있
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_-
나도 그 날 이후로는 사람 많을 때만 골라서 공원에 가고 있다는...
쿨럭!;
- 오늘의 교훈 -
1. 키 크면 아무래도 다리도 길겠지 라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
2. 남자놈들은 파워워킹에 익숙한 여자하고 걷기 승부하지 말 것
3. 미친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집착하는 그 순간 너도나도 미친놈년처럼 보
일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말 것-_-...
* 출처 : 싸이월드/harang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