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죽은 그녀가 지닌 부적 "김형사님. 살인 사건이라는 데요?" 김형사의 맞은 편 책상에 앉은 최형사가 전화를 끊으며 예의 그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침 손톱을 깎던 김형사는 주위에 흩어진 손톱을 대 충 주워 모으며 대꾸했다. "어디야? 또 그 사창가 쪽인가?" "어이구. 형사 생활 10년이 지나시니까 척하면 삼천리네요? 맞아요. 어떻 게 아셨죠?" 김형사는 주워 모은 손톱을 쓰레기통에 쏟아 부으며 말했다. "뻔하지 뭐. 한동안 그쪽... 조용했잖아? 한달에 한번은 꼭 큰 사건이 하 나씩 터지는 곳이 말이야." "허긴... 그런데... 이번 사건은 좀 심각한가 본데요?" 여전히 '뚱'한 얼굴로 최형사가 말하자 김형사는 기지개를 크게 한번 피 며 건성으로 물었다. "뭐가 심각해? 살인보다 더 심각한게 어디있다고..." "창녀 한명이 죽었나 본데... 머리가 없대요. 그러니까... 누군가 살인을 하고 머리를 짤라 가져 간 것 같다는 데요?" 기지개를 펴다 말고 깜짝 놀란 김형사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이런... 그럼 어서 가야지. 뭐하는 거야?" 최형사는 비척이며 일어나더니 또 '뚱'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러게... 내가 심각하다고 그랬잖아요?" *********************** 살인 사건 현장에 도착한 김형사는 그 참혹함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처 음 허름한 여관방을 들어서니 코로 피비린내가 물씬 풍겨왔고 2층 복도 계단부터는 핏자욱이 점점이 선명하게 배어 있었다. 살인이 어느 방에서 일어났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도 누구나 찾 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검붉은 피는 2층 네번째 방 앞에서 끝나 있었 으니... "아, 김형사님. 이제 오세요?" 감식반의 이형사가 반가운 표정을 하며 김형사에게 말했다. 김형사는 목 례로 인사를 하고 뒤따라 방으로 들어온 최형사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형사, 자네는 여관 주위 좀 탐문해봐. 불량배나 또..." "알았어요. 제가 이런 사건 한 두번 맡아 보나요?" 최형사가 건들거리며 방을 나서자 김형사는 이형사에게 다가가며 물었 다. "이형사.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피해자... 머리가 없다니?" 이형사가 방 구석에 놓인 침대 쪽을 말없이 가리켰다. 침대 위에는 하얀 시트로 덮여진 시신 한구가 있었는데 굳이 들쳐 보지 않더라도 머리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룩하게 솟아온 시신의 어깨 위쪽, 머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 아무것도 있지 않고 피만 흥건했기에... 김형사는 갑자기 구토가 치밀어 올라 무의식적으로 손을 입에 가져다 대는데 이형사가 침대로 다가가 하얀 시트를 '확' 제끼며 말했다. "보시는 바와 같아요. 이곳... 여관에서 자주 부르던 창녀인데... 자세한 신원은 서면으로 드릴 거고... 죽은 이유는 보시다시피..." 이형사의 설명이 계속됐지만 김형사는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침대에 덩그마니 놓여 있는 발가벗은 시신 위에 뜯겨져 나간 듯 너 덜거리는 잘려진 목과 시뻘건 가운데 조금씩 드러나 있는 하얀 목뼈가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결국 김형사는 솟아 오르는 구토를 참지 못하고 여관방에 붙어있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엇? 이건 또 뭐야? 욱... 우~욱..." 김형사가 토물을 쏟으러 변기 뚜껑을 여는 순간 그 안에는 시뻘건 색깔 의 물 위로 정육점에서 갓 배어낸 동그란 고깃덩이 같은 물체 하나가 둥, 둥 떠다니고 있었다. "아, 김형사님... 미처 말씀 못드렸는데요. 이 여자... 머리뿐만 아니라 오른쪽 유방도 짤렸어요. 