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업 ; 운명같은 사랑

님프이나200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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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에서 손을 뺀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유리네 아파트 건너편 바로 앞 동을 가리켰다.


그가 엄지손가락이 가리킨 동의 한 지점은 불빛이 환히 반짝였다.

‘웬 폭탄 맞은 소리인가?’

유리는 믿을 수가 없었다. 또 그곳은 용호네 아파트 바로 위층이었다.

 “ 제이슨! 여행이 아니라, 이사 왔다고 요?”

 “ 넵!”


유리는 갑자기 자신의 귀가 의심스러워 졌다.


“방금 전화 왔어요. 매니져가 이집이라네요.”

건너편 바로 앞 동을 가리켰던 그의 손은 띠리링 신호와 함께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 레이싱영화 감독에게도 캐스팅 다시 하라고 그럴 참이에요. 김재동에겐 미안하네요. 오늘 영화홍보도 하고 그랬는데… 하지만, 내일 전화해서 함께 잘해보자고 그래야 되겠어요.”


“물론, 심형래가 하는 일을 김재동이 못할 리가 없죠.”

“심형래? 그 사람 훌륭한 사람이에요?”


“아무튼, 난 여기서 배우생활도 새롭게 시작할 거에 요. 물론, 당분간은 좀 쉬겠지만!” 

제이슨은 바람이 움직이도록 쟈켓에 손을 푹 쑤셔 넣은 채,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쉬었다 한반도 일대를 관광하고. 자본투자해서 제작이나 감독도 할 거에 요. 그러면 재미교포로서 자부심도 생길 것 같아요. 우선 운전면허부터 갱신해야겠다.”

“정말 황당하군요.”     


한국 연예계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오늘 만난 김재동 뿐이고 심형래도 모르는 사람이 한국에서 영화 활동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유리는 황당했다. 말리부에서 삐까번쩍 성에서 살던 왕자가 철부지 독신남들이나 사는 아프트에서 살겠다는 것도 이상한데 말이다.


“그럼요! 최근에 한 가장 미친 짓이 뭐에 요?”

“흠, 제이슨과 데이트한 것!”


“바로 그거에요. 정해진 룰에서만 산다면 행운은 찾아오지 않아요. 그럼, 재미없잖아요. 사실 나 만나서 좋았죠?”

갑자기 멋진 바보에 씩씩하기까지 한 그의 말에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나 같은 남자가 이렇게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은 별로 안 좋아요. 유리씨 같이 예쁜 여자는 잘 모르겠지만.”

“예쁘게 성추행이나 당!”

  

유리는 제이슨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의 연속에 방방 뜨려했는데  제이슨의 멋진 포즈가 그만 유리의 입을 막았다. 예전에는 그랬다. 유럽의 왕자, 상류사회의 킹카, 탑크라스의 연예들은 그저 딴 세상의 사람들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직접 사귀어 보니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이슨의 경우는. 


 “굿 나잇!”

그가 스위스쵸콜릿 한 개를 케이스 채 꺼내 촉촉이 유리의 입을 막았을 때였다. 함께했던 시내 커피부스에서 보다도 그가 그냥 남친 같이 참 멋졌다.


유리는 마지못해 그녀의 작은 얼굴 가까이서 제이슨을 향해 작게 손을 흔들었다. 어둠 속, 제이슨이 유리의 눈동자에서 작은 한 점이 될 때까지도 계속이었다. 왜냐하면 유리가 얼마를 더 살지 모르지만, 이 보다 설레고 좋은 기억은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