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12]

코쿄200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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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울었구나.. "

 

 

 

 

 

나는 속으로 뜨끔했다. 나는 손까지 저으면서 " 아니에요. 정말. " 이라고 말했지만 그 말안에는 힘도 기운도 하나도 없었다.

 

 

 

 

 

" 괜찮니? 무슨일 있었니? "

 

" 아니에요, 정말. 무슨일일은요~ "

 

" 뭐 너가 감추는거라면 더 묻지 않을께. 기운내. "

 

" 헤헤, 고마워요 선배님. "

 

" 아참, 오늘 좋은 소식있을꺼야. 다른거에 맘 아파하지말고 정말 좋은일이니까, 기대해도 좋을꺼야. 왜 심장이 두근거릴정도의 기쁜일일꺼라 생각 돼. "

 

" 정말요? 뭔데요?? "

 

 

나는 순간 얼굴이 붉어져서 궁금함에 재촉하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 그런데 오늘 날씨 좋지 않니? 오늘 같은 날씨에는 음 육식을 즐겨야해. "

 

" 네? "

 

" 고기 먹자. 점심에.. 내가 한턱 쏠께. 좋은일 있을테니까. "

 

" 하하.. "

 

 

 

내가 실없이 웃어버렸다.

 

 

" 왜? 채식주의자? 뭐 그딴거야? "

 

" 아뇨.. 왠지 다정한 기분이 들어서요. 아시잖아요. 저 벌써 이곳에 온지 몇달되가는데 이렇게 바보처럼 감동 받을만큼 대화한거 처음같아요. "

 

 

 

내가 울먹거리면서 이야기 하자 그녀는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 아직도 애기구나. 덜컸어. "

 

내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흠쳤다.

 

 

 

" 그만 울어도돼. 너가 그동안 맘아팠다면 다른사람까지 대신해서 내가 사과할께. 미안하다.. 같은 여자로서 이렇게 보니 맘까지 약한 너가 신경도 많이 쓰이고 외로웠겠어. 미안하다. "

 

 

 

다정하고 차분한 음성. 그녀는 그렇게 나에게 엄마처럼 혹은 선생님처럼 감싸고 있었다.

 

 

" 아니예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

 

 

 

 

 

 

이미 눈물때문에 눈가가 팬더곰처럼 시커매지자, 그녀는 웃는다.

 

 

" 너 화장 잘 못하지? 아니, 자주 안하지? "

 

" 네? 그냥 예전엔 한참 즐기면서 했는데 요즘은 안했죠. "

 

" 거울좀 봐봐. 웃기다야. "

 

 

 

 

그리고 그녀가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어 눈가를 닦아준다. 어느정도 화장이 지워지고 나는 파우더로 화장을 고치지만 완벽하진 않다.

 

 

 

 


" 내 동생도 너같았지. 귀여웠어. 사랑스럽고, 눈물도 많고.. "

 

" 아, 그래요.. "

 

" 응. "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우르르 직원들이 몰려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 역시 눈웃음을 짓고는 제자리로 향했다. 나는 여느때처럼 자리에서 직원들과 눈이 마주칠때마다 인사를 하고 있었고, 빈자리 없이 직원들이 모두 도착하자 박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모두들 주목 해주세요. 오늘은 아주 백만년에 한번있을 아침 조회입니다. 다들, 일 열심히 하시고 내 집처럼 회사 아껴주셔서 좋은결과들이 속속 생겨났네요. 그래서 몇가지 공지해드릴것과 축하할일도 있고 하니 커피 마시던거 거기, 김미성씨 지뢰찾기 그만해요. 여기좀 봐주세요. "

 

 

 

키가 작고 수다스럽지만 실속없는 미성선배가 박선배에 레이다망에 걸리고 미성선배는 금새 얼굴이 붉어졌다. 꼭 방울토마토같았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뭐가 웃긴지 킥킥대며 웃었고 박선배는 언제나 처럼 위엄있고 유머가득한 음성으로 모든 직원들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었다.

 

 

 

 

" 일단, 우리 출판본중에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있었는데, 아시죠? 입체로 표현했던 거, 갑자기 책이름이 가물가물하네 어쨌든 현재 판매율 1위구요. 그리고 미안하지만 미성씨랑 한팀으로 문법확인하시던 팀, 공부좀 더하세요. 독자들한테 지적들어왔어요. 그리고 임채민씨. "

 

 

" 네? "

 

 

나는 내 이름이 호명되자 멍하니 박선배의 말을 귀기울이다가 벌떡 일어났다.