아마 범인은 짤린 유방을 변기에 던져 놓고 머리 만 가져 간 것 같은데... 세상에... 그런 변태 살인마가 또 있을까요?" "욱~ 욱... 우웩~" 김형사는 아무말도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 앉아 토물만 쏟아 낼 뿐이었다. *********************** "최형사, 뭐 알아낸 거 있어?" "뭐요? 뭘 알아내요?" 김형사가 서류를 정리하다 말고 강력반 사무실로 들어오는 최형사에게 묻자 그는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김형사는 얼굴을 한번 찡그 리며 다그치듯 물었다. "뭐라니? 자네, 지금 그 사창가 살인 사건 조사하고 오는 거 아냐?" "아... 그거요?" "참나, 당연히 그 일 묻는 거지. 지금 내가 딴거 묻겠어? 어떻게 됐냐니 까? 뭐, 알아 낸거 있어?" 최형사는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못 견디겠다는 듯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른 땀을 신경질 적으로 훔쳐내며 말했다 "여관 주인의 말에 따르면 사건이 나던날 밤, 그 죽은 여자는 혼자 그곳 에 들어왔대요. 그러니까 그날은 여관에서 손님이 그 창녀를 부른게 아 니란 말이죠. 그 여자가 밤 11시 경에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 고 들어왔는데... 그 여관 주인도 왠일인가 싶어 물었지만 그 여자는 아 무말도 안 하더래요." "그래서?" "밤 12시경이 되자 2층에서 그 여자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래요. 그 여관... 워낙 후진 곳이라 작은 소리라도 1층에서 다 들리잖아요? 아무튼 여관 주인이 이상하다 싶어 그 여자가 투숙한 방문 앞에 서서 몇번이고 괜찮냐고 물었는데... 그 여자는 그저 조용히 혼자 있게 해 달라고만 얘기할 뿐이었데요. 그리 고 아침에 그런 꼴이 되서 발견된 거고요. 아시다시피 그날은 월요일이 라 여관에도 손님이 없어 2층에는 그 여자 혼자 묵고 있었고... 또 여관 주인의 말로는 12시 이후에는 아무도 투숙한 사람이 없다고 하 더라고요. 그리고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그 방에는 그 여자 이외에 아 무도 침입한 흔적이 없었고요." 최형사의 설명이 계속 될수록 김형사는 머리만 혼란스러워 질 뿐이었다. "후~ 그럼 아무 단서도 없단 말이야? 그 여자 신원하고 또 기타 소지품 같은 것 중에 이상한 건 없었고?" 김형사가 다소 짜증이 난 말투로 내뱉자 최형사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직까지는 '이렇다'하고 미심쩍은 부분이 없어요. 피해자 주변이나 또 등등이... 음... 아, 맞다." 최형사가 눈을 크게 뜨며 갑자기 생각난 듯 큰소리로 말했다. "뭐야? 이상한게 있었어?" "그 여자... 소지품 중에 이상한 부적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 왜 있잖아요? 누런 종이에 붉은 그림 같은게 그려져 있는... 그런데 그 부 적... 언뜻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내가 점치는 걸 좋아해 그 런 곳에 많이 가봤지만... 모양도 처음 본 거고... 그리고 왠지 그 부적을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괴상한 느낌이 들고 기분이 야릇해 지더라니까 요?" 김형사의 눈이 갑자기 빛나며 최형사에게 말했다. "좋아. 거기서부터 시작하자고. 그 부적을 그려준 점쟁이부터 수배해봐. 뭔가 나올 듯한 예감이야." *********************** "여기야? 그 부적을 그려 줬다는 점쟁이가 산다는 곳이?" "이거요?" 김형사의 물음에 최형사는 바지춤에서 고이 접혀 있던 부적을 꺼내 김 형사 눈 앞에서 두어번 흔들어 보이다가 다시 바지 뒷춤에 아무렇게나 찔러 넣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예, 겨우 알아낸 거예요. 이쪽을 잘 아는 놈을 다그쳤더니... 이렇게 희 한한 부적을 만드는 사람은 서울에 이 점쟁이 한명 뿐이래요." "좋아. 그럼 들어가 보자고." 