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또 남의 아이디로 통신하는 구나. 그러다 아이디의 진짜 주인한 테 걸리면..." "괜찮아. 이번에는 절대로 걸릴 리가 없어." "무슨 소리야?"
형민은 대답대신 모니터 채팅창에 떠있는 '이윤미'라는 이름을 손으로 짚었다. 상규는 잠시 쳐다보다가 약간 얼굴 표정이 굳어 졌다.
"너.... 그러면 윤미 아이디로 채팅을 한 거야?" "응... 그러니 절대 걸릴 리가 없잖아? 그 애는 한달전에 죽었으니..." "세상에... 진짜로 한달 전에 자기 집에서 투신... 자살한... 윤미 아이 디라고?"
상규는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맞다니까? 우리과 2년 후배였던 이윤미..." "그 애 아이디하고 비밀번호를 어떻게 네가 알아?"
형민은 빙긋이 웃으며 상규의 어깨를 툭툭 쳤다.
"두달전인가? 윤미가 전산실에서 통신할 때 내가 우연히 비밀번호를 알 게 됐는데... 얼마전에 혹시나 하고 들어가 봤더니 되더라고. 히히히" "야, 아무리 그렇더라도... 찝찝하지도 않니? 죽은 사람 아이디로... 더구나... 대화 내용을 보니..."
상규는 조금전 형민과 진한이가 하는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한심하 다는 투로 말했다. 형민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두어번 긁적였다.
"헤~ 맞아. 윤미 아이디로 채팅할 때는 내가 여자인 척... 진짜 윤미인 척 행동을 하지. 그런데 상규야... 무지 재미있는 거 있지. 얼마전에 방금 대화를 나누고 있던 박진한이라는 사람을 알았는데..." "안 들어봐도 뻔하다. 그 박진한이라는 사람은 네가 여자인 줄 알고... 매일 e-mail 보내고, '좋아한다' 그러고... 맞지? 참나..."
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큰소리로 웃었다.
"네 말대로야. 정말 내가 윤미인 줄 알고... 어쨌든 나한테 반했나봐. 요새는 얘기하는 내용이 점점 더 노골적이 되던 걸? 하. 하. 하."
형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상규는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가방을 다시 고쳐 메고 전산실을 나서며 말했다.
"너... 그러다가 된통 당하는 수가 있어. 아무리 얼굴도 안 보이는 통신 상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거짓말을 하다가는...."
문을 나서는 상규의 뒤에 대고 형민이 빼죽 혀를 내밀었다.
"신경꺼라... 내가 알아서 할테니..."
*******************************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 되었는데도 형민은 자신의 방안에서 연신 히죽 거리며 채팅을 하고 있었다.
-------------------- 박진한 윤미... 한번 만나고 싶은데? 이윤미 번개... 하자구요? 글쎄요.... 박진한 나... 사실 윤미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자... 이윤미 어머(한껏 내숭을 떨며... 호호호) 박진한 (진지한 목소리로...^^) 진짜야... 우리 이렇게 통신으로만 얘기하지 말고... 한번 만나자... 응?(애교를 떨며...) 이윤미 .... 박진한 에이... 모르겠다. 내 마음대로 약속 정한다. 윤미가 나올때 까지 기다릴 테니까... 알아서 하고... 이윤미 오빠... 저는... 아직... 흠흠흠... 박진한 풋... 오빠가 너... 잡아 먹는다냐? 그냥 한번 만나서... 얼굴이나 직접 보고... 이윤미 글쎄요... 직접 만나면 실망하실지도... 박진한 괜찮아. 실망은..뭐..(사실 나도 폭탄이야... 쿠쿠쿠) 이윤미 하하하 ^_____^ 박진한 어쨌든 말야... 내일 8시에...... --------------------
형민은 자판에서 손을 내려 놓고 귀찮다는 듯 중얼거렸다.
"짜씩... 여자를 되게 밝히는 놈 아냐? 대화한지 열흘도 안 됐는데... 어이구, 지 맘대로 약속장소까지 다 정하네? 미친놈... 하. 하. 하. 만약 내가 남자라는 걸 알면... 저 자식 표정이 어떻게 될까? 후후후"
진한이 일방적으로 만날 약속을 정하고는 채팅방을 나가 버렸다.
"뭐? 나올 때까지 밤새서 기다린다고? 흐흐흐. 기다려라, 기다려. 이 추 운 겨울 날씨에 밖에서 기다린다니... 훗... 내일 또 바보같은 놈 하나... 바람맞는 군. 히히히"
담배를 뻐끔뻐끔 피며 형민이 함박 웃음을 지었다.
