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스무잔은 못 마시겠더라구요

김정미200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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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지금 잠들테니 제발 조용히들 해야한다"

"알았어요"

"만약 너희들로 인해 새벽녘에 잠이 깨이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알아서 모시겠나이다"

 

몸보다 마음이 더 피곤한 휴일을 보내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 일찌감치라는 시간이 몇시정도냐구요?

제 좋아하는 개그콘서트를 못 보았으니 아마 여덟시 조금 넘었을거에요 

 

괜히 이 새벽에 일어나 이렇게 수다꽃을 피우는 이유를 알겠지요

옹달샘의 물도 한계가 있듯이 잠도 그러한가 봅니다

 

휴일이지만 출근한 직장에서의 일입니다

저에게 커피 스무잔의 빚이 있는 아저씨와 눈빛이 마주쳤어요

멀찌감치서 커피 마시는 흉내를 냈더니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잠시후,

쟁반에 스무잔의 커피를 담아서 가져오신 겁니다

하루에 만나는 사람들을 헤아려봅니다

흐르지 않고 늘 고여있는 사람들...머물러 있는 사람들.

인사성이 너무나 밝아 늘 나를 부끄럽게 하는 공익요원총각

"요즘 돈 좀 따세요" "그럼요 잃으면 누가 치나요"  고스톱치러 잔돈 바꿔가는 아저씨

젊은날 공주였을것 같은 이쁜 환경 미화원 아줌마

노숙자의 우상인 홍일점 짚시 여인

오늘 나를 당혹하게 하던 커피 자판기 아저씨 등등...

모두들 반갑고 정겨운 얼굴들입니다

때론 나를 활짝 웃게도 만들고, 함께 고민하게도 만드는 저 사람들.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 흐르지 않고 고여있겠지요

그러면서 바램하는 것이 되도록이면 좋은 모습이었으며 합니다

기다려지는 사람으로... 잊혀지지 않는 사람으로 말입니다

그 사람 이름앞에 "친절한" "겸손한" "인사성 바른" 등이면 더욱 좋겠지요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과연 무슨 제목으로 이름 붙여진체 기억되고 있을까요

 

"스무잔의 커피는 어찌 되었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