김형사가 허름한 점집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삐그덕' 하는 마찰음이 집안에 은은히 울려 퍼졌다. "계세요? 아무도 안 계세요?" 최형사가 목청을 돋아 두어번 소리치자 살며시 방문이 열리며 중년의 남자 점쟁이 한명이 고개를 내밀었다. 얼굴에는 무척이나 주름살이 많았 고 알록 달록한 무당 옷을 입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깃털이 달린 괴상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김형사와 최형사는 희한한 그 점쟁이의 모습과 표정에 다소 움찔하며 찾아온 목적을 말하려 하자 대뜸 그가 말을 가로 막으며 한마디 내뱉었 다. "그 년... 기어이 죽었군." "예?" 김형사가 놀라 점쟁이를 바라보았다. "놀랄 것 없어. 그 년... 팔자가 그런 것 뿐이었으니까. 내가 그토록 말렸건만... 쯧쯧쯧." 둘은 한동안 멍하니 서서 점쟁이를 바라보았다. 그 점쟁이는 지긋이 두 눈을 감더니 주문 같은 걸 외우다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번 쩍 뜨더니 매서운 눈길로 최형사를 쳐다 보았다. "오늘은 바로 너야. 조심해!" "예?" 점쟁이는 여전히 이글거리는 눈으로 최형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다시 뇌까렸다. "오늘은 네가 그 년 꼴 난다고. 조심하라니까?" "아니... 그게 무슨... 재수 없게..." 옆에서 조용히 지켜 보던 김형사가 둘 사이에 끼어 들며 점쟁이에게 말 했다. "뭔가... 알고 계신 듯 한데. 자세히 좀 얘기해 주시죠. 그러니까..." "그러니까는 무슨 그러니까야? 너희 둘다 형사고... 그 년 죽은 것 때문 에 나를 찾아 온 것 아냐? 아무튼 나는 해 줄 얘기 없어. 또 나는 그 년 죽은 것과 아무 상관 없으니 잡아갈 생각도 말고. 아무튼 당신 오늘 밤 조심해. 그 년 꼴이 날테니..." 점쟁이는 더 이상 얘기할 가치가 없다는 듯 그 말을 끝으로 문을 '꾹' 잠그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젠장... 재수가 없으려니까. 휴~ 김형사님 그 놈 아까 당장 연행하지 왜 그냥 놔 뒀어요?" 최형사가 밤이 깊어가는 거리를 걸으며 곁에 있는 김형사에게 얘기했다. 꽤 오랫동안 걸어 그런지 조금 지친 표정의 김형사가 대답했다. "당장 잡아오기만 하면 뭐해? 그 점쟁이가 관련됐다는 증거도 없이... 아 무튼 점집 주위에 몇명 잠복 시켜 놨으니 그 점쟁이... 도망 갈 수도 없 을 거고 또 이상한 점이 발각되면 당장 연행할 수 있으니 너무 염려 말 고...." 김형사의 말에 다소 기분이 누그러진 듯 최형사가 나즈막한 소리로 중 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나보고 오늘밤 그 여자 꼴이 될거라니. 좀 너무 한거 아니예요? 아니, 나처럼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그 점쟁이 말에 너무 신경 쓰지마." 밤이라도 무척 더운 여름인지라 김형사의 머리에서 한줄기 땀이 흘러내 렸다. 최형사는 김형사의 안색을 살피다가 바지 뒷춤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내 주며 말했다. "후화~ 날씨 정말 덥죠? 나는 이래서 겨울이 좋더라. 헤헤헤." 김형사는 최형사의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고는 멀리 지하철 역의 불빛이 보이자 최형사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 나는 여기서 지하절을 타고 가야 하니... 내일 일찍 경찰서에서 보 자고." "예. 조심해 가세요." 김형사는 최형사의 어깨를 한번 '툭' 치고는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 "세상에... 아... 알았어 곧 갈께." 김형사는 이른 새벽에 걸려온 전화를 끊으며 최형사가 죽었다는 소식에 멍하니 넋을 잃고 있었다. 소식을 전해준 이형사의 말로는 며칠전 여관 방에서 죽은 여자와 마찬가지로 최형사도 목이 짤려 집에서 발견되었다 는 것이었다. 김형사는 한동안 머리를 감싸고 있다가 서둘러 옷을 입고 점쟁이 집으로 향했다. "다... 당신 뭐야? 왜 그래?" 