*******************************
형민은 자신의 방에서 무료한 듯 뒹글거리며 누워서 중얼거렸다.
"흠...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애인은 없고... 뭐... 신나는 일 없을 까?"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담배를 집어 한대 피며 일어나 앉았다.
"에이... 오밤중이라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고... 아... 맞다. 어제가 박 진한이란 멍청이 하고 약속한 날인데... 히히히... 지금 통신에 있을 려나? 바람맞고 나서 어떤 얘기를 할 지 궁금한데?"
형민은 다시 얼굴에 장난기가 돌며 컴퓨터 앞에 앉아 통신에 접속을 했 다. 윤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친 후 초기화면이 뜨기를 기다렸다.
"엇? 이게 뭐야?"
초기화면에는 '이윤미'로부터 e-mail 한 통이 왔음을 알렸다.
"아니... 이럴수가... 이윤미라니? 아이디도 같은 거구..."
형민은 다소 떨리는 손으로 수신된 메일을 클릭했다.
[형민... 오빠... 이런 식으로... 내 이름을 가지고 장난이나 치고 다니다니... 가만.... 두지.. 않겠어.... 가만 두지... 않을거야.... 죽은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항상... 오빠를 따라 다니며... 지켜 볼테니... 알아서 해.... 이. 윤. 미...가.... 보냄....]
"세... 상에...."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뜨고는 윤미의 편지를 두, 세번 다시 읽어보 았다.
"이... 이럴 수가..."
형민은 소름이 쫙 기치는 것을 느끼며 황급히 컴퓨터의 전원을 내렸 다. 그리고는 아직도 등에 한기를 느끼며 방안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
"상규야... 정말이라니까" "무슨 소리야? 그게... 뜬금없이..."
형민은 전산실에서 상규와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아 어제 자신이 읽은 편지를 얘기하였다.
"설마... 어떻게 죽은 윤미가.... 더구나..."
상규가 놀란 표정으로 형민을 바라보았다.
"어제 밤에 잠 한 숨 못 잤어... 계속 윤미 얼굴이 떠오르고... 그리고 누가 자꾸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에..." "혹시... 누가 너한테 장난친 거 아냐?" "그 생각도 해봤는데... 어쨌든... 이제부터는 윤미의 아이디로 남자 들 놀려 먹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어. 괜히 기분도 찝찝하고..."
상규는 형민의 창백해진 얼굴을 한동안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너무 그 메일에 신경쓰지마...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그래도..."
형민의 힘없는 목소리를 듣던 상규가 위로하듯 다정스럽게 어깨를 두드 리더니 천천히 일어나며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이런... 벌써 10시가 넘었네? 전철 끊기기 전에 나 먼저 가야겠다. 너도 이제 집에 가서 좀 쉬어. 안색이 너무 안 좋다." "응... 알았어. 박진한이란 사람한테 그간 장난쳐서 미안하다고 메일보내 고... 갈테니... 먼저가라."
상규가 고개를 끄떡이고는 가방을 둘러메고 전산실을 나서자 형민은 한 숨을 '푹' 한번 내쉬고는 윤미의 아이디로 통신에 접속을 했다.
그제는 정말 즐거웠어. 나는... 네가 나와줘서 기뻤고.... 그리고 사실....(^__^) 그 정도로 예쁘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어... (너무 솔직했나??? 후후후) ---> 나, 바~~부.... 크크크... 어쨌든... 다음번 약속도 나올거지? 내일 처음 만난 그 장소에서 6시야..... 알지? 잊지마... 싸랑해~~ 안뇽~~~
다시 만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진한이가...
p.s. 그제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을... 네가 급하게 가는 바람에... 놓고 갔더구나... 내가 스캔해서 파일로 보내니 받아줘... 그럼... ]
"누... 누가 나갔단 말이야. 누가... 약속 장소에..."
형민은 턱을 덜덜 거리며 첨부된 파일을 다운 받아 클릭을 했다.
"아... 악!"
모니터에 진한과 나란히 팔짱을 끼고 있는 윤미의 웃는 얼굴이 화면 가 득히 떴다. 형민은 입에 손을 댄채 한동안 어쩔줄 몰라했다. 그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누가 자신을 뒤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느낌도 들었고...
"서... 설마... 진짜로 죽은 윤미가..."
형민은 혼자 남은 전산실을 섬뜩한 기분을 느끼며 두리번 거렸다.
*******************************
"그 얘기 들었어?" "뭐?" "형민 선배 있잖아? 한 열흘 동안 죽은 윤미가 자기를 따라 다닌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도와 달라고 그러더니... 결국 돌아버렸데..." "세상에... 그래서 요새 보이지를 않는구나..."