 

 

 

" 하하, 긴장은 그때 쓰던 단편집이 단편드라마로 나오는게 확정됐어요. "

 

 

 

나는 고개숙여 인사를 했고, 다들 크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현정선배는 흐믓하게 웃고 있었다.

 

 

 

 

" 그 이후에도 단편집이 잡지사 여기저기서 요청도 들어오고 어쨌든 채민씨 축하하고요. 그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다이어트 하는사람들 지장있으니까 점심에 모두 고기 먹으러 갑시다. 어때요? "

 

 

 

다들 환희에 차 박수를 치고 즐거워했다. 고기를 평소에 안먹는 사람들도 아니고 뭐가 그리 좋은지 나도 괜히 웃긴생각이 들어 킥킥대고 웃었다. 그러자 박선배와 눈이 마주치고 박선배가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급하게 채한듯 경직된 상태로 긴장을 하고 있었다.

 

 

 

" 채민씨, 자리 이쪽 저기 현정씨 옆으로 옮겨. 빈자리 보이지? "


" 네? "

 

" 아이코, 이 아가씨 귀가 먹은거야? 한번이야기 하면 그걸로 끝내자. 입아프다. 내일부터 저쪽에서 일하라고. "

 

" 아. 네.. "

 

 

 

박선배가 어깨를 툭 치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왠지 갑자기 다른 회사에 와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문득 그 사람이 떠올랐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번호를 눌렀다. 종료키를 눌렀다를 반복했다.

톡톡 눌러지는 손가락이 다른때와 다르게 무겁고 힘까지 드는것 같았다. 햇살도 하늘도 회사도 내 꿈까지 모든게 다 완벽해 가는데, 나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나는 회사 끝에 흡연실로 들어간다. 그곳은 꼭 유리상자같았다. 삼면이 모두 커다란 유리로 만들어져있고 밖이 훤히 보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무도 담배를 피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다 타들어간 담배향만 남아있을뿐 밖을 보기엔 너무 행복해질수 있는 공간이였다. 그리고 그곳에 앉아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다가 결국 나는 그와 연결된 단축번호 7번을 꾸욱 눌렀다. 신호음이 간다.

 

 

 

 

 

" .. "

 

 

그는 전화를 받았지만 아무말도 없었다.

 

 

" 여보세요? "

 

" 응... "

 

 

힘없이 대답하는 그.

 

 

" 뭐라도 먹었어? "

 

" 아니.. "

 

" 그러지 말고 기운좀 차려봐. "

 

" 응.. 고마워. "

 

 

 

그는 건성건성 대답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안다. 이론적으로는 무엇이든 간편하게 결론을 내릴수 있지만, 정말 정말.. 사랑이나, 이별. 그리고 사람관계는 그 어떤것도 이론적인것이 모두 옳거나 간단히 실행되어지는 문제가 아니다는것을 말이다. 하지만 평소같지 않은 힘도 없고 마냥 나약하고 의욕없는 그의 음성은 그가 아니였다. 그 사람은 그가 아니고 또 다른 그도 아니였다.

 

 

 

" 기운좀 차려. 정말.힘든거 다 아는데, 힘들어서 지금 어떻게 해도 내가 어떻게 위로해도 안돼는거 정말 알고 있는데, "

 

" 그럼, 그냥 냅둬. "

 

" 왜? 가만히 두면 시간이 해결해 줄꺼라고 생각해? "

 

" 응.. "

 

 

 

 

그의 음성에는 두려움과 나약함이 뒤섞인 의욕이 하나도 없이 내밷는 그런 말이였다.

 

 

 

 

" 근데말이지. 시간.. 그런식으로 시간을 보내려 하면, 시간은 당신을 위해 당신의 감정을 위해 흘러가지 않아. 왜인지 알아? "

 

" .... "

 

" 그 시간은 당신이 조금이라도 이겨내려고 하면 그때부터 시간이 당신의 이별을 돕는거야. "

 

" ... "

 

" 난 당신이 .. "

 

 

 

 

차마 나는 말을 잊지 못했다.

 

 

" 기운내. 내가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화내서 미안해.. 맘 아픈사람한테. "

 

" 고맙다. 채민아. "

 

" .. "

 

" .. 이만 끊을께. 조금 자야겠어. "

 

 

 

 

그는 그냥 그렇게 무거운 핸드폰을 내려두었나 보다. 둔탁한소리로 그와 나의 연결음은 끊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