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지는 않는다. 가끔 살짝살짝 드러나는 흰 치아 사이로 웃음소리가 비어져 나올 뿐이다. 하지만 그 소리만은 경쾌하다. 그 웃음소리는 영화 속 공포에 빠져드는 소녀의 것이 아니다.
영화 <장화, 홍련>(감독 김지운·공동제작 영화사 봄, 마술피리)의 주인공 임수정. 자신의 실제 나이(23)보다 어려 보이는 동안의 얼굴을 한 그녀는 첫 주연 영화의 흥행이 아직은 얼떨떨한 모양이다. 개봉 2주차인 지난 21일 현재 전국 170만7,000여명의 관객을 모은 뒤 2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서도 그녀는 "극장에 무대인사를 가면 제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좀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요"라며 겸손해한다.
그녀가 아직 활짝 웃지 못하는 것은 그러나 이런 겸손함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그녀는 배우들이 겪는 우울함의 일상에 빠져 있다. 뭔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처럼 지나간 영화 촬영과 개봉의 시간들. 혼신을 다해 그 속에서 바쁘게 살았지만 정작 개봉을 한 뒤 그것은 어느새 훌쩍 지나간 한순간의 꿈과도 같은 것일까. 배우들은 자신의 영화로 관객을 만난 직후 늘 그렇게 '우울증'의 바다에 빠져든다.
"이제 영화 <장화, 홍련>은 제 것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를 관객들에게 떠나보내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 가족에 얽힌 비밀과 그로부터 커져나가는 공포. 설화 '장화홍련전'을 모티프로 삼은 영화 <장화, 홍련>에서 새엄마(염정아)의 미움으로부터 동생(문근영)을 지켜내려는 언니 역할을 맡아 증오와 공포 사이를 오가는 임수정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내내 울어야 했다.
"상대 배우의 연기 때문에 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촬영을 위해 온갖 것을 준비하지만 정작 촬영에 들어가서는 염정아와 문근영의 말, 몸짓, 그리고 눈빛을 맞닥뜨리고서 급기야 눈물을 흘렸다. 비극적인 가족의 공포와 증오라는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촬영을 하는 동안 "주체할 수 없이 가슴이 흔들려 울고 또 울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힘겨운 과정을 지나온 사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이미 자신의 곁을 떠났을 때 남는 허전함. 배우로서 겪는 '우울증'은 그렇게 커다란 허전함으로 다가온다. 지만 그 허전함이 없다면 어쩌면 배우는 이미 배우가 아닐 터이다. 그렇게 텅 빈 가슴이 심하게 흔들린 뒤 이제는 말끔히 가슴을 비워내고 새로운 이야기로 관객을 만나야 하는 게 배우의 운명이라면 임수정은 이제 그것에 자연스레 몸을 내맡길 수 있게 됐다.
오는 7월1일 크랭크인하는 영화 <…ing>(감독 이언희·제작 드림맥스)는 임수정이 만나는 또 다른 운명의 배. 영화는 유일한 친구인 엄마(이미숙)를 빼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쉬 열지 못하는 한 소녀가 유쾌한 성격의 대학생(김래원)과 겪는 경쾌한 로맨스를 그린다. 내성적인 성격에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어두운 한구석. 그러나 결코 주눅들지 않는 소녀의 모습. 임수정은 또 그렇게 소녀가 된다.
여전히 소녀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1살 터울인 남동생과 함께 외출할 때면 저보고 '애인이냐' '여동생이군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속상하냐고요? 오히려 속상해하는 건 동생이에요. 백날 뭘 바꾼다고 성숙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바뀌어가는 것 아닐까요?"
지금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조심스레 밟는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처럼 느리지만 알찬 앞날을 준비하고 있다.
임수정 '장화 홍련' 샛별
임수정 '장화 홍련' 샛별
[굿데이] 윤여수 기자 tadada@hot.co.kr
'장화, 홍련' 임수정, 새로운 항해 준비
"달라진 거요? 글쎄요…."
활짝 웃지는 않는다. 가끔 살짝살짝 드러나는 흰 치아 사이로 웃음소리가 비어져 나올 뿐이다. 하지만 그 소리만은 경쾌하다. 그 웃음소리는 영화 속 공포에 빠져드는 소녀의 것이 아니다.
영화 <장화, 홍련>(감독 김지운·공동제작 영화사 봄, 마술피리)의 주인공 임수정. 자신의 실제 나이(23)보다 어려 보이는 동안의 얼굴을 한 그녀는 첫 주연 영화의 흥행이 아직은 얼떨떨한 모양이다. 개봉 2주차인 지난 21일 현재 전국 170만7,000여명의 관객을 모은 뒤 2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서도 그녀는 "극장에 무대인사를 가면 제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좀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요"라며 겸손해한다.
그녀가 아직 활짝 웃지 못하는 것은 그러나 이런 겸손함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그녀는 배우들이 겪는 우울함의 일상에 빠져 있다. 뭔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처럼 지나간 영화 촬영과 개봉의 시간들. 혼신을 다해 그 속에서 바쁘게 살았지만 정작 개봉을 한 뒤 그것은 어느새 훌쩍 지나간 한순간의 꿈과도 같은 것일까. 배우들은 자신의 영화로 관객을 만난 직후 늘 그렇게 '우울증'의 바다에 빠져든다.
"이제 영화 <장화, 홍련>은 제 것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를 관객들에게 떠나보내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 가족에 얽힌 비밀과 그로부터 커져나가는 공포. 설화 '장화홍련전'을 모티프로 삼은 영화 <장화, 홍련>에서 새엄마(염정아)의 미움으로부터 동생(문근영)을 지켜내려는 언니 역할을 맡아 증오와 공포 사이를 오가는 임수정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내내 울어야 했다.
"상대 배우의 연기 때문에 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촬영을 위해 온갖 것을 준비하지만 정작 촬영에 들어가서는 염정아와 문근영의 말, 몸짓, 그리고 눈빛을 맞닥뜨리고서 급기야 눈물을 흘렸다. 비극적인 가족의 공포와 증오라는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촬영을 하는 동안 "주체할 수 없이 가슴이 흔들려 울고 또 울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힘겨운 과정을 지나온 사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이미 자신의 곁을 떠났을 때 남는 허전함. 배우로서 겪는 '우울증'은 그렇게 커다란 허전함으로 다가온다.
지만 그 허전함이 없다면 어쩌면 배우는 이미 배우가 아닐 터이다. 그렇게 텅 빈 가슴이 심하게 흔들린 뒤 이제는 말끔히 가슴을 비워내고 새로운 이야기로 관객을 만나야 하는 게 배우의 운명이라면 임수정은 이제 그것에 자연스레 몸을 내맡길 수 있게 됐다.
오는 7월1일 크랭크인하는 영화 <…ing>(감독 이언희·제작 드림맥스)는 임수정이 만나는 또 다른 운명의 배. 영화는 유일한 친구인 엄마(이미숙)를 빼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쉬 열지 못하는 한 소녀가 유쾌한 성격의 대학생(김래원)과 겪는 경쾌한 로맨스를 그린다. 내성적인 성격에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어두운 한구석. 그러나 결코 주눅들지 않는 소녀의 모습. 임수정은 또 그렇게 소녀가 된다.
여전히 소녀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1살 터울인 남동생과 함께 외출할 때면 저보고 '애인이냐' '여동생이군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속상하냐고요? 오히려 속상해하는 건 동생이에요. 백날 뭘 바꾼다고 성숙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바뀌어가는 것 아닐까요?"
지금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조심스레 밟는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처럼 느리지만 알찬 앞날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