전산실에서 형민의 과 후배 여자들이 모여 수군대고 있었다. 멀찍이서 이를 지켜보던 상규가 입맛을 다시며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 었다.
"응... 나다. 고등학교 동창인 네 부탁만 아니었더라도... 벌써 형민에 게 사실을 얘기했을 텐데.... 처음에는 버릇만 고친다고 했잖아? 내가 그간 외국에 여행을 다녀오니까 형민이가 미쳤다고들 하는데... 도대체 그 후로 몇번이나 그런 메일을 보낸거야?"
핸드폰 속에서 진한의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상규야... 아무리 윤미가 내가 다른 여자를 사귄다고 난리 치고 협박을 하다가... 비관해서 자살을 할 정도로 독한 애였지만... 그래도 한때는 내가 사랑하던 애였는데... 형민이라는 사람이... 죽은 사람의 이름으로 그런 장난을 치고 다니는 걸 알고서 어떻게 내가 가만 히 있을 수 있겠냐? 훗... 그냥... 거의 매일... 미칠만큼만 괴롭혔지... 그간 윤미와 찍은 사진 몇개랑, 또 윤미 아이디로 접속해 편지 몇통보내고... 어쨌든... 그런 놈들은 그렇게 되도... 당연해... 후. 후. 후..."
죽은 사람의 아이디
죽은 사람의 아이디
--------------------
박진한 엇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흐... 나가봐야겠당...
이윤미 어머... 정말... 시간이...
박진한 오늘 대화도 정말로 즐거웠어.
이윤미 저도요... 오빠 ^^*
박진한 그런데... 윤미는 뭐랄까... 그.... 히히히
이윤미 예? (무슨 소릴까????)
박진한 너무나...흠흠..(헐~ 쑥스럽당...키키키)
이윤미 말해용~~~ 어서...!!! (쿠쿠쿠 ^__^)
박진한 싸랑스러....워......@^^@ 히~~ 그럼 안뇽~~
이윤미 풋... 빠빠이..오빠~~
박진한 휘리릭~~ ^0^
--------------------
형민이 한창 통신에서 채팅을 하고 있는데 상규가 뒤에서 물끄러미 바
라보다가 머리를 툭치며 말했다.
"야, 임마. 너 뭐하냐? 학교 전산실이 너 통신하라고 있는 데야?"
통신에 열중하고 있던 형민은 느닷없는 상규의 목소리에 다소 놀라 벌
떡 일어나며 쳐다보았다.
"깜짝이야... 상규였구나... 휴~ 나는 또 그 무시무시한 조교 형인줄
알고..."
상규는 '씨익' 웃으며 형민이 보고 있던 모니터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어? 이게 뭐야... 너 이름이 아닌데?"
"헤헤헤"
형민은 쑥스럽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자 상규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형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 또 남의 아이디로 통신하는 구나. 그러다 아이디의 진짜 주인한
테 걸리면..."
"괜찮아. 이번에는 절대로 걸릴 리가 없어."
"무슨 소리야?"
형민은 대답대신 모니터 채팅창에 떠있는 '이윤미'라는 이름을 손으로
짚었다. 상규는 잠시 쳐다보다가 약간 얼굴 표정이 굳어 졌다.
"너.... 그러면 윤미 아이디로 채팅을 한 거야?"
"응... 그러니 절대 걸릴 리가 없잖아? 그 애는 한달전에 죽었으니..."
"세상에... 진짜로 한달 전에 자기 집에서 투신... 자살한... 윤미 아이
디라고?"
상규는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맞다니까? 우리과 2년 후배였던 이윤미..."
"그 애 아이디하고 비밀번호를 어떻게 네가 알아?"
형민은 빙긋이 웃으며 상규의 어깨를 툭툭 쳤다.
"두달전인가? 윤미가 전산실에서 통신할 때 내가 우연히 비밀번호를 알
게 됐는데... 얼마전에 혹시나 하고 들어가 봤더니 되더라고. 히히히"
"야, 아무리 그렇더라도... 찝찝하지도 않니? 죽은 사람 아이디로...
더구나... 대화 내용을 보니..."
상규는 조금전 형민과 진한이가 하는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한심하
다는 투로 말했다. 형민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두어번 긁적였다.
"헤~ 맞아. 윤미 아이디로 채팅할 때는 내가 여자인 척... 진짜 윤미인
척 행동을 하지. 그런데 상규야... 무지 재미있는 거 있지. 얼마전에
방금 대화를 나누고 있던 박진한이라는 사람을 알았는데..."
