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유행이 필요할 때가 있다.*** 멋이 싫어서도 아니다. 멋을 낼 줄 몰라서도 아니다. 소박한 우리는 삶을 위하여 유행을 전문가의 연구대상으로, 할 일 없는 사람들의 소일거리로, 늘씬하고 잘 빠진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절약의 미덕을 발 밑에서 물이 들어 와야 버리는 운동화에서 찾고 아들놈 양말의 현주소가 바뀐 서랍장속에서 보풀이 일고 낡았지만 빼곡히 채워가는 피의 전설을 생각한다. 전기공급이 한창 이루어지던 시절, 형광등은 귀했고 백열등은 흔했으나 전기공급은 원활치 못해 하룻밤에도 몇 번이고 암흑천지가 되어야 했다. 모든게 어설프고 모든게 부족했던 시절, 우리의 엄니들은 잘두 필라멘트가 나가 못 쓰게 된 백열등도 꼭 꼭 챙겨 두었다. 걸핏하면 구멍이 나는 양말 뒤꿈치를 깁기 위해 가난을 땜질하기 위해, 양말 뒷꿈치에 백열전구를 넣고 정말 못 신게 된 양말에서 조각을 잘라내어 덧대어서는 잘도 꿰매어 주던 우리 엄니들은 살림꾼에 살림꾼들이었으나 이제는 전설에서조차 거론이 되지 않는 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피어싱? 기본이 두 세개인 귀에 뚫린 구멍도 순수 도톰한 귓불 그대로다, 파마? 아내의 자리를 위하여 미장원에 가 본 기억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치마? 순수토종 동양인 체격 그대로인 긴 허리와 짧은 다리로 꿈도 꿔보지 않았다. 찢어진 청바지? 줘도 안 입는다 큰 소리쳤다. 저절로 낡아 청바지 무릎이 헤진 날 피의 전설속에서 변명을 만들어내며 감사히,기꺼이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새벽 거리지만 눈썰미 있는 사람은 꼭 그 자리에 눈이가나 떳떳하고 뻔뻔하다. 일부러도 찢어 입는 청바진데 끈적한 기운이 자유로이 나가고 상쾌한 새벽공기로 환기될 뿐더러 이 코믹한 기분은 또 뭔가? 치마가 무서운 숏다리의 여인이여, 무우다리 아가씨들이여, 굳이 자신없는 치마를 벗고 오늘은 찢어진 청바지를 입어보자, 격식을 차려야 하지 않은 다음에야, 글/이희숙
***때로는 유행이 필요할 때가 있다.***
***때로는 유행이 필요할 때가 있다.***
멋이 싫어서도 아니다.
멋을 낼 줄 몰라서도 아니다.
소박한 우리는 삶을 위하여
유행을
전문가의 연구대상으로,
할 일 없는 사람들의 소일거리로,
늘씬하고 잘 빠진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절약의 미덕을
발 밑에서 물이 들어 와야 버리는 운동화에서 찾고
아들놈 양말의 현주소가 바뀐
서랍장속에서
보풀이 일고 낡았지만
빼곡히 채워가는
피의 전설을 생각한다.
전기공급이 한창 이루어지던 시절,
형광등은 귀했고 백열등은 흔했으나
전기공급은 원활치 못해 하룻밤에도 몇 번이고
암흑천지가 되어야 했다.
모든게 어설프고 모든게 부족했던 시절,
우리의 엄니들은 잘두 필라멘트가 나가 못 쓰게 된
백열등도 꼭 꼭 챙겨 두었다.
걸핏하면 구멍이 나는 양말 뒤꿈치를 깁기 위해
가난을 땜질하기 위해,
양말 뒷꿈치에 백열전구를 넣고
정말 못 신게 된 양말에서 조각을 잘라내어
덧대어서는 잘도 꿰매어 주던 우리 엄니들은
살림꾼에 살림꾼들이었으나
이제는 전설에서조차 거론이 되지 않는 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피어싱?
기본이 두 세개인 귀에 뚫린 구멍도
순수 도톰한 귓불 그대로다,
파마?
아내의 자리를 위하여 미장원에 가 본 기억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치마?
순수토종 동양인 체격 그대로인
긴 허리와 짧은 다리로
꿈도 꿔보지 않았다.
찢어진 청바지?
줘도 안 입는다 큰 소리쳤다.
저절로 낡아 청바지 무릎이 헤진 날
피의 전설속에서 변명을 만들어내며
감사히,기꺼이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새벽 거리지만
눈썰미 있는 사람은 꼭 그 자리에 눈이가나
떳떳하고 뻔뻔하다.
일부러도 찢어 입는 청바진데
끈적한 기운이 자유로이 나가고
상쾌한 새벽공기로 환기될 뿐더러
이 코믹한 기분은 또 뭔가?
치마가 무서운 숏다리의 여인이여,
무우다리 아가씨들이여,
굳이 자신없는 치마를 벗고
오늘은 찢어진 청바지를 입어보자,
격식을 차려야 하지 않은 다음에야,
글/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