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레슨 35

forever2003.06.19
조회1,666

출처 - 니나랑 폴이랑 카페 (cafe.daum.net/ninap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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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레슨 35

 

 

 

 

 

얼만전에 화제의 드라마라는 올인을 봤다.

이곳에서도 저녁마다 한국 방송이 나오고 한국 프로그램을 비디오로

빌려볼 수도 있지만 내가 본 건 거의 없다.

크게 히트를 쳐서 사람들이 많이 추천해주는 드라마나 한두개 볼까…

지금 생각하니 제대로 첨부터 끝까지 다 본 드라마라고는 가을동화하고

겨울 연가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 중에 올인을 다 보게 된 이유는 순전히 울 교회다니는 언니가

넘 재밌다면서 자기가 빌려온 비디오를 빌려줬기 때문이다.










올인은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전개가 빨랐고 재미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감동적이기까지 한 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올인때문에 도박 붐이 일어난다고 우려하는 기사도 읽었는데

난 원래 도박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그런지 별 상관 없었고…

오히려 올인의 영향을 받은 건 신랑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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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카드 게임, 특히 포커에 관심이 많다는 건 하와이에서 LA로 이사올 때

짐정리를 하면서 알게 됬다…

옷장 속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책들을 보니 순 “포커 이론,”

“카드 컨트롤,” “갬블링의 기초” 이런 책들이다…







니나: 이게 뭐야? 포커 좋아해?

신랑: 고등학교 때 좀 했었어







고등학교 때 좀 했다는 게 얼마나 한 거길래 포커책을 사다 놓고

공부를 해가며 쳤다는 건지… -_-

혹시 도박 중독자에게 시집와서 빚더미에 눌려사는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덜컥 겁이 났는데…








우려와는 달리……

결혼한지 3년이 넘도록 나는 신랑이 포커치는 걸 본적이 없다……

근처에 라스베가스가 있는데도 한번 가보자는 말도 안 한다…

이젠 도박 중독자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고 혹시 제2의 김인하가 되어줄 수는

없는 걸까 하며, 내쪽에서 일말의 기대를 갖고 조르기 시작했다……-_-








니나: 우리 라스베가스 갈래? 포커 치러?

신랑: 싫어

니나: 왜?

신랑: 돈 잃을 껄

니나: 고등학교 때 맨날 땄다면서?

신랑: 그거야 친구끼리 하는 거니까 판돈이 적었지

니나: 그게 뭔 상관이야, 돈 따면 되쟎아

신랑: 어떻게 매번 따냐… 잘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니나: 그래도 크게 따고 빠지면 되쟎아…

신랑: 게임 시작하자마자 따는게 아니니까 버틸만큼 돈이 받쳐줘야지…








흠, 아무래도 난 송혜교처럼 바닷가에 있는 좋은 집을 선물로 받긴

틀린 것 같다…

물론… 신랑이 영화 한편만 잘 찍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울 신랑이 유명한 영화 배우 되는 확률보다는

포커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아서리 … -_-









이런 신랑이 포커보다도 더 좋아하는 건 카드 마술이다…

신랑이 거금을 주고 세트로 들여놓은 카드 마술 DVD 도 두 종류가 있고

마술책도 엄청 많다…

아버님과 무지 친해서 신랑이 uncle 이라고 부르는 아저씨가 있는데

그분이 프로 마술사라서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배웠다는 것이다…

마술에 사용되는 화려한 눈 속임수도 나한테는 아주 유용한 도박 기술로

보인다…








니나: 지금 마술한 것처럼 카드 바꿔치기 하면 맨날 돈 따겠다

신랑: 그런 짓을 왜 해?

니나: 원래 도박에서 속임수로 돈 따는 거 아냐?

신랑: 엥??? 그건 아주 수준이 낮은 거야… 오래 못가…

니나: 그럼 따는 사람은 어떻게 맨날 따?

신랑: 확률하고 배짱으로 따는 거지..

니나: 그치만 초보랑 할 때는 속임수 써도 눈치 못 채지 않아?

신랑: 너 교회 다니는 거 맞아?

니나: 그, 그냥… 호기심일 뿐이야…!







흠, 자꾸 글을 쓰다보니 역시 올인의 영향을 받은건 나라는 생각이… -_-






어쨌든 신랑이 카드 게임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믿고 있던 내가

라스베가스에 가보자고 조르던 중…

신랑은 새로운 게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 개인적인 소견으로 보아도 현존하는 카드 게임 중 가장 오묘하고

수준 높은 게임……

고스톱이다…










올인에서 고스톱 치는 장면을 보고 있는데 신랑도 옆에 와서 함께 본다……






신랑: 저것봐… 코리안 카드 게임한다!