"안 들어봐도 뻔하다. 그 박진한이라는 사람은 네가 여자인 줄 알고...
매일 e-mail 보내고, '좋아한다' 그러고... 맞지? 참나..."
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큰소리로 웃었다.
"네 말대로야. 정말 내가 윤미인 줄 알고... 어쨌든 나한테 반했나봐.
요새는 얘기하는 내용이 점점 더 노골적이 되던 걸? 하. 하. 하."
형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상규는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가방을
다시 고쳐 메고 전산실을 나서며 말했다.
"너... 그러다가 된통 당하는 수가 있어. 아무리 얼굴도 안 보이는 통신
상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거짓말을 하다가는...."
문을 나서는 상규의 뒤에 대고 형민이 빼죽 혀를 내밀었다.
"신경꺼라... 내가 알아서 할테니..."
*******************************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 되었는데도 형민은 자신의 방안에서 연신 히죽
거리며 채팅을 하고 있었다.
--------------------
박진한 윤미... 한번 만나고 싶은데?
이윤미 번개... 하자구요? 글쎄요....
박진한 나... 사실 윤미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자...
이윤미 어머(한껏 내숭을 떨며... 호호호)
박진한 (진지한 목소리로...^^) 진짜야... 우리 이렇게 통신으로만
얘기하지 말고... 한번 만나자... 응?(애교를 떨며...)
이윤미 ....
박진한 에이... 모르겠다. 내 마음대로 약속 정한다. 윤미가 나올때
까지 기다릴 테니까... 알아서 하고...
이윤미 오빠... 저는... 아직... 흠흠흠...
박진한 풋... 오빠가 너... 잡아 먹는다냐? 그냥 한번 만나서...
얼굴이나 직접 보고...
이윤미 글쎄요... 직접 만나면 실망하실지도...
박진한 괜찮아. 실망은..뭐..(사실 나도 폭탄이야... 쿠쿠쿠)
이윤미 하하하 ^_____^
박진한 어쨌든 말야... 내일 8시에......
--------------------
형민은 자판에서 손을 내려 놓고 귀찮다는 듯 중얼거렸다.
"짜씩... 여자를 되게 밝히는 놈 아냐? 대화한지 열흘도 안 됐는데...
어이구, 지 맘대로 약속장소까지 다 정하네? 미친놈... 하. 하. 하.
만약 내가 남자라는 걸 알면... 저 자식 표정이 어떻게 될까? 후후후"
진한이 일방적으로 만날 약속을 정하고는 채팅방을 나가 버렸다.
"뭐? 나올 때까지 밤새서 기다린다고? 흐흐흐. 기다려라, 기다려. 이 추
운 겨울 날씨에 밖에서 기다린다니... 훗... 내일 또 바보같은 놈 하나...
바람맞는 군. 히히히"
담배를 뻐끔뻐끔 피며 형민이 함박 웃음을 지었다.
*******************************
형민은 자신의 방에서 무료한 듯 뒹글거리며 누워서 중얼거렸다.
"흠...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애인은 없고... 뭐... 신나는 일 없을
까?"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담배를 집어 한대 피며 일어나 앉았다.
"에이... 오밤중이라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고... 아... 맞다. 어제가 박
진한이란 멍청이 하고 약속한 날인데... 히히히... 지금 통신에 있을
려나? 바람맞고 나서 어떤 얘기를 할 지 궁금한데?"
형민은 다시 얼굴에 장난기가 돌며 컴퓨터 앞에 앉아 통신에 접속을 했
다. 윤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친 후 초기화면이 뜨기를 기다렸다.
"엇? 이게 뭐야?"
초기화면에는 '이윤미'로부터 e-mail 한 통이 왔음을 알렸다.
"아니... 이럴수가... 이윤미라니? 아이디도 같은 거구..."
형민은 다소 떨리는 손으로 수신된 메일을 클릭했다.
[형민... 오빠...
이런 식으로...
내 이름을 가지고 장난이나 치고 다니다니...
가만.... 두지.. 않겠어.... 가만 두지... 않을거야....
죽은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항상... 오빠를 따라 다니며... 지켜 볼테니... 알아서 해....
이. 윤. 미...가.... 보냄....]
"세... 상에...."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뜨고는 윤미의 편지를 두, 세번 다시 읽어보
았다.
"이... 이럴 수가..."
형민은 소름이 쫙 기치는 것을 느끼며 황급히 컴퓨터의 전원을 내렸
다. 그리고는 아직도 등에 한기를 느끼며 방안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
"상규야... 정말이라니까"
"무슨 소리야? 그게... 뜬금없이..."
형민은 전산실에서 상규와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아 어제 자신이 읽은
편지를 얘기하였다.