눈에 불꽃을 튕기며 다짜 고짜 방으로 들어온 김형사를 맞이한 점쟁이 는 아직 잠이 덜깬 듯 희미한 눈초리로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김형사 는 점쟁이의 멱살을 쥐고 마구 흔들며 소리쳤다. "어서 말해! 도대체 그 부적이 뭐야? 응? 너는 뭔가 알고 있지? 어서 말 해!" "캑... 캑... 캑" 점쟁이의 머리는 김형사의 억센 손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거친 숨을 토 해냈다. 그렇게 5분쯤 지나고 점쟁이가 모든 것을 말하겠다는 몸짓을 하 자 김형사는 손을 조금 느슨히 풀어 주었다. 점쟁이는 헛기침을 몇번 하 더니 힘겹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여자가 내게 찾아 온 것은 석달 쯤 전이었소. 아마도 내가 이쪽 세 계에서 용하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나 본데... 갖가지 교태로운 몸짓으 로 나를 유혹했소. 물론 처음에 나는, 그녀 직업이 창녀라는 건 꿈에도 몰랐고... 다만 점을 치러오는 손님 중에 나를 사랑하게 된... 훗... 명색이 점쟁이가 그런 걸 미리 몰랐다니 우습소? 사랑에 눈이 멀어 그랬는지... 적어도 그 당시 내 감정은 그랬소. 그렇게 내 마음과 몸을 다 가져간 그녀가 어느새인가 본색을 드러내더군. 그녀가 그간 내가 점 쟁이 짓을 하며 모아둔 내 돈을 원했던 것이라는 걸 안 순간... 그리고 그녀는 내가 그간 생각해 왔던 것처럼 순수한 여자가 아니라 한 낱 길거리의 여자라는 것을 알고는 미칠 듯이 머리가 혼란스러웠소. 나 자신이 한심해 지고... 그녀에 대한 복수심만이... 그래서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했소. 나는 한달 동안 온갖 주술책과 무당 들과 주술사들을 만나며 신의 힘으로 그녀를 죽일 방법을 연구한 거요. 훗... 믿든 안 믿든... 나는 그간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온 힘을 기울여 그 부적을 그려 그녀에게 주었소. 물론 그녀는 당시까지도 내가 자기에게 흠뻑 빠져 있던 것으로 믿고 있 었고... 그 부적 또한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부적으로만 믿고 고히 간직했던 거요. 그러나... 내가 그려 준 부적은 원래... 간직하던 사람이 서서히 미쳐 자살하게끔 만드는 것이었는데... 내가 준 그 부적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자살은 커녕 그렇게 끔 찍하게 죽임을 당하는... 그런 사건이 벌어진 거요. 아마도 그 부적의 힘 으로 되살아난 악령들이 그녀의 머리를 자르고... 또... 아무튼 엄청난 일이 벌어지게 된거란 말이요." 김형사는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점쟁이의 말을 그저 듣고만 있다가 다시 손에 힘을 쥐며 물었다. "내가 그 사실을 믿든 안 믿든... 현실은... 네 놈 말대로... 어... 어제.. 최형사도 그 여자처럼 죽어버렸고... 이미 두 사람이나 똑같이 죽어 버렸 단 말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은 거야? 그 부적을 말이야... 그리고 또... 앞으로 일어날 일은 어떤 거며..." 점쟁이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으며 힘없이 말했다. "그랬었군. 역시... 어제 보니 당신 동료가 그 부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던 거였는데... 아무튼 그 부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악령들에게 무조건 처참한 모습으로 죽게 될거요. 그 일을 막을 방도는 없으니 어서 그 부적을 찾아 없애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일 이..." 김형사는 점쟁이를 쥐고 있던 손을 힘없이 풀고는 망연히 바닥에 털썩 주저 앉으며 절규하듯 울부짖었다. "제... 젠장할... 그 망할 놈의 부적... 지금은 내가 갖고 있단 말이야... 어젯밤 최형사의 손수건을 빌렸었는데... 그 속에 그 부적이 껴 있었다고... 제... 젠장할... 이제... 나... 나는 어떻게 되는 거냔 말이야... 이... 이런... 젠... 장할..."
