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어서 그러는데 힘내라고 좀 해주세요~

꿍꿍이엄마2007.08.20
조회1,030

 

제 나이 스물여섯..

스물다섯에 만난 동갑내기 남자와 스물여섯에 결혼..

이제 몇달만 기다리면 엄마가 되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군대에 갔다 지원을 해서 부사관이 된 남편은..

올해로 군생활 5년째..

 

연애 기간은 짧았지만 남들 몇배로 우여곡절이 많았죠.

시아버님이 5년 전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현재 거동이 조금 불편하시고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으셨어요.

어머님도 몸이 안좋으셔서 자주 병원에 입원하셔요.

남편은 아들 둘에 장남이고

저는 그냥 평범한 가정의 늦동이 막내로 9살 연상의 미혼인 언니가 하나 있구요.

 

처음 결혼해서는 시댁의 12평 임대 아파트에서 시부모님과 같이 살았지요.

아버님은 계속 병원에 계셨기 때문에 거의 어머님과만 살았지만요.

그러다 친정 부모님이 근처로 이사를 오셔서 저희는 조금 더 넓은 친정에서 생활하게 되었지요.

그러다 군인 사택이 나와서 지금은 여차저차 친정에서 살림살이를 장만해주시고..

모아둔 돈이 부족해서 사업하는 언니에게 돈을 조금 빌려 보증금과 관리비 선수금을 내고 입주를 했지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저희가 빌린 돈 말고도 살림살이 장만하는데 언니가 몰래 돈을 해주었더라구요.

 

그렇게 친정부모님과 언니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둘만의 진짜 신혼생활이 시작되었지만

마냥 좋기만 하더군요.

남편은 착하고 자상하고 저한테 잘해줘요.

저도 그런 남편을 사랑하고 아내로써 할 도리를 다하구요.

 

왠만큼 산다는 데 시집간 친구들.. 시댁에서 뭐랑 뭐랑 해줘서 다 갖춰져서 시작하는 친구들..

하나도 부럽지 않았었는데..

 

현실은 참 매정하더군요.

점 점 더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병원비는 안 보태드리더라도 한번씩 병원에 갈 때 마다 용돈드리고 먹을 거 사들고 가야하고..

현재 군대에 계시지만 한번씩 휴가나오시는 도련님 용돈드리고 맛있는 거 사들이고

휴대폰 요금 대신 내드리고 [결혼 후에 안 사실인데 도련님 휴대폰이 남편 명의로 되어 있어서 남편이 요금을 대신 내주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가끔씩 찾아오는 시댁 식구들..

시부모님뿐 아니라 시고모님들까지 [근처에 사세요]

이제는 휴가나온 도련님까지..

 

게다가 신랑은 현재 전라도로 교육가고 없어요.

신랑도 없고 생활비도 다 떨어지고 빚까지 있는데 집에 와계시는 시댁 식구들..

식사 챙기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한번씩 친정 엄마께서 장을 봐다 주세요.

그리고 음식도 다 만들어 보내주시곤 하죠.

돈 때문에 어려운 거 알고 홀몸도 아닌데 힘들까봐..

그런 거 알아주는 건 역시 엄마..뿐이더군요.

 

결혼식도 거의 저희 집에서 다 준비하다시피 했었는데..

그래도 친정 부모님은 신랑이 진실되고 성실하고 또 우리 딸만 사랑해주면 된다고..

좋아하셨죠. 처음에 결혼을 심하게 반대하던 언니도 지금은 신랑이랑 친하게 지내구요.

저도 우리 신랑 너무 좋아하고 사랑해요.

신랑은 늘 미안해하고 고마워하죠.

그럴때마다 당연한 일이니까 그러지 말라고..

만약 입장이 바껴서 내가 그런 입장이였다면 자기는 나랑 안살았겠냐고..

돈이 좀 있으면 좋겠지만 없는 형편이라도 열심히 살자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나아질거라고..

 

그런데.. 너무 힘드네요..

차마 시댁식구들 앞에서는 힘든 내색 못하겠고..

며느리로써 형수로써 이 정도는 당연하게 해야하는 건데..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힘들어하는 제가 철없고 잘못된거 같기도 하고..

 

자꾸만 눈물이 나네요.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아직은 제가 철이 없고 어린가봐요.

이 정도에 벌써 약해지고 힘들어하다니..

 

저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고계신 분들 많을텐데..

며느리로써 아내로써 저보다 더 최선다해 살아계시는 분들 많을텐데..

 

고생도 모르고 자라서 이제 겨우 고생 좀 한다고 투정부리는 것 같아 부끄럽네요.

고생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선배님들의 조언과 꾸지람.. 뭐든지 좋아요.

다시 으쌰 으쌰 힘내서 착한 며느리, 좋은 아내, 훌륭하고 강한 엄마가 되고 싶네요.

살아가는 건 다 그런거죠?

이렇게 조금씩 익숙해지고 강해지는 거죠?

이제 시작일 뿐인거죠?

 

우리 엄마도 어머님도.. 다른 모든 어머니들도 다 이런저런 일을 겪고 지금에 이른거죠?

 

저도 제가 왜 우는지 모르겠어요.

이 정도 일로 뭐가 힘들다고 징 징 거리는지..^^;;

좀 더 강해져서 신랑이 교육에서 돌아올 때 쯤엔 씩씩한 대한민국 군인의 아내가 되어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