이병헌과 허준호가 “탄” (이거 맞나? 고스톱에서 화투를 몰래

순서대로 정렬해 놓고 치는 거…)이라는 걸 써서 왕창 돈을 따는

장면이었다…








신랑: 저게 이긴거야?

니나: 응

신랑: 많이 이겼어?

니나: 응

신랑: 왜?

니나: 뭐가 왜야?

신랑: 쓸데 없는 거만 많이 먹었는데 왜 이겨?

니나: 뭐가 쓸데 없어?

신랑: 아무것도 없는 그림만 많이 먹었는데…

니나: 아무 것도 없다니… 다 그림들이쟎어…

신랑: 하지만 캉도 없구, belt 도 없는 거 많이 먹었어…






캉은 뭐구, 벨트는 뭐냐????





니나: 캉이 뭐야?

신랑: 동그랗고 Chinese 글자 붙어 있어…

니나: 광을 말하는 거야?

신랑: 응, 캉이 제일 높아…






그럼 벨트는 띠를 말하는 건가…?






신랑: 캉하구 벨트하고 동물이 높아… 다른 거는 점수가 없어…

니나: …?????... 아니, 그런건 도대체 어디서 배운거야???







혹시 울 신랑도 김인하같은 도박 천재가 아닐까?

게임을 몇번 보기만 해도 단번에 파악하는 능력이 있는…

근데… 고스톱을 보면서 민화투가 파악되는 재능도 있나…?







신랑: 옛날에 배웠어…

니나: 언제?

신랑: 대학교 졸업할때…







미국 대학에서 졸업하는데 왜 화투를 배운다는 거야?





니나: 누구랑 쳤는데?

신랑: 창모님…

니나: 엥?

신랑: 졸업식땜에 미국 오셨을 때 가르쳐줬어…

니나: -_-







한국 아줌마들의 화투 사랑을 누가 따르리요…

울 엄마로 말할 것 같으면 내 졸업식때 미국오는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미국 사람한테까지 민화투를 가르쳤다고 한다……

미국 도착할 때까지 둘이서 내내 같이 치고 왔다는…… -_-

영어라곤 한마디 못해서 맥도날드 햄버거도 못 시키는 울 엄마가

어떻게 첨보는 미국 사람에게 민화투를 가르쳤다는 건지…

정말 불가사의다……








니나: 그럼 어떤 그림이 매치하는지 다 알겠네?

신랑: 재미없어서 안쳤어… 잊어버렸어…

니나: 민화투를 치니까 재미가 없지

신랑: 그럼 뭘쳐?

니나: 저기 텔레비젼에 나오는 건 고스톱이라고 하는 거야.

신랑: Go Stop! 왜 미국 이름이야?

니나: 몰라…

신랑: 신기하다… 갈켜줘







고스톱을 가르친다… 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고스톱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이야 별 어려울 게 없지만 생각해보라,

얼마나 복잡한 규칙이 많은지…

누구와 치는가에 따라 덧붙는 규칙도 한두개가 아니다…







니나: 룰이 복잡해서 넌 못 칠껄…

신랑: 포커보다 더 많아?

니나: 포커? 음하하하하… 가소롭군…

신랑: 무시하지마! 할 수 있어!

니나: 그래? 그럼 해보자…







우선 피를 한장 들어서 보여주었다…





니나: 고스톱은 민화투와는 틀려… 피가 중요해

신랑: Pee? 또 미국말이다! 근데 하필이면 왜 pee 야?

니나: 미국말 아냐, 한국말이야… 껍질이란 뜻이야

신랑: 그래? 하지만 pee 라고 하니까 화장실 가고 싶어졌어…

니나: …-_- (뎬장…)






점수 계산법을 알려주었다

피는 열장 모으면 1점, 띠랑 동물은 5장 모으면 1점, 광은 3개 모으면

3점이라고 말해주었다.







신랑: 거봐! 캉이 젤로 쌘 거야

니나: 그렇게 간단한 게 아냐! 광은 5장밖에 없다구!

신랑: 어떤 거 어떤 거?

니나: 1월, 3월, 8월...

신랑: 엥? 카드에 월도 있어?

니나: 응 그것도 외워두면 좋아…






미리 예상을 했었지만 신랑의 표정은 슬퍼지기 시작한다…





신랑: 그냥 치면서 배우면 안 돼?

니나: 알았어 쳐봐…





휴~ 그렇게 해서 치게 된 고스톱 판은… 말그대로 disaster 이었다… -_-







니나: 초 십끝은 동물하고 같이 놔야 돼

신랑: 왜?

니나: 그건 그냥 동물하고 똑같이 치는 거야

신랑: 왜?

니나: 몰러!









신랑: 나 캉 세개니까 3점이야

니나: 비광이 끼면 2점이야

신랑: 왜?