죽은 그녀가 지닌 부적
[펌글]죽은 그녀가 지닌 부적
"김형사님. 살인 사건이라는 데요?"
김형사의 맞은 편 책상에 앉은 최형사가 전화를 끊으며 예의 그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침 손톱을 깎던 김형사는 주위에 흩어진 손톱을 대
충 주워 모으며 대꾸했다.
"어디야? 또 그 사창가 쪽인가?"
"어이구. 형사 생활 10년이 지나시니까 척하면 삼천리네요? 맞아요. 어떻
게 아셨죠?"
김형사는 주워 모은 손톱을 쓰레기통에 쏟아 부으며 말했다.
"뻔하지 뭐. 한동안 그쪽... 조용했잖아? 한달에 한번은 꼭 큰 사건이 하
나씩 터지는 곳이 말이야."
"허긴... 그런데... 이번 사건은 좀 심각한가 본데요?"
여전히 '뚱'한 얼굴로 최형사가 말하자 김형사는 기지개를 크게 한번 피
며 건성으로 물었다.
"뭐가 심각해? 살인보다 더 심각한게 어디있다고..."
"창녀 한명이 죽었나 본데... 머리가 없대요. 그러니까... 누군가 살인을
하고 머리를 짤라 가져 간 것 같다는 데요?"
기지개를 펴다 말고 깜짝 놀란 김형사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이런... 그럼 어서 가야지. 뭐하는 거야?"
최형사는 비척이며 일어나더니 또 '뚱'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러게... 내가 심각하다고 그랬잖아요?"
***********************
살인 사건 현장에 도착한 김형사는 그 참혹함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처
음 허름한 여관방을 들어서니 코로 피비린내가 물씬 풍겨왔고 2층 복도
계단부터는 핏자욱이 점점이 선명하게 배어 있었다.
살인이 어느 방에서 일어났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도 누구나 찾
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검붉은 피는 2층 네번째 방 앞에서 끝나 있었
으니...
"아, 김형사님. 이제 오세요?"
감식반의 이형사가 반가운 표정을 하며 김형사에게 말했다. 김형사는 목
례로 인사를 하고 뒤따라 방으로 들어온 최형사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형사, 자네는 여관 주위 좀 탐문해봐. 불량배나 또..."
"알았어요. 제가 이런 사건 한 두번 맡아 보나요?"
최형사가 건들거리며 방을 나서자 김형사는 이형사에게 다가가며 물었
다.
"이형사.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피해자... 머리가 없다니?"
이형사가 방 구석에 놓인 침대 쪽을 말없이 가리켰다. 침대 위에는 하얀
시트로 덮여진 시신 한구가 있었는데 굳이 들쳐 보지 않더라도 머리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룩하게 솟아온 시신의 어깨 위쪽, 머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 아무것도 있지 않고 피만 흥건했기에...
김형사는 갑자기 구토가 치밀어 올라 무의식적으로 손을 입에 가져다
대는데 이형사가 침대로 다가가 하얀 시트를 '확' 제끼며 말했다.
"보시는 바와 같아요. 이곳... 여관에서 자주 부르던 창녀인데... 자세한
신원은 서면으로 드릴 거고... 죽은 이유는 보시다시피..."
이형사의 설명이 계속됐지만 김형사는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침대에 덩그마니 놓여 있는 발가벗은 시신 위에 뜯겨져 나간 듯 너
덜거리는 잘려진 목과 시뻘건 가운데 조금씩 드러나 있는 하얀 목뼈가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결국 김형사는 솟아 오르는 구토를 참지 못하고
여관방에 붙어있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엇? 이건 또 뭐야? 욱... 우~욱..."
김형사가 토물을 쏟으러 변기 뚜껑을 여는 순간 그 안에는 시뻘건 색깔
의 물 위로 정육점에서 갓 배어낸 동그란 고깃덩이 같은 물체 하나가
둥, 둥 떠다니고 있었다.
"아, 김형사님... 미처 말씀 못드렸는데요. 이 여자... 머리뿐만 아니라
오른쪽 유방도 짤렸어요. 아마 범인은 짤린 유방을 변기에 던져 놓고 머리
만 가져 간 것 같은데... 세상에... 그런 변태 살인마가 또 있을까요?"
