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최면걸기

파란오리200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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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땐 12시까지  일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일이 없을땐,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놀아야 하는 팀에 소속되어 있는 관계로, 아침부터 저는 계속 놀고 있습니다.

쉬는 날 아침 일찍 이어폰을 끼고 가까운 공원까지 산책을 하며,

3월엔 개나리가 정말 예쁘게 피었네

4월엔 아! 라일락 향기가 낮게 깔렸구나!

5월엔 아카시아 꽃이 날려서 발등에 떨어지네.

이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건 어쩌면 제가 솔로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여유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주일에 세번쯤 운동을 하고,

보고 싶은 오페라나 뮤지컬이 있으면 두 달쯤 돈을 모아서  보고,

가끔 주말 저녁에 보고 싶은 비디오를 틀어놓고 맥주한 캔을 마시고,

일주일에 한번쯤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제 생활은 나름대로 즐거웠습니다.

가끔식 옆에 누군가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막상 친구들이 너도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할때가 됐다고 하면, 내가 혼자 있음으로 해서 느끼는 여유와 자유로움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런 제게 시련(?)이 닥쳤습니다.

'니오베의 샘' 아시죠?

신은 인간이 행복해서 자신의 행복을 자랑하는 것을, 그로 인해 교만해지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얘기하고 나니, 좀 오바군요. 이 정도 일에 신까지 들먹거리다니..

하여튼,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제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냥 저런 사람이 있구나 할 줄 알았던 감정은 왜 저 사람일까가 되어버렸죠.

일시적인 감정일거라고 부정해 봤지만, 핸드폰 벨소리가 울릴때마다

그 사람이길 바라며 방정맞게 설레이는 제 가슴을 어쩔 수가 없네요.

물론, 거의 대부분은 그 사람의 전화가 아닙니다. 

 이 감정을 인정할 수가 없어서 지금 저는 그냥 흘려보내려고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은 저한테 전혀 관심이 없는 거 같아서요. (음, 조금 비참하군요)

그래서 전 요즘 매일 밤마다 저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습니다.

놔두면 지나간다고요.

제 감정을 존중하지않고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감정이라는 것도 무시하고 버려두면 언제가는 정리될 거라고 믿으면서요.

어제밤엔 거울을 보면서 말했습니다.

지나간다. 이렇게 그냥 놓아두면 언제가는 지나간다. 이 시간은. 이 마음은.

이거 꽤 효과 있더라고요. 어제 전 아주 편한 마음으로 잘 잤습니다.

근데, 비가 와서 일까요?

아침에 눈을 뜨자, 다시 또 잘못 베어 먹은 사과 한 조각이 목에 걸린 듯한 이 느낌은 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전 지금 다시 또 최면을 걸고 있습니다.

지나간다. 지나가.

장마 후에 언제 비가 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맑은 햇살이 비치는 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