니나: 몰러… -_-









신랑: 너 pee 10개 밖에 없는데 왜 3점이야?

니나: 쌍피가 두개 있쟎아. 이건 두개로 치는 거야

신랑: 내가 모르니까 막 만들어 내는 거지?

니나: 진짜란 말야…

신랑: 그럼 쌍피가 어떤 건지 어케 알어?

니나: 외워… 9월, 11월, 12월에는 쌍피가 있어…

신랑: 어떤게 9월, 11월, 12월이야?

니나: 젠장… -_-









신랑: 이건 코토리야

니나: 아냐…

신랑: 날라가는 거 3개 있어

니나: 비는 치는 거 아냐

신랑: 그런 게 어딨어!

니나: 여깄어









신랑: Go!

니나: 나지도 않고 뭐가 고야?

신랑: 벨트 3개 모았어…

니나: 응… 근데 비는 안 돼…

신랑: 왜 자꾸 비만 안돼? 나한테 비가 다 있으니까 그러는 거지?

니나: 뜨아~~~~!!!! 치지마!!!!!

신랑: 안쳐! Pee 하러 갈꺼야! 이 첨쑤니 바둑아!








그러더니 정말로 Pee한다며 화장실로 가버린다… -_-

저, 저 인간을 확……!

부글부글 끓는 속을 진정시키기가 힘들어....

생각난 김에 스킨 케어에 전화해서 점을 빼기로 예약을 했다… -_-

다시는 바둑이 소리를 듣지 않으리!!!









첫날 고스톱에 데었는지 신랑은 그 후론 고스톱 치자는 말이 없었다…

나는 가끔 인터넷 게임 사이트에 들어가서 고스톱을 치며 혼자 노는

수밖에 없었는데…








며칠 전에 고스톱을 치려고 사이트에 들어가서 로그인을 해보니……

분명히 돈을 다 잃어서 겨우 20만원 충전해 놓고 나갔었는데……

돈이 67만원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뭐냐, 이건……







니나: 인터넷에서 고스톱 쳤어?

신랑: 응

니나: 엥? 한국말 사이트에서 어떻게 찾아갔어?

신랑: 그림보구 찾아갔어… 니가 누르는 것도 보구…

니나: -_-

신랑: 내가 돈 많이 따놨지?

니나: 어, 어…… (뎬장… 쪽팔려… -_-)








그렇지만 사이트는 어떻게 찾아 들어갔다고 해도……

어떻게 단번에 돈을 3배로 불려 놓았는지 신기했다……






니나: 룰도 잘 몰르면서 어케 많이 땄어?

신랑: 모르긴 왜 몰라? 감이 있는데... 캉도 많이 먹었어……






이,이런…... 경우를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라고 했던가?

고스톱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사람이 판에 끼게 되면 잘 치는 사람은

오히려 감이 안잡혀서 망하는… -_-








신랑: 그리고 넌 Go Stop 다시 배워야 겠더라…

니나: 뭐? (아니, 이 인간이 감히…!)

신랑: 코토리에 비 날라가는 것도 낄 수 있어…

니나: 누가 그래?

신랑: 인터넷에서는 맨날 그래

니나: 그건 비도리야!!!! 전통 고스톱엔 없는 거라구!

신랑: 괜히 변명하지마… 정직하게 살아봐…






아니 저 교만한 표정은 뭐지!!!!

인터넷에서 좀 잘했다고 그새 스승을 무시하는 게냐?







니나: 나랑 한판 붙을래?

신랑: 시러

니나: 왜?

신랑: 인터넷으로 연습 더 하구 와

니나: (파시시시시식~!!!!!)

신랑: 돈 떨어지면 말해, 내가 따줄께…








그 후로 신랑의 교만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요즘도 내가 인터넷에서 고스톱만 치면 뒤에 와서 끝없이 잔소리를

해댄다…… (아구 귀찮어… -_-)








화투는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고

원조는 역시 민화투라고 들었는데……

재미도 없고 머리 쓸 일도 별로 없어보이는 이 민화투를

고스톱으로 바꾼 한국 서민의 기발함은 언제 생각해보아도 놀랍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껍데기를 오히려 가장 막강한 tool 로 만든

고스톱…!

언젠가 쓴 적 있지만 머리 쓰며 노는 문화는 역시 한민족이 막강하지

않은가 한다…








5시간만 운전하면 갈 수 있는 라스베가스 바로 옆동네에 살지만……

포커든 블랙잭이든… 관심없다…

고스톱이 있는 한 내게는 아쉬울 게 없다…ㅎㅎㅎ








- 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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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카페에 올라와 있는 한국말 레슨을 다 올렸네요...

다음얘기가 또 올라오면 다시 올리도록하고

모두 즐감하셨길 바랍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