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아 할아버지

보리깡2007.08.24
조회149
매니아 할아버지

일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북적이는 러시아워 시간이 막 지난 시간 업무상 야근을 하는 난 피곤함이 얼굴에 드러낸 체 빨리 집에 가서 따뜻한 내방에 몸을 누울 생각에 귀가 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자리가 없어 한쪽 벽에 몸을 기댄 나는 승하차를 하는 사람이며, 예쁜 여성들을 슬쩍슬쩍 엿보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노인석 앞에서 특이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심상치 않은 할아버지께서 큰 이어폰을 쓰시고 젊은이들이 흔히 그렇듯이 쩌렁쩌렁 귀가 울릴 정도로 음악을 듣고 계신 것이 아닌가(편의상 매니아할아버지라고 적는다) 이 정도만 가지고는 심상치 않은 할아버지라고 앞서 밝히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음악에 맞춰 발을 구르며, 엄지손가락과 중지를 엇갈리며 딱딱딱 장단까지 맞추는 것이 아닌가! 러시아워가 막 지난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정말 특이한 할아버지군...' 하며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중 또 다른 상황이 벌어지는데....
노인석에는 먼저 할아버지 두 분이 앉아 계셨는데 이 할아버지들도 매니아 할아버지의 행동이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셨는지 찬찬히 보시기도하고, 웃음을 보이기도 하시고, 하여튼 특이한 사람이구나 하며 얘기 를 나누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과장된 행동은 가끔 만인에게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때 열차는 다음 역에 도착하고 노인석에 앉아 계신 한 분이 내리면서 빈자리 하나가 생기게 되었다. 앉아 계신 할아버지께서 매니아 할아버지 에게 자리를 청하는데, 선뜻앉아야 할 분이 거절을 하며, 같은 행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지켜보던 나도 슬슬 짜증이 묻어나는데 바로 앞에 계신 분들은 적잖이 약들이 오르셨을 것 같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리에 계신 할아버지표정이 급기야 짜증이 슬슬 화로 변해 가고 있는 듯하더니 얼굴을 찡그리시며 큰소리로 “자리에 앉으라니까”라고 외치는 것이다. 매니아 할아버지 손을 흔들며 (듣고 계신 음악 때문에 소리는 더 컸다) 아 무슨 생뚱맞은 외침인가?
치질∼ 치질∼
난 쓰러지는 줄 알았다. 아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주변의 이목은 온통 매니아 할아버지에게 쏠리고 있었다. 굳세어라 금순아도 아닌 굳세세요 매니아 할아버지 그 이후로도 매니아 할아버지의 음악소리는 여전히 크게 울리고 있었다. 발장단도 굳굳하게 울리고 있었다.

따뜻한 내 방에 누워 본다. 여운이 길게 남는다 치질∼ 치질∼
할아버지의 치질이 빨리 완쾌되어 편히 자리에 앉아 여행하시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