"욱~ 욱... 우웩~"
김형사는 아무말도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 앉아 토물만 쏟아 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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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사, 뭐 알아낸 거 있어?"
"뭐요? 뭘 알아내요?"
김형사가 서류를 정리하다 말고 강력반 사무실로 들어오는 최형사에게
묻자 그는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김형사는 얼굴을 한번 찡그
리며 다그치듯 물었다.
"뭐라니? 자네, 지금 그 사창가 살인 사건 조사하고 오는 거 아냐?"
"아... 그거요?"
"참나, 당연히 그 일 묻는 거지. 지금 내가 딴거 묻겠어? 어떻게 됐냐니
까? 뭐, 알아 낸거 있어?"
최형사는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못 견디겠다는 듯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른 땀을 신경질 적으로 훔쳐내며 말했다
"여관 주인의 말에 따르면 사건이 나던날 밤, 그 죽은 여자는 혼자 그곳
에 들어왔대요. 그러니까 그날은 여관에서 손님이 그 창녀를 부른게 아
니란 말이죠. 그 여자가 밤 11시 경에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
고 들어왔는데... 그 여관 주인도 왠일인가 싶어 물었지만 그 여자는 아
무말도 안 하더래요."
"그래서?"
"밤 12시경이 되자 2층에서 그 여자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래요. 그
여관... 워낙 후진 곳이라 작은 소리라도 1층에서 다 들리잖아요? 아무튼
여관 주인이 이상하다 싶어 그 여자가 투숙한 방문 앞에 서서 몇번이고
괜찮냐고 물었는데...
그 여자는 그저 조용히 혼자 있게 해 달라고만 얘기할 뿐이었데요. 그리
고 아침에 그런 꼴이 되서 발견된 거고요. 아시다시피 그날은 월요일이
라 여관에도 손님이 없어 2층에는 그 여자 혼자 묵고 있었고...
또 여관 주인의 말로는 12시 이후에는 아무도 투숙한 사람이 없다고 하
더라고요. 그리고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그 방에는 그 여자 이외에 아
무도 침입한 흔적이 없었고요."
최형사의 설명이 계속 될수록 김형사는 머리만 혼란스러워 질 뿐이었다.
"후~ 그럼 아무 단서도 없단 말이야? 그 여자 신원하고 또 기타 소지품
같은 것 중에 이상한 건 없었고?"
김형사가 다소 짜증이 난 말투로 내뱉자 최형사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직까지는 '이렇다'하고 미심쩍은 부분이 없어요. 피해자 주변이나 또
등등이... 음... 아, 맞다."
최형사가 눈을 크게 뜨며 갑자기 생각난 듯 큰소리로 말했다.
"뭐야? 이상한게 있었어?"
"그 여자... 소지품 중에 이상한 부적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 왜
있잖아요? 누런 종이에 붉은 그림 같은게 그려져 있는... 그런데 그 부
적... 언뜻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내가 점치는 걸 좋아해 그
런 곳에 많이 가봤지만... 모양도 처음 본 거고... 그리고 왠지 그 부적을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괴상한 느낌이 들고 기분이 야릇해 지더라니까
요?"
김형사의 눈이 갑자기 빛나며 최형사에게 말했다.
"좋아. 거기서부터 시작하자고. 그 부적을 그려준 점쟁이부터 수배해봐.
뭔가 나올 듯한 예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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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야? 그 부적을 그려 줬다는 점쟁이가 산다는 곳이?"
"이거요?"
김형사의 물음에 최형사는 바지춤에서 고이 접혀 있던 부적을 꺼내 김
형사 눈 앞에서 두어번 흔들어 보이다가 다시 바지 뒷춤에 아무렇게나
찔러 넣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예, 겨우 알아낸 거예요. 이쪽을 잘 아는 놈을 다그쳤더니... 이렇게 희
한한 부적을 만드는 사람은 서울에 이 점쟁이 한명 뿐이래요."
"좋아. 그럼 들어가 보자고."
김형사가 허름한 점집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삐그덕' 하는 마찰음이
집안에 은은히 울려 퍼졌다.
"계세요? 아무도 안 계세요?"
