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가 너무 불쌍합니다.

끼얄루끼얄루2007.08.19
조회263

워낙 긴 이야기를 말씀드려야 할 것 같으므로 짧게 빨리 넘어가겠습니다.

 

 

저희 어머니, 아부지.

20년 차 부부이십니다.

저는 19살이구요. 딸내미입니다.

 

저희 아버지 성격.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자식들한테는 95/100점.

남들한테 100/100점.

하지만 당신의 집사람에겐 50/100점.

이나 될까말까합니다.

 

자식들(특히 저)을 얼마나 끔찍이 생각하시는지 모릅니다.

가끔씩

"역시 애들은 집안의 보배야."라는 말씀을 건네심으로

저의 자부심을 한껏 부추겨세워주십니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도 술만 들어가면, 특히 기분이 나빠지면

나쁜 사람이 됩니다(가끔은 맨정신으로도 그러십니다).

그렇다고 때리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어머니께 말로 어찌나 상처를 많이 주는지요.

 

사실 저희 어머니가 통통-뚱뚱. 도 아니고, 뚱뚱하십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잖습니까.

시집 올 때 그랬습니까?

울 큰아부지가 그러십니다.

"XX야. 네 엄마 시집 올 때 너처럼 늘씬하셨었다."

그러셨답니다.

그런 아가씨도 애 둘 낳고 아줌마가 되고, 집안 살림하랴, 일하랴 하다보니

뚱뚱해진 거 어떡합니까.

그리고 울 엄마 그렇게 많이 안 드십니다. 저보다 더 조금 드십니다.

 

지금은 큰아버지댁에 계신 할머니.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모시고 살면서

잔소리라는 잔소리, 다 듣고 살았습니다.

남편이라는 사람도 도박에 회사에서 큰 직책 하나 맡아보겠다고 모아놓은 돈 다 날리고.

이것저것 스트레스가 엄청 나셨습니다.

(이 대목에서 '너는 아버지 알기를 뭘로 아냐', '아버지 욕 그렇게 하고 싶냐'라는 등의

태클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상황을 말씀드린거니까)

 

어찌보면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생긴 살일지도 모릅니다.

 

근데 울 아버지, 술 취하거나 혹은 맨정신으로 자기 짜증게이지 100%일 때

정말 서슴치 않고 말합니다.

"맨날 밥이나 ㅊ ㅓ 먹으니까 그렇게 살이 찌지. 입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다냐."

 

그런데도 울 엄마는 그런 아빠 성격 알아서 그런지 한 마디도 안 합니다.

뭐라고 하면 더 펄펄 뛸 거 뻔하거든요.

 

2주 전엔가 한 번 그러는 겁니다.

한 번 욕하면 병x, x같은, ㄴ ㅣㅁ ㅣ, 이런 건 기본입니다.

저 꾹꾹 참고 있었습니다.

근데 정말 이 말은 못 참겠더군요.

"맨날 밥이나 ㅊ ㅓ 먹으니까 그렇게 살이 찌지. 입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다냐."

 

..

제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뭐?!"

라는 말을 한 방 날렸습니다.

그러더니 조용~ 해집니다.

 

그것도 잠시 저를 향해 고개를 홱. 돌리더니

"xx(이건 욕이 아니라 이름입니다),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

"너 지금 뭐라고 그랬냐고."

"...."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한 대 때릴 기세였습니다.

솔직히 한 대 맞을까봐 무서워서 가만히 있었습니다ㅡㅡ

한참을 아빠가 물어보길래

"지금 나 듣고 있는 거 안 보여? 엄마한테 뭐라고 그러는 거야?"

"너가 왜 나서. 엄마 아빠 일인데."
"지금 그 말 잘됐다고 생각해? 입에서 나오는 거면 다 말인 줄 알아?"

"그러니까 너가 왜 나서냐고. 엄마 아빠 일인데."

라는 겁니다.

 

어이없어서 그냥 말았습니다.

또 한 동안 욕ㅈ ㅣㄱ ㅓ리가 이어지더군요. 그러더니 선풍기 던지는 소리까지 납디다?

아마 엄마가 나가신 후에, 저도 짜증나서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며칠 동안 말도 안 했습니다.

아마 아빠도 심심했을 겁니다.

일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아내가 반겨주길 하나, 애들이 와서 말을 하나.

 

그러더니 며칠 후에 외식이나 하자고 합디다?

그래서 나갔죠. 뭐 거기서는 별 일 없었는데

제가 (나름) 철이 들고 난 후에도

이런 욕들은 여지없이 날라왔습니다.

 

밖에서 기분 좀 안 좋은 일 있었을 때, 술 먹고 기분 나쁘게 취했을 때 등등 말이죠.

자식들이 있는 데서도 아무렇지 않게 욕을 해댔습니다.

그럴 때마다 전 밖에 나가서 남자친구 부여잡고 한바탕 욕&울고 들어왔고요.

 

이런 우리 아빠.

저 이번에 아빠한테 "뭐?!" 한 마디 날리면서

'차라리 때리기라도 하면 깜빵에 집어 처넣기라도 할텐데'라는 생각 했습니다.

 

신체에 상처를 주는 것 못지 않게 정신, 마음에 상처 주는 것 역시

아물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처라 생각합니다.

 

이런 우리아빠. 어떻게 해야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