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X-MAS 카드

엽호부활2007.08.09
조회1,008

끔찍한 X-MAS 카드

 

 

거리에는 캐롤송이 울려 퍼지고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형민은 목도리를 입에까지 꽁꽁 여미고는 손에 두툼한 장갑을 끼고 크
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겨울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히햐... 분위기 죽이는 구만. 나이가 먹었어도 이맘때가 되면 왠지 가슴
이 설렌단 말이야..."

형민은 번화가를 걸어다니며 괜히 들뜬 기분에 상점마다 기웃거리기 시
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팬시점 앞, 크리스마스 카드들이 진열된 곳에 발
걸음을 멈춰섰다.

"흠... 그렇지. 또 일거리가 생겼군. 올해도 카드를 보내야 할테니..."

조그마한 백열등 아래 형형색색의 카드들을 구경하며 중얼거렸다.

"몇장이나 카드를 보내야 되지? 이거야 원 당최..."

값이 싼것부터 비싼 것까지 한참을 뒤적거리다가 마침내 결심한 듯 같
은 모양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20장정도 골라 카운터로 갔다.

"이거 다 해서 얼마에요?"

팬시점 여 종업원은 하루종일 일에 시달려 피곤한 듯 기계적으로 계산
을 하고는 잔돈을 거슬러 주었다. 형민은 비닐봉투에 담아주는 카드를
들고 팬시점을 나왔다.
"일이야... 일. 언제 다 쓰지? 그렇다고 전부 같은 내용으로 썼다가...
나중에 친구놈들이 알게 되면 성의없다고 핀잔 줄텐데..."

형민은 책상 위에 카드를 펼쳐 놓고 입에는 볼펜을 문 채 중얼거렸다.

"에라 모르겠다. 작년처럼 한장만 제대로 쓰고 전부 같은 내용으로
베껴야겠다."

10분이 넘게 연습장에 끄적이면서 카드 내용의 초안을 만들고는 스스로
만족한 듯 고개를 끄떡이며 사온 카드에 옮겨 적기 시작했다. 한장, 한
장 그 내용을 똑같이 옮기고는 수첩을 뒤져 겉봉투에 주소를 쓰다가 문
득 카드 중에 모양이 아주 다르게 생긴 카드 한장을 발견했다.

"어? 이것도 내가 산건가? 이상한데...? 왜 이것만 모양이 다르지?
다른 카드 사이에 잘못 껴 있던건가?"

그 카드는 다른 것들과는 달리 조금 음침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언뜻보면 익살스러운 생김새를 한 산타클로스 같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산타의 얼굴이 몹시 창백하고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거참, 희한한 카드일세..."

더군다나 빨간 옷을 입은 산타의 선물주머니는 울룩불룩한게 정말로 뭔
가가 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사실적이었다.

"일단 이건 빼놓고 카드가 모자르면 써야 겠군."

형민은 그 카드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다른 카드를 집어 내용을 마저 옮
겨 적었다.

"휴~ 대충 끝난 셈인가?"

형민은 수첩에 적힌 친구들 주소를 다시 맞춰보며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규 것을 안썼잖아? 요새 연락을 잘 안한다 해도... 카드 정도
는 보내 줘야 하는데..."

이미 주소를 쓴 카드를 살펴보니 남은 카드는 아까 한쪽으로 밀어 놓았
던 그 음침한 그림이 그려진 카드 뿐이었다.

"여기다 쓸까? 아니면... 내일 날이 밝는 대로 하나 새로 사서...?"

문득 새벽 한시를 울리는 시계 알람이 울렸다.

"흠... 에이, 귀찮다. 별로 친하지도 않는 애니까... 그냥 이걸로 보내
자."

마침내 결심한 듯 그 카드에 내용을 옮겨 적고는 다른 카드와 한데 정
리해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형민아, 진한이 전화다. 급한 모양인데?"

새벽에 한참 잠에 취해 있는 형민을 흔들며 어머니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민은 다소 귀찮은 듯 어머니가 건네주는 무선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여... 여보세요? 응. 진한이냐?"
"형... 형민아... 주... 죽었어."
"무슨 소리야? 난데 없이 죽다니... 누가?"

형민은 다소 놀라 졸린 눈을 비비며 물었다.

"사... 상규 알지? 오늘 새벽에 집에서 목이 잘린 채로 발견됐데. 어젯밤
에 누가 집에 들어와 상규를 죽인 모양인데... 방안에는 온통 어른의 구
두발자국이 있었고..."
"뭐라고?"

잠이 '확' 달아나는 것을 느끼며 더듬거렸다.