최형사가 목청을 돋아 두어번 소리치자 살며시 방문이 열리며 중년의
남자 점쟁이 한명이 고개를 내밀었다. 얼굴에는 무척이나 주름살이 많았
고 알록 달록한 무당 옷을 입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깃털이 달린 괴상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김형사와 최형사는 희한한 그 점쟁이의 모습과 표정에 다소 움찔하며
찾아온 목적을 말하려 하자 대뜸 그가 말을 가로 막으며 한마디 내뱉었
다.
"그 년... 기어이 죽었군."
"예?"
김형사가 놀라 점쟁이를 바라보았다.
"놀랄 것 없어. 그 년... 팔자가 그런 것 뿐이었으니까. 내가 그토록
말렸건만... 쯧쯧쯧."
둘은 한동안 멍하니 서서 점쟁이를 바라보았다. 그 점쟁이는 지긋이 두
눈을 감더니 주문 같은 걸 외우다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번
쩍 뜨더니 매서운 눈길로 최형사를 쳐다 보았다.
"오늘은 바로 너야. 조심해!"
"예?"
점쟁이는 여전히 이글거리는 눈으로 최형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다시
뇌까렸다.
"오늘은 네가 그 년 꼴 난다고. 조심하라니까?"
"아니... 그게 무슨... 재수 없게..."
옆에서 조용히 지켜 보던 김형사가 둘 사이에 끼어 들며 점쟁이에게 말
했다.
"뭔가... 알고 계신 듯 한데. 자세히 좀 얘기해 주시죠. 그러니까..."
"그러니까는 무슨 그러니까야? 너희 둘다 형사고... 그 년 죽은 것 때문
에 나를 찾아 온 것 아냐? 아무튼 나는 해 줄 얘기 없어. 또 나는 그 년
죽은 것과 아무 상관 없으니 잡아갈 생각도 말고. 아무튼 당신 오늘 밤
조심해. 그 년 꼴이 날테니..."
점쟁이는 더 이상 얘기할 가치가 없다는 듯 그 말을 끝으로 문을 '꾹'
잠그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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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재수가 없으려니까. 휴~ 김형사님 그 놈 아까 당장 연행하지 왜
그냥 놔 뒀어요?"
최형사가 밤이 깊어가는 거리를 걸으며 곁에 있는 김형사에게 얘기했다.
꽤 오랫동안 걸어 그런지 조금 지친 표정의 김형사가 대답했다.
"당장 잡아오기만 하면 뭐해? 그 점쟁이가 관련됐다는 증거도 없이... 아
무튼 점집 주위에 몇명 잠복 시켜 놨으니 그 점쟁이... 도망 갈 수도 없
을 거고 또 이상한 점이 발각되면 당장 연행할 수 있으니 너무 염려 말
고...."
김형사의 말에 다소 기분이 누그러진 듯 최형사가 나즈막한 소리로 중
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나보고 오늘밤 그 여자 꼴이 될거라니. 좀 너무 한거
아니예요? 아니, 나처럼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그 점쟁이 말에 너무 신경 쓰지마."
밤이라도 무척 더운 여름인지라 김형사의 머리에서 한줄기 땀이 흘러내
렸다. 최형사는 김형사의 안색을 살피다가 바지 뒷춤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내 주며 말했다.
"후화~ 날씨 정말 덥죠? 나는 이래서 겨울이 좋더라. 헤헤헤."
김형사는 최형사의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고는 멀리 지하철
역의 불빛이 보이자 최형사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 나는 여기서 지하절을 타고 가야 하니... 내일 일찍 경찰서에서 보
자고."
"예. 조심해 가세요."
김형사는 최형사의 어깨를 한번 '툭' 치고는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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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아... 알았어 곧 갈께."
김형사는 이른 새벽에 걸려온 전화를 끊으며 최형사가 죽었다는 소식에
멍하니 넋을 잃고 있었다. 소식을 전해준 이형사의 말로는 며칠전 여관
방에서 죽은 여자와 마찬가지로 최형사도 목이 짤려 집에서 발견되었다
는 것이었다. 김형사는 한동안 머리를 감싸고 있다가 서둘러 옷을 입고
점쟁이 집으로 향했다.
"다... 당신 뭐야? 왜 그래?"
