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국민학교 성적표 & 큰애에게 하는 거짓말

전망200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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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국민학교 성적표는 시골이지만 양반 가정에서 태어난 탓인지,

국어 (양),   사회 (가),   바른생활 (양),  체육 (가) . . . . . 산수 (미)

 

그때 나는 부끄러운 줄도 몰랐고 지금처럼 왕따도 없는 순박한

시골 작은 국민학교에서 그런 성적으로  육년을 다니며,

한 학년을 마칠 때 친구들이 우등상,  개근상을 받으면 뒤에서 열심히

박수 치며 부러워한 적도 한번 없다.

 

그리고 성격도 내성적이라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지도

않고 곧장 집으로 돌아와 동생들을 돌보며  골방에서 숙제를 마치고

이야기책 읽기를 즐겨했다.

 

그때 시골 우리집은 지붕이 다섯개로 규모가 커서 거지가 동량을 오면

안채에서 곡식을 한바가지 얻고는 사랑채로 향했다.  다른집인줄 알고 . . .

 

집안에는 살림살이,  농기구,  창고 가득 곡식도 있었지만 골방에는

삼촌,  고모,  언니가 읽었던 책도 엄청 많았다.  

한참 친구랑 재미있게 뛰어놀 나이에 나는 친구보다 동화책,  위인전기

읽는 것이 좋았고 시골에는 친구들도 농번기에 일을 하기 때문에 같이 놀

친구도 사실 없었다.

 

그렇게 꾸준히 책을 읽었어인지 국민학교 성적표는 양가양가 였지만

시험에서 떨어진 적도 없다.  그것은 대단한 시험을 본적이 없어서 이기도

하고 회사 입사시험에는 아직도 잘 못하는 국어 받아쓰기 같은 어려운

문제가 나오지 않는 행운도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나는 한글 쓰기를 잘 못해 대부분 문서를 한문과 영어로

작성했다.  한문은 꾸준히 신문을 읽어 익힌 실력이고 영어는 잘 못해도

반복되는 내용이 많아 한번 알면 언제까지나 써 먹을 수 있었다.

 

그런 나를 동료직원들은 대단한 실력이 있는 줄 아는 눈치였지만, 

아직도 직장 다닐때 자주 접한 단어 셋  製品,  在工品,  材料 의 한글 앞 글자인

'제' 와 '재' 를 확실히 구분 못한다. 

 

지금은 이름이 바뀐 초등학교 이학년에 다니는 우리 큰애에게,

 

전망 : 아들아!  공부 좀 열심히 해라,  내일 시험인데 . . .

큰애 : 저는 공부가 어려워요 . . .   어머니는 학교 다닐때 공부 잘했어요 ?

전망 : 그래 나는 전부 백점만 받았다.   너도 엄마처럼 백점 받고 일등해야

          어른이 되면 네 꿈인 CEO 가 되지 . . .

큰애 : 알았어요,   그럼 열심히 공부 할께요.

 

지난해 일학년을 마치며 학교에서 발행하는 글모음(교지)에 학년 대표엄마로

글을 실은 나를 순진한 우리 큰애는 대단한 엄마로 생각하고 . . .

 

큰애 시험날이면 나는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고,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아이를 깨워

요점을 공부 시켜 학교를 보낸다. 

평소 실력보다 실전에 강한 큰애는 아직 시험 점수는 잘 받아오고,  엄마가

학교 다닐때 구경도 못한 상도 가끔 받아 온다.

나는 시험 성적이나 상보다 평소 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데 두고두고 우려 먹을 진짜 실력 . . . . .

 

나는 국민학교때 유일하게 '미' 를 받은 과목 산수에 나오는 숫자 0 ~ 9  덕분에

빳빳한 신권을 지갑에 두툼하게 넣어 다니며 친구들 앞에 폼나게 밥도 사고,

동생들 등록금도 되주고,  부모님의 고단한 짐도 들어 드리고,

고급 옷집의 단골 손님도 됐다.

 

오늘 저녁 큰애에게 수학 문제를 풀어라 하고 옆에서 지켜봤다.

그런데 아이가 암산으로 척척 맞히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나는 것은 왜일까 ?

너는 내 아들이 맞구나 동시에 생각이 들며 콧등이 찡 하는 것은 . . .  

하필 다른 과목보다 수학을 잘하는 것은  유전일까 ?

 

아들아!

사실 엄마 국민학교 다닐때 공부 정말 못했어 . . .  

거짓말 미안해 . . .   언제쯤 고백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