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장일기 <일자리가 없네......>

주방장200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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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그만둔지 일주일이 되어 간다.

 

난 주방장이었다. 일주일 전까지.....

사장에게 골때리는 배신을 당하고 지금은 집에서 생활지 구인란에 열심히 동그라미 쳐 가면서 담배만 줄창 피워대고 있다.

라면만 먹었더니 종이가 누~래 보인다.

 

서울에서 일할 때는 "나 논다." 라고 한마디만 하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서 금방 일자리가 생기곤 했다.

근데 여기서는 (대전)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돌아올 때는 택시요금이 3200원 나왔다.

 

서울에 있는 놈들한테 전화했더니 지금 사람 부족하다고 당장 올라오라고 하는데.......

좀 더 놀면서 딩구는 한이 있어도 서울은 가기 싫다.

 

두툼한 정보지를 전부 뒤져서 겨우 한군데를 찾았다.

 

어제 면접을 봤었다.

한남대학 근처의 로바다야끼......

먼저 전화를 걸었다.

 

"네~ 로바다야낍니다."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는지 아주 귀여운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인광고 보고 전화드렸습니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깔고 말았다.

"어머, 그러세요. 잠시만요."

사장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올해 서른입니다."

"일은 많이 해보셨구요?"

"서울에서 일식집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얼마 전까진 대전에 있는 횟집에서 일했구요. 경력은 십년 정도 됩니다."

"오래 하셨네요. 결혼은 하셨습니까?"

이런 질문을 바로 하는 사장의 경우 두가지다.

주방장이 가끔 제끼는 바람에 (말도 없이 안나와서) 속에 숯덩어리가 큼지막하게 있는 경우와 구하는 주방장마다 몇개월 일하고는 나가는 바람에 손님 다 놓친 경험이 있는 경우이다.

어떤 가게든 주방장이 바뀌면 손님도 요상하게 바뀐다.

먼저 단골이 떨어지면서 주방장의 작업스타일에 따라 손님들의 나이층이 묘하게 변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부러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녀석은 어디를 가든 일을 시작하고 두 달만 지나면 여자손님들이 많아진다. 무슨 재주가 있는 것인지 아무리 물어봐도 안가르쳐 준다. 때려도 소용이 없었다.

하긴..... 나라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알려주지... 암.....

 

시간 약속을 하고 찾아갔다.

찾아가는 과정도 미치고 환장하는 줄 알았다.

지리를 전혀 모르는 관계로 한동안이지만 백수 주제에 택시를 탔다.

사장은 내가 있는 곳을 말하자 아주 가까운 곳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메타기의 숫자가 5000을 넘어 섰을 때 나의 가슴은 5000번 찢어지고 있었다.

힘들더라도 물어서 버스 탈 것을...... 5000원이면 내 애마의 일주일치 밥값이다.

아, 아직 모르는 분이 계신가? 내 애마는 작은 오토바이다. 클래식 바이크다. 50cc짜리..........

 

택시기사도 지리를 잘 모르는가 보다.

빠른 길로 간다며 골목길을 여기 저기 후비고 다니면서 혼자 중얼중얼 거리길레 내가 좀 짜증을 냈다.

"아저씨. 잘 모르시면 저 그냥 내릴께요. 그게 빠르겠습니다."

아저씨도 미안한지 메타기를 정지시키더니 써억 웃으며 한마디 던진다.

"이거 미안해유........... 큰 길 나가면 그때 다시 돌릴께유.........."

기분이 늘어진다.  휴유~~~

큰 길로 나온 후에 조금 더 가다가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내렸다.

"아저씨. 저 그냥 여기서 내릴께요. 여기요."

만원짜리를 내밀었다.

그리고 약이 올라서 메타기대로 요금을 받으면 따지면서 혼을 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여기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아저씨가 내민 거스름돈은 6000원이다.

나도 미안해졌다.

"많이 버세요."

이렇게 말하며 얼른 문을 닫았다.

가다가 바로 다른 손님을 태웠는데 한 동안 출발하지 않고 멈추어 있었다.

아마 손님이 말한 행선지가 어딘지 몰라서 손님한테 물어보고 있는 중일 것이다.
"거기가 어디에유~~~ 멀어유?"

"지가 워떠케 알아유~~~~ 기사가 알겄지~~~~ 알믄 태시 타나~~~~"

아마 이런 대화가 오고 갈 것이 분명하다.

 

핸드폰을 들여다 보니 네시 반이었다.

면접은 다섯 시에 보기로 되어 있었다.

비가 후둑후둑 떨어지는 거리에서 우산을 들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비내리는 거리의 풍경을 본 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전에 일하는 곳에서 지낸 8개월 동안 쉰 날이 열흘밖에 되지 않았다.

대학 주변이라 그런지 젊은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움직이는 모습이 낯설다.

 

다섯 시까지 그렇게 서 있다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까 전화드린 사람입니다. 밖에 와 있는데 지금 찾아뵈면 되겠습니까?"

 

확실히 대학가 주변은 다르다.

인테리어가 일식집을 연상케 하면서도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큼 부담없는 분위기가 잘 우러나고 있었다.

아직 이런 젊음의 거리에서 일해 본 적은 없다.

사장과는 짧은 시간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한 20분 정도 얘기 했나?

이야기를 잘 들어보니 현재 주방장이 있는데 너무 일을 못해서 정리할 계획이란다.

근데..... 주방장 나이가 25살이란다.

난 이해가 가지 않았다.

25살이면 군대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도데체 얼마나 오래 일을 했다는 것인가?

그정도의 경력으로 주방장을 보고 있으니 당연히 손님이 없지....

또 사장이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

하루에 20 테이블 받기도 힘들단다.

그래서 인건비나 나올런지.....

난 사장에게 메뉴판을 보여달라고 했다.

이론.....

메뉴의 대부분이 내가 다른 곳에서 스끼다시나 서비스 품목으로 사용하던 메뉴들이다.

이곳에서의 일은 상당히 간단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나오면서 늦어도 다음 날 2시까지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오면서 노파심에 한가지 물어보았다.

"실례인 줄은 압니다만 ....  급여는 잘 나옵니까? 죄송합니다. 부양가족이 있어서요."

다행히 사장이 자신 있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급여는 무조건 나가야죠. 기본이니까요."

휴우~ 안심이 된다. 여기서 일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직 아니지만 사장도 날 맘에 들어하는 눈치고 나도 맘에 드는 편이다.

한가지 걸리는 것은........

저녁에 출근해서 새벽 5시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그렇게 일해 본 적은 없는데......

그리고 마음에 싹트는 작은 바램 한가지.....

대학가 주변......

깔끔한 로바다야끼.......

젊은 여대생들이 득시글........

오홋~

내 딸내미가 알면 "아빠, 짐승~" 이라고 할텐데.....

어쨌든 전에 일하던 곳에서 자주 보던 나이든 사람의 지저분한 추태는 보지 않을 것 같아서 안심이다.

그나저나 사장이 연락을 할려나?

 

나의 새색시가 문자를 보냈다.

잘 알아보고 결정하란다.

벌써 잔소리를..... 행복하다.

 

돌아올 때는 택시요금이 3200원 나왔다.