눈에 불꽃을 튕기며 다짜 고짜 방으로 들어온 김형사를 맞이한 점쟁이
는 아직 잠이 덜깬 듯 희미한 눈초리로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김형사
는 점쟁이의 멱살을 쥐고 마구 흔들며 소리쳤다.
"어서 말해! 도대체 그 부적이 뭐야? 응? 너는 뭔가 알고 있지? 어서 말
해!"
"캑... 캑... 캑"
점쟁이의 머리는 김형사의 억센 손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거친 숨을 토
해냈다. 그렇게 5분쯤 지나고 점쟁이가 모든 것을 말하겠다는 몸짓을 하
자 김형사는 손을 조금 느슨히 풀어 주었다. 점쟁이는 헛기침을 몇번 하
더니 힘겹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여자가 내게 찾아 온 것은 석달 쯤 전이었소. 아마도 내가 이쪽 세
계에서 용하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나 본데... 갖가지 교태로운 몸짓으
로 나를 유혹했소. 물론 처음에 나는, 그녀 직업이 창녀라는 건 꿈에도
몰랐고... 다만 점을 치러오는 손님 중에 나를 사랑하게 된...
훗... 명색이 점쟁이가 그런 걸 미리 몰랐다니 우습소? 사랑에 눈이 멀어
그랬는지... 적어도 그 당시 내 감정은 그랬소. 그렇게 내 마음과 몸을
다 가져간 그녀가 어느새인가 본색을 드러내더군. 그녀가 그간 내가 점
쟁이 짓을 하며 모아둔 내 돈을 원했던 것이라는 걸 안 순간...
그리고 그녀는 내가 그간 생각해 왔던 것처럼 순수한 여자가 아니라 한
낱 길거리의 여자라는 것을 알고는 미칠 듯이 머리가 혼란스러웠소. 나
자신이 한심해 지고... 그녀에 대한 복수심만이...
그래서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했소. 나는 한달 동안 온갖 주술책과 무당
들과 주술사들을 만나며 신의 힘으로 그녀를 죽일 방법을 연구한 거요.
훗... 믿든 안 믿든... 나는 그간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온 힘을 기울여
그 부적을 그려 그녀에게 주었소.
물론 그녀는 당시까지도 내가 자기에게 흠뻑 빠져 있던 것으로 믿고 있
었고... 그 부적 또한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부적으로만 믿고 고히
간직했던 거요. 그러나... 내가 그려 준 부적은 원래... 간직하던 사람이
서서히 미쳐 자살하게끔 만드는 것이었는데...
내가 준 그 부적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자살은 커녕 그렇게 끔
찍하게 죽임을 당하는... 그런 사건이 벌어진 거요. 아마도 그 부적의 힘
으로 되살아난 악령들이 그녀의 머리를 자르고... 또... 아무튼 엄청난
일이 벌어지게 된거란 말이요."
김형사는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점쟁이의 말을 그저 듣고만 있다가 다시
손에 힘을 쥐며 물었다.
"내가 그 사실을 믿든 안 믿든... 현실은... 네 놈 말대로... 어... 어제..
최형사도 그 여자처럼 죽어버렸고... 이미 두 사람이나 똑같이 죽어 버렸
단 말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은 거야? 그 부적을 말이야... 그리고
또... 앞으로 일어날 일은 어떤 거며..."
점쟁이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으며 힘없이 말했다.
"그랬었군. 역시... 어제 보니 당신 동료가 그 부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던 거였는데... 아무튼 그 부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악령들에게 무조건 처참한 모습으로 죽게 될거요. 그 일을 막을 방도는
없으니 어서 그 부적을 찾아 없애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일
이..."
김형사는 점쟁이를 쥐고 있던 손을 힘없이 풀고는 망연히 바닥에 털썩
주저 앉으며 절규하듯 울부짖었다.
"제... 젠장할... 그 망할 놈의 부적... 지금은 내가 갖고 있단 말이야...
어젯밤 최형사의 손수건을 빌렸었는데... 그 속에 그 부적이 껴 있었다고...
제... 젠장할... 이제... 나... 나는 어떻게 되는 거냔 말이야... 이...
이런... 젠... 장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