"설마... 어떻게 죽은 윤미가.... 더구나..."
상규가 놀란 표정으로 형민을 바라보았다.
"어제 밤에 잠 한 숨 못 잤어... 계속 윤미 얼굴이 떠오르고... 그리고
누가 자꾸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에..."
"혹시... 누가 너한테 장난친 거 아냐?"
"그 생각도 해봤는데... 어쨌든... 이제부터는 윤미의 아이디로 남자
들 놀려 먹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어. 괜히 기분도 찝찝하고..."
상규는 형민의 창백해진 얼굴을 한동안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너무 그 메일에 신경쓰지마...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그래도..."
형민의 힘없는 목소리를 듣던 상규가 위로하듯 다정스럽게 어깨를 두드
리더니 천천히 일어나며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이런... 벌써 10시가 넘었네? 전철 끊기기 전에 나 먼저 가야겠다. 너도
이제 집에 가서 좀 쉬어. 안색이 너무 안 좋다."
"응... 알았어. 박진한이란 사람한테 그간 장난쳐서 미안하다고 메일보내
고... 갈테니... 먼저가라."
상규가 고개를 끄떡이고는 가방을 둘러메고 전산실을 나서자 형민은 한
숨을 '푹' 한번 내쉬고는 윤미의 아이디로 통신에 접속을 했다.
"이번 한번만 사과 메일을 보내고... 다시는... 윤미 아이디는 쓰지 말아
야... 엇?"
초기화면에 박진한에게서 e-mail이 왔음을 알렸다.
"이런... 이 사람 무척 화났을 텐데..."
형민은 다소 심각한 표정이 되어 중얼거리며 진한의 메일에 클릭을 했
다.
"엇? 이게 무슨 소리야?"
[윤미에게...
그제는 정말 즐거웠어.
나는... 네가 나와줘서 기뻤고.... 그리고 사실....(^__^)
그 정도로 예쁘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어...
(너무 솔직했나??? 후후후)
---> 나, 바~~부.... 크크크...
어쨌든... 다음번 약속도 나올거지?
내일 처음 만난 그 장소에서 6시야..... 알지? 잊지마...
싸랑해~~ 안뇽~~~
다시 만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진한이가...
p.s. 그제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을... 네가 급하게 가는 바람에...
놓고 갔더구나... 내가 스캔해서 파일로 보내니 받아줘... 그럼... ]
"누... 누가 나갔단 말이야. 누가... 약속 장소에..."
형민은 턱을 덜덜 거리며 첨부된 파일을 다운 받아 클릭을 했다.
"아... 악!"
모니터에 진한과 나란히 팔짱을 끼고 있는 윤미의 웃는 얼굴이 화면 가
득히 떴다. 형민은 입에 손을 댄채 한동안 어쩔줄 몰라했다. 그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누가 자신을 뒤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느낌도
들었고...
"서... 설마... 진짜로 죽은 윤미가..."
형민은 혼자 남은 전산실을 섬뜩한 기분을 느끼며 두리번 거렸다.
*******************************
"그 얘기 들었어?"
"뭐?"
"형민 선배 있잖아? 한 열흘 동안 죽은 윤미가 자기를 따라 다닌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도와 달라고 그러더니... 결국 돌아버렸데..."
"세상에... 그래서 요새 보이지를 않는구나..."
전산실에서 형민의 과 후배 여자들이 모여 수군대고 있었다. 멀찍이서
이를 지켜보던 상규가 입맛을 다시며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
었다.
"응... 나다. 고등학교 동창인 네 부탁만 아니었더라도... 벌써 형민에
게 사실을 얘기했을 텐데.... 처음에는 버릇만 고친다고 했잖아? 내가
그간 외국에 여행을 다녀오니까 형민이가 미쳤다고들 하는데...
도대체 그 후로 몇번이나 그런 메일을 보낸거야?"
핸드폰 속에서 진한의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상규야... 아무리 윤미가 내가 다른 여자를 사귄다고 난리 치고 협박을
하다가... 비관해서 자살을 할 정도로 독한 애였지만...
그래도 한때는 내가 사랑하던 애였는데... 형민이라는 사람이... 죽은
사람의 이름으로 그런 장난을 치고 다니는 걸 알고서 어떻게 내가 가만
히 있을 수 있겠냐?
훗... 그냥... 거의 매일... 미칠만큼만 괴롭혔지... 그간 윤미와 찍은
사진 몇개랑, 또 윤미 아이디로 접속해 편지 몇통보내고...
어쨌든... 그런 놈들은 그렇게 되도... 당연해...
후. 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