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벼락치기. ‘마감신’의 저주인가 ?

데드라인200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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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지요. 데드라인 2, 3일 전에 미리 제출하는 모범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점점 늘어나면서 처음처럼 여유 있게 일을 해낼 수 없게 되죠. 어느덧 마감 전날 밤을 새거나, 혹은 당일 아침이 돼서야 허겁지겁 턱걸이로 끝을 내게 되네요.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매번 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어쩌다 여유가 생겨도 몸이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 마감 직전이 돼야 발동이 걸리고 긴장이 되는 겁니다. 벼랑 끝으로 몰리는 듯한 스릴을 즐기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꼭 회사에서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청소, 설거지, 모임 연락에 이르기까지, ‘견딜 수 있는 한계’와 자발적 행동의 차이가 점점 좁혀집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변고일까요, ‘마감신’의 저주라도 받은 것일까요?

 

그 이유는 마감신이 스트레스란 마약을 주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는 일시적으로 몸과 마음을 각성시켜 단기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킵니다. 전날 벼락치기한 내용이 시험에 많이 나온 것 같은, 그런 효과지요.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바짝 스트레스를 받아야 몸이 반응하는 시스템이 돼 버립니다. 마치 시합 전에 근육강화제를 맞아 근육을 키우는 선수들 같이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세팅돼 버리면 보통 때는 도리어 무기력감을 느끼고 집중하기 어려워집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던 사람이 점심 때쯤 왠지 모르게 멍하고 나른해서 돌이켜보면 그날따라 커피를 걸렀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정해진 한계선까지 나를 몰아넣어 몸 안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쥐어짜내야 깨어나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거지요. 그전까지는 댐의 꼭대기까지 물이 차오르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나아가서는 ‘일찍 해야 소용없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일을 미리 끝낸다 해도 완수 즉시 새로운 일이 떨어지니 일찍 끝내봤자 손해라는 학습된 체념이 마감이 될 때까지 미적거리게 만듭니다. 일이 끝난 후에는 또 다른 일이 기다릴 뿐이라는 어두운 미래에 대한 예감이 지금 잡고 있는 일을 방어적으로, 최대한 질질 오래 끌도록 유도하는 거지요. 문제는 이런 식으로 쫓기듯 일을 하면 성취감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겨우 막아냈다는 안도감만 있을 뿐 완성도는 점차 떨어집니다. 한 번 초치기 버릇이 들어버리면 고치기 매우 힘듭니다. 스트레스를 좍 받을 때 느끼는 그 쪼이는 기분은 한 번 맛보면 잊기 어렵거든요. 그러니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에는 나날이 미친듯한 가속도가 붙어갈 뿐 아니라 매일매일 해내야 하는 일은 늘 산 넘고 산 아닙니까.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마감신의 마수에 걸려버릴지 모를 분들에게 ‘스트레스의 각성효과에 안녕을 고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종국에는 결국 약발이 듣지 않을 게 뻔할 뿐 아니라 남는 것은 피폐해진 몸과 마음 뿐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