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업 ; 운명같은 사랑

님프이나200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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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대신 메탈헬라이트가 눈부신 밤거리 아름다운 커피부스 하나가 보였다. 아름다운 부스 안의 카푸치노는  거품이 새하얐는데 그것은 달콤한 만큼 폼 새가 제법 관능적이었다. 쌀쌀한 거리의 사람들은 부스에서 커피를 받아들며 바삐 걸어 다녔다.


“꼭 크리스마스 닮았어요.”

화려한 메탈헬라이트의 빛 아래 뾰족뾰족한 겨울 나뭇잎들이 비니 아래 유리의 귀여운 코에 섬세하게 내려앉았다. 유리는 비니가 잘 어울린다. 그런지룩에 귀여운 코와 함께 즐거운 분위기의 퍼니 페이스가 만들어 낸 조화인지도 모른다.


인파를 헤치고 부스 안으로 함께 들어간 제이슨은  웃었다. 부스안의 점원으로부터 받아들어 유리가 건네 준 리틀카푸치노의 거품이  눈을 맞은 크리스마스 트리도 닮았기 때문이다. 유리로부터 카푸치노를 받은 제이슨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스캔들에 대한 부담도  역겨울 정도로 포장된 여자들의 섹시함도 없이 순수한 예쁜 걸과의 데이트가 마냥 신났다.

“저기 좀 봐? 쟤네들! 둘이 진짜 서로 좋아하나 봐?”

   

“치! 내가 더 잘 어울려.”

“웃기지마, 내가 더 잘 어울린다!”


하지만, 도심의 데이트에는 몰래가 없었다. 마이크핀으로 남몰래 화상인터뷰는 할 수 있었지만 커피부스에서의 남몰래는 있을 수 없었다. 반대편 사이드에서였나? 거리 한복판 커피부스 건너편 스타벅스에서였다. 거리의 어둠과 소음에 묻혀 있던 제이슨과 유리의 모습이 뾰족한 나뭇잎에 떨어졌던 메탈헬라이트 빛으로 드러나 그대로 노출되었다. 노출된 모습은 스타벅스의 전면 유리벽을 통해 삼삼오오 커피를 즐기던 사람들의 눈들에 그대로 드러났다.


삼삼오오 사람들은 수군수군 난리였다. 그들의 생각은 과히 일반적이었다. ‘내가 제이슨하고 더 잘 어울릴 텐데!’ ‘저 여자 복 받았군.’ 마침내 한 떼의 수군거림은 다시 거리의 반대편 사이드의 젊은이들을 솔깃하게 했다.


“제이슨?”


솔깃한 젊은이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일제히 뒤돌아보았다. 


뒤돌아본 그들은 일제히 제이슨에게 싸인을 요구했다. 원의 중심처럼 몰려들었다. 유리는 한편으론 경쾌했다.   왜냐하면, 몰려든 제이슨의 팬들이 다행히 10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리가  어린 팬들에게 다행히 얻어맞지는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린이들의 질투심과 젊은이들의 질투심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과 달리 젊은이들은 억지는 있어도 그에 상응한 분별은 있기 때문이다.


“휴!”

싸인을 마친 제이슨은 팔을 위로 뻗으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도시의 밤거리가 생각보다 아름다워요. 사람들도 모두가 멋쟁이고! 재미교포 2세로서 기분 좋아요. 사실, 난 서울이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릴 적 이후 처음이에요. 사진으로만 몇 번 보았을 뿐이죠. 카푸치노의 맛 그대로에요.”


“요즘 몇 년 새 도시가 무척 낭만적으로 되었어요.”

유리의 말대로 서울이란 도시는 몇 년 새 무척 아름다워졌다. 크리스마스부터 신년행사가 있는 기간동안에는 더욱 그렇다. 메탈헬라이트의 빛과 함께 여기저기 세워진 빛나는 루미나리에도 그렇지만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옷차림은 형형색색 나날이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시간을 예측할 수 없듯이 빠알간 도심의 순환버스가 정차했다.


“나, 빨간 버스도 한 번 타 보고 싶어요.”

“좋아요!”


서울의 낭만적인 모습에 반한 제이슨은 빨간 순환버스를 타고 유리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고 유리는 허락했다. 못할 것 없었다. 제이슨은 투다닥 버스 계단에 먼저 올랐고 유리는 제이슨이 내민 커다랗고 섬세한 손을 잡고 함께 계단을 올랐다.


하마터면 야간의 순환버스에 단 둘이 있을 뻔도 했다. 슬쩍 보기에는 적어도 그랬다. 제이슨과 유리를 알아 본 운전모를 쓴 버스기사는 씽긋 코에 주름이 잡히도록 눈짓으로 인사했다. 또 그 바로 뒤에는 13세 정도로 보이는 여중생과 남중생이 한명씩이 있었다. 그들도 어린 심야 데이트족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이 때는 모른다. 남자가 여자에게 어떻게 해야 될지, 여자가 남자에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 때다.


그 때문에 제이슨과 유리는 함께 웃음이 나왔다.


“제이슨, 다 왔어요.”

유리는 버스가 정차할 순간을 맞춰 제이슨에게 말했다.

“순환버스의 끝이 우리 집이거든요. 그러니까 도심관광 마지막 정차역이죠.”


“단지까진 내가 바래다 줄 께 요.”

차창으로 들어오는 겨울바람에 흔들려가며 제이슨은 모든 풍경을 가슴에 담아두듯 웃음을 흘렸다.


제이슨은 유리네 아파트 단지도 신기하다는 듯 빠져 들어가며 유리와 함께 산보했다. 그것은 친구들과 LA에서 함께 소박하게 살아가던 시절에 대한 향수이기도 했다.


“단지가 너무 짧아. 내일도 볼 수 있는 거죠?

“당연하죠.”

‘  어머나! 여자가 할 말은 아닌데?’

그는 사랑스런 애인과의 너무나 짧았던 산보에 아쉬워했다. 하지만 유리는 그의 아쉬움에 대한 속삭임에 너무 기분이 좋아 그만 여자가 좀 참아야할 말을 내뜸해 버렸다.


“잘됐다.”

그는 기다란 쟈켓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몇 발자국을 소년과 같이 톡톡 두들겼다.


“ 사실, 나도 이사 왔어요.”

“ 네?”


포켓에서 손을 뺀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유리네 아파트 건너편 바로 앞 동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