"세... 상에."
"어쨌든 지금 병원 영안실로 가는 길이니 너도 빨리와라. 강연병원 알
지? 거기 지하야."
"아... 알았어."

형민은 멍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강연병원 영안실에는 형민의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수군대고 있었다. 형
민은 죽은 상규의 영정 앞에 절을 하고는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눈물이 글썽한 얼굴로 진한이가 말했다.

"아까 전화로 얘기한대로야. 상규 어머님이 새벽 한시 쯤에 상규방에서
두런두런 거리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상규는 머리가 짤린 채...
흑흑..."
"저... 런..."

형민은 왠지 기분이 섬뜩해져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휴~ 피곤하다. 이틀을 꼬박 밤을 샜더니만..."

형민은 상규의 장례식장에서 삼일장을 치른 후 밤이 꽤 늦어서야 친구
들과 헤어져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꾸 상규의 얼굴이 아른
거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통신이라도 할
요량으로 책상앞 컴퓨터에 앉아 접속을 했다.

"기분도 그런데... 오랜만에 채팅이나 할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고 나니 수신된 메일이 4통이나 있었다. 무심코
마우스를 클릭해 살펴보니 대부분 물건을 파는 광고였다. 그런데 그 광
고들중 하나가 형민의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판다고? 참나... 요새 흔하디 흔한게 카드인데...
통신으로까지 팔다니..."


[이상한 산타가 배달하는 끔직한 크리스마스 카드를 아십니까?

예전에 북유럽에서 유행을 하던 카드로서 수취인 주소를 정확히만 쓰면
산타가 직접 그들의 머리를 가지러 갑니다.

이 카드는 현재까지도 생존해 있는 몇몇 마녀들이 만들었다고 전해 지
며 한해 동안 자신에게 해를 끼쳐 저주를 퍼붓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내
는 특별한 카드입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올해 한정품으로 보급을 하고 있으며 호응이 좋을 경
우 대량 생산 체제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주문 하시는 방법은.... ]


"뭐... 뭐야?"

형민은 갑자기 며칠 전 자신이 산 카드 사이에 껴있던 산타 그림이 그
려져 있는 카드가 생각이 났다. 황급히 책상 위를 뒤져 상규에게 보내려
던 카드를 찾아냈다. 방금 이상한 광고를 봐서 그런지 며칠전 무심코 봤
을 때 보다 더 묘하게 보였다.

"설... 마. 아니겠지. 요새는 별 말도 안되는 광고가 많으니..."

형민은 그래도 찜찜한 기분에 그 카드를 조심스럽게 들어 휴지통에 구
겨버렸다.

"어쨌든... 기분이 영..."

그때 갑자기 형민의 핸드폰이 울렸다. 잠시 움찔하던 형민은 천천히 핸
드폰의 플립을 열고 전화를 받았다.

"아, 진한이구나. 잘 들어갔어?"
"나야... 뭐 그렇지. 아, 그런데 너희집 주소 좀 불러줘."

형민은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주소를 불러주고는 물었다.

"다 적었냐? 그런데... 주소는 갑자기 왜?"
"아... 집에  돌아와 보니까 일전에 통신으로 주문한 크리스마스 카드가
도착해 있길래... 보내줄려고. 다른 친구놈들 주소는 다 아는데 너는 얼
마전에 이사를 가서 내가 모르잖냐? 어쨌든... 이 카드... 좀 희한한
카드라는데... 재미로 주문했거든? 그런데..."
"아... 니, 설마... 너..."

문득 형민은 등 뒤에서 싸늘한 감촉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다.

"헉... 세상에..."

형민의 뒤에는 싸늘한 표정을 한 카드 속의 산타가 커다란 선물보따리
를 들고 서 있었다.

"누... 누구야?"

산타는 피빛의 선물보따리를 방바닥에 내려 놓으며 이죽거렸다.

"누구긴? 네 머리를 가지러 온 산타지. 그나저나 네 친구... 사람들을 별
로 안 좋아 하나봐? 그 사람... 자기 친구들에게 모두 이 카드를 보냈더
구나. 오늘은 너무 바빠. 너말고도 열집을 더 돌아다녀야 하니..."

산타는 선물보따리를 풀어 그 속에서 날카로운 도끼를 꺼내 들었다. 언
뜻 보인 보따리 속에는 상규의 처참한 머리를 비롯해 낮에 장례식에서
봤던 친구들 중 몇몇의 머리통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채로 차곡차곡 쌓
여있었다.

"아... 안돼... 세상에.... 아~악!!!"

산타는 도끼를 움켜쥔 채로 천천히 형민에게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